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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뭐길래] 두 번째 책을 기대하는 저자요? - 강설애 편

당신이 지금 읽는 책이 궁금해요 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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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만지작거리는 것보다 책 읽는 모습이 더 멋져 보여서 자꾸 펼치게 되는 것 같아요. 물론 지속적으로 책을 읽는 사람은 (드라마, 영화랑은 또 다른) 쫀득한 재미, (TV 강연이나 예능 인문학으로는 축적되지 않는) 앎이 쌓이는 희열을 경험합니다. (2019. 0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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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예스>가 미니 인터뷰 코너 ‘책이 뭐길래’를 매주 연재합니다. 책을 꾸준하게 읽는 독자들에게 간단한 질문을 드립니다. 심각하지 않은 독서를 지향합니다. 즐기는 독서를 지향합니다. 자신의 책 취향을 가볍게 밝힐 수 있는 분들을 찾아갑니다.


 

강설애 씨는 일반인이다. 그리고 책을 만드는 편집자다. 독서가 ‘가장’ 좋아하는 일이 아니라서 밥벌이 삼았다. 진짜 좋아하는 일은 취미로만 남겨 놓으려 한다. 출판 생태계에서 가장 행복한 이는 아무래도 순수 독자라고 생각한다, 부디 10년 뒤쯤에는 쓰지도, 만들지도 않으면서 오직 읽는 사람으로만 살면 좋겠다고 말한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을 소개해주세요.

 

올해는 시집을 의식적으로라도 챙겨 읽으려 가방 속에 넣고 다녀요. 지금은 유희경 시인의 우리에게 잠시 신이었던』  이 들어 있는데, 이동 중에 짬짬이 보고 있어요. “어떤 작정이 없다면 사람은 금방 슬퍼지고 만다”라는 구절에 그만 마음이 무너져 내렸죠. 집에서는 책장에 책을 더 꽂을 수가 없어서 계단에 세워두기 시작했는데요. 오며 가며 자주 보게 되니까 계단에 앉아 이것저것 펼쳐보게 되더라고요. 요즘엔 매튜 데스몬드의  쫓겨난 사람들』  을 읽고 있어요. 그 곁에  『현남 오빠에게』  가 세워져 있어서 집어 들었다가 앉은 자리에서 몇 편 후루룩 봤는데, 최은영 작가의 작품이 좋았어요.

 

그 책들은 어떤 계기로 선택하게 되었나요?

 

작정하고 읽지 않는 책들은 그냥 손 닿는 대로 봐요. 직업 덕에 어딜 가나 책이 있으니까. 작가 프로필, 뒤표지의 소개 글, 목차 등을 훑다가 마음이 당기면 서문부터 읽어요. 예전에는 한번 책을 펼치면 좋든 싫든 끝까지 읽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는데, 요즘은 사라졌어요. 서문에서 작가의 문체가 매력적으로 다가오면 더 읽고, 무미하다 싶으면 접어요.

 

평소 책을 선택할 때, 기준은 무엇인가요? 지인들의 추천을 받나요?

 

내가 참 좁은 세계 안에서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종종 들어요. 책을 쓰거나 만들거나 서점 하는 사람들. 자주 만나고 가까운 이들이 죄다 책과 관련된 사람들이에요. 책을 손에서도 삶에서도 뗄 수 없는 이들과 관계 맺고 있는 거죠. 이 세계 안에 있으면 책이 왜 이렇게 안 팔리는지 어리둥절하게 느껴져요. 하지만 한 발짝만 나가면 책과 무관하게 (잘) 살아가는 이들이 많잖아요. 어쩌겠어요, 책과 무관하게 재미있게 살 기회를 놓쳐버렸는데. 그래도 이 편협한 세계에서 서로 어깨를 붙이고는 책 얘기 주고받는 게 아직은 즐거워요. 편집자 선후배들과는 각자 만든 책을 교환하면서 제가 취약하거나 관심이 덜한 분야의 책도 접하기도 하고, 저마다의 취향에 따른 책을 소개받기도 해요.

 

한편, 평소에 관심 있는 분야의 책이 나오면 주저 없이 구매해서 빠르게 읽는 편이에요. 제가 피아노를 정말 좋아하거든요. 그러다 보니 관련 책들이 눈에 띄더라고요. 시인이자 피아니스트인 알프레트 브렌델의  『피아노를 듣는 시간』  , 저널리스트 앨런 러스브리저의  『다시, 피아노』  를 거쳐, 최근엔 국내에 처음 소개된 작가 프랑수아 누델만의  『건반 위의 철학자』  를 읽었는데… 아, 너무 좋더라고요. 글이 정말 좋아요!!

