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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동윤 “만화가가 어린이 명랑만화를 그린다는 것”

『귀신 선생님과 고민 해결』 남동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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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제일 중요해요. 사람 간의 사랑. 동물 간의 사랑. 모든 것과의 사랑. 사랑하고 있나? 사랑받고 있나? 살아가는 데도 그게 가장 중요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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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 선생님과 진짜 아이들』을 아시나요? 괴상한데 착하고, 착한데 또 엄청나게 재미있는 독특한 매력의 어린이 만화입니다. 출간 되자마자 빨리 뒷 이야기를 내놓으라는 어린이들의 성화가 이어진 지 어느덧 3년. 『귀신 선생님과 고민 해결』로 돌아온 남동윤 작가를 만났습니다.

 

남동윤 작가는 상명대 만화학과를 졸업하고 일러스트와 만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인물과 사상〉, 〈일러스트〉 등 여러 잡지에 만화를 그렸고, 어린이 잡지 〈개똥이네 놀이터〉에는 ‘똥윤이 삼촌의 만화 보따리’를 연재했습니다. 잡지와 사보, 단행본에 꾸준히 일러스트를 그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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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시작한 지 10년이 넘었죠?

 

만화도 중간중간 하기는 했는데, 주 일은 일러스트레이터로 13년 한 거죠. 24살 때부터 했으니까요. 캐리커쳐 작가로 시작해서 만평도 하고, 시사 만화도 하고, 광고 쪽 일도 하고, 교재, 사보… 안 가리고 다 했죠. 작년에 처음 쉬었어요. 그동안 일하면서 한 번도 안 쉬었거든요.

 

한 번도 안 쉬었다고요?


제가 예전에는 일을 엄청 많이 했거든요. 주 6일 작업실에 나가고. 일 중독이었죠. 작년에 번 아웃 상태가 와서 이건 아니다 싶었어요. 계약한 것들 중에 몇 개 파기하고 스트레스 안 받으면서 할 수 있는 일만 했어요. 운전면허도 작년에 처음 따고. 유럽 여행도 가고. 좋았죠.

 

왜 일중독이 되었을까요?


그건… 고등학교 때 집이 갑자기 어려워져서. 집 빚을 거의 10년 동안 갚았죠. 24살 때부터 계속, 학생 때부터 갚았어요.

 

대학생 때부터 일을 시작한 거네요.


그땐 알바를 서너 개 했거든요. 낮에는 스티커 가게 알바 하고. 저녁엔 학원에서 강사 하고. 가끔 학보사 만평 그리고, 주말에는 캐리커쳐 알바 하고. 엄청 바빴어요. 월세 7만 원 짜리 방에 살면서 옷도 맨날 입던 거 입고. 그렇게 십 년 넘게 계속 한 거죠. 제 블로그 보면 그림체가 엄청 많아요. 다 클라이언트한테 맞춘 거예요. 제 작업을 못해서 너무 힘들었죠. 일은 하는데 내 게 없으니까요. 그러다 어린이 단편 만화를 그리게 됐고, 그게 『귀신 선생님과 진짜 아이들』에 나오는 에피소드예요. 그걸 어린이 잡지 <개똥이네 놀이터>에 연재한 거고요. 그것도 남는 시간에 했죠. 낮에는 일러스트 일 하고, 저녁에 틈날 때 조금씩 그렸어요.

 

원래부터 어린이 만화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나 봐요.


대학교 졸업작품도 어린이 만화로 했었거든요. 제 어릴 때 이야기요. 성향이 어린이 쪽에 맞으니까 어린이 만화를 한 거죠. 좋아하는 장르이고. 그런데 체계적으로 기획한 건 아니었어요. 매달 단편만 연재한 거라. 연재 끝나고 책으로 내려고 만화 출판사들을 돌아 봤는데 다 거절당했어요. 어린이 창작 만화책은 시장성이 없으니까요. 대상 타깃이 애매하고 그림체가 안 맞다는 이야기도 들었고요. 그러다가 일년 뒤에 혹시나 해서 어린이 출판사 쪽으로 보냈는데 사계절에서 가능성을 보고 내 주기로 한 거죠. 사계절에서도 처음에는 그림체를 다 바꾸자고 했어요. 저는 애들이 이 그림을 좋아할 거라고 설득했고요. 담당 마케터가 겁도 많이 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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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뭐라고요?


