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을 찾는 법

재능이란 시간의 함수를 통해야 얻을 수 있는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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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무엇을 잘한다, 라고 사전에 규정한 뒤에 그것을 쫓아가는 것이 아니라, 닥치는 대로 체험하고 나서야 “나의 재능은 이것이로구나”하고 깨닫게 되는 것이다. (2018. 12.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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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스플래쉬

 

 

정신과의사를 하면서 참 많이 들었던 말 중 하나가 “내가 잘하는 게 뭔지 모르겠어요. 나는 재능이 없는 것 같아요.”이다. 도대체 재능이란 어떻게 해야 찾을 수 있을까? 질문에 답하기 전에, 과연 사람들은 자신의 재능을 스스로 잘 알고 있을까? “남들은 다 자기 재능을 잘 알고 그걸 제대로 활용할 줄 알던데…… 나는 내 재능이 뭔지도 모르겠어요”라고 한탄하기도 하는데, 과연 그럴까? 그렇지 않다. “당신의 강점에 대해서 말해 달라”고 하면 대부분 바로 답을 하지 못한다. 자기 자신을 잘 몰라서이기도 하고, 어렴풋하게 잡히는 게 있어도 확신을 갖지 못해서 답하기를 주저한다.

 

실제로 한 연구 결과를 보면 “당신의 강점이 무엇이냐?”고 일반인을 대상으로 물었을 때 곧바로 대답하는 사람의 비율이 30%에 불과했다. 피터 드러커도 말하지 않았는가. “사람들은 자신의 장점을 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생각은 틀릴 때가 많다. 사람들은 자신의 단점에 대해서는 더 잘 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생각 또한 옳기보다 틀린 경우가 더 많다." 괜히 나만 나의 재능을 못 찾고 방황하고 있는 것 같다고 자괴감에 빠질 필요는 없다.

 

자신의 잠재력에 대한 의문은, 잘 나갈 때보다 낙담하고 우울할 때 떠오르기 마련이다. 번아웃 신드롬의 대표적인 증상 중 하나도 “지금까지 믿어왔던 자기 강점에 대한 회의감”이다. 일에 지쳐서 탈진하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제대로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내 능력이 부족한 것 같아요”라고 읊조리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무기력할 때 느껴지는 자기 능력에 대한 불신에 속아 넘어가지 말고, ‘내가 지금 지치고 힘들어서 나의 강점이 제대로 눈에 들어오지 않은 거야!’라고 일깨워야 한다. ‘불안한 마음 때문에 자기 확신을 잠시 잊어버린 거야. 잠재력이 사라진 것은 아니야!’라고 바꿔서 생각해 보라. 재능이란 자신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는 것에서 출발하는 법이다.

 

사람마다 재능을 정의하는 방식은 다 제각각이겠지만 내가 정의하는 재능은 이렇다.


재능=시간 X 우연

 

재능이란 시간의 함수를 통해야 얻을 수 있는 가치다. 시간을 벼르고 나면 어떤 형태로든 외부로 표출될 수밖에 없는 것이 재능이기도 하고. 내가 무엇을 잘한다, 라고 사전에 규정한 뒤에 그것을 쫓아가는 것이 아니라, 닥치는 대로 체험하고 나서야 “나의 재능은 이것이로구나”하고 깨닫게 되는 것이다. 재능이 꽃을 피우고 나면 비로소 거슬러 올라가 잠재적으로 그것이 존재했다, 라고 사후적으로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별자리 찾기와 같다. 커넥팅 닷, 이라고 하지 않나. 그냥 보면 하나의 별에 불과하지만, 자신이 거쳐간 별들을 하나하나 이어야 비로소 별자리가 완성되는 것처럼, 재능도 시간을 꿰어야 보인다.

 

재능을 찾는 일에만 골몰하면 아무것도 찾을 수 없다. 재능이란 현실과 충돌하며 불꽃처럼 피어오르는 것이니까. “매일 하고 있는 일에 불만을 느끼면서도 거기서 벗어나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을 직시해야만 일찍이 자신이 품었던 꿈과 이상이 얼마나 경박한 것이었는지를 알 수 있다.” (『일하기 싫은 당신을 위한 책』   나카지마 요시미치. 신원문화사). 무엇이던 철저히 시도해보고, 한계까지 자신을 몰아가 보고 나서야 “이게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구나”하고 깨닫게 된다.  

 

다른 분야는 어떤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내가 몸담은 의료계를 보면 대가라고 불리는 의사들도 우연히 찾아온 기회에 헌신하다 그 분야에서 최고가 된 경우가 절대적으로 많다. “어떻게 전공 분야를 선택하게 되었냐?”라고 물으면 “원래 하고 싶었던 전공은 따로 있었는데, 외과 레지던트를 하고 있는 친한 의대 선배가 레지던트 지원자가 없으니 술 사주며 들어오라고 하는 바람에 시작하게 되었다.”라고 하거나 “전문의를 따고 세부 전공 분야에서 최선을 다해 연구하고 진료했지만 취직이 되지 않아서 낙담하고 있었는데, 생소한 분야에 티오가 생겨서 그 자리에 어쩔 수 없기 가게 되었는데…… 어떻게 열심히 하다 보니 지금의 내가 되어 있더라”고 한다.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인간의 운명이란 의도적 선택이 아니라, 자신에게 던져진 우연을 받아들일지 말지에 의해 결정된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된다.

 

따지고 보면 이 세상 일 중에 우연지사가 아닌 게 어디 있겠느냐마는, 나이가 들수록 우연이 삶을 지배한다는 믿음이 점점 더 강해진다. 재능이란 것도 마찬가지 같다. 태어날 때부터 혹은 커가면서 이미 내 안에 견고하게 자리 잡고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어떻게 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예정에 없던 길을 가야만 했고, 그 길을 따라가다 보니 “이게 뭐지” 하고 보석처럼 얻어지는 것이다.

 

“뜻대로 되지 않는, 우연에 의해 조롱당하는, 자신을 초월하는, 자신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그저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함부로 움직일 수 없고 단지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는 그런 사태와 마주치고 말았지만, 그럼에도 새롭게 기대나 바람이나 기도를 담아 몇 번이고 되풀이되는 단념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아야” (『기다린다는 것』  와시다 기요카즈. 불광출판사) 재능이라는 것이 조금씩 자라나고, 그러다 어느 순간 세상을 향해 “이거다” 하고 자신 있게 외칠 수 있게 되는 것이리라.

 


 

 

기다린다는 것와시다 기요카즈 저/김경원 역 | 불광출판사
요양시설에서 치매 노인을 보살피는 과정, 문학작품에 묘사된 기다림의 양상을 두루 살핌으로써 기다림의 진정한 의미에 다가서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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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병수(정신과의사)

정신과의사이고 몇 권의 책을 낸 저자다. 스트레스와 정서장애 분야에서 오랫동안 연구하고 진료했다. 서울아산병원에서 교수 생활을 9년 했고 지금은 <김병수 정신건강의학과 의원>의 원장이다.

기다린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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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지 않는 사회, 기다릴 수 없는 사회 언젠가 잃어버린 기다림의 의미를 묻는다![/b] 요즘은 기다리는 일이 지나치게 어려워졌다. 약속 시간에 만나기로 한 상대가 당장 눈앞에 보이지 않으면 잠시 기다려보기보다 곧장 휴대전화로 메시지를 보내거나 전화를 건다. 전철역에서는 몇 분 뒤면 도착할 다음 전철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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