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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흑백이 아닌, 총천연색 맛을 담은 웹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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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콘텐츠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식객』부터 <흑백요리사>까지. 요리 콘텐츠의 인기가 뜨거운 지금, 웹소설 『요리의 신』을 함께 읽어 봅시다.

최근 넷플릭스에 런칭된 <흑백요리사>가 큰 화제이지요. 실력 있고 명망 있는 요리사들이 나와서 흑과 백이라는 계급 구도로 싸움을 벌이는 이 콘텐츠는 현대 사회의 사람들을 매혹시킬뚜렷한 서사가 있는 덕분인지 어마어마한 돌풍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흑백요리사>에서 나온 요리사분들의 가게는 예약 손님이 가득 찼다고 하네요. 당장 저만 하더라도 그런 식당에 예약 전화를 해보고 싶을 정도였으니까요.

이런 요리 콘텐츠와 관련하여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가 있습니다. 과거 한국에서 요리를 다룬 가장 대표적인 콘텐츠는 『식객』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식객』의 주인공은 요리사가 아닌 요리였지요. 작품에는 성찬이라는 주인공이 나오지만, 그보단 완제품 요리나 재료, 또는 제조 방법을 상세히 기술하고, 그 안에 담겨 있는 한국의 토속적인 정이나 전통을 고수하고 맛을 추구하는 장인들의 정신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고기를 굽는 숯이나 가마 등 부수적인 것에서도 정도(正道)를 추구하는 장인들까지도 심심찮게 작품에서 찾아볼 수 있지요.

그에 반해 일본에서 들어온 만화 콘텐츠들은 요리보다는 요리사들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마스터 셰프 코리아2의 우승자인 최강록 씨가 요리를 여기서 배웠다 하여 유명해진 『미스터 초밥왕』이나, 이번에 <흑백요리사>의 만찢남이 언급해서 유명해진 『요리왕 비룡』, 『철냄비짱!』이나 『따끈따끈 베이커리』『식극의 소마』같은 작품들 등에서 그러한 경향을 확인할 수 있지요.

그런데 언제부턴가 우리나라의 요리 콘텐츠도 요리를 주인공으로 한 콘텐츠에서 캐릭터, 그중에서도 ‘셰프’라고 불리는 직업적 요리사를 중심으로 한 콘텐츠가 유행하기 시작합니다. 그 첨병에는 <냉장고를 부탁해>라는 예능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제일 잘나간다는 셰프들이 모여 유명 연예인의 냉장고 속 남은 재료들을 이용해 요리 대결을 펼치는 콘텐츠였죠.

<냉장고를 부탁해>는 요리가 주목받을 수 없는 구조입니다. 모든 재료는 남아있는 식재료를 적당히 가공한 것이었고, 그렇다 보니 결과적으로 맛있는 요리가 등장한다 하더라도 최후의 최후에서 주목받는 건 오로지 요리사의 실력이었지요. 비슷한 시기 <마이 리틀 텔레비전>을 통해서 나온 ‘백종원’이라는 한 사람의 실력이 강조된 것도 서사를 만들어가는 데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이런 전환기에서 만들어진 웹소설이 있습니다. 바로 요리를 다루는 소설, 『요리의 신』입니다.

저는 웹소설을 처음 보시는 분에게 양치기자리 작가님의 『요리의 신』을 주로 추천하곤 했습니다. 그 이유는 세 가지였습니다. 첫 번째로, 『요리의 신』은 웹소설치고 문장이 긴 편이기 때문입니다. 대중인문학 강연에서 『요리의 신』으로 웹소설을 접하신 분들은 『요리의 신』 문장이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처럼 짧고 간결하며 스피드하다고 이야기하십니다. 그러나 기존에 웹소설을 많이 읽어왔던 독자들의 이야기는 다릅니다. 최근의 웹소설에 비해서 비교적 긴 문장이라서 종이책을 읽는 것 같단 이야기가 나오지요. 이처럼 양측의 매체적 성질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교집합 영역의 소설인 덕분에 부담 없이 소설을 접할 수 있다는 게 장점입니다.

두 번째는 웹소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게임 시스템 창’과 ‘회귀’ 등, 몇 가지 문법을 2015년이라는 시기에 빠르게 도입했던 작품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단순히 장르 클리셰와 문법을 사용했기 때문이 아닙니다. 아직 해당 요소들이 장르 문법안으로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에 주인공 조민준이 회귀, 그리고 게임 시스템 창의 의미를 끊임없이 고민한다는 게 더 중요합니다.

조민준은 게임 시스템 창을 통해서 요리의 재료를 예민하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 덕에 사람들에게는 절대미각을 갖고 있는 것처럼 오해를 받죠. 그렇기에 조민준은 끝없이 윤리적인 질문과 마주합니다. 시스템의 도움을 받아 사람들의 기회를 빼앗고 승승장구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 끝없이 질문과 마주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웹소설의 문법들이 어떻게 성립했고, 그것들이 어떻게 발전하게 되었는지를 쉽게 가이드합니다.

마지막 세 번째는 이 소설의 소재가 요리란 점입니다. 『요리의 신』은 그 이후 나온 모든 요리물들의 요리를 합쳐도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가장 해박한 요리의 지식을 자랑합니다. 전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요리와 관련된 트렌드를 이야기하고, 일반적인 조리법부터 분자요리까지, 가벼운 가정식부터 최고급 호텔에서 나오는 각국의 파인다이닝까지 소재로 다루어 풀어내지요. 『요리의 신』의 주인공들이 펼쳐낸 요리의 외양부터 맛까지의 묘사를 따라가다보면 우리는 우리가 모르는 맛조차 알게 되는 신비한 순간과 마주하게 됩니다. 흑과 백을 넘어, 총천연색의 요리가 오로지 문자로만 구성되어 펼쳐지는 건 신비한 경험이지요.

요리 콘텐츠가 세상을 강타하는 시기입니다. 백종원이라는 사람을 중심으로 한 수십 개의 콘텐츠가 각종 구독형 플랫폼의 브랜드 가치가 되는 시대이지요. 해외의 다양한 요리 경연 프로그램이 수입되는 이때, 요리를 소재로 한 웹소설은 여러분들을 아주 맛있는 웹소설의 세계로 차분히 끌어당기리라 자신합니다.


*필자 | 이융희

장르 비평가, 문화 연구자, 작가. 한양대학교 국문학 박사 과정을 수료하고 2006년 『마왕성 앞 무기점』으로 데뷔한 이래 현재까지 꾸준히 장르문학을 창작하고 있다. 청강문화산업대학교 웹소설 창작학과 조교수로 재직했으며 장르 비평 동인 텍스트릿의 창단 멤버이자 팀장으로 다양한 창작, 연구, 교육 활동에 참여했다.현재 콘텐츠 제작 기업 지티이엔티 콘텐츠제작본부 소설 파트에서 웹소설 기획, 제작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웹소설 보는 법』  『웹소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판타지 #게임 #역사』 『비주류선언』(공저) 『악인의 서사』(공저)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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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융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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