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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의 탄생] 왜 하필 이 제목이죠? (2)

<월간 채널예스> 2020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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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제목이 왜 나왔을까요? 편집자 5인에게 물었습니다. (2020.09.08)

언스플래쉬

『근육이 튼튼한 여자가 되고 싶어』

이정연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계약 미팅을 하고 며칠 뒤 출간도 안 된 책표지가 꿈에 나왔다. 그런데 그날 작가님도 내 꿈을 꿨다는 게 아닌가. 우연의 날로부터 7년이 지나(그동안 두 사람이 게을렀나 하면 완전 반대라고 말하고 싶다) 서로의 성장을 지켜봐온 작가와 편집자는, 길고 긴 이야기를 나누다가 처음 계약한 책의 주제를 바꾸기로 의기투합했다. 여자의 ‘몸’과 ‘근육’에 관하여. 후에 책에도 담길 그간의 성장과도 밀접한 주제였다. 기획을 다듬으려고 시장조사를 하다가 문득 꿈에 나온 표지와 똑같다고 느낀 책을 발견했다! 그 제목에 비추어 콘셉트를 정했고, 그렇게 탄생한 이름은 부를수록 입에 붙고 딱 맞아서 최종 제목까지 오게 되었다는 사연. 최연진(웅진지식하우스) 



『아무도 죽지 않는 세상』

이브 헤롤드 저/강병철 역 | 꿈꿀자유



물론 뻥이었지만 150살까지 살겠다고 떠들고 다니면서 삶이 바뀌었다. 긴 안목으로 인생을 보니,진정 중요한 것이 눈에 들어왔고, 그걸 뒷심으로 의사란 직업을 버리고 번역가로, 출판인으로 변신했다. 한편 환경과 인구증가와 불평등의 문제를 알수록 오래 산다는 것이 간단한 문제가 아님을 깨달았다. 독자의 눈길을 붙잡으면서 듣기만 해도 생각에 빠지게 하는 제목을 고민하지 않는 편집자가 어디 있으랴. 인간강화와 수명연장을 다룬 이 책을 옮기며 계속 “트랜스휴머니즘”이란 말을 만지작거리다 또 한번 뻥을 치기로 했다. 멀리 내다볼 안목을 열어준다면 뻥인들 무슨 상관이랴! 강병철(꿈꿀자유)


『일꾼의 말』

강지연, 이지현 지음 | 시공사 


끝에 e를 붙여야 우리가 사랑하는 빨강머리 앤이 완성되듯, 이 책의 제목 역시 ‘사장의 말 됐고’가 수식어로 치고 나와줘야 완성됩니다. (여기에 가로 취소선을 쫙 쳐야 맛이 더 살고요!) 뛰어난 경영자 한 명이 회사를 살린다는 말을 그다지 신뢰하지 않습니다. 일이 되게 만드는 건 결국 실무자, 일꾼들이니까요. 일깨나 한다는 ‘꾼’들 40인의 업무 태도, 관계, 기술을 담은 비즈니스 에세이 『일꾼의 말』이었습니다. 엄초롱(시공사)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어서』

이길보라 지음 | 문학동네 



맨 처음 원고를 읽을 때 내 마음에 깊이 박힌 구절이 “괜찮아, 경험”이었다. 어릴 적부터 이길보라 감독의 부모님이 딸에게 해주었던 말이라고 했다.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여행을 떠난다고 했을 때도, 임플란트를 하고 턱이 잔뜩 부은 사진을 보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괜찮아, 경험." 귀가 들리지 않기에 직접 몸으로 부딪치며 세상과 마주해야 했던 농인 부모의 철학이 담긴 말이었다. 하지만 내용을 모른 채로는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독자들은 알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당찬 여성 청년의 도전과 실험 정신이 드러난 제목이 없을까 고민하던 중 떠오른 제목이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어서'였다. 네덜란드 유학을 망설이는 딸에게 "가봐야 알 수 있으니까 무조건 가라"고 한 어머니의 말에서 힌트를 얻었다. 제목이 탄생하는 데 큰 도움을 주신 감독님의 어머니 아버지께 꾸벅 절이라도 하고 싶다. 황은주(문학동네)


『나의 사적인 예술가들』

윤혜정 지음 | 을유문화사



가제는 “나의 세계를 채우고 싶은 말들”이었는데, 원고를 처음 읽었을 때 마음이 그랬다. 나의 생각을 흔들고 삶을 환기하는 예술가 19인의 말들이 모두 내 안에 있었으면 하는 욕심. 에세이 느낌의 가제가 좋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채우고 싶은”에서 짧은 쉼을 주는 게 걸렸다. 그때 저자가 “나의 예술가들”을 제안했다. 간결해서 좋았다. 이들은 모두 현시대에 인정받는 거장이면서 저자에게 특별한 예술가들이니까. 제목이 정해졌다 싶었는데, 뭔가 심심했다. 거장이고, 저자에게 유의미하면 족한가? “사적인”이란 단어를 추가해 예술에서 개인이 느끼는 각자의 울림과 떨림이 중요함을 짚고 싶었다. 그것이 독자에게 영감을 선사할 테고, 예술가의 존재 이유일 테니까. 제목도 심심치 않고 말이다. 정미진(을유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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