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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티 127(NCT 127), 팀 컬러의 채도를 높이다
<NCT #127 Neo Zone>
교집합으로 난무했던 영역에 ‘NCT’라는 팻말을 세운 것과 마찬가지. (2020. 04.29)
이제껏 NCT의 ‘Neo’는 (물론 SMP라는 기획 내에서) 종잡을 수 없고 어려운 사운드였다. 그곳에서 발생한 낯섦은 대중에게 난해하게 다가왔으며 항상 이들이 신인처럼 느껴지는 이유였다. 타이틀 「영웅 (英雄 : Kick It)」은 이러한 트라우마를 뒤집는다. 과거 SMP의 전형을 따르면서 대중과의 거리감은 좁힌 안정적인 선택을 택했는데, 오히려 팀 컬러의 채도가 높아졌다. 앨범 제목인 Neo Zone이 어느 정도 구축된 셈이다.
「영웅 (英雄 : Kick It)」의 역점은 강약 조절에 있다. 인트로의 로킹한 기타 굉음과 둔탁하게 깔린 터치 이후 물 흐르듯 이어지는 해찬의 보컬이 확 잡아끌고, 조금도 처지는 틈을 주지 않는 래핑 수준도 한걸음 올라섰다. 자연스러운 가창의 운용도 인상적이다. 미드 템포의 「Day dream」은 섬세한 멜로디 아래 팔세토 창법이 몽환적인 분위기를 고조시키는데, 팀 고유의 맑은 합창이 만족스럽다.
그러나 완성도 높은 곡과 그렇지 않은 곡의 간극이 꽤 크다. 단선적인 편곡의 「꿈」과 「낮잠」에서는 멤버들의 개성이 좀처럼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고, 힙합 노선이 뚜렷한 「Mad dog」, 「Sit down!」은 공격적인 일렉트로닉 사운드에 비해 무미건조한 가사가 노래의 감흥을 해친다. 수록곡 간의 심한 편차는 타이틀을 더 역동적으로 보이게 하는 의도치 않은 반작용을 낳긴 했으나, 올려놓은 기대감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다.
후반부는 극적인 요소를 살짝 덜어낸 트랙이 돋보인다. 청량한 신시사이저의 「메아리」와 서지음의 가사로 그림을 그려내는 「우산」 모두 산뜻하게 분위기를 끌어올린다. 킬링 포인트 없이도 멜로디는 또렷하게 남아있고 멤버들의 음색이 이를 타고 매끄럽게 흘러간다. 큰 스케일보다 쉽게 풀어가는 노래에서 짙은 인상을 주는 SM의 특징을 그대로 가져간다.
빌보드 앨범 차트 5위를 기록한 쾌거와 별개로 국내 입지를 넓히면서 어쩔 수 없이 떠올랐던 자사 아티스트들의 그림자에서 벗어나는 과정을 보인다. 교집합으로 난무했던 영역에 ‘NCT’라는 팻말을 세운 것과 마찬가지. 물론 흔들리지 않도록 단단히 고정시킬 것이 필요하다. 대중과 거리 조절의 성공이 단순 우연이 아니었음을 증명할 ‘new thangs’의 발견이 향후 이들의 과제다.
엔시티 127 (NCT 127) 정규 2집 - NCT #127 Neo Zone
NCT 127 노래 | 드림어스컴퍼니 / SM Entertainment
타이틀 곡 ‘영웅 (英雄; Kick It)’을 비롯한 다채로운 장르의 총 13곡이 수록되어 있어, NCT 127의 특색 있는 음악 색깔을 만나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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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