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24 소설/시 MD 박형욱 추천] 책을 선물하세요
『천 개의 아침』 『더 셜리 클럽』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저에게 12월은 어떤 책을 선물할까 고민하는 달입니다. 상대에게 꼭 맞는 책을 찾는 설렘을, 건네는 즐거움을 느껴보세요! (2020.12.14)
연말이 되면 자연스레 가까운 사람들을 떠올립니다. 그들에게 소홀했던 일 년을 반성하며 진심을 담은 안부 인사를 전하기도 하고요 언제가 될지 모를 만남을 다시 한번 기약하기도 하지요. 저에게 12월은 어떤 책을 선물할까 고민하는 달입니다. 책을 선물하는 일은 한편으로는 많이 조심스럽지만 또 한편으로는 다른 어떤 것보다 기쁨과 기대가 큰 일이에요. 상대에게 꼭 맞는 책을 찾는 설렘을, 건네는 즐거움을 느껴보세요!
『천 개의 아침』 (메리 올리버 저 | 마음산책)
이 책을 선물하겠습니다. 지나온 시간에 회의를 느끼는 사람에게요. 무엇 하나 뜻대로 되는 일은 없구나, 뜻을 세우기를 포기한 이에게요. 더 나은 내일을 믿지 못하는 친구에게요. 나에게요. 『천 개의 아침』은 퓰리처상 수상 시인 메리 올리버의 책으로, 국내에서는 처음 번역해 소개하는 그의 시집입니다. 메리 올리버는 시를 통해 자연에 대한 사랑, 삶과 죽음, 감사와 위안을 노래합니다. 천진하다 하리만치 투명한 그의 시 세계에서는 무엇도 빛을 잃지 않습니다. 슬픔과 고통, 죽음까지도요. 아름다운 것을 온전히 아름답게 바라보는 시인에게 질투가 납니다. 그래서 닮아보려 합니다. 함께 닮아보자고 이 책을 건네려 합니다. 책에 실린 서른여섯 편의 시가 우리를 더 나은 세상으로 이끕니다.
그러니 오늘, 그리고 모든 서늘한 날들에
우리 쾌활하게 살아가야지,
비록 해가 동쪽으로 돌고,
연못들이 검고 차갑게 변하고,
한 해의 즐거움들이 운명을 다한다 하여도.
_『천 개의 아침』, 「어둠이 짙어져가는 날들에 쓴 시」 중에서
『더 셜리 클럽』 (박서련 저 | 민음사)
사랑의 기분을 선물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추천합니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분홍의 맛이 톡톡 튀다가 쌉쌀해지기도 하지만 끝내 다시 우리를 웃음 짓게 합니다. 『더 셜리 클럽』은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난 한국인 설희의 이야기입니다. 그는 그곳에서 우연히 알게 된 ‘더 셜리 클럽’에 마음을 뺏기고, ‘설희’와 발음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지은 영어 이름 ‘셜리’는 그렇게 그의 인생에 커다란 전환점을 만듭니다. 셜리라는 이름을 쓰는 사람들과의 만남, 그로부터 시작되는 또 다른 인연들, 나이도 국적도 무엇도 뛰어넘는 우정과 연대, 사랑. 두근거릴 준비가 되셨다면, 지금 셜리를 만나보세요!
우리는 우리가 사랑하고 우리를 사랑해주는 사람들 안에서 우리가 된다.
_『더 셜리 클럽』 중에서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안희연 저 | 창비)
힘든 길을 걷고 있는 친구에게는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을 전하겠습니다.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은 안희연 시인의 세 번째 시집입니다. 시인은 ‘여름 언덕으로 독자들을 초대하고 싶었다.’고 말합니다. 고립된 절벽이 아니라 흐르는 언덕으로요. 길 위에 선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무게를 이고 걷고 있지만, 뜨거운 땀이 흐르고 숨은 거칠어져도 그 뒤에는 분명 반가운 바람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그의 시를 읽으면 믿게 됩니다. 힘겹게 오르는 언덕길에서 기꺼이 손을 맞잡을 친구가 될, 무거운 걸음 쉬어갈 그늘이 될 책입니다.
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어떤 시간은 반으로 접힌다
펼쳐보면 다른 풍경이 되어 있다
_『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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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고르고 사고 팝니다. 아직은 ‘역시’ 보다는 ‘정말?’을 많이 듣고 싶은데 이번 생에는 글렀습니다. 그것대로의 좋은 점을 찾으며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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