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 놀이터

모두 함께 듣는 음악 동화, 프로코피예프 «피터와 늑대 Op.67»

어린이날을 맞이하여 초등학교 1학년이 된 조카 하윤이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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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윤아, 이모가 «피터와 늑대» 이야기 들려줄게. (2021.04.29)


아이에게 좋은 것을 골라 보여주고, 들려주고 싶은 마음은 우리가 타인에게 전하는 가장 순수하고 근본적인 욕망일 겁니다. 작곡가들도 어린이를 위한 작품을 많이 썼습니다. 어렵지 않은 음악 재료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탁월하게 풀어낸 그들의 음악은 아이뿐 아니라, 이미 어른이 된 우리에게도 여전히 아름다운 울림을 전합니다. 어린이를 위한 음악이라 해서 대가의 재능이 희석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어린이날이 멀지 않았으니,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1891-1953)가 섬세하고 신중하게 작곡하고 글을 쓴 ‘음악 동화’, « 피터와 늑대 »를 통해 특별한 감동의 세계로 떠나 봅시다. 

« 피터와 늑대(1936)»는 프로코피예프가 러시아 어린이들과 자신의 아이를 위해 작곡한 ‘음악 동화’입니다. 해설자가 텍스트를 읽으면, 음악은 텍스트를 설명하고 해석하듯 뒤따르지요. 전체 음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어요. 

첫 부분에서는 등장인물을 소개하며, 각 인물 역할을 하는 악기와 주제 선율을 들려줍니다. 주제 선율은 음악에서 인물이 등장할 때마다 반복적으로 등장하면서 줄거리에 맞게 변형, 발전됩니다. 바그너가 오페라에서 자주 사용했던 작곡 기법으로, 이처럼 특정 주제를 연상시키는 선율을 ‘라이트모티브(Leitmotiv)’라고 부르기도 해요. 예를 들면, 드라마나 영화에서 ‘oo의 테마’처럼 선율만 들어도 그 인물이나 특정 상황을 떠올리게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두 번째 부분에서는 프로코피예프가 쓴 동화를 해설자가 읽으며, 줄거리에 따라 음악을 진행합니다. 피터와 늑대를 둘러싼 갈등과 해결이 음악으로 진행되는 부분입니다. 소나타나 무용 조곡, 변주곡처럼 형식에 맞춰 진행되는 다른 기악곡과 달리 가사나 제목과 같은 음악 외적 요소에 따라 흘러가는 음악을 표제 음악이라 합니다. « 피터와 늑대 »는 동화 줄거리를 따르는 일종의 표제 음악인 셈이죠.

세 번째 파트에서는 갈등이 해결된 후, 이전에 나왔던 인물들을 다시 한번 불러오는 마무리 부분으로 ‘승리의 행진곡’을 연주합니다.

클래식 음악과 다양한 악기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나 어른이라면, 이 작품과 함께 악기를 조금씩 알아가면 좋습니다. 굳이 외우려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여러 악기에 익숙해질 수 있거든요. 악기가 다양한 색채로 어떻게 서로 다른 캐릭터를 연주하는지, 음악과 감정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느낌을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동화 속 이야기가 도움을 줍니다. 음악을 듣기 전, 음악 동화의 줄거리와 악기를 미리 알아본다면 더 풍성한 내용을 들을 수 있겠지요. 

다음 이야기는 올해, 초등학교 1학년이 된 제 조카, 하윤이에게 어린이날을 맞아 «피터와 늑대»를 들려주기 위해 준비한 내용입니다. 혹시 주변에 아이가 있다면, 함께 이야기를 읽으며 음악을 들어 보세요.


I.    새는 플루트, 오리는 오보에, 고양이는 클라리넷, 그럼 커다란 늑대는?

하윤아, 이모가 «피터와 늑대» 이야기 들려줄게. 이 이야기는 음악이 등장인물인 음악 동화야. 그림이나 글씨가 아니라 음악으로 동화책을 읽는다니 신기하지?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 먼저 등장인물이 누가 있는지 알아보자. 그림이 없는 대신, 각 인물에게 자기만의 악기와 노래가 있어. 그러니 이야기가 시작되면 누가 누구인지, 무슨 일이 진행되는지 알 수 있도록 잘 기억해 두렴.

