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 웃기는 것,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아무튼, 예능』 이정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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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등장하는 여성 예능인 박미선, 이영자, 김신영, 송은이, 이분들께 책을 드리고 싶다. (2019. 09.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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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시리즈 론칭 초기, 이정규 코난북스 대표는 일찍이 ‘복길’ 작가를 필자로 찍어 놓았다. 캡처한 방송 화면 아래 짤막한 글을 트위터로 올려, 이미 많은 팔로워를 보유했던 복길(@whereisgunny). 이정규 대표는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복길 작가의 방송 트윗을 보면서 “  『아무튼, 예능』  의 미래를 점쳤다. 책이 나오기까지는 2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는데, 저자 복길은 이렇게 밝힌다. “옥택연이 입대할 때부터 써서 제대하고 나서까지 썼다.” 웃기면서도 슬픈, 왠지 웃고 있으면서 눈물이 나는 대한민국 예능 탐구 에세이  『아무튼, 예능』  을 기획하고 편집한 이정규 대표를 서면으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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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에 적힌 카피(“많이 웃었지만, 그만큼 울고 싶었다”)를 읽고 무릎을 쳤다. 아, 너무 아팠다. 내 무릎!

 

하하! ‘아무튼 시리즈’는 공통적으로 제목 외에 ‘책 속 한 문장’을 카피처럼 표지에 넣는다. 말을 따로 찾기보다는 편집하면서 글을 여러 번 읽다 보면, 탁 걸리는 문장이 있다. 그걸 넣는다. 이 문장도 그랬다. 여러 의미로 웃기면서도 웃을 수만은 없는 장르에 대한 이야기로 잘 어울리겠다 싶었다. 또한 일종의 경고문처럼 표지에 넣고 싶었다. ‘복길’을 아는 사람들이라면 복길이 쓴 책이니까, 복길을 모르는 사람들이라도 예능에 대한 이야기니까 ‘오 좀 웃기겠네’ 기대할 텐데, 마냥 웃기지만은 않은 책이라고 미리 말해 두는 게 좋겠다 싶었다. 뒤표지 문구(“가장 열렬한 시청자로서, 싫은 것에 대해서도 말해야 했다”)도 마찬가지다.

 

저자 프로필은 누가 썼는지, 궁금했다. 저자 혹은 편집자?

 

편집자인 내가 썼다. 다른 책들도 거의 내가 쓰는 편이다. 책에 담긴 내용이나 내가 아는 정보를 조합하고, 책의 분위기에 맞게 조정하는 편이다. 복길의 경우엔 책이 나온 지금까지 만난 적이 없고 따로 묻지 않아 개인 신상을 모른다. 책에 있는 내용을 바탕으로 정리해서 썼다.

 

앗, 지금까지 만난 적이 없나? 나도 그렇다.

 

흠. (어쩌라고..)

 

‘아무튼’ 시리즈가 표지가 예쁘기로도 유명한데,  『아무튼, 예능』  은 특히 각별하게 예쁘더라.


표지 칭찬을 많이 듣고 있다. 디자이너와 일러스트레이터에게 감사하다. 권서영 작가의 그림을 좋아한다. 블링블링하면서도 쓸쓸한 느낌이 있다. 언젠간 꼭 작업을 의뢰하고 싶었는데 예능 원고를 받아 읽고 어울리겠다 싶어서 디자이너에게 제안했다. 아무튼 시리즈를 쓰자고 제안할 때 저자들에게 꼭 말하는 것이 있다. ‘ㅇㅇ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한 이야기’여야 한다는 것이다. 복길 저자님께도 “글을 읽으면 TV 화면이 보이는 게 아니라 TV를 보고 있는 복길이 이미지로 그려지면 좋겠다”고 이야기한 기억이 난다. 표지를 발주할 때도 같은 이야기를 한 것 같다. 제목 배치 같은 몇 가지를 디자이너와 논의하긴 했지만 디자이너와 일러스트 작가가 워낙 잘 소화했다. 아, 복길의 고양이 가로와 세로를 그림에 넣어달라고, 그 둘의 사진을 보내긴 했다.

