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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인저 마우스 & 블랙 소트, 사운드와 스토리텔링을 제련하다
데인저 마우스 & 블랙 소트(Danger Mouse & Black Thought) <Cheat Codes>
약간의 염세적인 감정이 앨범 전반에 꾸준하게 흐르고, 감정을 표출하는 정도가 일관적이기에 인종, 사회, 종교, 트라우마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산발적인 느낌이 드는 대신 외려 편안하게 블랙 소트의 철학을 감상할 수 있다. (2022.10.12)
소울 듀오 날스 바클리에서 활동했던 프로듀서 '데인저 마우스'가 이번엔 더 루츠의 리드 엠씨 블랙 소트와 함께 힙합 듀오로 돌아왔다. 과거의 사운드를 변용하는 데에 재능을 보여왔던 만큼 강한 붐뱁 비트와 거친 믹싱으로 1990년대의 감성을 떠올리게 하고, 여기에 현대적인 세련미를 더했다. 둘은 함께 앨범을 만들 계획을 10년 넘게 가지고 있었다. 오랜 시간의 고민을 담았다는 것을 증명하듯 음반의 매무새가 근사하다.
1970년대에 활발하게 활동한 소울 가수 그웬 맥크래(Gwen McCrae)의 'Love without sex'를 샘플링한 'Sometimes'가 앨범의 서막을 올린다. 깔끔함과는 거리가 멀지만 풍성한 사운드가 첫 트랙을 시작으로 음반 전반을 휘감는다. 꽉 찬 소리들이 과거를 연상케 하는 지점을 지나 피로함에 도달하기 전 언제나 멈추기 때문에 이러한 조율은 다분히 의도적이다. 사운드 메이킹의 어떠한 공식을 답습하는 것이 아닌 과거의 음악에 대한 깊은 애정을 바탕으로 한 창조적 프로듀싱이다.
데인저 마우스가 타임머신을 설계했다면 블랙 소트는 조종사가 되어 직접 운전대를 잡는다. 그의 랩은 화려하진 않으나 단단하며 감정의 시공간을 자유롭게 구부리는 힘이 있다. 앨범의 이름과 같은 제목의 'Cheat codes'와 도시의 폭력과 허무함을 담은 곡 'Because'에서 그의 이러한 역량이 잘 드러난다. 묵직한 래핑을 지휘봉 삼아 더 루츠가 밟아온 길과 조이 배대스 같은 지금의 붐뱁 아이콘을 연결하는 모습이다.
<Cheat Codes>의 각 곡은 메시지의 측면에서 하나의 콘셉트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진 않다. 그러나 약간의 염세적인 감정이 앨범 전반에 꾸준하게 흐르고, 감정을 표출하는 정도가 일관적이기에 인종, 사회, 종교, 트라우마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산발적인 느낌이 드는 대신 외려 편안하게 블랙 소트의 철학을 감상할 수 있다. 상징 가득한 'Aquamarine'은 한 곡 안에서도 이러한 연출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준다.
좋은 앨범은 다양하고 많은 이야기를 끌어낸다. 데인저 마우스와 블랙 소트의 이번 음반은 제련된 사운드와 세심한 스토리텔링에서 얼마간 작가주의적인 면모를 드러내긴 하지만 특정한 해석을 강요하진 않으며 팬들에게 자유로운 감상의 놀이터를 제공한다. 이 앨범을 렌즈 삼아 각자의 다른 작업물들을 들여다보면, 마치 이 콜라보레이션을 위해 달려온 것처럼 보일 만큼 <Cheat Codes>는 둘 모두의 커리어에 있어 돋보이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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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