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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준 마케터, 좋아하는 책을 소개하는 마음
<월간 채널예스> 2021년 11월호
"인스타그램을 통해 현암사의 신간을 소개하기도 하지만 남의 책도 추천해요. '남탕'은 2년 가까이 꾸준히 올리는 콘텐츠인데 한달에 두 세 번 올릴 때도 있어요. 워낙 좋은 남의 책이 많아서요." (2021.11.08)
현암사 인스타그램(@hyeonamsa)에서 ‘현암요정’으로 통하는 박태준 마케터는 첫 문장이 마음에 든 책은 망설이지 않고 구매한다. 얼마 전 동네서점에서 산 책은 소설가 정지돈의 산문집 『당신을 위한 것이나 당신의 것은 아닌』. “인간들은 오염시키는 것에는 타고났다.(4쪽)”는 문장을 읽고 지갑을 열지 않을 수 없었다.
이벤트 작명이 탁월해요. ‘남탕(남의 책 탐방기)’이라니.
인스타그램을 통해 현암사의 신간을 소개하기도 하지만 남의 책도 추천해요. ‘남탕’은 2년 가까이 꾸준히 올리는 콘텐츠인데 한달에 두 세 번 올릴 때도 있어요. 워낙 좋은 남의 책이 많아서요. (웃음)
최근에 올린 ‘서평단 게임’(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패러디)은 독자들의 반응이 대단했어요.
이벤트 시작 전에 ‘경고’ 문구를 남겼죠. “서평단 게임은 현암요정이 주최하는 건전하고 안전한 게임이다.” 456번 선정 방식을 많이 궁금해 하셨던 것 같아요.
광고회사에 다니다가 출판 마케터가 되셨다고요.
어릴 때부터 시인, 소설가, 카피라이터 등 무언가 쓰고 알리는 직업을 바랐는데 책을 좋아해서 관련된 일을 하고 싶었어요. 그러다 책 읽는 즐거움을 알리는 마케터가 되었죠. 이전에는 몇몇 광고 회사에 다니면서 콘텐츠 만드는 일을 했어요. SBI(서울출판예비학교) 출판마케터 과정을 수료하고 현암사에 입사했어요.
현암사 인스타그램 계정을 보면, 이 마케터 책에 관해 ‘진심’이구나 싶어요. 유머와 애정이 돋보입니다.
책보다 재밌는 것들이 널려있는 세상이잖아요. 물론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웃음) 현암사에서 출간되는 책들이 대부분 교양서이다 보니 너무 무겁지 않게 재미있게 소개하려 애써요. 물론 재미만 추구해서 책과 어울리지 않는 방식으로 소개할 수는 없겠지만, 외부로부터 다양한 콘텐츠를 가져와 저희 책과 연결하는 방식으로 독자들이 흥미를 갖도록 만들려고 해요. 단, 재밌는 콘텐츠(가볍게 포장된)를 만들 때 ‘누군가 이것으로 인해 상처받거나 소외되지 않도록’ 늘 조심하고 검열해요.
최근 홍보하면서 가장 즐겁게 소개한 책이 있다면요?
저희 책 중에는 『쓰는 기분』이요. 박연준 시인의 신작 에세이인데 쓴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시가 무엇인지 조금은 알 수 있는 책이에요. 사실, 박연준 시인의 산문은 덮어놓고 사서 읽는 편이죠.
‘마케터’라는 직업을 잘 선택했다고 느끼는 순간이 있다면요?
독자분들이 제가 만든 콘텐츠를 좋아하고, 저희 책을 읽었는데 너무 좋았다고 하실 때 이 직업을 잘 선택했다고 느껴요.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걸 독자들에게 권하는 일이라 심적 소모가 덜한 것 같아요. 이전 광고회사에 다닐 때는 저와 상관없는 것들을 자주 권해야 해서 힘겨웠죠. 저는 실제로 좋아하지 않으면 콘텐츠를 만들기 어려워서요. 지금은 억지로 좋아하지 않아도 되는 책을 일로 소개하고 있으니 감사하죠.
고충은 없나요?
고충이라기보다 홍보를 하려고 쓴 글들은 금방 휘발되잖아요. 책처럼 남는 게 아니고. 그럴 때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들어요.
독서모임을 하시나요?
일하게 알게 된 출판계 종사자 세 분과 한 달에 한 번씩 만나요. 돌아가면서 책을 정하는데 제가 읽고 싶은 책으로는 열화당에서 나온 존 버거의 『결혼식 가는 길』을 선정해서 읽었어요. 처음에는 더뎠는데 갈수록 속도가 붙더니 뒷부분에는 거의 날아가듯 읽었죠. 사랑에 관한 책인데 소설을 한마디로 줄여서 설명하기가 참 어렵네요. (웃음)
어디에서 책을 읽는 게 좋나요?
딱히 좋아하는 장소는 없어요. 서점에서도 보고 카페에서도 읽고 집에서도 봐요. 사람들 말소리가 들리면 책 읽기가 어렵더라고요. 이어폰을 꽂고 연주만 나오는 곡을 들으면서 책을 읽어요.
박태준 마케터는 소설과 시를 좋아한다. 시는 무언가 막혔을 때, 이도저도 못하는 상황일 때 주로 펼쳐 들고 소설은 꾸준히 읽는다. 가장 좋아하는 소설가는 로맹 가리, 시인은 아틸라 요제프다. 중학생 때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를 읽고 로맹 가리의 팬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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