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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줌을 참으면 방광이 커질까?

야뇨증 때문에 고민이라면 소아과를 찾아 변비 치료를 상의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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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변을 참으면 안 됩니다. 깨어 있는 동안에는 소변이 마렵지 않더라도 두 시간에 한 번씩 규칙적으로 소변을 보게 하세요. (2017.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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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광을 키운답시고 소변을 참으면 어떻게 될까

 

기초적인 해부학 문제로 야뇨증 얘기를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오줌을 참으면 방광이 커질까요? 요즘은 성인도 이 문제가 중요합니다. 커피 소비가 늘면서 성인 요실금도 늘고 있거든요. 방광은 아랫배에 있지요? 고무풍선처럼 생겼습니다. 소변이 차면 부풀고, 시원하게 소변을 보고 나면 오그라듭니다. 언뜻 생각하면 소변을 자꾸 참으면 방광이 점점 커져 웬만큼 소변이 차도 참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 몸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알고 보면 오줌 한 번 누는 데도 상당히 정교한 시스템이 작동합니다.

 

일단 방광이 근육으로 되어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합니다. 전문용어로는 ‘배뇨근’이라고 하지만, 알기 쉽게 ‘방광근육’이라고 합시다. 둥그런 풍선이 있는데 고무가 아니라 근육으로 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또 한 가지 근육이 있습니다. 방광에서 소변이 밖으로 나오는 길목, 즉 풍선의 입구를 지키는 괄약근이라는 근육입니다. 우리 몸속에는 괄약근이 여러 군데 있습니다. 하나같이 좁은 통로를 둘러싸고, 조였다 풀었다 하면서 통로를 여닫는 역할을 합니다. 방광근육과 괄약근이라는 콤비의 호흡이 딱딱 맞아야 소변을 참을 수도 있고, 시원하게 볼 수도 있습니다. 그 과정은 이렇습니다.

 

방광에 소변이 어느 정도 차면 방광근육이 수축하며 신호를 보냅니다. 그러면 우리는 소변이 마렵다고 느낍니다. 하지만 아무 때나 소변을 볼 수는 없지요? 그래서 괄약근이 입구를 조이면서 방광근육을 점잖게 타이릅니다. “여기서 소변을 보면 체면이 뭐가 되겠니?” 그러면 방광근육이 수축을 멈추고 이완됩니다. 잠시 소변이 마렵다는 느낌이 가시죠. 이윽고 적절한 때가 와서 화장실에 가면 괄약근이 스르르 풀리면서 입구를 열어주고, 동시에 방광근육이 수축하면서 소변을 시원하게 밀어내는 겁니다(부르르~~).

 

방광을 키운답시고 소변을 참으면 어떻게 될까요? 괄약근이 아무리 잘 타일러도 방광근육이 참는 데는 한도가 있습니다. 결국 점점 세게, 계속 수축합니다. 소변이 마려워 발을 동동 구를 때가 바로 이때입니다. 하지만 소변을 봐서는 안 되는 상황이라면 괄약근도 사력을 다해 저항하지요. 이런 일이 반복되면 방광근육은 매번 엄청난 저항에 맞서 수축, 즉 ‘운동’을 하게 됩니다. 헬스클럽에서 무거운 역기를 들어올리면 팔과 가슴 근육이 발달하는 것처럼 방광근육이 점점 크고 두꺼워집니다. 방광벽이 두꺼워지는 거죠. 그러면 방광 속의 공간은 어떻게 될까요? 작아집니다. 방광을 키우자고 소변을 참았는데 정반대 결과가 되는 겁니다.

 

그걸로 끝이 아닙니다. 두꺼워진 근육은 통제가 잘 안 됩니다. 시도 때도 없이 실룩거립니다. 수시로 소변이 마려운 거죠. 가장 큰 비극은 방광근육이 아주 두꺼워졌을 때 일어납니다. 근육이 두꺼워지면 힘도 세지죠? 원래는 괄약근이 훨씬 힘이 셉니다. 그러나 방광근육이 두꺼워져 괄약근이 그 힘을 당할 수 없게 되면 방광근육이 수축할 때 소변을 단속하지 못합니다. 소변을 잠시도 못 참고, 시도 때도 없이 지리게 되는 거죠. 아이든 어른이든 소변을 참으면 요실금이 생기기 쉽습니다. 방광을 키우는 방법은 없을까요? 있습니다. 소변이 마려울 때마다 부지런히 화장실로 가서 소변을 보는 겁니다. 그러면 어린이들은 성장에 따라 자연스럽게 방광 용적도 커집니다. 어른은 방광근육의 힘을 괄약근보다 낮게 유지할 수 있으므로 유사시(?)에 대비하는 셈이 되는 거고요.

 

닥종이 인형 전시회 같은 데 가면 옛날 생활을 묘사할 때 빠지지 않는 광경이 있습니다. 이부자리에 지도를 그린 아이가 키를 쓰고 옆집에 소금을 얻으러 가는 모습이지요. 그런데 정작 야뇨증을 겪는 아이에게는 문제가 그리 우습지 않습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야뇨증이 있는 아이들은 자존감이 백혈병이나 암에 걸린 아이들보다도 낮다고 합니다. 웃어 넘길 일이 아니라는 거죠. 그러면 몇 살까지 소변을 못 가리면 야뇨증이라고 할까요?