*작은 새 : 플루트

가장 먼저, 작은 새를 소개할게. 새는 주인공인 피터가 들판으로 나가 가장 먼저 만난 친구야. 숲에 사는 작은 새에게는 어떤 악기가 어울릴지 생각해 봐. 빠르게 잘 날고, 노래도 잘 부르니까 바람처럼 가볍고, 빠르게 높은 소리를 내는 악기가 잘 어울리겠지? 새소리와 비슷하게 연주할 수 있는 악기가 있어. 바로, 플루트란다. 입으로 바람을 불어 소리를 내는 날씬하고 긴 악기야. 그래서, 아주 빠르고 높은음을 연주할 수 있어. 정말 새가 노래하는 것처럼 들리기도 하고,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가볍고 빠르게 옮겨 다니는 새를 그대로 소리로 흉내내기에 딱 어울리는 악기란다. 

새 주제(플루트) :  //youtu.be/088ZRWNmpYk


*오리 : 오보에

다음에 등장하는 인물은 오리야. 오리가 어떤 소리를 내는지 알지? 꽥꽥! 코맹맹이 소리가 나는 오보에는 오리와 비슷한 소리를 내기 위해서 조금 낮은 소리로 느리고 약간 구슬프게 노래해. 물에서 느리게 미끄러지는 것처럼 들리기도 하지. 오리도 새이지만 플루트로 노래하는 작은 새와는 완전히 다른 부드러운 느낌이야.  

오리 주제(오보에) : //youtu.be/o9jLrLKKBMU





*고양이 :  클라리넷

세 번째는 고양이야. 하윤이는 고양이 좋아하니? 고양이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본 적 있어? 조용하고 부드럽게 스르르 움직이면서 높은 곳에도 잘 올라갔다 내려오잖아. 그 소리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악기가 클라리넷이야. 둥글고 부드러운 소리로 비밀스럽게 꿍꿍이가 있는 듯이 연주해. 살금살금 발뒤꿈치를 들고 걷다가 기지개를 쭉 켜는 고양이처럼, 클라리넷은 짧게 끊어서 연주하다가, 한 번씩 길게 연주하면서 음을 오르락내리락하는 우아한 소리를 들려준단다.

고양이 주제(클라리넷) : //youtu.be/UXqGkjiD-1k



*할아버지 : 바순

네 번째 등장인물인 할아버지를 연주하는 악기는 바순이야. 입으로 바람을 불어 소리 내는 악기(관악기) 중에서 낮은 소리를 가진 악기지. 대롱처럼 튀어나온 부분 끝에 나무를 두 겹으로 붙인 ‘리드’ 사이로 바람을 넣어 소리를 낸단다. 피터를 근엄하게 혼내는 할아버지의 소리는 낮고, 어두워. 혼내는 느낌을 주려 했는지 ‘떽떽떽! 떽!’하는 반복음이 자주 들려. 그리고, 짧았다 길었다 하는 리듬은 다리가 불편해서 절뚝이며 걷는 할아버지를 표현한 것처럼 들리기도 해.

할아버지 주제(바순) : //youtu.be/9lLHJDQxbYI

 


*늑대 : 호른

드디어, 무서운 늑대가 나올 차례구나. 작은 새, 오리, 고양이, 할아버지는 한 악기로 연주하지만, 늑대는 달라. 호른 3대가 함께 연주하면서 으스스한 분위기를 만들거든. 소리가 거칠지는 않지만, 덩치가 큰 뭔가가 다가오는 느낌을 줘서 심장이 쫄깃해져. 커다란 늑대가 등 뒤에서 서서히 다가온다고 상상해 봐. 그런데, 무섭긴 하지만 소리는 아주 멋있어. 위엄있는 커다란 회색 늑대를 표현하느라 그런 걸까? 호른은 몸체가 금속으로 만들어졌고, 입이 악기에 닿는 ‘마우스피스’가 금속이어서 «금관악기»라고 부른단다. 그전에 나왔던 플루트, 오보에, 클라리넷은 «목관악기»라고 해.

