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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잠깐'과 '설움'에 기대어 보다
세 단어에 기대고 시인의 시선에 기대어 보는 시간
그럴 수 있겠다 싶습니다. 시를 읽을 때 우리는 조금 다른 사람이 되니까요. 감성적으로든 윤리적으로든, 좀 더 괜찮은 존재로 느껴지게 되니까요. 그러니까 우리도 시를 ‘사랑’하는 게 맞는 거죠?
오프닝
나는 음악을 좋아한다, 나는 음악을 사랑한다
어느 쪽이신가요?
구글 검색 결과로는 ‘좋아한다’가 세 배 더 많다고 합니다.
미국 문학평론가, 데이비드 오어가 한 재밌는 조사라고 하는데요.
어떤 임의의 대상에 대해서 ‘나는 00를 좋아한다(like)’와
‘나는 00를 사랑한다(love)’로 검색을 해 보면,
대체로 ‘좋아한다’가 ‘사랑한다’보다 더 많다는 거예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결과가 반대인 게 있는데, 뭘까요?
바로 ‘시’였다고 해요.
이 얘기를 전하는 문학평론가 신형철 씨의 유추는 이렇습니다
‘나로 하여금 좀 더 나은 인간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사람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훌륭한 시를 읽을 때, 바로 그런 기분이 된다.’
결벽증에다 괴팍하고 무뚝뚝한 중년 남자에게
여자는 칭찬을 해 보라고 부추깁니다. 남자는 서툴게 말을 꺼내죠.
“당신은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게 만들었어.”
그건 바로 당신을 사랑한다는 고백!
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얘기죠.
그럴 수 있겠다 싶습니다.
시를 읽을 때 우리는 조금 다른 사람이 되니까요.
감성적으로든 윤리적으로든, 좀더 괜찮은 존재로 느껴지게 되니까요.
그러니까 우리도 시를 ‘사랑’하는 게 맞는 거죠?
안녕하세요, 여기는 이동진의 빨간책방입니다.
우리를 대변하는 비유로서의 '나'
생이 긴 듯해도 찰나라는 의미로의 '잠깐'
사는 이르이 기쁨과 슬픔을 한데 모았을 때 그 교집합 정도로의 '설움'
그 세 단어에 기대고 시인의 시선에 기대어 보는 시간을 가져 보겠습니다.
'책, 임자를 만나다'에서 이번에 함께 이야기 나눌 책.
허은실 시인의 첫 시집 『나는 잠깐 설웁다』 입니다
『나는 잠깐 설웁다』
'나'와 '잠깐'과 '설움'에 기대어 보다.
1) 책 소개
문학동네시인선 90권. 2010년 「실천문학」을 통해 등단한 허은실 시인의 첫 시집. 데뷔 7년 만에 선보이는 시인의 시집 『나는 잠깐 설웁다』는 총 4부에 걸쳐 63편의 시가 나뉘어 담겨 있다.
제목에서 유추가 되듯 '나'와 '잠깐'과 '설움'이라는 단어 셋에 일단은 기대고 시작해도 좋다. 우리를 대변하는 비유로서의 '나'와 생이 긴 듯해도 찰나라는 의미로의 '잠깐'과 사는 일의 기쁨과 슬픔을 한데 모았을 때 그 교집합 정도로의 '설움'이라는 말이 어쩌면 우리가 시로 말할 수 있는 모든 이야기이며 그 근간의 맥이다 싶기 때문이다.
허은실 시인은 사는 일에, 또 살아온 일에 대해 하고픈 말이 꽤 많았던 모양이다. 그러나 그때그때 다하지 못하고 애써 꾹꾹 눌러 참아왔던 모양이다. 그래서 아쉽고 속상하고 시렸지만 돌이켜보면 또 참아내길 잘했다고 틈틈 자위하는 모양이다. 덕분에 항아리 속 엄지손톱만큼의 곰팡이도 피지 않고 힘 있게 잘도 묵어가는 장처럼 시인의 시들은 특유의 깊은 맛을 가졌다.
2) 저자 : 허은실
1975년 강원도 홍천에서 태어나 서울시립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했다. 라디오 오락?시사 프로그램의 작가로 10년 넘게 활동했으며 2010년 《실천문학》신인상에 당선되어 등단했다. 현재 팟캐스트 <이동진의 빨간책방>의 작가를 맡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 213-214회 <책, 임자를 만나다> 도서
"좋은 에세이를 읽을 때 우리는 모든 능력이 활발하게 깨어 즐거움의 햇볕을 쬐는 느낌이 든다. 또 좋은 에세이는 첫 문장부터 우리를 사로잡아 삶을 더 강렬해진 형태의 무아지경으로 빠뜨린다."
버지니아 울프의 이 말처럼 '책, 임자를 만나다'이번 시간에는 천천히 세상을 본, 그래서 오랫동안 스며들 영미 작가 25인의 산문을 나누려 합니다. 『천천히, 스미는』에 담긴 그들의 시선과 문장, 천천히 이야기 나누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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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어찌 하다보니 ‘신문사 기자’ 생활을 십 수년간 했고, 또 어찌어찌 하다보니 ‘영화평론가’로 불리게 됐다. 영화를 너무나 좋아했지만 한 번도 꿈꾸진 않았던 ‘영화 전문가’가 됐고, 글쓰기에 대한 절망의 끝에서 ‘글쟁이’가 됐다. 꿈이 없었다기보다는 꿈을 지탱할 만한 의지가 없었다. 그리고 이제, 삶에서 꿈이 그렇게 중요한가라고 되물으며 변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