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를 찾아 나서는 사람들, 서핑이 제격이다

『바다의 파도에 몸을 실어, 서핑!』 편집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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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핑만이 알려 줄 수 있는 ‘아무것도 아닌 것을 생각하는’ 시간이 너무 그리워졌다. 즐겨 하지 못하지만 나의 취미 원픽은 서핑이고, 나에겐 취미란 아무것도 아닌 것을 생각하는 것인가 보다. (2019. 07. 09)

편집자 후기 1_ⓒ김민주 작가.JPG

ⓒ김민주 작가

 

 

취미가 뭐예요? 얼마나 식상하고, 조금은 짜증도 나는 질문인가. 흥미를 빨리 잃는(동시에 다른 것을 찾아다니는 데 급급한) 사람으로서 이 질문은 달갑지 않다. 친목의 자리에서는 ‘글쎄’ 얼버무린다 해도(책 만드니까 책 많이 읽으니까 취미가 독서 아니냐고 반문하지 말길. 밥 먹는 일 같은 게 취미는 아니니까.), 왜 자기소개서에는 이 항목이 꼭 들어가 있는지. 자유 형식의 자소서를 쓰게 될 때는 꼭 특기, 취미란을 없애 버렸다.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도 묻지 않는 질문이 되었다.

 

그런 사람이 취미에 대한 책을 만든다. ‘Small Hobby Good Life’가 정식 시리즈 명칭이고, 워라밸 중 라이프, 사회적 자아 말고 다른 자아, 아마추어의 노하우라는 말을 덧붙이기도 한다. 작은 취미가 삶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지 묻고 또 묻는다. 시리지를 구성하기 위해 키워드를 찾고, 저자를 찾고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리고 만나는 사람마다 취미를 물으면서, 문득 깨달았다. 질문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취미란 뭘까요?

 

워라밸, 주 52시간 근무, 삶의 가치관 변화 등으로 인해 취미의 위상이 급격히 높아졌다. 이른바 취미 권하는 사회다. 편집자의 가장 가까이에 있는 책으로만 봐도, 취미실용의 도서는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 다루는 범위도 넓어졌고, 도구를 전부 갖춰 주는가 하면, 유료 강의 뺨치는 양질의 영상, 저자가 직접 가르쳐 주는 원데이클래스 등이 거의 필수적으로 제공된다. 조금 더 눈길을 돌려보면 성취감을 느낄 수 있되 너무 많은 시간과 심기를 건드리지 않도록 적당히 치고 빠지는 취미 모임을 위한 어플이나 SNS를 기반으로 한 플랫폼 등으로 취미를 손쉽게 경험할 수도 있다.

 

간절하게 취미를 갖고 싶은 한 사람으로서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문득 ‘결국 돈인가’라는 생각도 했다. 꾸준히 하는 것, 자발적으로 좋아서 꾸준히 해야 취미의 전당에 오를 수 있을 텐데. 꾸준히 하지 않으면 취미가 아니라 체험에 더 가까운 것 아닐까. 취미를 찾는 것이 취미인 걸까. 할 때는 재밌는데 또 하고 싶지 않다면 또 다른 취미를 찾아나서야지, 또 돈을 쓰고, 소확행인가 탕진잼인가, 가볍게 하는 취미에 이렇게까지 진지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도대체 취미란 뭘까. 그래, 이 질문부터 해야 했다. ‘취미란 뭘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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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핑 = 변화의 계기, 아무것도 아닌 것을 생각하는 법, 그리고…

 

Small Hobby Good Life 시리즈의 첫 책은 『바다의 파도에 몸을 실어, 서핑!』이다. 부제는 ‘허우적거릴지언정 잘 살아 갑니다.’ 도시 생활 3n년차 육지 여자가 문득 자신의 삶에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Part1). 그때까지 살아온 삶은 틀린 삶은 아니었지만, 앞으로 지속할 수 있는 삶일 수는 없다는 것을 어렴풋이 깨달았던 것 같다. 변화는 필요한데, 3n년 동안의 삶을 한 번에 뒤집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물도 조금 무섭고, 사람들이 쳐다볼까 봐 두렵고, 못할까 봐 창피해서’ 절대 하지 못할 것 같았던 서핑에 도전했다. 그리고 바다 위에 앉아 그때까지와는 다른 삶을 사는 법을 배우고(Part2), 지금은 자신의 답을 찾아 살고 있다(Part3).

 

이 책의 저자에게 취미란 변화의 계기였던 셈이다. 실제로 김민주 작가는 태어나서 한 번도 떠나본 적 없던 서울을 떠나 제주에서 살고 있다. ‘좀더 많이, 자주, 서핑하며 살고 싶어서’ 내려간 제주 생활이 생각보다 잘 맞아서 다행이긴 한데, 서핑을 하기 위해선 바다가 파도를 보내줘야 하고, 취미 활동을 하기 위해선 일하는 삶도 지속돼야 하기에, 늘 좋을 수만은 없다고 말한다. 밥벌이의 고단함은 서울에도, 제주에도 있다. 하지만 예전과 같은 고단함은 아니다. 말없이 스트레스를 받아주는 바다가 있고, 육지와는 다른 바다의 계절을 알게 되면서 지나가는 것들에 연연하지 않는 법을 배웠고, 어쩌면 우리 삶의 모든 일에는 완성이란 없을 수도 있겠다는 사실을,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모든 책이 쉽게 나오지 않지만, 이번 책은 유달리 힘들었다. 서핑이기 때문이다. 사실 딱 한 번 해 본 서핑을 너무나 좋아한다.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사실은 나 자신이 만드는 이유들로, 또 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 “‘아무것도 아닌 것’을 ‘생각’한다니. ‘아무 생각도 안 한다’는 것도 어떤 건지 제대로 알지 못했던 때였다.”(120쪽)라는 말에, 서핑만이 알려 줄 수 있는 ‘아무것도 아닌 것을 생각하는’ 시간이 너무 그리워졌다. 즐겨 하지 못하지만 나의 취미 원픽은 서핑이고, 나에겐 취미란 아무것도 아닌 것을 생각하는 것인가 보다.

 

이제 여름이고, 물놀이를 좋아하는 사람, 운동 좀 한다는 사람, 취미를 찾아 나서는 사람들에게 서핑은 제격이다. 한 번의 체험으로 작별을 고하는 사람, 서프보드 위에 한 번도 서지 못했다며 짜증내는 사람, 서프보드에 선 자신이 너무 멋있어 환희에 찬 사람, 서핑보다는 서핑 하는 건강한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분위기에 취한 사람 등이 나타날 것이다. ‘취미란 무엇일까요’라는 질문에 어떻게 대답하느냐에 따라, 서핑의 어떤 점이 좋은지, 서핑을 취미로 삼게 되는 계기도 달라질 것이다. 『바다의 파도에 몸을 실어, 서핑!』   또한 그중 하나이다. 이제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줄 차례인데, 혹시 조금 부끄럽다면 이 책이 용기를 줄 수 있을 것이다.

 


 

 

바다의 파도에 몸을 실어, 서핑!김민주 저 | 팜파스
어떤 이유 때문이든, ‘나의 취미는 이것’이라고 당당해지고 싶은 소망이 늘 가슴 한 구석에 남아 있다면, Small Hobby Good Life가 전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는 건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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