늑대 주제(호른 3대) : //youtu.be/pBv1kZAZA0Y


*피터 : 현악기

늑대와 용감하게 맞서는 피터는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가 함께 연주해. 활로 줄을 문질러 연주하는 악기는 «현악기»라고 해. 모두 한 가족처럼 비슷하게 생겼지. 크기가 제일 작고 소리가 가장 높은 악기가 바이올린, 그보다 조금 크고, 낮은 소리를 가진 악기가 비올라, 들고 연주하기에는 너무 커서 바닥에 내려놓은 악기가 첼로야. 비슷하게 생겼지만 크기가 달라. 관현악단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연주하는 악기가 현악기란다. 

피터 주제(현악 앙상블) : //youtu.be/eIi_q4bNZMM  



너처럼 장난꾸러기 어린이, 피터를 현악기로 연주한다고 생각해 봐. 가볍고 신나게 통통 튀고 밝게 연주하겠지? 특히, 주인공인 피터의 주제는 한 번만 들어도 기억에 남을 정도로 쉽고 재밌어. 아마, 음악 동화가 끝날 즈음이면 너도 모르게 피터 노래를 흥얼거리게 될걸.


현악4중주단_Allegra kwartet(네델란드)

*사냥꾼 총소리 : 팀파니와 큰북

마지막으로 사냥꾼이 남았네. 사냥꾼이 등장할 때는 팀파니와 큰북이 나와. 팀파니는 커다란 컵처럼 생긴 악기인데 큰북과 함께 관현악단에서 가장 뒤에 나란히 놓인단다. 우르릉 쾅쾅, 탕탕 소리를 내기에 적당한 악기이지. 앞에 나온 악기들처럼, 많은 음을 노래하지는 못하지만 사냥꾼의 총소리를 내거나 신나는 행진을 할 때 잘 어울려. 팀파니나 북처럼 두드리거나 흔들고, 긁어서 소리 내는 악기를 « 타악기 »라고 해.

사냥꾼 주제(팀파니와 큰북) : //youtu.be/wkQauRnsWe4         



팀파니(왼쪽)와 큰 북(오른쪽)

 

II.    용감한 피터와 커다란 늑대 이야기

자, 이제 모든 등장인물과 악기를 알았으니 프로코피예프가 쓴 동화를 함께 읽어 보자. 이야기를 읽으면서 지금까지 들은 악기들을 상상해 봐. 

피터와 늑대 – 동화 전문

1_어느 날 아침, 피터(현악기)는 마당 문을 열고 푸른 들판으로 나갔어요. 커다란 나무 가장 높은 가지에 피터의 친구인 작은 새(플루트)가 앉아 있었지요. «여기, 조용하지», 새가 즐겁게 지저귀었어요. 피터가 미처 닫지 않은 문을 통해 오리(오보에)가 기분 좋게 뒤뚱거리며 따라 나왔어요. 오리는 들판 가운데 있는 연못으로 수영하러 가고 싶었거든요. 오리를 본 작은 새는 가까이 다가가 풀밭에 내려앉았어요. «무슨 새가 날지도 못해?», 어깨를 으쓱이며 새가 말했어요. 오리는 연못으로 퐁당 들어가며 «무슨 새가 수영도 못해?»라고 되물었어요. 오리는 연못에서 수영하며, 새는 물가에서 날아다니며 오랫동안 말싸움을 했어요.

피터가 풀숲에서 무엇인가 갑자기 움직이는 것을 봤어요. 몰래 슬금슬금 다가오는 고양이(클라리넷)였죠. 고양이는 ‘새가 떠드느라 정신이 없군. 잡아서 아침밥으로 먹어야겠다’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도둑처럼, 부드러운 네 발로 조용히 다가갔어요. «조심해!» 피터가 소리쳤어요. 새는 재빠르게 나무 위로 날아갔어요. 연못 한가운데 있던 오리는 화가 나서 고양이에게 «꽥꽥!» 소리쳤어요. 나무 주위를 어슬렁거리며 고양이는 ‘저 높은 데까지 올라갈 필요가 있을까? 그래 봐야, 새는 또 날아서 도망갈 텐데’라고 생각했어요.

