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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 컴바인드가 만든 거대한 소리의 타임라인
마인드 컴바인드(Mind Combined) <CIRCLE>
15년 역사가 축적된 음악에 대한 신념과 서로를 향한 믿음은 11년 전 원의 중점에 함께 섰던 그들의 곡선과는 차이가 있지만 다시 한번 원을 그리며 사람들의 손을 맞잡는다. (2021.04.28)
대중에게 익숙하진 않지만 피제이와 진보는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데 주저하지 않았고 덕분에 현재는 많은 뮤지션들의 러브콜을 받으며 '뮤지션의 뮤지션'이란 칭호를 얻고 있다. 11년 전 첫 번째 앨범 <The Combination>으로 합을 맞춘 이들은 농익은 음악성으로 하고픈 걸 맘껏 펼쳐 보이면서 수준도 높은 앨범의 사례를 제시한다.
피제이가 창조하는 비트는 이미 궤도에 올라 있을 정도로 하나하나 균등하게 맛깔나다. 한 마디에 킥이 두 번 나오며 독특한 리듬을 형성하는 투스텝은 2000년대 초반에 크레이그 데이비드나 베이얼에 의해 유행한 스타일. 'Waterfalls'는 투스텝 리듬으로 생경한 매력을 형성하고 트럼펫과 신스 베이스, 하우스와 힙합 리듬같이 다른 성질의 요소들을 유기적으로 엮은 두 주인공의 장기는 조화롭다.
퍼지 톤의 신시사이저 음색이 잔향을 남기는 네오 소울 곡 'Show me'는 변화가 많지 않은 비교적 선형적인 구조 안에서 감각적인 보컬과 대중적인 코드 진행으로 지루함을 상쇄한다. 드럼 앤 베이스가 연상되는 도입부의 'Swiss gold'는 힙합과 재즈가 결합해 1940년대의 스윙 시대부터 21세기 현재까지 시간 여행하는 진귀한 경험을 제공한다. 힙합과 알앤비, 소울 등 흑인 음악의 우산 아래 다양한 스타일을 체득한 진보의 기량을 만끽할 수 있다.
사운드뿐만 아니라 노랫말에도 취향이 확고하다. 'Singularity'는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의 저서 『특이점이 온다』에서 따온 'Singularity is coming'을 주문 외듯 반복하고 삶의 다채로움과 행복을 담은 'Multiverse'의 라이브 결을 살린 드럼 연주와 기타 리프, 오토튠 조합은 과거와 현재의 이분법을 무색하게 한다는 점에서 다중우주론과 닮았다. 앨범 전체의 소리를 경유하는 과거와 현재 혹은 미래의 조우는 어린 시절의 영향과 현재의 관심사, 미래의 예견을 끌어모아 하나의 거대한 타임라인을 생성한다.
15년 역사가 축적된 음악에 대한 신념과 서로를 향한 믿음은 11년 전 원의 중점에 함께 섰던 그들의 곡선과는 차이가 있지만 다시 한번 원을 그리며 사람들의 손을 맞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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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레이 커즈와일> 저/<김명남>,<장시형> 역/<진대제> 감수31,500원(10% + 5%)
출간 직후 미국에서 거대한 논쟁의 씨앗이 된 이 책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미래 유토피아를 그리고 있다. 노화와 질병의 과정이 역전되고 환영오염이 제거되고 전지구적 기아나 가난도 해소된다. 혈관을 흐르는 의학용 나노 로봇, 완전몰입형 가상현실에서 이루어지는 일상 생활, 뇌의 정보를 모조리 컴퓨터로 옮겨 영생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