어린이 창작 만화책이 워낙 판매가 안 된다고요. 제가 만화 쪽에 인지도가 있는 것도 아니니까. 홍보를 열심히 해야 된다고 한 거죠. 책 나오고 엄청 열심히 홍보 했어요. 강연도 열심히 하고.

 

시장 반응이 나쁘지 않았잖아요. 나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상당히 좋았죠.


그렇죠. 그런데 제가 속해 있는 판은, 제 주변은 다 웹툰 작가들이거든요. 만화 판에서 어린이 만화는 비주류예요. 지금은 웹툰을 안 하면 비주류인 거예요. 가수로 치면 다 아이돌을 하고 있는데 혼자만 트롯트 하는 느낌?(웃음) 출판사나 어린이책 쪽에서는 알아봐 주시기도 하고 그렇지만, 제가 속한 무리는 그게 아니니까 좀 외롭긴 했죠.

 

지금도 현재진행형으로 외롭겠네요?


그건 힘들긴 해요. 그래도 저는 이 일이 좋으니까요. 책 내고 아이들 만나서 강연하는 게 너무 좋거든요. 사실 저는 하고 싶은 게 있어도 조금만 참고 나중에 해야지, 하면서 참은 게 많아요. 그런데 나중이 되니까 그때 하고 싶었던 건 또 하기 싫더라고요. 하고 싶은 건 그때 그때 해야 된다는 걸 나중에 알았죠. 학원  제자들한테도 하고 싶은 거 있으면 무조건 하라고, 너무 참지 말라고 말하죠. 옛날에는 무조건 열심히 하라고 했는데 이젠 그렇게 절대 얘기 안 해요.

 

처음에 남동윤 작가 만화를 봤을 때, 이토 준지의 공포 만화랑 후루야 미노루의『이나중 탁구부』를 섞어 놓은 느낌을 받았어요. 혹시 이토 준지 좋아해요?


아뇨(웃음). 하마오카 켄지의 『우당탕탕 괴짜 가족』은 좋아했죠. 그 만화체가 약간 캐리커쳐 스타일이에요. 제가 원래 캐리커쳐를 했고, 워낙 캐리커쳐를 좋아해서 스타일이 겹쳐보일 수 있어요. 표정을 살리려다 보니까.

 

그림은 굉장히 센데, 내용은 착해요. 다 읽고 나니 착하게 살고 싶어지더라고요.


막 착한 만화를 지향하고 그런 건 아니에요. 착하게 살아야 돼, 라고 함부로 애들한테 얘기 안 하거든요. 왜냐하면 저도 착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어 가지고(웃음). 착하게 사는 게 행복한 건 또 아니잖아요. 지금 사회에서 나 혼자만 착하게 행동한다고 해서 행복해 질 수 있는 게 아니고. 어린이 강연할 때도 그런 걸 조심하죠. 열심히 해야 된다. 착해야 된다. 부모님 말씀 잘 들어. 이런 것도 말하고 나면 아차 싶죠. 신경 쓸 게 엄청 많아요. 어린이책을 만드는 자체가 되게 어렵고요. 나쁜 아이들 이야기도 넣고 싶었는데, 이미 캐릭터 설정이 다 착한 아이들로 되어 있어서… 나중에 전학생 캐릭터를 만들어서 넣으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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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도 그렇고 이번 책도 그렇고 등장인물들이 많아요. 다양한 인물을 보여주는 데 관심이 많구나 싶었어요.


네. 한 명도 소외 안 되게 하려고요. 애들은 다 주인공이 되고 싶어 하잖아요. 하나하나 살리고 싶은 거죠. 나중에 스핀오프 식으로 만들고 싶기도 해요. 구상해 놓은 건 되게 많거든요. 등장인물 저마다의 이야기가 다 있는 거죠.

 

원래 사람에 대한 애정이 많은가 봐요. 캐리커쳐도 대상에 애정을 가지고 들여다봐야 그릴 수 있는 거 아니에요?


