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 워터스> 공생하는 세상의 변화를 촉구하다

마크 러팔로, <기생충>에 어울리는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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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걱정 없이, 생활비 고민 없이 살고 싶었는데 그것을 꿈꾼 이유로 가족의 비극을 감수해야 하는 기택 역에 마크 러팔로는 적역이다. (2020.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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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다크 워터스>의 한 장면

 

 

마크 러팔로는 <기생충>의 HBO TV 시리즈 버전의 기택 역 캐스팅 여부로 한국 영화 팬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적역이라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은데 마크 러팔로가 연기한 캐릭터의 어떤 부분이 기택과 닮았기 때문일 터다. 마크 러팔로가 연기한 캐릭터를 살펴보면 그 유사성 여부를 어느 정도 판단할 수 있을 듯하다. 마침 마크 러팔로가 출연하는 영화가 국내에 당도했다. <다크 워터스> 다.

 

마크 러팔로는 이 영화에서 대형 로펌의 변호사 롭 빌럿으로 출연한다. 젖소가 죽어간다며 어느 목장주가 롭 빌럿을 찾아온다. 농장주의 말로는 화학기업 듀폰의 공장에서 폐기물질을 유출하는데 그것이 시냇물로 흘러가 젖소가 마시고 문제가 생겼다는 거다. 친할머니의 소개로 왔다는데 롭 빌럿은 외면할 수 없어 목장이 있는 마을을 둘러보고는 충격에 빠진다. 젖소는 떼죽음을 당하고 사람들은 암에 걸렸으며 임산부는 기형아를 출산했다.

 

사회 비리에 맞서는 캐릭터는 마크 러팔로에게 익숙하다. <다크 워터스> 전에도 <스포트라이트>(2015)에서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 사건을 취재하는 탐사 기자를, <조디악>(2007)에서는 희대의 연쇄살인마를 쫓는 강력계 형사를 연기했다. 슈퍼히어로 역할이기는 해도 <어벤져스> 시리즈의 브루스 배너/헐크 또한 사회를, 지구를, 전 세계를 혼란에 빠뜨리는 빌런에 맞선다는 점에서 이 범주에 넣을 수 있다.

 

이들 캐릭터를 포함해 마크 러팔로의 연기에는 입체감을 불어넣는 배우의 정체성이 볼드체로 두드러진다. <다크 워터스> 에서 롭 빌럿에게 보이는 특징적인 이미지는 얼굴 한쪽에 드리운 어둠이다. 특히 앉은 자리에서 고개를 한쪽으로 돌릴 때 두드러지는 롭 빌럿의 고민은 듀폰이라는 미국의 거대 화학 기업에 맞서는 변호사로서의 사명감과 그로 인해 자신의 모든 걸 걸어야 하는 개인으로서의 희생 사이에 생기는 괴리다. 


독성물질의 폐해를 알면서도 이를 무시하고 이익을 극대화하는 듀폰의 비리를 알린다는 건 거대 기업을 비호하는 정부 관리와 언론과도 맞서야 하는 것으로 시간의 싸움이 될 수밖에 없다. 사건 의뢰를 받은 1998년부터 듀폰을 상대로 총 8천억 원의 배상금 판결을 받아낸 2017년까지 롭 빌럿이 바친 시간은 20년이 넘는다. 그동안 롭 빌럿은 가족과 소원해진 시간을 넘겼고 판결이 늦어져 이중고통을 받는 피해자의 비난을 감수하는 등 고민이 컸다.

 

증거를 찾겠다며 정신없이 발로 뛰던 중반과 다르게 이후에는 사무실 책상에 앉은 시간이 많다. 판결의 결과를 기다리며 등 뒤의 노크 소리가 기쁜 소식은 아닐까 돌아보는 롭 빌럿의 얼굴에 서린 복잡한 감정은 마크 러팔로 연기의 정수다. 브루스 배너는 자신이 컨트롤 할 수 없는 헐크의 분노한 감정으로 세상에 나오기를 꺼렸고, <비긴 어게인>(2013)의 음반 프로듀서 댄은 음악 외적인 것에 신경 쓰는 음반사의 행태에 분노해 술로 나날을 보냈다.

 

그 외에, 세상 모든 사람이 시각을 잃은 통제 불능의 상황에서도 인간다움을 잃지 않으려는 <눈 먼 자들의 도시>(2008)의 안과 의사 등 마크 러팔로의 대표적인 캐릭터들은 올바른 사회를 향한 신념과 그로 인해 파생되는 고민이 강박과 불안이라는 뫼비우스의 띠로 연결된 경우가 많았다. 이와 같은 캐릭터의 정체성은 마크 러팔로 개인의 신념이 바탕이 된 것이기도 한데 그는 배우이면서 환경운동가로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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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다크 워터스> 포스터

 

 

마크 러팔로는 듀폰의 독성 폐기 물질 유출 사건을 다룬 뉴욕타임스의 탐사 보도 기사를 보고는 영화로 만들 결심을 했다. 프로듀서로 영화 제작 단계부터 참여한 마크 러팔로는 각본이 나오자 직접 토드 헤인즈 감독에게 보내 함께 작업하자고 제안해 <다크 워터스> 를 성사시켰다. “우리는 서로가 필요하다. 개인의 힘과 여기에 힘을 실어주는 공동체의 도움은 거대한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마크 러팔로에게 영화는 대중을 웃고, 울게 하는 유희와 감정의 매체이면서 세상의 변화를 촉구하는 공동체의 이념이기도 하다. <기생충> 또한, 잘 사는 자와 못 사는 자와 더 못 사는 자로 신분이 굳어진 신자유주의 시대에 기생이 아닌 공생, 즉 서로 도우며 함께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묻는 영화다. 밥걱정 없이, 생활비 고민 없이 살고 싶었는데 그것을 꿈꾼 이유로 가족의 비극을 감수해야 하는 기택 역에 마크 러팔로가 적역이 아닌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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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허남웅(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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