갑자기 할아버지(바순)가 나타났어요. 할아버지는 피터가 들판에 나온 것이 몹시 언짢았어요. «여기는 위험해. 만약 숲에서 늑대가 나오면, 어떻게 할 거니?» 피터는 할아버지 말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용감한 아이는 늑대를 무서워하지 않는다고 대답했어요. 하지만, 할아버지는 피터의 손을 잡고 집으로 들어가며 정원 문을 열쇠로 잠가 버렸어요.  



PART 1_ //youtu.be/oX9ww0C1fN0 카타르 필하모닉, 크리스토프 슈미츠 해설, 타마라 셰퍼 그림자 극


2_그때였어요. 피터가 떠나자마자, 커다란 회색 늑대(호른)가 숲에서 나왔어요 고양이는 번개처럼 나무 위로 올라갔어요. 오리는 꽥꽥 소리를 내며 연못 밖으로 서둘러 나와 도망쳤어요. 하지만, 늑대가 오리보다 훨씬 빨랐어요. 늑대는 오리에게 가까이, 점점 더 가까이 다가와 결국 오리를 잡아 한입에 꿀꺽 삼켰어요. 이제 고양이와 새만 남았어요. 고양이는 나무 위로 피했고, 새도 고양이에게서 멀리 떨어진 다른 가지로 날아갔어요. 늑대는 탐욕스러운 눈으로 둘을 위협하며 나무를 서서히 돌기 시작했어요.

그러는 동안, 마당 안쪽에서 피터는 무서워하지 않고 친구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봤어요. 피터는 집안으로 뛰어 들어가 큰 밧줄을 가지고 나와 마당 담장 위로 올라갔어요. 늑대가 돌고 있는 나무의 가지 하나가 담장까지 뻗어 있었어요. 피터는 가지를 잡고 나무 위로 올라갔어요. 그리고 새에게 이렇게 말했어요. «늑대 주둥이 근처를 날아다니면서 늑대를 어지럽게 만들어 줘. 잡아 먹히지 않게 조심하고» 새가 늑대의 머리를 날개로 건드릴 듯 가까이 날자, 늑대는 화가 나서 새를 잡기 위해 이리저리 뛰었어요. 새가 늑대를 아주 성가시게 했거든요. 하지만 새가 너무 빠르고 영리해서 늑대는 도저히 새를 잡을 수가 없었어요. 그동안, 피터는 밧줄로 올가미를 만들어 조심스럽게 나무 아래로 내렸어요. 늑대 꼬리를 올가미 속으로 넣는 데 성공한 피터는 온 힘을 다해 밧줄을 잡아당겼어요. 덫에 걸린 걸 알게 된 늑대는 도망가기 위해 거칠게 뛰었어요. 하지만, 피터가 밧줄 반대쪽 끝을 나무에 묶었기 때문에 늑대가 뛰면 뛸수록 올가미는 더 강하게 조여들 뿐이었어요. 

PART 2_ //youtu.be/LnpSTTKPv-E 카타르 필하모닉


3_그때, 숲에서 사냥꾼들(타악기)이 나왔어요. 그들은 늑대의 흔적을 보고 총을 마구 쏘았어요. 피터는 나무위에서 사냥꾼들을 향해 소리쳤어요. «쏘지 마세요! 작은 새와 제가 늑대를 벌써 잡았어요. 우리가 늑대를 동물원으로 데려갈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자, 이제 승리의 행진을 상상해 보세요. 피터가 앞장서고, 그 뒤로 사냥꾼들이 늑대를 끌고, 마지막엔 할아버지와 고양이가 행진해요. 할아버지는 고개를 흔들며 불평했어요. «만약 피터가 늑대를 잡지 못했으면, 어떻게 되었을고?» 행진하는 사람들 위에서 새가 짹짹 노래했어요. «피터와 나는 정말 용감해. 우리가 무엇을 잡았는지 보세요!» 

잘 들어 보면, 늑대의 배 속에서 꽥꽥거리는 오리 소리가 아직도 들려요. 마음이 급했던 늑대가 오리가 살아 있는 채로 삼켰기 때문이지요! 

