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마음 속에 간직한 단 한 사람 –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

따뜻하고 아름다운 힐링 하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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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한 희망과 그 희망이 주는 용기와 마법 같은 기적을 병사들의 이야기를 통해 전달한다. (2017.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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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한국전쟁이 한창인 참혹하고 끔찍한 상황 속에서 여섯 명의 군인이 무인도에 표류된다. 상대를 죽여야만 자신이 살 수 있는 가혹한 운명으로 마주한 북한군 네 명과 남한군 두 명. 그러나 아무것도, 아무도 없는 이 무인도에서 시급한 건 당장 이 무인도를 탈출하는 일이다. 더러워도 비겁해도 일단 살고 봐야 되니까, 살아 남아야지만 무엇이라도 할 수 있으니까. 결국 무인도 탈출이라는 동일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 여섯 명의 군인들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의기투합한다.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는 참혹하고 비극적인 전쟁의 현실 속에서 피어나는 휴머니즘을 무대 위로 잘 옮겨낸 작품이다. 총알이 날라 다니고 생사가 오고 가는 급박한 상황을 통해 전쟁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그 상황에 던져지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어 전쟁을 이야기한다. 조금 다른 시선에서, 조금 다른 위치에서 그려내는 전쟁이야기는 전시상황 그 자체를 보여주지 않아도 충분히 비극적이고 슬프게 관객들의 마음을 적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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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도를 탈출하기 위해선 고장난 배를 수리해야만 하지만, 그 고장난 배를 수리할 유일한 인물인 북한군 순호는 악몽에 시달리며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한다. 이에 처세술의 달인이자 꾀 많은 남한군 영범은 순호의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 ‘여신님’이라는 가상의 인물을 창조해낸다. 자신들이 표류하고 있는 섬에 아름다운 여신님이 살고 있으며, 그 ‘여신님’은 서로가 서로를 도우며 평화롭게 사는 걸 좋아하는 분이라고, 우리 모두 여신님을 믿고 평화롭게 생활하자고. 전쟁의 참혹함에 두려워하던 순호는 영범의 말을 그대로 믿으며 여신님을 통해 마음의 안정을 되찾게 된다. 순호의 기분에 맞춰 배를 고치고 무인도를 탈출하기 위해 나머지 다섯 명 또한 마치 ‘여신님’이 존재하는 듯 행동하게 된다. 함께 여신님을 위한 파티를 열고,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생활하는 일상 속에서 여섯 남자 사이의 긴장감은 사라지고, 서로가 조금씩 가까워 지게 된다.

 

말도 안 되는 일이라 여기던 이들도 어느 새 ‘여신님’의 존재를 믿게 되며, 각자 자신에게 소중한 누군가를 ‘여신님’에 대입해 생각하게 된다. 여신님은 때론 딸이 되기도 하고, 같은 꿈을 나누던 누이 동생이 되기도 하고, 좋아한다는 고백도 못해본 짝사랑 누나가 되기도 하고, 아들만 걱정하던 어머니가 되기도 한다. 마음 속에 품은 단 한 명의 여신님, 단 한 명의 소중한 이들을 떠올리며 여섯 병사들은 무인도를 탈출하겠다는 희망을 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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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라는 말이 있다. 무언가를 이루고 싶은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하고, 바라고, 상상할 때, 그 소망을 이루기 위해 어느 새 스스로 더 큰 힘을 내고 용기를 내어 살아가게 된다. 그렇게 신념을 가지고 행동하다 보면 어느새, 간절히 바라던 소망도 이루어지는 기적을 만나게 된다.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는 그러한 간절한 희망과 그 희망이 주는 용기와 마법 같은 기적을 병사들의 이야기를 통해 전달한다.

 

전쟁을 만드는 건 지도층이지만, 전쟁에 참여하는 건 그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청년들일 뿐이다. 아무런 이유 없이, 아무런 죄도 없이 서로가 서로를 죽여야만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고 그 속에서 끔찍한 트라우마를 겪게 되는 길을 그들 스스로 선택한 것이 아니다. <여신님이 보고 계셔> 속 여섯 명도 마찬가지다. 군인이 아닌, 한 명의 인간으로서 보이는 여섯 명의 모습은 너무나 순수하고 너무나 평범하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모습은 더 안타깝고 가슴 시리게 다가온다. 총격이 오고 가는 상황 속에서 그들이 합창하는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라는 노랫말은 공연이 끝난 뒤에도 귓가에 맴돌며 그 비극의 깊이를 되새기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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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는 스토리, 음악, 연기, 무대 등 그 어느 것 하나 흠잡을 데가 없는작품이다. 잔잔하고 아름답게 마음을 적시는 넘버,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진 개성 넘치는 캐릭터의 조화는 작품을 풍성하고 빈틈없이 채워준다. 극의 분위기를 유연하게 해주는 적절한 유머코드 역시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작품의 주제와 균형을 맞추며 보다 완벽한 스토리를 만들어나간다. 보는 이들의 눈시울을 촉촉히 적시며 진정성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품 <여신님이 보고계셔>는 내년 1월 21일까지 유니플렉스 1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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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임수빈

현실과 몽상 그 중간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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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제:
    • 장르: 뮤지컬
    • 장소: 인터파크 유니플렉스 1관
    • 등급: 만 11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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