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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 고어 SF 액션 영화의 재림 - <둠스데이: 지구 최후의 날>
동일 장르의 할리우드 영화에 비하면 조족지혈(鳥足之血)에 해당하는 3,000만 불의 예산이 소요된 <둠스데이: 지구 최후의 날>은 세계 영화계에서 한동안 잊혀졌던 디스토피아 SF 액션영화의 분위기를 재연해낸 영화다.
하드 고어 SF 액션 영화의 재림 <둠스데이: 지구 최후의 날>
2008년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우, 피부가 녹아버리며 끔찍하게 죽어가는 ‘리퍼 바이러스’가 창궐하게 되면서 엄청난 속도로 바이러스가 퍼져나가자 정부 당국은 스코틀랜드 지역을 봉쇄해 버린다. 소녀 이든은 어머니의 노력으로 간신히 스코틀랜드를 탈출하는 마지막 헬리콥터를 탈 수 있게 되지만 어머니와 생이별을 하게 된다. 20년이 흐르고 파시즘 국가가 된 영국의 특수부대 소령이 된 이든(로나 미트라)은 런던에서 다시 ‘리퍼 바이러스’가 발생하게 되자 비밀리에 스코틀랜드 지역에 파견되어 생존자들과 접촉해 백신을 구하기 위한 임무를 받게 된다. 하지만 스코틀랜드에 살아남은 생존자들은 결코 호의적이지 않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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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만들어진 호러 영화들 중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바 있는 <디센트>의 연출자인 닐 마샬은 <뜨거운 녀석들> <새벽의 황당한 저주>의 에드가 라이트와 함께 영국 영화계에서 가장 촉망받는 장르영화의 연출가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동일 장르의 할리우드 영화에 비하면 조족지혈(鳥足之血)에 해당하는 3,000만 불의 예산이 소요된 <둠스데이: 지구 최후의 날>(이하 <둠스데이>)은 세계 영화계에서 한동안 잊혀졌던 디스토피아 SF 액션영화의 분위기를 재연해낸 영화다. 닐 마샬은 DVD에 담겨있는 서플먼트에서 이 영화에 영향을 준 영화의 리스트를 말하기도 했는데, 직접적인 영향을 준 작품으로는 존 카펜터의 <뉴욕 탈출, 1981>, 조지 밀러의 <매드맥스 2: 로드 워리어, 1981>, 월터 힐의 <워리어, 1979> 등의 영화를 손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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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영화는 모두 지속적으로 복지 제도가 강화되던 서구의 경제적 부흥기인 ‘황금시대 Golden Age’가 마무리되고, 로널드 레이건과 마거릿 대처라는 인물로 대변되는 ‘신자유주의’가 시작되면서 사회적 안전망이 상당수 제거되고 대중들이 대량 실업의 여파에 시달리던 시점에서 제작되었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이들 영화는 당시의 불안한 심리가 그대로 영화에 투영되어 하나같이 전쟁이나 경제 공황의 상태에서 극단적인 폭력의 지배를 받는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하면서 마초 주인공들이 폭압적 지배에 폭력으로 맞서는 상황을 그려냈다. 당시 이들 영화에 대한 평가는 잔혹한 폭력 묘사에 대한 다수의 냉담한 반응과 소수의 열광적 지지로 양분되었고, 한편으로는 이들 영화을 따라한 싸구려 영화가 양산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싸구려 폭력 영화의 양산은 이 서브 장르 액션 영화를 곧 잊혀지게 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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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닐 마샬은 이렇게 한동안 사라졌던 폭력적인 장르를 고스란히 재생산하는 것으로만 만족하지는 않았다. 그는 한층 더 폭력적인 영화에 익숙한 현재의 관객 눈높이에 맞춘 업그레이드와 변주를 잊지 않았다. 일단 늘 근육질의 남성 주인공을 내세웠던 선배 영화에 비해 <둠스데이>는 여성 전사를 전면에 내세운다. 그녀는 영화에 존재하는 어떤 캐릭터보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모두 강력한 명실상부한 초고 전사다. <언더 월드>나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의 여성 전사가 보조적컀 남성 조력자의 협력을 필요로 하고 있는 것에 비해, 이 영화의 이든은 영화 초반부터 강도 높은 폭력을 보여주며 자신의 힘을 과시한다. 그녀에게도 물론 협력자가 존재하지만, 이 영화에서 그녀에게 닥친 위기의 대부분은 스스로의 힘으로 극복한다.