 

당신은 예능을 많이 보는가? 참고로 프랑소와 엄은 ‘책보다 드라마’다.

 

나는 책보다 TV를 많이 본다. 그중에서도 시청 시간을 따지면 압도적으로 예능을 많이 본다…. 아, 예능에 출연하기도 했네. <1 대 100> ‘최후의 1인’이었다.

 

앗! 나는 오래 전에 <퀴즈 대한민국> 감수 아르바이트를 꽤 오랫동안 했다.

 

하하 그렇군. 예능만큼 재빠르게 사회 현상을 캐치해서 프로그램을 만들고 코너를 짜는 방송 장르도 없는 것 같다. 저렇게 대규모 인원이 투입되어 빠르게 무언가를 만든다는 건, 또 그걸 긴 시간 유지한다는 건 (책이라는 것을 혼자 만드는 입장에서) 부럽고 (그 영향력을 생각하면) 두렵다. 이상한 시청 포인트 같다. 복길을 비롯한 밀레니얼들이 MBC <무한도전>을 보고 성장했고 ‘나영석 예능’을 여가로 즐기는 세대라는 점이 책을 만드는 데 어떤 힌트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예능인데 왜 다큐로 받아들여?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책을 두고 그런 반응이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 ‘복길’의 트윗을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왜 다큐로 받으면 안 되는지를 알려주면 성실하게 답하고 싶다.

 

목차 제목도 재밌다. ‘전제, 다시 보기, 연극이 끝나고, 평행우주 등’. 글의 순서를 꾸릴 때 편집자로서의 생각이 있었을 것 같다. 또 가장 인상 깊었던 문장이 있었다면 무엇인가? 나는 나영석 등 예능 프로듀서에 관해 쓴 글이 기억에 남는다.

 

처음 원고를 읽고 저자의 성장사, 개인사와 맞물리는 글들을 앞으로 당겼다. ‘내가 예능을 쓰는 이유’에 대한 당위성이기도 하고, TV, 예능과 함께 성장한 세대들과 교집합을 만드는 과정이기도 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저자에게 개고를 부탁했는데, 감탄했다. 영화의 도입부처럼 짧게 짧게 끊어 치면서 TV와 저자 자신의 인연 혹은 악연을 빠르게 전환해 보여주는 대목들이 좋았다. 그중에서 특히 ‘내가 죽게 될 도시’라는 글을 좋아한다. 거기에 저자가 태어나 자란 고향을 ‘물이 없는 어항’ 같다고 표현한 대목이 있다. 서울 사람은 알 수 없을 방송과 현실의 차이, 그 거리감, 서울 아닌 곳에서 성장하면서 본 예능에 대한 이야기가 나에게는 울림이 있었다.

 

당신이 최고로 꼽는 예능 프로그램이 있다면 무엇인가?

 

SBS <골목식당>. 이게 예능인지는 모르겠지만. 볼 때마다 자영업 정말 어려운 거구나 실감한다. 소주를 준비해놓고 시청한다.

 

포방터 돈까스집은 이사를 하셨는지, 모르겠다. (치즈 돈까스 한번은 먹고 싶었는데. 쿨럭) 자, 본론으로 다시 돌아가서  『아무튼, 예능』  을 예능인에게 보낸다면 누구에게 전하고 싶은가?

 

책에 등장하는 여성 예능인 네 분, 박미선, 이영자, 김신영, 송은이, 이분들께 책을 드리고 싶다. 다음 질문과도 연관이 있는데 특히 박미선 님. 박미선 님에 대한 글은 읽을 때마다 좋았다. 자기 영역을 지키고 버텨온 관록, 관록에서 오는 품위, 그 품위를 잃지 않았다는 긍지, 그러면서도 새로 도전하는 용기. 그런 면들이 글에 잘 드러났다고 생각하고, 원래 박미선 님을 좋아했지만 글을 읽고는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만약 ‘아무튼 시리즈’ 필자로 예능인을 떠올려본다면 누가 있을까?

