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음악 > 주목, 이주의 앨범
국내 힙합 신의 트렌드세터 키드 밀리는 변화를 겁내지 않는다. 올해 < Cliché >로 빼어난 협업을 이룩한 프로듀서 드레스와의 연이은 상승효과를 목표한 'Kitty'는 전작의 견고한 구성과 상반된다. 서사의 전개를 잠시 멈추고 반려묘에 대한 애증을 담은 일상적 소재로 한결 힘을 뺐다.
폭넓은 장르 스펙트럼을 보유한 듀오의 작법이 감지된다. 록 문법을 장착한 비트는 조이 디비전이 연상되는 베이스라인을 내세우고 그 위에 얹은 세련된 랩 스킬은 바짝 날이 서 있다. 여기에 걸그룹 (여자)아이들의 메인 보컬 미연이 준수한 음색을 선보이며 이질감 없이 스며든다. 호흡을 고르며 재단한 곡에 큰 감흥은 없어도 예상 밖의 주제와 조합으로 기대를 충족한다.
위기의 연인이 각자의 입장에서 말한다. 먼저 여자.
'그대로네 어쩜
네 생각만 하고, 하고 싶은 대로만 하고
이렇게나 잠깐 좋고 오랫동안 나삐 지낼 거였으면
왜 이리 허무히 젊음을 너란 애에게 다 써버렸을까'
그리고 남자.
'여전하네 어쩜
거짓말만 하고 착한 척만 하고
이렇게 또 잠깐 내 맘을 헤집고 들쑤시면 재밌나보다
나도 참 바보지 왜 하필 너란 애에게 뭐든 다 줬을까'
남녀의 차이를 극사실주의로 표현한 '어쩜'은 추운 겨울, 들판에 혼자 서있는 앙상한 나무처럼 쓸쓸하고 가슴 깊이 침잠하지만 그 안에는 분노와 미련, 억울함과 후회의 모습이 대치한다. 초반부의 단출하고 건조한 악기 구성은 슬픔을 확대하며 클라이맥스로 휘몰아친다. 데뷔 30년이 넘은 베테랑 이승환과 메이저와 마이너를 오가며 활동하는 선우정아의 떨리는 음색은 사랑의 설렘과 깨어진 애증의 원망을 동시에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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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