두 번째 변화는 <쏘우> 시리즈 같은 물리적인 고문 영화를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는 젊은 관객을 위해 한층 폭력의 수위를 높여놓았다는 것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닐 마샬은 수위 높은 하드 고어(Hard-Gore) 호러 영화인 <디센트>의 연출자였고, 이 영화의 몇몇 장면은 웬만한 하드 고어 호러 영화의 표현 수위를 넘어버린다. 가장 대표적인 장면으로는 사람이 산 채로 바베큐가 되는 장면을 들을 수 있다. 이 장면은 국내 극장 상영 중에는 볼 수가 없었으나 DVD에는 무삭제로 수록되어 그 끔찍함을 직접 몸으로 체감할 수 있다. 이 장면 외에도 잔혹하다는 이유로 극장에서 볼 수 없었던 장면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둠스데이> DVD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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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둠스데이>는 크게 두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으며, 다시 한 부분은 세 부분의 액션 파트로 나뉘어져 있다. 영화 전체의 세계관을 구성하고 있는 한 부분은 존 카펜터의 <뉴욕 탈출>의 영향을 받아 파시즘 정부의 권력 양상과 음모 그리고 파멸을 다루고 있고, 다른 큰 부분은 야만 사회인 스코틀랜드에서 이든의 활약을 다루고 있다. 이 액션 파트는 다시 세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하나는 제작진이 ‘글래스고우 식인종’이라고 부르는 모히컨족 머리 모양을 지닌 야만 집단과 주인공의 대결 부분이며 두 번째 부분은 스코틀랜드의 성곽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중세 시대의 분위기가 재연되는 부분이다.그리고 마지막 클라이맥스 액션 시퀀스는 <매드맥스> 시리즈, 특히 아직까지도 영화사 최고의 카 체이스 시퀀스로 손꼽히는 두 번째 영화 <로드 워리어>의 영향력이 지대한 가운데 가공할 만한 파괴력을 선보이는 카 체이스 액션 시퀀스다.
닐 마샬은 이 서브 장르에서 볼 수 있는 거의 모든 액션 시퀀스를 이렇게 파트별로 안배한 후 능수능란한 연출로 그것들을 하나의 플롯으로 직조해냈다. 지친 일상 속에서 배출하지 못한 폭력 본능이 내면에 가득 차 있다면 일단 이 영화를 만나고 볼 일이다. 화면에는 살점이 튀고 사지가 잘려나가지만 명쾌하게 질주하는 하드 고어 액션 퍼레이드는 통쾌함을 전해주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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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작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예산의 제작비가 사용되었지만, <둠스 데이: 지구 최후의 날> DVD의 영상 퀄리티는 결코 할리우드 영화에 비해서 그리 떨어지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황폐한 미래 세계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 어두운 장면이 많지만 검은색이 자연스럽게 구현되고 있다. 약간 탈색된 느낌의 장면이 많은 편이지만 영화 고유의 느낌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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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비디지털 5.1 채널 포맷의 음향은 액션 영화다운 박력으로 가득 차 있다. 이 영화의 테마 음악은 존 카펜터가 직접 작곡한 <뉴욕 탈출>의 배경음악을 연상시키는데, 이런 복고적인 BGM 위에 각종 금속 무기의 파열음이 쉴 새 없이 서라운드와 우퍼 부분을 활용해 들려온다. 당연히도 최고의 박력을 전해주는 것은 후반부의 카 체이스 시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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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플먼트로는 감독 닐 마샬과 조연 배우들이 참여한 음성 해설이 먼저 눈에 띈다. 여러 명이 참여한 음성 해설이니만큼 적당한 농담이 오가는 편안한 분위기로 진행된다. 다른 서플먼트의 제목은 조금은 끔찍한데, 벼랑 끝의 문명(17분 23초)은 영화의 제작 의도와 영화 속 세계를 표현하고 있는 로케이션지에 대한 설명, 각 캐릭터들과 배우들에 대한 설명이 담겨 있다. 참사의 현장(8분 30초)은 영화 속에서 표현되는 강도 높은 폭력 장면이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를 잘 설명하고 있다. 살생 도구들(20분 8초)은 영화에 사용되는 각종 무기와 자동차의 제작 과정과 촬영 과정을 담고 있다. 서플먼트는 영화가 표현해내고 있는 충격적인 장면과 즐거운 작업 분위기를 담고 있어 흥미롭다. 마지막으로 극장용 예고편이 수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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