네. 사람을 좋아하죠. 애정결핍도 있고(웃음). 사람은 어릴 때부터 좋아했어요. 캐리커쳐도 워낙 좋아했고요.애들도 좋아하고요. 관계 때문에 상처도 많이 받았어요. 일하면서도 상처 많이 받고 그런 게 있죠.

 

상처 받다 보면 거리 두거나 벽을 치는 법을 배우잖아요.


그러지는 않았죠. 보통은 단절되기 마련인데… 열 개 중에 다섯 개가 안 좋으면 계속 그걸 해결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끝이 없는 거예요. 작년부터는 좋은 것에만 집중하자. 그러면서 많이 좋아졌어요.

 

『귀신 선생님과 고민 해결』은 아이들 고민이 에피소드 별로 나와요. 아끼는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동생이 없어’요. 취재하면서 아이들 고민 상담 했을 때, 동생이나 형제 고민이 제일 많았어요. 그리고 그 에피소드를 마지막에 그렸는데, 사실 그 전에는 제가 만화가를 할 수 있나 고민이 많았거든요.

 

왜요? 이미 책도 나왔는데.


한 분야에서 살아남으려면 10년은 버텨야 하잖아요. 프리랜서는 70%가 거의 3년 안에 그만두거든요. 일러스트는 제가 10년 넘게 했으니까 자신감이 있죠. 만화는 서른네 살에 첫 책을 냈으니 늦게 데뷔한 셈이죠. 그전에 만평은 했지만 내가 만화가다, 라는 느낌은 없었죠. 내가 잘하고 있나 고민이 많았어요. 그런데 ‘동생이 없어’를 그릴 때는 이런 식으로 만화를 그려 나가면 되겠다, 연출도 이렇게 할 수 있겠구나, 싶었어요. 분기점이라고 할까요? 여건이랑 시간만 되면 계속 만들고 싶은데 버티기가 쉽지 않으니까요. 다음 권을 내려면 또 연재할 곳을 찾아야 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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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매체에 연재를 하고, 끝난 뒤에 단행본으로 묶고요?


네. 그런데 연재를 하려면 세이브 원고를 최대한 만들어 놓고 시작해야 되는 거죠. 보통 웹툰 작가들도 연재할 때 10화 정도 만들어 놓고 시작해요. 바로 못 들어가요. 비상시도 있고. 매주 마감을 못 칠 때도 있으니까요.

 

‘동생이 없어’는 저도 엄청 재미있게 봤어요. 그런데 마지막에 동생을 찾아서 좀 실망했어요.


정형화된 결말이긴 하죠. 그게 항상 고민이긴 해요. 동생 없는 채로 살거나 다른 애들도 다 동생이 없어지거나, 엉뚱하게 끌고 나갈 수도 있었을 텐데… 지금 결말이 교훈적이잖아요. 주인공을 성장시키고. 동생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제가 초등학교 전 학년이 보는 만화를 그리는 거니까, 다 포용하려고 하니까 적당한 선을 잡은 거죠.

 

저도 지금 결말이 올바르다고 생각은 해요. 실망한 건 취향의 문제이고요.


그게 조심스러운 거예요. 애들은 착한 내용을 보여줘야 된다 이런 생각이 깔려 있잖아요.

 

착하고 재미있는 건 큰 장점이에요. 보통 착하면 재미없잖아요.


그러니까 부모님들이 사주신 것도 있겠죠. 명랑만화 잘 안 사주시는데(웃음). 그 진부함 안에서 특별함을 만들기 위해서 연출에 최대한 신경을 쓴 거죠.

 

대사도 굉장히 실감나요. 초등학생 말투를 따로 수집해요?


아이들이 나오는 다큐멘터리도 많이 보고. 강연 다니면서 직접 만나니까 듣는 것도 있고요. 의도적으로 기록하거나 그러진 않고, 제가 연기를 하는 거죠. 초딩이 됐다고 생각하고. 1권 때보다 대사에 더 신경을 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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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그림 그릴 때, 스케치 없이 흰 종이에 바로 그려 나갔잖아요. 망설임 없이 쭉쭉.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처음에 스케치를 해 놓고 다른 종이에 옮겨 그렸으면 훨씬 잘 했을 텐데… 바로 그릴 때는 눈으로 미리 스케치를 하는 거예요. 그리면서 대충 예상하는 거죠.

