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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 함께-죄와 벌> 담보된 흥행, 과연?

불 거리로 끌어주고 눈물로 밀어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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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에 관해 온라인상에서는 그 많은 돈을 들이고도 저 정도 수준이라니, 혹평으로 넘쳐났다. 우려와 다르게 완성본이 공개된 영화는 꽤 볼만한 이미지로 넘쳐난다. (2017. 1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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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신과 함께>의 한장면

 

김용화 감독의 <신과 함께-죄와 벌>(이하 ‘<신과 함께>’)은 한국영화 산업에서 최고액의 제작비가 들어간 작품이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한국영화 사상 최초로 1부와 2부를 동시에 연출했기에 400억 원이 훌쩍 넘는 제작비가 투입됐다. 이 액수라면 1백억 대의 블록버스터를 네 편이나 만들 수 있는 수준이다. 그래서 준비 기간만 5년, 촬영 기간은 10개월, 합이 6년의 세월이 걸렸다. 요컨대, <신과 함께>는 흥행이 담보되지 않으면 제작할 수 없었던 작품인 셈이다.

 

원작부터가 이력이 화려하다. 주호민 작가의 웹툰 『신과 함께』는 연재 당시 네이버 웹툰 조회 수 전체 1위를 차지했고 그 여세를 몰아 단행본 판매만 무려 45만 권 이상을 기록했다. 원작 웹툰이 저승 편과 이승 편과 신화 편 세 개의 챕터로 나눈 것과 다르게 영화는 이를 압축해 두 편의 영화로 만들었다. 이에 따라 영화는 웹툰과는 다른 변화를 모색했다. 원작의 진기한 변호사는 강림과 합쳐지면서 사라졌고 웹툰에서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자홍이 소방관이 되었으며 유성연 병장은 자홍의 동생 수홍으로 바뀌었다.

자홍(차태현)은 <신과 함께>에서 시작과 함께 죽음을 맞는다. 이 작품은 그래야 성립하는 이야기다. 죽은 후 저승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까닭이다. 사실 이를 삶이라고 표현하는 게 적합한지 의문이지만, 어쨌든 자홍은 저승에서 7번의 재판을 받아야만 한다. 그리고 이를 다 통과해야만 다시금 이승에서 살아갈 수 있다.

 

재판을 받기 위해서는 변호사가 필요하다. 염라대왕에게 천 년 동안 49명의 망자를 이승으로 돌려보내면 인간으로 환생시켜 주겠다는 약속을 받은 삼차사들이 그들이다. 저승 삼차사의 리더 강림(하정우)이 차사이고 해원맥(주지훈)은 경호를 담당하는 일직차사이며 막내이자 월직차사는 덕춘(김향기)이다.

 

이들은 19년 만에 나타난 의로운 귀인이자 48번째로 환생이 예정된 망자 자홍(49번째 망자의 사연은 2부에서 밝혀질 예정이다!)이 이승으로 돌아갈 것을 확신한다. 자홍이 화재 현장에서 아이를 구하고 목숨을 잃었기 때문이다. 홀어머니를 향한 효심은 또 얼마나 깊은지 재판관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면 무사통과가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웬걸 자홍에 대해 남들이 알지 못하는 여러 건의 죄가 드러난다.

 

원작이 영화화되면서 가장 큰 변화라고 할 수 있는 자홍 캐릭터는 블록버스터의 위용에 걸맞은 볼거리를 만들기 위한 중요한 전략이다. 과연! 영화 시작과 함께 고층빌딩의 화재 현장에서 아이를 구하겠다며 창문을 깨고 지상으로 몸을 던지는 ‘소방관’ 자홍의 헌신을 부감으로 잡은 장면은 이전의 한국영화에서는 본 적 없는 CG의 스케일 덕에 관객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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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신과 함께>의 한장면

 

이 영화의 거대 제작비에서 가장 많은 지출을 차지하는 항목은 단연 CG다. 자홍이 삼차사와 함께 재판을 위해 차례로 거쳐야 하는 7개의 지옥 이미지는 CG 연출이 절대적이었다. 더군다나 한국 관객의 눈높이가 할리우드 영화의 기술력에 맞춰진 까닭에 따라 하는 수준의 정도로는 웬만큼 만족시킬 수가 없어 <신과 함께>는 기획 단계에서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다.

 

원래 <신과 함께>의 연출자로 계약을 맺었던 감독은 <만추>(2012) <가족의 탄생>(2005)의 김태용이었다. 그랬던 것이 각색 과정에서 제작자와의 이견 차이가 문제 되어 돌연 교체됐다. 김용화 감독이 빈자리를 메우면서 영화는 이야기보다 볼거리에 더 눈이 가는 작품으로 완성됐다. VFX 영상을 제작하는 덱스터 스튜디오의 대표이기도 한 김용화 감독은 전작 <미스터 고>(2013)에서 한국의 순수 기술로 3D 영화를 선보인 적이 있다. 흥행에서는 참패했지만, 3D 영상의 퀄리티가 주목받으면서 최근에 마블 코믹스의 창시자 스탠 리와 손잡고 할리우드에서 히어로물 ‘프로디걸’을 연출한다는 기사가 뜨기도 했다.

 

김용화 감독은 <신과 함께>의 저승과 지옥을 구현하는 데 있어 고심 끝에 불, 물, 철, 얼음, 거울, 중력, 모래 등 7개의 자연 물성을 차용하고 대자연의 압도적인 풍광을 더하는 것으로 영화의 주요 이미지를 가져갔다. 예를 들어, 살인을 관장하는 지옥의 법원은 화산 분화구와 용암의 이미지를 끌어들이는 식이었다. 영화 개봉 전 이의 일부를 공개했던 예고편에 관해 온라인상에서는 그 많은 돈을 들이고도 저 정도 수준이라니, 혹평으로 넘쳐났다. 우려와 다르게 완성본이 공개된 영화는 꽤 볼만한 이미지로 넘쳐난다.

 

화려하다는 말이 아깝지 않을 정도인데 이런 종류의 영화들은 이야기의 수준을 어렵지 않게 가져가는 것이 보통이다. <신과 함께>의 경우, 삼차사들이 자홍이 저지른 죄의 무고를 주장하며 변호 과정에서 생기는 논리보다 삶의 절박함에서 오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사실을 효심과 연결시켜 감정선을 부각, 관객이 최대한 눈물을 쏟을 수 있는 사연에 방점을 찍는다. 흥행의 측면에서 보자면 안전한 선택이다. 수백 억 원의 제작비가 들어간 작품에서 논리를 따지게 만드는 이야기는 관객을 생각하게 만들어 흥행 수익을 극대화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게 한국영화 산업의 제작자 일반의 생각이다.

 

영화는 관객의 감정 발산을 주된 목적의 하나로 삼은 예술 매체다. 지난주 개봉한 <강철비>(12/14)와 이번 주 개봉하는 <신과 함께>(12/20)와 다음 주 개봉이 예정된 <1987>(12/27)은 장르와 소재와 톤앤매너가 따로따로인 영화들이다. 그런데 딱 하나! 관객이 눈물을 쏟을 만한 에피소드와 이미지에 결말의 상당 부분을 할애한다. 전쟁물에서도 울고, 판타지에서도 울고, 역사극에서도 울고. 그러고 보면 천만 영화로 불리는 상당수의 작품이 울음을 전가의 보도로 삼았더랬다. 올 겨울을 비롯하여 대작이 몰리는 성수기의 한국 극장가에는 눈물을 훔치는 관객들로 넘쳐난다. 내게는 이 광경이 꽤 기이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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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허남웅(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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