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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있는 게 좋아요

영화 <타샤 튜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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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자. 다른 사람이 충고해도 역시나 자신이 살고 싶은 대로. 쉽지는 않지만 타샤 튜더처럼 온몸으로 보여준 삶이 있으니 불가능하다고 말할 수도 없다. (2018. 10.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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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타샤 튜더>의 한 장면

 

 

겨울 눈에 고립되기도 한다는 미국 버몬트주, 깊은 산속 타샤 튜더는 나지막하게 말한다. “고요함은 선물 같아요.” 고립도, 홀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어떤 두려움도 없는 목소리다. 고립을 자립으로 고쳐 읽게 만드는 타샤적인 삶.
 
타샤가 스웨터 단추를 풀자, 그 안에서 아기 비둘기가 나온다. 환상의 세계가 아니다. 마술도 아니다. 그렇게 자신의 온기로 비둘기를 키우고 수탉도 부화시킨다. 사람들의 사교 세계가 아닌 자연 속으로 걸어 들어간 삶을 스스로 선택했다는 것, 그리고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고 아흔의 타샤는 반복해서 말한다.
 
10년 취재의 다큐 영화 <타샤 튜더>에서 맨발의 타샤가 구부정하게 조용히 정원을 거닐 때, 경이로움은 깨어난다. 탄생 100주년 기념작이라는데, 2008년 타샤가 죽기 1년 전 모습이, 사계절 생활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내레이션도 없다. 타샤의 목소리만 흘러나온다. 사과나무와 온갖 꽃과 비둘기와 수탉과 코기와 그린 그림과 만든 인형과 오래된 방식으로 요리한 음식과 매일 마시는 홍차, 무엇보다 인생을 바라보는 그윽한 시선이 담긴 종합선물 세트 같은, 놀라운 라이프스타일의 영화다.
 
“그림은 사람들 앞에 나서지 않아도 되지요. 혼자 있는 게 좋아요.” 첫 그림책 『호박 달빛』 을 23세에 출간한 이후, 87세에 마지막 그림책 『코기빌 크리스마스』 까지 100여 권을 펴낸 미국의 대표적인 동화 작가 타샤. 좋아하는 농장과 정원 일을 하면서도 홀로 그림을 그릴 수 있어서 선택한 직업으로 ‘칼데콧상’을 두 번 수상하고 최고의 동화 작가에게 수여하는 레지나메달을 받았다. 세밀하고 따뜻한 그림 톤으로 백악관의 크리스마스 카드에 사용되기도 한 타샤의 그림에는 삶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이 직업으로 남편과 아이 넷을 부양했노라고 슬몃 웃으며 고백한다. 그리고 이 그림의 대가로 ‘타샤의 정원’도 가능했노라고.
 
타샤는 15세에 학교를 그만둔 뒤 16세부터 소를 키우고 젖을 짜고 삽을 들어 농장 일을 기꺼이 즐겁게 해냈다. 보스턴 명문가의 딸로서 사교계에 진출하지 않아 어머니에게는 ‘실망스러운 행보’로 아쉬움을 남겼던 타샤는, 죽기 전까지 붓을 들어 그림을 그리고 정원의 잡초를 뽑고 노동 후에는 따뜻한 홍차를 즐겼으며 코기 ‘메기’와 수탉 ‘치카호미니’와 한방에서 살았다.
 
56세에 마련한 버몬트주의 30만 평 정원은 30년 넘게 타샤가 가꾼 것으로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간다. 타샤는 2008년 92세로 세상을 떠났지만, 정원의 노래는 사라지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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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타샤 튜더>의 한 장면
 


영화를 보고 난 후, 타샤 튜더의 웹사이트에 들어가보았다. 타샤의 손자 윈슬로 부부가 ‘타샤 뮤지엄’을 운영하며 정원을 가꾸고 있는데, 정원을 산책하는 10월의 이벤트도 예고되어 있다. 아, 가보고 싶어라.
 
일본 NHK 다큐 제작 방식으로 시작한 영화 <타샤 튜더>는 마츠타니 미츠에 감독이 자연을 담아내는 뛰어난 연출로 눈과 마음이 활짝 열린다. 봄여름가을겨울의 정원의 전체 풍경과 작약 한 송이의 세밀한 화면까지, 아름다움이란 이런 것이다. 타샤의 동화가 흐르고 그림이 살아움직이고, 코기 ‘메기’가 애니메이션 장면처럼 움직이는 연출에도 꿈꾸듯 빠져든다.
 
“꽃들이 행복한지 아닌지 좋아하는 곳에 사는지 알아요. 행복하지 않다면 옮겨야 합니다. 비관만 하고 있으면 인생에 그늘이 생겨요.” 꽃 이야기를 하는가 싶으면 인생 이야기다. 타샤 튜더는 은둔해서 사는 것을 택한 게 아니라 다른 삶의 방식을 따라 충실하게 그 삶을 꽃피운 것이다. 자립적이고 자율적인 삶을 끝까지 밀어부친 것이다.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자. 다른 사람이 충고해도 역시나 자신이 살고 싶은 대로. 쉽지는 않지만 타샤 튜더처럼 온몸으로 보여준 삶이 있으니 불가능하다고 말할 수도 없다.
 
타샤가 가장 좋아하는 문장은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의 <월든>에 있다. “자신있게 꿈을 향해 나아가고 상상해온 삶을 살려고 노력하면 일상 속에서 예상치 못한 성공을 이룰 수 있다.” 성공의 개념을, ‘자신다운 삶’으로 등가시킨 타샤의 강인하고 부드럽고 큰 삶을 보았다. 영화 <타샤 튜더>는 창작과 노동과 삶의 즐거움의 합일을 보여준다. 진짜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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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정은숙(마음산책 대표)

<마음산책> 대표. 출판 편집자로 살 수밖에 없다고, 그런 운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일주일에 두세 번 영화관에서 마음을 세탁한다. 사소한 일에 감탄사 연발하여 ‘감동천하’란 별명을 얻었다. 몇 차례 예외를 빼고는 홀로 극장을 찾는다. 책 만들고 읽고 어루만지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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