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터 PICK 7] 자신 있게 권하는 신간 (6)
<월간 채널예스> 2020년 6월호
말로만 영업하지 않습니다. 글로도 영업합니다. 출판 마케터 7인이 꼽은 독자들에게 자신 있게 권하는 신간. (2020. 06. 09)
우치다 햣켄 지음 | 봄날의책
처음 이 책을 소개받았을 때 ‘고양이’ 이야기라고 해서, 무슨 이유를 대서든 ‘절대 안 해야겠다’ 마음먹었다. 페이스북에서든 어디서든, 귀여운 고양이 사진이 차고 넘쳐서 고양이라면 그냥, 무조건 싫었다. 근데 역자가 보내준 검토서를 보고 그 마음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떠나보낸 고양이를 하냥 그리워하는 예순 넘은 노작가의 마음이 단숨에 와닿았다. 아름답고 먹먹하고, 어쩌면 찌질하기까지 한 시시콜콜한 기록들이 마냥 좋았다. 노작가 부부, 노라와 쿠루, 두 고양이가 내 안에 머물고 떠나지 않았다. 제대로 된 ‘고양이 문학’이라고 부르고 싶은 책!
타깃 독자
고양이를 좋아하는 독자들. 특히 고양이를 떠나보낸 경험이 있는 독자들
김혜진 지음 | 현대문학
초등학교 3학년인가? 그 당시 나는 서울 송파구 문정동에 살았다. 몇 년 살지 않고 이사를 가게 되었지만 지금도 우연히 그 동네 근처에 가게 되면 어린 시절 느꼈던 특유의 냄새를 맡게 된다. 이른바 '동네 냄새'. 김혜진 『불과 나의 자서전』을 읽으며 나만의 '동네 냄새'가 다시 생각났다.
공동체 경계가 뚜렷한 남일동과 중앙동이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한국 사회의 중핵이라 불리는 재개발을 소재로 다룬 소설이지만 나에게는 나만의 '동네 냄새'를 떠올리게 해준 작품이다. 나만 이런 게 있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 것도 조금 신기했고, '소설 읽는 즐거움은 이런 거지'라고 속으로 되뇌게 한 소설이다. 나의 그때 그 시절이 그립다면, 다 같이 읽어봤음 좋겠다.
타깃 독자
한국소설을 좋아하는 30, 40대 독자
오은 지음 | 난다
다독하는 다정한 시인 오은이 2014년부터 2020년까지 여러 매체에 기고한 글들이다. '삶에 물꼬를 터주는 작은 것들'의 귀함을 아는 시인 오은. '예쁜 거랑 아름다운 거랑 뭐가 다르냐'는 아이의 질문이 그저 '비슷한 거'라는 어른의 대답 한번에 사라져버릴 수 있음을 아는 시인은 특유의 성실함으로 일상에서 마주친 귀한 순간들을 우리 앞에 부려놓는다. 그가 기록한 풍경 속에선 작디작은 세잎클로버에 맺힌 물방울도 타인과 나눌 수 있는 행운으로 변하고 '실패'라는 단어의 무거움은 "다시 한 판 하라는 거예요"라는 야무진 아이의 목소리로 경쾌하게 반전된다. 누군가의 괜찮아, 괜찮아, 라는 말이 필요한 순간이 삶에 찾아올 때 조용히 이 책을 펼쳐보시길. 어느새 저도 모르게 입안에서 사랑한다, 라는 말을 궁글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타깃 독자
사랑하는 존재와의 이별을 준비하고 있는 이들, 오늘 누군가의 괜찮다는 말이 간절하게 필요한 사람.
최숙희 지음 | 책읽는곰
아이가 세상에 나가 마주하게 될 일들에 대한 엄마의 걱정과 염려, 당부와 기원을 아름답게 녹여 낸 그림책이다. 일기장을 보듯, 아이의 성장을 지켜보면서 엄마들이 차마 입 밖으로 내어놓지 못한 마음의 말들이 진솔하게 담겨 있다. 엄마 독자들이 양육을 통해 스쳐간 시간과 감정을 돌이켜 보며 아이에게 읽어준다면 좋겠다. ‘네 삶의 모든 여정에 엄마가 늘 마음으로 함께할 거야!’ 책을 읽고 나면, 아이의 마음 한 켠에 다정하고 든든한 이 말 한 마디가 남을 것이다. 엄마와 아이 모두 행복해지는 순간이 아닐까!
타깃 독자
아이의 앞날에 격려와 응원의 말을 전하고 싶은 엄마 독자
루이-훼르디낭 쎌린느 지음, 이형식 옮김) | 최측의농간
고통과 절망 속에서 삶이라는 밤의 시간을 헤매는 인간의 비참한 모습을 날것의 언어로 그려낸 독특한 소설. 주인공들의 도착적이고 분열증적이며 광증이 폭발하는 듯한 모습은 현대/우리 시대의 가치 패러다임 전체가 어떤 광기에 기반해 있음을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는 듯 읽힌다. 집 안에서 많은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는 요즘, 답답한 일상은 잠시 잊으라는 삿된 위안이 아닌 그 답답함의 근원으로 여행을 떠나보라 권하는 뜨거운 문학 작품이다.
타깃 독자
현대의 고전(세계문학)에 관심을 지닌 독자
김숨 지음 | 은행나무
역사 속에서 잊혀지면 안 되는 일들이 있다. 그에 앞서 수면 위로 드러나지 조차 못한 일들은 더 많다. '고려인강제이주' 사건을 들어본 이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해당 사건은 1937년 스탈린의 명령으로 고려인 17만명이 강제 이주 당한 사건으로 그 과정에서 올라탄 화물열차 안에서 550여명이라는 사망자를 발생시켰다. 열차 속 소리와 냄새, 흔들림까지 생생히 재현하고 싶었다는 저자의 의도대로 읽어내려 갈수록 열차칸에 갇힌 듯 고스란히 전해지는 고통이 살갗을 돋게 한다. 저자 김숨의 문체가 가진 힘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충격적인 사건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살기 위해 발버둥쳤다. 이 작품을 통해 어디에서도 온전히 정착하지 못하고 헤맬 수 밖에 없었던 이들의 묻혀있던 아픔을 헤아려보는 계기가 될 수 있길 바란다.
타깃 독자
소외된 사람들과 일들에 시선이 가는 독자
에드워드 불모어 지음 | 심심
당신의 마음은 나약한가? 당신의 기분, 감정, 상태가 도저히 극복할 수 없는, 스스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 생각해 본 적 있는가. 우울증 인구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이들이 꽤 효과가 있다던 항우울제의 배신을 경험한다. 우울증의 원인을 '염증'으로 지목한 저자 에드워드 불모어의 새로운 접근 방식은 몸속 염증이 뇌가 작동하는 방식을 변화시키고 기분과 인지, 행동의 변화를 불러온다는 사실을 최신 과학인 신경면역학과 면역정신의학을 기반으로 밝혀낸다. 당신의 마음은 나약하지 않다. "염증이 우울증의 원인이 된다." (심심 정재연)
타깃 독자
마음의 문제를 과학적으로 살펴보고 싶어하는 30,40대 인문서 독자
관련태그: 당신이 나의 고양이를 만났기를, 불과 나의 자서전, 다독임, 길 떠나는 너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