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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그 여름, 동물원>로 연기 도전한 '유리상자' 이세준

선배들의 이야기와 음악을 담아낼 수 있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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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쯤이면 ‘김광석’이라는 이름이 조금이나마 희미해질까요? (2017.1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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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쯤이면 ‘김광석’이라는 이름이 조금이나마 희미해질까요? 세상을 떠난 지 20년이 지났지만 해마다 수많은 방송에서, 전시에서, 무대에서, 심지어 뉴스에서도 그의 음악과 삶의 이야기를 만나게 됩니다. 공연계에도 고 김광석 씨의 노래로 만든 몇 편의 뮤지컬이 있는데요. 특히 2015년에 초연된 뮤지컬 <그 여름, 동물원>은 김광석이 한때 몸담았던 그룹 동물원의 이야기를 그들의 노래로 담아내 울림이 더욱 큽니다. 동물원과 김광석, 다섯 친구의 시리도록 푸르른 젊은 날은 우리 모두의 그 시절 초상화 같기도 한데요. 이번 무대에는 외모부터 음악적인 분위기까지 흡사한 유리상자의 이세준 씨가 동물원의 리더였던 ‘(김)창기’를 맡아 화제가 되고 있죠. 연기에 도전한 이세준 씨의 속 얘기를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직접 들어봤습니다.  

 

“지금 상황으로는 욕심이 생겼죠, 연기가 재미있어졌거든요(웃음). <그 여름, 동물원>이 세 번째 뮤지컬인데, 예전에는 연기할 시간이 다가오면 무서웠어요. 그런데 재밌어졌다는 건 큰 변화잖아요. 뮤지컬은 생각하지도 못했던 분야예요. 보는 건 좋아했지만 내가 감히... 그러다 어느 날 <광화문 연가2>에서 연락을 받고 워낙 좋은 노래들을 부를 수 있고 연기는 별로 없다는 얘기에 속아서 시작했는데, 지금은 재밌어요.”

주크박스 뮤지컬이지만, <그 여름, 동물원>에서는 창기가 극을 이끌어가는 만큼 어려운 점이 많을 것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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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죠. 기본 발성부터 손동작, 표정 모든 게 다 어려워요. 그동안 했던 작품과 비교하면 연기 분량이 굉장히 많고, 작품 내에서 역할도 크고요. 그래서 ‘할 수 있을까? 내가 해도 될까?’라는 걱정이 있었는데, 다른 배우들보다 연기적으로는 많이 부족하지만 음악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부분은 어렵지 않은 면도 있었고, 원래 친분이 있는 분들의 노래라서 용기를 내봤어요. 달라졌다면 스스로에게 조금 납득이 가는 연기를 하게 됐다는 것, 그래서인지 예전에는 친구들이 공연 보면서 손발이 닳아 없어질 것 같다고 했는데, 다들 놀라더라고요. 연기학원 다녔느냐고(웃음).”

 

음악적으로는 많이 듣고 직접 부르기도 해서 접근하기 쉬웠겠지만, 작품 자체는 좀 부담스러웠을 법도 합니다. 김광석 씨와 동물원 사이에 있었던 이야기를 각색한 것이고, 고 김광석 씨의 죽음이 요즘 다시 화제가 된 데다 동물원 멤버들은 지금도 활동 중이고요.


“스토리는 그들의 음악과 갈등, 그리움 정도가 핵심인데, 사회적인 시선에서는 호기심이 있겠죠. 제작진과 배우들 모두 많이 고민했지만, 그 부분은 저희가 재현하지 않았고 방향을 정해놓지도 않았어요. 사랑이야기가 나오지만, 작품에서도 창기가 ‘그녀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그들이 어떤 사랑을 했는지 저는 모릅니다.’라고 말하거든요. 결국 판단은 관객들의 몫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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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하는 분들에게 김광석이라는 존재는 대단하죠?


“신기한 존재죠. 가수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것은 시간이 지나면 잊히잖아요. 그런데 그런 물리적인 이치를 거스른 사람, 세월이 갈수록 점점 또렷해지는 가수라고 생각해요. 우리끼리 ‘김광석의 전성기는 지금이다’라고 항상 말하거든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거예요. 주변에 좋은 사람들을 남기고 가서 그들에 의해 계속 회자되고 추모되고, 또 오디션 프로그램이 많아서 계속 리메이크되기도 하고. 하지만 기본적으로 노래가 가진 힘이 없었다면 옆에서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거든요. 직접 만든 노래든 누구한테 받은 노래든 김광석의 성대를 거치고 나면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 되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명작들을 남기고 가신 거죠.”

 

창기 캐릭터는 어떻게 접근했나요?


“이번이 삼연인데 임진웅 배우가 초연부터 참여했던 배우라 멋진 길라잡이가 되었고, 윤희석 배우는 저보다 연기력이 5만 배는 뛰어나니까 도움을 많이 받았죠. 또 김창기 선배님과도 친분이 있고요. 그분의 데뷔부터 지금껏 활동하는 모습을 굉장히 애정 있게 지켜보고 추종하고 있는 입장이라 개인적으로 즐거웠어요. 창기는 팀의 리더로서 중용을 지키려고 했지만 결국 모든 멤버를 끌어안지는 못한 거잖아요. 그것에 대해 미안해하고 후회하고, 친구의 죽음 뒤에 더욱 마음 아파하고 지금도 그걸 큰 빚으로 생각하고 있죠. 실제 창기 형도 그러신 것 같고.”

 

외모도 그렇고, 음악적인 성향도 그렇고 두 분이 무척 비슷한 것 같아요(웃음).