의학적으로는 만 5세, 우리 나이로 6세까지는 밤에 소변을 못 가려도 병이 아니라고 봅니다. 그러니 그 때까지는 조금 느긋하게 생각해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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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5세 이후에 실제로 야뇨증을 겪는다면


우리는 ‘빨리빨리 주의’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누구나 그걸 알고, 고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정작 문제가 자기에게 닥치면 까맣게 잊어버리고 안달을 합니다. 아기 키우는 부모끼리 모이면 아기 얘기만 하지요. 그러다 어떤 사람이 자기 아기는 세 살도 안 됐는데 벌써 소변을 가린다고 자랑을 합니다. 다른 부모들은 금방 샘을 내며, 뭔가 잘못되지 않았는지, 아이가 늦는 건 아닌지, 심지어 자기가 뭘 잘못한 건 아닌지 걱정에 사로잡힙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나름대로 성장하는 방식이 있으며, 그건 모든 아이가 저마다 다릅니다. 소변을 일찍 가린다고 더 영리하거나 성숙한 것은 아니며, 나중에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반대로 소변을 일찍 가린 아이들이 나중에 소변으로 인한 문제를 겪을 확률이 높다는 연구는 있습니다. 만 3세 이전에 화장실 훈련을 시키면 늦게 야뇨증이 생기거나, 소변을 너무 자주 본다거나, 잘 참지 못하는 일이 잦고, 심지어 변비나 대변실금의 확률도 높아진다고 합니다. 그러니 마음의 여유를 지닐 필요가 있습니다.

 

만 5세 이후에 실제로 야뇨증을 겪는다면 마음의 여유가 더욱 중요합니다. 일단 알아둘 것은 밤에 실수하는 데 대해 아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은 전혀 없다는 겁니다. 부모가 마음이 급해서 야단치거나 창피를 주면 그렇지 않아도 낮아진 자존감에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될 수 있습니다. 일단 의사를 만나세요. 제가 봤던 환자 하나가 떠오릅니다. 초등학교 3-4학년이 되도록 소변을 못 가렸습니다. 아빠는 형편이 넉넉지 못했고, 부부 사이도 좋지 않았습니다. 비싼 한약을 지어 먹였는데도 소변을 가리지 못하자 아이를 엄청 야단쳤습니다. 기본 검사를 했는데 소변에서 당이 엄청 높게 나왔습니다. 당뇨병이었던 거지요. 아빠가 제 앞에서 아이에게 미안하다며 펑펑 울던 모습을 잊을 수 없습니다. 야뇨증이 있다면 혹시 다른 병 때문이 아닌지 확인해 보는 게 우선입니다. 별 문제가 없다면 보통 항이뇨 호르몬 치료를 하거나, 알람 치료를 합니다. 효과는 있는데 전자는 끊으면 재발하는 수가 많고, 후자는 번거로운 데다 치료 기간이 긴 것이 문제입니다. 옛날에 많이 쓰던 항우울제는 재발이 많고 부작용 우려가 있어 지금은 권하지 않습니다.

 

최근에는 대부분의 야뇨증이 변비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옵니다. 뚜렷한 변비 증상이 없어도 변을 잘 보게 해주면 야뇨증이 없어진다는 겁니다. 장에서 변비 때 딱딱한 변이 차는 부분과 방광은 서로 맞닿아 있으므로 상당히 개연성 있는 주장입니다. 과학적으로 뒷받침하는 논문도 많고, 『우리 아이 야뇨증과 변비 거뜬히 이겨내기』라는 책도 나와 있습니다. 야뇨증 때문에 고민이라면 소아과를 찾아 변비 치료를 상의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변비가 있다면 어차피 치료하는 것이므로 손해 볼 일이 없죠? 변비가 없더라도 야뇨증 때문에 절박하다면 어차피 뾰족한 치료가 마땅치 않으므로 한번 시도해볼 만합니다. 물론 변비약을 한없이 복용할 수는 없습니다. 야뇨증과 변비가 좋아졌다면 약을 끊고 섬유소가 풍부한 음식을 먹고 운동량을 늘리는 등의 노력을 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앞에서 말한 것처럼 소변을 참으면 안 됩니다. 깨어 있는 동안에는 소변이 마렵지 않더라도 두 시간에 한 번씩 규칙적으로 소변을 보게 하세요. 소변이 마려운지 물어보지 마세요. 아이들은 항상 괜찮다고 합니다. 소변이든 대변이든 참는 습관은 매우 해롭습니다. 원래 직장과 방광은 저장기관으로 진화해온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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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강병철(소아청소년과 전문의, 꿈꿀자유 서울의학서적 대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소아과 전문의가 되었다. 2005년 영국 왕립소아과학회의 ‘베이직 스페셜리스트Basic Specialist’ 자격을 취득했다. 현재 캐나다 밴쿠버에 거주하며 번역가이자 출판인으로 살고 있다. 도서출판 꿈꿀자유 서울의학서적의 대표이기도 하다. 옮긴 책으로 《원전, 죽음의 유혹》《살인단백질 이야기》《사랑하는 사람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을 때》《존스 홉킨스도 위험한 병원이었다》《제약회사들은 어떻게 우리 주머니를 털었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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