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 놀이터

꾸밈없이 그대로 드러내는 무대, 이달의 소녀(LOONA) 올리비아 혜

당당한 젊은 여성들의 아이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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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귀찮게 만드는 것들을 눈앞에서 치워버리겠다는 듯 검지 손가락을 양옆으로 무심하게 흔드는 소녀의 모습은 그야말로 요즘 10대, 20대 여성들의 모습이다. (2020.11.19)

출처: 올리비아 혜 공식 SNS

걸그룹 이달의 소녀의 멤버 올리비아 혜는 멤버들 중 가장 긴 이름을 가졌다. 한 번 들으면 잘 잊히지 않는 독특한 이 이름은 길이와 영어 단어를 헷갈리는 팬들 덕분에 여러 가지 별명을 낳았고, 멤버 중 가장 마지막으로 공개된 멤버라는 특이점과 함께 팬들의 관심을 얻는 데에 큰 몫을 했다. 혜주라는 본명이나 혜라는 짧은 단어로도 자주 불리는 이 소녀는 그렇게 열두 명의 이달의 소녀 멤버들 중 한 명으로 남아, 열두 개의 매력적인 퍼즐을 완성하는 마무리 피스가 되었다.

우아한 이름을 지닌 다인원 그룹의 한 조각. 올리비아 혜의 역할은 언뜻 보기에 여기까지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말이 별로 없는 데다 무표정으로 있으면 차가운 느낌을 풍기기까지 하는 이 소녀는 이달의 소녀 yyxy의 발랄했던 데뷔를 지나 “왜 안 돼?”라고 묻는 ‘Why Not?’이라는 도전적인 메시지를 담은 무대 위에서 자신의 장점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Why Not?’에서 검은색 긴 머리를 카리스마 있게 휘날리거나 헝클어진 한 올의 머리카락도 없이 깔끔하게 빗어 묶은 머리로 당차게 동선을 옮겨 다닐 때, 그는 특별히 웃지 않으면서 “왜 안 되는데?”라고 묻는 곡의 핵심 메시지를 매우 간결하게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이달의 소녀 앨범 <MIDNIGHT>의 티저 사진 

춤을 잘 추는 멤버임에도 불구하고 본인만이 지닌 그루브를 과장하는 대신에 곡의 퍼포먼스가 담고 있는 메시지를 깔끔하게 정돈된 동작으로 보여주는 올리비아 혜의 모습은 센터 자리로 나올 때마다 눈에 띄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다. 특별히 튀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꾸미지도 않으면서 춤을 추는 이 멤버가 평소에 애교 부리기를 어색해하고 멤버들에게 툭툭 장난을 거는 솔직한 성격이라는 점은 쉽게 알아챌 수 있을 정도다. 힘이 필요한 후크 부분의 안무 동작에서도 오버스럽지 않게 안무를 보여주면서 자신이 맡은 랩 파트에서 “다 똑같지”라며 카메라를 향해 산뜻한 한 마디를 건넬 때 살짝 웃는 그는 실제로 묻는 것처럼 보인다. ‘Why Not? 내가 이 정도로 춤을 춰야만 이 노래가 매력적이지 않아?’

골반을 쓰지 않거나 자칫하면 곡과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는 과도한 신체 웨이브가 전혀 없는 퍼포먼스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 노래는 올리비아 혜와 같은 멤버들의 노력에 의해 담백한 메시지 그 자체를 전달할 수 있게 된다. “Don’t kill my vibe / that’s no no.” 그중에서도 혜주이자 올리비아 혜인 소녀의 랩 파트는 마치 이달의 소녀가 가고자 하는 길에 훼방을 놓지 말라는 듯이 당당하다. 나를 귀찮게 만드는 것들에 대한 거부감, 나아가 귀찮은 것들은 눈앞에서 치워버리겠다는 듯 검지 손가락을 양옆으로 무심하게 흔드는 소녀의 모습은 그야말로 요즘 10대, 20대 여성들의 모습이다. 2001년생 손혜주와 올리비아 혜를 보면서 눈길이 간다면, 남들 앞에서 애써 꾸며지지 않아도 당당한 내 모습에 자신감이 생긴 나를 칭찬해주어야 할 때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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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박희아

전 웹진 IZE 취재팀장. 대중문화 및 대중음악 전문 저널리스트로, 각종 매거진, 네이버 VIBE, NOW 등에서 글을 쓰고 있다. KBS, TBS 등에서 한국의 음악, 드라마, 예능에 관해 설명하는 일을 했고, 아이돌 전문 기자로서 <아이돌 메이커(IDOL MAKER)>(미디어샘, 2017), <아이돌의 작업실(IDOL'S STUDIO)>(위즈덤하우스, 2018), <내 얼굴을 만져도 괜찮은 너에게 - 방용국 포토 에세이>(위즈덤하우스, 2019), <우리의 무대는 계속될 거야>(우주북스, 2020) 등을 출간했다. 사람을 좋아한다.

  • <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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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달의 소녀>, <하슬>, <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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