“다들 그렇게 생각했대요. 작품에서는 실존 인물 김창기와는 또 다른 캐릭터를 담아내고 있으니까 따로 뵙지는 않았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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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가 재밌어졌다고 하셨는데, 트리플 캐스팅이라서 상대가 달라질 때마다 또 다른 재미를 느끼실 것 같아요. 3명의 ‘그 친구’는 많이 다른가요?


“달라요, 똑같은 배역이고 똑같은 노래, 똑같은 대사를 하는데 전혀 다르더라고요. 그게 신기해요. 일단 최승열 씨는 초연부터 참여했던 배우라 제가 보기에 이 역할에 가장 익숙한 것 같아요. 게다가 이 친구는 노래만 시작하면 광석이 형하고 너무 비슷하니까, 정말 광석이 형과 같이 노래하고 연기하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해요. 감정이입이 돼서 울 때도 있어요. (홍)경민이는 정말 친한 동생이에요. 아주 가까운 사이라서 속속들이 잘 아니까 무대에서 작은 돌발 상황이 생겨도 서로 주거니 받거니 척척 호흡이 맞아요. 조복래 배우는 이번에 처음 만났는데, 연기적인 면에서는 가장 무게감이 있는 것 같아요. 처음부터 끝까지 톤이 무너지지 않고 단단한 캐릭터와 연기하는 느낌이라서 저도 안정감 있게 연기할 수 있더라고요.”

 

극중에서 창기는 ‘그 친구’와 함께 했던 20대, ‘그 친구’를 그리워하는 40대를 넘나들잖아요. 지금 40대인 이세준 씨도 음악을 시작했던 20대가 생각나겠는데요?


“맞습니다, 20대를 연기할 때는 연기하는 도중에도 그때가 그리워요. 나도 이럴 때가 있었지... 데모 테이프 만들고, 음악 하면서 싸우고, 누구랑 헤어졌다고 하면 슬픈 노래 써오라고 하고... 음악 했던 사람들이라면 100% 다 겪는 일이거든요. 그래서 장면마다 신나요. 꿈 많던 시절, 청춘인지도 모르고 흘려보냈던 시간, 허망하게 떠나보낸 친구들도 아쉽고. 똑같은 모습은 아니지만 우리 모두 지니고 있는 감정들이고, 그래서 작품이 매력적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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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을 보면 음악적인 갈등도 있지만 결국 사람이 모여서 하는 일이라 그 안에서 갈등이 빚어지는데, 올해 유리상자 데뷔 20주년이잖아요. 유리상자에게 최대 위기는 언제였나요?


“없었어요, 싸운 적도 없어요. 말로 설명하기는 힘든데 일단 성격이 잘 맞고, 적당히 거리를 유지하기도 했고요. 내 기준에 맞추려고 하면 삐걱대기 시작하잖아요. 그런 마음이 아예 없지는 않았겠지만 최대한 잘 참았고, 또 함께 할 수 있는 건 계속 같이 가주고. 이 작품에서는 ‘그 친구’가 노래만 바라보는 반면 다른 친구들은 학업을 놓치기 아까운 것도 있잖아요. 저희는 둘 다 음악밖에 할 게 없었던 것이 다행이었죠(웃음).”

 

 

유리상자가 지금껏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핵심 비결은 영상으로 확인해 보시죠(웃음)!

 

 

가수들에게는 연말이 가장 바쁘잖아요.


“그렇죠. 유리상자 크리스마스 공연이 12월 24일과 25일 잡혀 있고, 이세준 콘서트도 작게 하거든요, 하고 싶은 거 해소하려고. 그 공연도 12월 1일에 있어요. 뮤지컬까지 있으니까 데뷔 이래 가장 정신없는 연말이 되겠네요(웃음).”


참 다양하게 활동하시는데, 아직 해보고 싶은 게 있나요?


“없어요. 하게 되는 걸 하는 것만으로도 정말 감사해요. 가수도 뮤지컬도 내가 하고 싶다고 준비해서 된 게 아니라 즐기다 보니 일이 되곤 했거든요. 저는 다시 태어난다면 이 인생 그대로 다시 살고 싶어요. 엄청난 스타나 재벌이 돼 본 적은 없지만, 제 인생이 더 행복하다고 생각해요. 저에게 정해진 길, 하늘이 정해놓은 길을 즐기면서 가는 게 행복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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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상자도 노래가 많잖아요. 언젠가, 누군가 유리상자의 노래로 뮤지컬을 만든다면 어떤 이야기가 담기길 바라세요?


“너무 사건사고가 없는 팀이라서 우리 얘기로 뮤지컬을 만들면 재미가 없을 것 같고, 서정적인 노래가 많으니까 아름답고 행복한 사랑이야기의 배경으로 쓰이면 좋겠네요(웃음). 아직 뮤지컬로 만들어질 정도의 팀은 아니지만, 시간이 더 흘러서 유리상자가 하는 일들이 차곡차곡 쌓이면... 그때까지 좋은 노래들을 계속 만들고 남겨두는 게 지금까지 유리상자를 있게 해준 모든 것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해요.”

 

김광석과 동물원의 노래, 그들의 꿈과 우정, 그리움과 후회가 담긴 이야기 뮤지컬 <그 여름, 동물원>은 2018년 1월 7일까지 서울 한전아트센터에서 공연됩니다. 따스하게 마음을 울리는 음악과 멋진 라이브 연주, 그리고 누구에게나 그리운 그 시절의 이야기는 시린 겨울의 객석을 뜨겁게 달굴 텐데요. (현재 극장 내 소방기계 오작동으로 시스템 침수가 발생해 공연이 중단된 상태지만, 11월 말에는 재개될 예정입니다.) 김광석, 동물원의 노래와 함께 젊은 날의 초상화를 다시 한 번 들여다보시죠. 이세준 씨의 가창력이야 두말할 것 없고, 물오른 연기력도 확인해 보시고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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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윤하정

"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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