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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뭐길래] 모든 작가의 첫 책을 기다립니다 – 오은 편

당신이 읽는 책이 궁금해요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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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 방문할 때마다 동네서점에 갑니다. 동네서점은 보통 규모가 작잖아요. 거기에 시집이 있을 때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습니다. (2019. 08.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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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예스>가 미니 인터뷰 코너 ‘책이 뭐길래’를 매주 목요일 연재합니다. 책을 꾸준하게 읽는 독자들에게 간단한 질문을 드립니다. 심각하지 않은 독서를 지향합니다. 즐기는 독서를 지향합니다. 자신의 책 취향을 가볍게 밝힐 수 있는 분들을 찾아갑니다.

 

 

 

‘시를 쓰는 사람’, 오은은 요즘 용인의 한 대학교에서 문화 콘텐츠에 대해 이야기하며 학인들을 만나고 있다. 어쩌다 보니 시외에 칼럼 등 이런저런 산문들을 쓰고 있는 오은 시인은 2018년부터는 예스24가 만드는 도서 팟캐스트 <책읽아웃>에서 ‘오은의 옹기종기’를 진행하며 여러 분야의 작가들을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예전에는 게스트로 초청받는 자리가 많았다면, 요즘은 한 프로그램(행사)의 진행자로 독자들을 만날 때가 많다. 어떤 일이든 ‘만나는 것’과 관계된 일이기 때문에 “사람을 만나는 일, 단어를 만나는 일, 풍경을 만나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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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읽고 있는 책을 소개해주세요.

 

저는 동시에 여러 권을 읽는 편입니다. 버스를 타고 이동할 때 읽는 책,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읽는 책, 잠들기 전에 읽는 책 등 각각의 상황에 걸맞은 책을 늘 곁에 두려고 합니다. 지금은 김건영 시인의 첫 시집  『파이』 , ‘누가 시를 읽는가’가 커버스토리인  『릿터』  2019년 8/9월호, 황현산 선생님의 트윗 모음집  『내가 모르는 것이 참 많다』  를 읽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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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새 옷을 입고 출간된 정세랑 소설가의  『지구에서 한아뿐』을 읽었는데, 10년 전에 처음 읽었을 때보다 더 좋았습니다. 어떤 이야기는 알고 다시 봐도 더 좋을 수 있다는 걸 깨달았지요. 덕분에 빵을 주사위 모양으로 썰어 기름에 튀기거나 오븐으로 구운 것의 이름이 ‘크루통’인 것도 알게 됐어요. 10년 전에는 그냥 지나쳤던 부분이거든요. 독서하면서 찾아오는 소소한 즐거움이 정말 소중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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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계기로 선택하게 되었나요?

 

일단 제가 시를 쓰기 때문에 신간 시집이 나오면 거의 다 사는 편이에요. 동료들이 책을 보내줄 때도 있어 두 권이 되는 경우가 많아요. 동네서점이나 독립서점에 가게 되면 한 권이라도 책을 꼭 사 가지고 나와요. 제가 ‘글밥’을 먹기 때문에 활자로 된 것에 돈을 쓰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같은 이유로, 『릿터』  처럼 정기구독을 해서 보는 책과 신문도 있습니다. 덕분에 집에 쌓게 된 ‘책탑’이 점점 높아지고 있지만, 어떤 책이 집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집니다. 언젠가 읽을 테니 말예요. ‘언젠가’가 있다는 사실이, 책의 구매를 추동하는 가장 강력한 요소입니다.

 

평소 책을 선택할 때, 기준은 무엇인가요?

 

이렇게 말하면 바보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모든 것을 다 고려합니다. 모든 항목이 다 충족되어야 사는 것은 아니고, 저 항목들 중 하나만 제 머리와 가슴을 움직여도 해당 책을 구입합니다. 굳이 하나만 꼽으라면 물론 저자겠지요. 하지만 저자도 제가 아는 인물인 경우가 많고, 저자만 보고 책을 선택하면 독서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잖아요. 독립서점을 자주 찾는 것도 모르는 이를 만나는 설렘이 있기 때문입니다. 채널예스에서 소개하는 책들도 유심히 살펴보고 있습니다. 요즘은 <책읽아웃 - 오은의 옹기종기>에서 ‘어떤, 책임’을 함께하는 캘리 님과 프랑소와엄 님의 책 추천에 번번이 넘어가고 있습니다. 성실한 독자이자 제가 신뢰하는 사람이니까요.

 

어떤 책을 볼 때, 특별히 반갑나요?

 

지역에 방문할 때마다 동네서점에 갑니다. 동네서점은 보통 규모가 작잖아요. 거기에 시집이 있을 때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습니다. 서울도 아니고 지역에, 대형서점도 아니고 동네서점에 시집이 있다니 절로 미소가 지어지지요. 제 시집이 있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제 시집이 아니어도 시집이 있으면 마냥 기분이 좋아집니다. 그럴 때는 이미 소장하고 있지만 좋아하는 시인의 시집을 한 권 사서 집으로 돌아옵니다. 지난봄 군산에 가서 김언 시집과 김소연 시집을 한 권씩 사 가지고 돌아온 날, 더없이 배가 불렀습니다.
 
신간을 기다리는 작가가 있나요?

 

모든 작가의 ‘첫 책’을 기다립니다. 최근에 읽은 유이우 시인의 첫 시집  『내가 정말이라면』 , 김영미 시인의 첫 시집  『맑고 높은 나의 이마』 , 임승훈 소설가의 첫 소설집 『지구에서의 내 삶은 형편없었다』  를 읽었는데, 모두 다 다른 이유로 좋았어요. 첫 책을 갓 출간한 작가의 다음 작품을 상상할 때면 행복하면서도 불안한 느낌이 듭니다. 저도 쓰는 사람이니까요. 부단히 써야겠다고 다짐하지만 쓰는 일이 잘 안 되어서 슬프기도 합니다. 그럴 때면 다시 읽기 시작합니다. 무언가를 읽으면 저도 다른 무언가를 쓰고 싶어지거든요.



 

 

나는 이름이 있었다오은 저 | 아침달
사회 속의 사람,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 ‘나’로서의 사람뿐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사람’, 그리고 그 내면까지 다각도로 이야기하고 있다. 화자의 감정에 동화되고 나아가 그 감정에 눅진하게 녹아드는 경험에 이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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