PART 3_ https://youtu.be/xaxI_JK7C54 카타르 필하모닉



III.    음악으로 읽는 이야기

어때, 이야기가 재밌었니? 음악으로 다시 들을 때는, 각 등장인물이 어떤 감정으로 연주되는지 잘 들어봐. 예를 들어, 즐겁게 노래하는 새와 놀라서 도망가는 새, 늑대를 공격하는 새소리가 어떻게 다른지, 오리가 연못에서 헤엄칠 때, 새와 말다툼을 할 때, 고양이에게 화낼 때, 늑대에게 놀라 도망칠 때, 그리고 제일 마지막에 멀리 늑대 배 속에서 들리는 오리의 노래가 얼마나 슬픈지도 잘 들어 봐. 고양이가 몰래 새에게 다가올 때, 새를 공격할 때, 늑대에게 쫓길 때는 어떻게 다르게 연주되는지도 유심히 들어 봐. 음악은 우리 마음을 아주 자세히 표현할 수 있거든.

그림과 함께 보고 싶다면 바이올리니스트인 이차크 펄만이 해설을 맡고, 주빈 메타가 지휘하는 이스라엘 필하모닉의 연주, 조르그 뮐러의 그림이 함께 하는 영상을 보렴. 

//youtu.be/9ueGfjBKbiE 

만약, 어떻게 악기를 연주하는지 알고 싶다면 이 영상을 봐. 관현악 단원들이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을 자세히 보여주거든.

 //youtu.be/VqieIMGWHEg?t=119 (미국 Lubbock 관현악단, 2021)

네가 원하는 모습의 등장인물을 마음껏 상상할 수 있으니 음악만 듣는 것도 좋아. 해설을 맛나게 하는 사람이 들려주는 이야기라면 더욱 재밌겠지? 멋진 연주와 딱 맞는 해설을 듣고 싶다면, «스타 트렉»에 나왔던 영국 배우, 패트릭 스튜어트와 프랑스 리옹 관현악단이 연주한 음반을 들어봐.



//www.youtube.com/watch?v=-v4P6NyluFw (프랑스 리옹 오페라, Erato 1994) 

영국의 대중음악가, 데이비드 보위의 해설과 미국 필라델피아 필하모닉의 연주도 있어. 




//youtu.be/9vr4JRbz8Yg (소니 클래식 2013/RCA 1978) 

한국어 해설이 듣고 싶다면 소프라노 조수미 선생님이 해설한 연주를 들어 보렴. (리옹 관현악단, 워너 클래식/Erato 2015)


어느 악기가 가장 재밌었는지, 제일 좋아했던 장면은 어딘지, 누구의 해설이 가장 흥미로웠는지 이모에게 알려 줘. 가장 지루했던 부분은 어디였는지도 이야기해 주면 좋고. 클래식 음악과 조금 친해진 음악 여행이었기를 바라.

어떤 이들은 프로코피예프의 «피터와 늑대»가 소비에트 연방의 선전용 음악으로 사용되었다고 말합니다. 피터는 용감하고 지혜로운 혁명가, 위험에 맞서지 않고 도망가는 오리는 부르주아 자본가, 소리만 크고 별 쓸모없는 사냥꾼은 정치가를 암시한다고요. 작곡가가 정말 그런 의도로 작곡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음악을 다 듣고 나면 이런 비유가 무슨 의미가 있나 싶습니다. 음악으로 연주된 각 인물의 독특한 성격은 어느 것 하나 버릴 것 없이 잘 어울리고, 아름답고 치밀하게 엮여 있기 때문이지요. 새와 오리의 사소한 말다툼, 악당으로 등장한 늑대가 가진 웅장함과 음침함, 쓸데없이 쏘아 대는 사냥꾼의 총소리조차 적재적소에서 빛을 발하며 음악 세계를 완성합니다. 제일 마지막, 늑대 배 속에서 멀어져가는 오리의 구슬픈 노래마저 생의 마지막을 깊게 성찰하게 만드는 멋진 음악 동화로 아이와 함께 어른의 상상력을 깨우는 즐거운 감상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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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송은혜

음악 선생. 한국, 미국, 프랑스에서 피아노, 오르간, 하프시코드, 반주, 음악학을 공부한 후 프랑스의 렌느 2대학, 렌느 시립 음악원에 재직 중이다. 음악 에세이 『음악의 언어』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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