 

책을 읽다가 인상을 찌푸리게 되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그런 일이 거의 없긴 한데…. 강요하거나 확언하는 스타일을 좋아하지 않아요. 글을 쓰는 일은 자신이 쓰지 않은 것들에 대해 헤아리는 과정이기도 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자신의 생각이나 태도가 정답인 양, 너무 똑 떨어지게 쓴 문장은 좀 불편해요. 제가 읽은 책들에서는 그런 불편함을 느낀 일은 거의 없었는데, 드물게 저자가 어떤 사람인지 알 것 같은 느낌에 소스라칠 때가 있어요.

 

책 추천을 자주 하는 편인가요?

 

제가 물건 사는 데 정말 재주가 없거든요. 선택지가 많을수록 헤매는 타입이라 쇼핑을 진짜 못해요. 아이 속옷 한 번 사본 적이 없고, 제가 쓰는 화장품도 최저가 이런 거 잘 못 찾아서 남편한테 부탁해요. 마트에 가서도 시식한 제품은 잘 살펴보지도 않고 카트에 넣고 보는 인간인지라, 종종 ‘호갱’ 소리 들어요. 거의 유일하게 직접 고르고 (자신 있게) 구매하는 물건이 책이거든요? 책 추천도 많이 하는 편이에요. 대단한 이유는 없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좋은 거 공유하고픈 마음에서요. 왜, 좋은 거 경험하면 그것에 대해 같이 나누고 떠들 사람이 간절해지잖아요. 책은 읽어야만 그게 가능하니까, 어서 읽어보라고 재촉하기도 하고, 제 책 빌려주기도 해요. 카페 같은 데 앉아 있을 땐 지금 읽으라고 앞에 디밀기도 하고요. (저만 그런 게 아니라 지인들도 종종 그래요)

 

책 읽는 삶이 왜 소중할까요?


음, 이 질문은 다분히 ‘전제’와 ‘의도’가 있다고 보이는데요.(^^) ‘책 읽는 삶은 소중하다’는 전제와 ‘독서 인구의 저변을 넓히자’라는 의도요. 사실 책 읽는 삶이 안 읽는 삶보다 더 소중할 까닭은 없다고 생각해요. 책을 많이 읽는다고 반드시 더 지혜롭거나 너그러워지는 것도 아니고. 책이 독이 되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물론 책의 잘못은 아닙니다.) 그 부분을 늘 경계하고 있고요. 과거에야 지식을 얻고 즐길 수 있는 유일한 거리가 책이었으니, 그만큼의 의미나 지위를 가질 수 있었지만… 온갖 콘텐츠가 손안에 들어와 있는 세상에서 독서가 중요하다는 말이 큰 힘을 얻기는 어려운 듯해요. 웹툰, 유튜브, 영화 등등 재미난 거 얼마나 많아요? 더군다나 그런 콘텐츠가 주는 충격이나 감동, 유용함이 책보다 결코 덜하지 않으니까요. 책이라는 것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태도는 가능하면 피하려고 해요.

 

몇 년 전 가수 이효리 씨가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한 말이 인상적이었는데요. 과거엔 화려한 모습이 멋져 보여서 그렇게 살았다면, 지금은 이런 삶이 멋져 보여서 선택한 것뿐이라고. 유기견 돌보고, 환경이나 사회 문제에 관심 갖고, 채식하는 게 대단한 신념이 있어서가 아니라 이게 멋지다고 생각해서 이렇게 사는 거라고.(정확한 워딩은 아닙니다) 저도 스마트폰 만지작거리는 것보다 책 읽는 모습이 더 멋져 보여서 자꾸 펼치게 되는 것 같아요. 물론 지속적으로 책을 읽는 사람은 (드라마, 영화랑은 또 다른) 쫀득한 재미, (TV 강연이나 예능 인문학으로는 축적되지 않는) 앎이 쌓이는 희열을 경험합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에게 이게 얼마나 좋은지를 얘기하는 건 소용없는 일 같아요. 책 읽는 삶의 소중함보다는 책 읽는 게 참 멋지다(힙하다)는 생각이 널리 퍼지면 좋겠다 싶긴 하죠.

 

특별히 신간을 기다리는 저자가 있나요?

 

아, 너무 많은데. 처음 책을 낸 작가들을 눈여겨보는 편이에요. 다큐멘터리 감독이자 유튜버로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어른이 되면』  의 장혜영 작가가 자기 경험을 넘어 어떤 이야기를 들고 찾아올지 기대됩니다.  『당신이 계속 불편하면 좋겠습니다』  의 홍승은,  『아무튼, 외국어』  의 조지영, 『여름, 스피드』  의 김봉곤,  『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  의 이슬아 등 젊은 작가들의 두 번째 책도 무척 궁금해요.

 


 

 

어른이 되면장혜영 저 | 우드스톡
발달장애로 차별을 당했던 동생 혜정 씨의 어린 시절부터 그녀가 시설에서 나와 함께 살게 된 과정, 함께 살며 겪는 좌충우돌 동거 이야기, 사회로 나온 혜정 씨의 일상 적응기 등을 특유의 섬세하고, 조곤조곤한 어조로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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