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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동식 헤밍웨이

내게 최근 위기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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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웨이의 소설 『깨끗하고 밝은 곳』을 읽었을 때 느꼈던 고양감을 나는 김동식이란 낯선 작가에게서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김동식이란 이름에 헤밍웨이를 곁들여본다. (2019. 04.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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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부터 사람과 어울리는 걸 싫어했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바리스타란 직종이 세간에 알려지기도 전, 직업이 되어버렸다. 이후 일터에서만 성격이 변했다. 흔히 말하는 개방형 외톨이의 탄생이다. 밖에 나가면 사회인 흉내를 꽤 내지만 집에 오면 아무것도 안 하려고 든다. 특히 지금 이곳, 경춘선을 타고 서울을 오고가는 남양주로 이사를 온 후로는 더 심해졌다. 집에서는 이불 밖이 위험한 줄 안다. 이불로 굴을 만들어 그 안에 파고들어 헤헤 웃으며 만화나 소설을 본다. 그러고도 시간이 남으면 스멀스멀 봄기운이 피어오르는 강둑으로 개와 산책을 간다.

 

이런 내게 최근 위기가 있었다. 최근 출간한 책  『카페 홈즈에 가면?』 의 북토크를 하게 된 것. 북토크가 가까워질수록 신경이 곤두섰다. 예전부터 이랬다. 남들 앞에 서는 일이 생길 때마다 급격히 도망치고 싶어졌다. 어떻게든 핑계를 만들거나, 그 상황을 모면하려고 안간힘을 썼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북토크를 성공적으로 하고 싶다는 마음에 반비례하여 도망치고자 하는 욕구가 커져만 갔다. 아, 이러다 북토크 당일 튀는 것 아냐, 하고 고민할 무렵 우연히 접한 책 한 권이 내 마음을 달래주었다. 그 책은 김동식의 신간  『하나의 인간, 인류의 하나』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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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월, 김동식이란 작가가 책을 내고 첫 북토크를 카페 홈즈에서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바로 그의 이력을 살폈다. 남들이 한창 공부할 나이에 사회생활을 시작한 후 공장에서 일을 하다가 글을 쓰게 된, 2016년부터 첫 책을 내기 직전까지 300편이 넘는 단편을 인터넷 게시판에 연재하며 댓글로 글쓰는 법을 배운 작가. 흥미로웠다. 이력만으로 충분히 내가 좋아하는 작가가 되고도 남을 것 같았다. 나는 그의 책을 재빨리 세 권 구입한 후 북토크를 기다렸다. 그런데 북토크 당일이 되자 도망치고 싶은 병이 도졌다. 북토크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올지 상상하자 그곳에서 버틸 자신이 없었다. 만에 하나 내가 작가란 사실이 들통(?)이라도 났다가는 어색하게 인사를 해야 할텐데, 그 광경을 상상만 해도 숨을 쉴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어떻게 카페 홈즈까지 간 후, (당시엔 아직 단골 카페에 불과했던) 카페 홈즈 사장님께 내가 구입한 그의 책 세 권을 맡겼다. 사인은 부탁한 후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끊임없이 북토크에서 도망치고 싶었던 그 날, 나는 사장님이 대신 받아줬던 김동식의 사인본 세 권을 떠올렸다. 당장은 책이 없었지만 핸드폰은 있었다. 최근 카카오페이지에서 내 장편소설 『반전이 없다』의 연재를 시작했다. 이후 반응이 궁금해 카카오페이지를 기웃거리다 보니, 김동식의 신간을 몇 권 미리보기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바로 앱에 접속했다. 무얼 읽을까 한참 고민하다가 『하나의 인간, 인류의 하나』 을 골랐다.

 

그랬다가 바로 빠져들었다. 김동식의 소설에는 어린 시절 푹 빠졌던 전래 동화와 비슷한 느낌이 있었다. 정부의 숨겨진 장소, 그곳에 무언가 있다는 음모론과 이를 파헤치기 위해 움직이는 인물들. 요괴가 나타나 인간들을 잡아먹으려 들고,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빠져 식인을 강요당하는가 하면, 외계인들이 인간에게 기묘한 장치를 심는다. 그리고 마지막엔 반드시 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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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지 60매 남짓한 짧은 분량에 웃고 떠들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속이 다 후련했다. 이건 전래동화 말고 전혀 다른 누군가의 소설을 되풀이해 읽은 후 느꼈던 감각과 비슷했다. 누구였더라, 한참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깨달았다.

 

아, 헤밍웨이다.
헤밍웨이의 소설 『깨끗하고 밝은 곳』 을 읽었을 때 느꼈던 고양감을 나는 김동식이란 낯선 작가에게서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김동식이란 이름에 헤밍웨이를 곁들여본다.

 

갓 동식 헤밍웨이.
이제부터 그를 그렇게 부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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