 

아무튼 시리즈는 저자도 독자도 젊은 편이다. 그래서 요즘은 어떤 주제든 노장의 이야기도 꼭 담고 싶단 생각을 자주 한다. 오래 지켜온 애호의 세계, 삶의 태도가 있다면 뭉근하면서도 깊이 있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를 한다. 그런 면에서 노장인 예능인, 그러면서 독자들에게 읽을 만한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예능인이 누가 있을까 생각하게 된다. 제보를 바란다.

 

‘복길’이라는 저자를 예능인으로 표현한다면 어떤 캐릭터인가?

 

책에 ‘압도적 재능’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김신영을 두고 한 말이다. 저자 역시 그런 면이 있다. 무엇보다 웃길 줄 안다. 글로 웃긴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억지로 웃기겠다는 의지도 없는데 그렇다. 웃기려고만 드는 게 아니라 웃음으로 휘어잡아 글에 몰입하게 만든다. 그건 재능이고 영리함이다. 성대모사와 애드리브를 난사하면서도 라디오의 기본을 지키면서 정확하게 진행하는 라디오DJ 김신영에 비하고 싶다.

 

『아무튼, 예능』  을 읽으면서 예상 독자를 상상해 보았다. 한국 예능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비롯해 한국 예능에 등돌린 사람도 읽으면 좋을 것 같다.

 

10년 전쯤인가. 빅뱅의 에세이가 나왔을 때, 지금 10대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책, 이런 카피를 달아 일간지에 전면광고 낸 걸 본 적이 있다. 무슨 기업 회장이 추천사를 쓰기도 했다. 이 책도 그런 면이 많다. (전면광고는 못하지만….) 20대, 30대 여성들의 감수성(감성 아님)이 무엇인지 알고 싶은 이들이 이 책을 보면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려주지는 못해도 무엇을 불편해하는지는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참! 내가 꼽는  『아무튼, 예능』  의 명문장은 이것이다. 117쪽에 나온다.

 

“그러나 나는 정말 리얼리티 예능에서만큼은 그 사람이 존중받고 있다는 연출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의미가 불분명한 가사가 반복되더라도 분명 사람이 만든 음악이다. 아직 어리고 보호를 받아야 할 연령대를 대상으로 삼고 싶다면 그들에게 ‘거친 세계’임을 주지시켜 개개인에게 통제력을 기르라고 종용하기보다는 그들을 컨트롤하는 회사는 윤리적 고민을 거듭하고, 제작사는 시청자들에게 기본적인 안전 거리를 보장해야 할 것이다. ( 『아무튼, 예능』  , 117쪽)

 


 

 

아무튼, 예능복길 저 | 코난북스
디톡스가 필요하다 싶을 만큼 ‘TV 중독’을 앓았던 마니아였는데 웃으라고 만든 방송을 보면서 왜 울고 싶고 결국 외면하고 싶어졌는지를 기록한 한국 예능, 예능인에 대한 집요한 코멘터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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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ㆍ사진 | 프랑소와 엄

    알고 보면 전혀 시크하지 않음.

    아무튼, 예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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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를 만든 세계, 내가 만든 세계’, 아무튼 시리즈 스물세 번째 이야기는 예능이다. 트위터에서 ‘한국 방송의 열렬한 시청자’로 잘 알려진 복길은 아무튼의 주제로 예능을 택했다. 재미와 감동을 주는 예능이라는 주제를 담은 이야기답게 낄낄, 피식, 큭큭, 꺽꺽을 넘나드는 웃음을 책에 담았다. 그리고 디톡스가 필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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