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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뮤(AKMU)만의 ‘대중성’
악뮤(AKMU) <항해>
전곡 단독 작사, 작곡은 물론 과거에 비해 자신의 보이스를 전면에 내세운 찬혁의 성장과 삶의 많은 감정을 짙은 목소리로 노래하는 수현의 발전은 음원 차트 올킬 이란 기록에 더 깊은 의미망을 녹여낸다. (2019. 10. 10)
멤버 찬혁의 입대로 2년 2개월 만에 발매된 정규 3집 는 어디에도 속박되지 않는다. 계절감의 고려 없이, 발라드가 열렬히 사랑 받고 있는 요즘의 차트를 의식한 듯 타이틀로 내세운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는 교묘히 대중 술책을 피한다. 쓸쓸하고 시리되 감정적으로 무너뜨리지 않는 이 섬세한 완급 조절은 보컬 능력의 강조만이 요즘 발라드의 대세라는 언젠가부터 오역된 공식을 멋지게 우회한다. 잔잔하고 먹먹한 울림을 전하는 악뮤식 이별 곡은 2012년 <K팝 스타 시즌2>를 통해 전파한 「다리 꼬지마」의 재기발랄한 포착, 「Give love」, 「200%」, 「Dinosaur」의 천진난만함을 지나 새로운 페르소나를 훌륭하게 건져냈다.
동심이 성숙으로 나아간 흔적은 사랑, 이별을 주제로 쓴 시선의 변화 너머에도 자리한다. 거리낌 없는 장르의 들여옴, 레퍼런스를 두지 않는 작법의 자유로움은 첫 정규 <Play>의 푸릇함과 상, 하로 나눠 발매한 소포모어 음반이 담은 자기 고백적 고민을 지렛대 삼아 한층 풍부하고 다채로운 음악적 항해를 이어간다. 7080 감성에도 무난히 받아들여질 첫 곡 「뱃노래」의 묵직함, 싱어롱 구간과 후크까지 완벽하게 어우러진 「물 만난 물고기」는 다름 아닌 컨트리를 사운드 주체로 뽑아낸다. 「더 사랑해줄걸」은 밴드 구성의 로커빌리 풍으로 시원하게 문을 열고, 핑거스타일 기타 연주와 휘파람, 클랩 비트를 절묘하게 뒤섞은 「고래」는 미니멀함과 중독성이 만난 좋은 예다.
그렇게 음반은 윗세대와 아랫세대 그리고 옆의 동년배까지 함께 아우르며 나아간다. 어쿠스틱 기타, 하모니카를 통해 복고 감성을 꺼내오는 「작별인사」가 ‘정든 찻잔도 색이 바랜 벽지도 흔적이 힘들어서 바꾸지 말아요’와 같은 따뜻한 언어로 장년의 마음을 어루만진다면 커팅된 기타로 긴장감을 쌓아 올려 찰랑찰랑한 악기의 부딪힘을 선사하는 「Freedom」은 콜드플레이의 7집 <A Head Full Of Dream>을 경유해 젊은 활력의 다채로움을 품었다. 일렉트릭 기타를 중심으로 외로움과 고독함을 설파는 인디 음악의 주요 동력 역시 곳곳에 움튼다. ‘자막 없이 밤하늘 보고, 번역 없는 바람 소릴 듣지’란 독창적 노랫말의 「달」, 마찬가지로 「밤 끝없는 밤」은 이 앨범이 얼마나 거침없이 장르를 배영하고 이를 경계 없이 표현하는지 보여주는 트랙이다.
즉 이 작품에는 속된 말로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히트 방정식이 없다. 뜨거운 눈물 한 방울 흘릴 사랑에 대한 절규도, 각 잡힌 군무와 번쩍이는 퍼포먼스가 건네는 빛나는 아우라도 부재한다. 이는 포크, 컨트리, 록을 지나, 복고, 인디, 팝을 거치며 만든 악뮤만의 ‘대중성’으로 대체된다. 자극적인 첫인상 대신 주체적인 발화로 영특하게 배합한 사운드의 뒤섞임은 악동뮤지션의 생기발랄함뿐만이 아닌 이제 뮤지션 ‘악뮤’로서의 그들을 주목하게 한다. 전곡 단독 작사, 작곡은 물론 과거에 비해 자신의 보이스를 전면에 내세운 찬혁의 성장과 삶의 많은 감정을 짙은 목소리로 노래하는 수현의 발전은 음원 차트 올킬 이란 기록에 더 깊은 의미망을 녹여낸다. 반응을 끌어올 주류의 공식 말고 ‘내 것’으로 반응을 만들었다. 악뮤의 스펙트럼을 넓힐 한 꼭짓점이 될 음반.
악동뮤지션 - 항해악동뮤지션 노래 | YGPLUS / YG엔터테인먼트
지난 앨범까지는 온전히 홀로서기를 할 수 없던 아이와 청소년이었다면, [항해] 앨범 속 ‘AKMU’는 나를 지켜주던 보금자리를 떠나 사회로 첫발을 내디딘 사회초년생의 모습에 가깝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