 

손으로 긋기 전에 눈으로요?


이게 특별한 건 아니에요. 많이 그리는 사람들은 가능해요. 저는 캐리커쳐 할 때 스케치 없이 하니까, 연습이 되서 어느 정도 하는 거고요. 어찌됐든 이건 제가 그려 본 만큼만 그릴 수 있어요. 그려 본 실력 정도만. 만화 그릴 때 제가 못 그리는 장면은 자료 찾아서 보고 그린단 말이에요. 그건 내가 그릴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이 그릴 수 있죠. 구도도 고민하고. 그런데 스케치 없이 할 때는 정말 그릴 수 있는 것만, 외울 수 있는 만큼만 그리죠. 예를 들어 갑자기 코알라를 그리라고 하면 잘 못 그리죠. 많이 안 그려 봤으니까. 토끼는 그릴 수 있는 거죠. 많이 그려 봤으니까.

 

작업할 때 뭐가 제일 중요한가요?


이 만화가 무슨 의미가 있나. 이게 무슨 의미가 있나…

 

답을 찾았어요?


답을 찾는다기보다 의미가 되기를 바라는 거죠. 좋은 창작자는 이미 나온 게 있는데 정말 디테일한 다른 지점을 보여주거나, 아니면 아주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야 하잖아요. 이 두 개 중에 하나는 했나? 생각하는 거죠. 책이 잘되면 되게 좋지만 의미가 더 중요해요. 잘하든 못하든, 촌스러워도 의미가 있으면 괜찮은 것 같거든요.

 

마감 스트레스는 어때요. 심한 편이에요?


마감이 안 풀리는 게 당장 큰일이 난 건 아니잖아요. 이것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시간이 너무 아까운 거예요. 조금만 융통성 있게 하면 더 완성도를 높이면서 일정을 조정할 수도 있는 거고. 그런 식으로 생각한 이후로는 스트레스를 안 받죠. 적당량 일하고, 몰아서 안 하고 미리 미리 하는 거죠. 그래야 스트레스를 확 안 받으니까. 일이라고 생각을 잘 안 하려고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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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뭐라고 생각해요?


그냥 그리러 간다. 놀러 간다. 이렇게 생각을 하죠. 일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재미가 없어지잖아요. 그리고 절대량의 법칙이 있어서 지금 많이 하면 나중에 많이 못 해요.

 

앞으로 작업하고 싶은 주제가 있어요?


사랑이 제일 중요해요. 사람 간의 사랑. 동물간의 사랑. 모든 것과의 사랑. 사랑하고 있나? 사랑 받고 있나? 살아가는 데도 그게 가장 중요하죠.

 

생각지도 못한 주제가…(웃음). 박애주의자인 것 같아요.


그냥 사람을 좋아하는 거죠. 사람이 좋아요.

 

왜 좋아요?


옛날부터 좋아했어요. 그게 의미 있다 생각하고. 가장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하고. 좋아하는 게 좋잖아요.

 

언제까지 만화를 할 수 있을까요?


할 수 있을 때까지만 하고, 다른 더 재미있는 일을 해도 되요. 치킨집을 해도 되고요.

 

그림 그리는 게 내 사명이야. 이런 건 아닌가 봐요.


네, 그건 아니죠. 제가 손을 다칠 수도 있고요. 지금 할 수 있으니까, 기회가 주어진 거니까 열심히 하는 거고. 기회가 없어지면 다른 일을 해도 되는 거죠. 일은 다 중요하니까요. 내가 그림을 그리든 다른 일을 하든, 가치관이 중요한 거잖아요. 정체성이 중요하지 행위가 중요한 건 아니죠. 행위는 바뀔 수 있어요. 죽을 때까지 그려야지, 그건 아니에요. 그림을 그릴 수 있으면 너무 좋은 거고. 다른 할 수 있는 게 생기면 그걸 하면 되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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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이현주

10년 동안 어린이책 편집자였다. 지금은 작가들을 만나 사진도 찍고, 영상 편집도 하고, 꽃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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