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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너는 이 책을] 올해의 키워드, 존엄

『폭력과 존엄 사이』, 『나는 세상을 리셋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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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삶이 안 바뀔 것 같아서 절망스럽다면, 다시 무엇을 어떻게 하는 것이 필요할지 돌아보는 책'이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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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 : 오랜만입니다.


의정 : 즐겁고 피곤한 금요일입니당!


지혜 : 전자에 의미를 좀 두고. ㅎㅎ 저희가 2주 만이죠?


의정 : ㅋㅋㅋ 네. 매주 찾아뵈려고 했지만 아무래도 좀 무리였죠. 대신 두 배 더 재밌게 격주로 독자 여러분을 찾아 뵙겠습니다. 늘 보는 사이긴 하지만, 2주 동안 잘 지내셨나요?


지혜 : 지난주는 배탈이 나서, 3일 정도는 힘이 없었고 지난 주말부터는 좀 괜찮네요. 역시 건강이 최고라는 생각이 듭니다. 의정 님은 2주간 어떠셨나요?


의정 : 달력에 뭔가 잔뜩 써놓은 걸 보니 일을 한 것 같습니다만, 무슨 일을 했는지는 슝 사라져 버렸네요. 연말이라 더 붕 뜬 것 같기도 하고요.

 

지혜 : 12월 중순이라니, 믿기지가 않는군요. 저는 2주 만의 선택인지라, 평소보다 심사숙고해서 책을 선택했어요. 제목은 『폭력과 존엄 사이』. 제목에 대한 첫인상이 어떠신가요?


의정 : 읽으면 가슴이 먹먹해질 것 같네요. 폭력이 나올 테고, 폭력보다는 폭력에 맞선 사람들의 존엄을 부각 한 책일 것 같습니다. 제 첫인상이 맞나요?


지혜 : 먹먹해지는 것 맞고요. 존엄을 부각한 것도 맞네요. 제목이 무거워서 선뜻 책을 펼치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는데요. 저자의 문장이 좋아서 수월히 읽었습니다. 의정 님이 선택한 책은 제목이 뭐죠?


의정 : 사회학자 엄기호 님의 『나는 세상을 리셋하고 싶습니다』 입니다. 이 책 제목의 첫인상은 어떠신가요?

 

지혜 : 우선 엄기호 선생님은 제가 좋아하는 저자님이시고요. '리셋'을 하고 싶긴 한데, 불가능하게 느껴지고 (제가 살짝 좀 비관적). 젊은 독자들에게 소구력이 있는 제목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주에 이어 저희가 사회를 말하는 책을 선택했네요.


의정 : 세상이 어려워지면 사회학 책 판매가 늘어난다는 이야기가 있더라고요. 도대체 왜 세상이 이런가 분석해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게 아닐까요?


지혜 : 요즘 정치 관련 서적도 잘 팔린다고 합니다.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서, 책 내용을 좀 소개해주시겠어요?


의정 :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은 이제 '리셋'밖에 없다고 느끼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최근 사회 문제를 다룬 뉴스에서 '싹 다 망해버려라' 라든지 '죽창이 답이다'라고 댓글이 달리는 사회 현상을 분석합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엄기호 저자의 책은 읽다 보면 고개를 주억거리게 되는 짜임새 있는 주장이 매력적이에요. 지혜 님의 책은 은유 저자님이 쓰셨죠. 『쓰기의 말들』을 재밌게 읽은 기억이 나는데, 이번에는 어떤 내용인가요?


지혜: 『폭력과 존엄 사이』는 국가폭력 피해자들 인터뷰한 인터뷰집이에요. 형식으로 보면 인터뷰집인데, 르포 느낌이 있고, 또 소설 같기도 산문 같기도 하고 그래요. 제가 은유 작가님을 작년에 '올해의 저자'로 꼽았어요. (예스24 직원이 뽑은 ‘올해의 저자’) 올해 정말 왕성한 활동을 하셨는데, 3권의 책을 쓰셨어요. 말씀하신 바와 같이 『쓰기의 말들』을 시작으로 『폭력과 존엄 사이』를 최근에 냈고, 곧 『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도 나올 예정입니다.

 

의정 : 올해의 저자라니, 꼭 읽어봐야겠네요. 요새 시즌에는 '올해의~'로 시작하는 기사는 일단 다 클릭해보게 돼요


지혜 : 그렇죠. <월간 채널예스>에서도 ‘올해의 책’을 꼽았죠. 기사를 보시려면 여기를 꾹! (2016년, 내 마음을 뺏은 한 권의 책) 의정 님의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주제는 무엇인가요?


의정 : 제가 다른 때 비해서 책 영업을 잘 안 하죠? ㅋㅋ 평소 같았으면 밑줄 그은 문장을 신나게 떠들었을 텐데, 워낙 내용이 무겁다 보니 어디서부터 풀지 쉽지 않네요. 꼽아보자면, 돈이 있으면 누군가를 모욕할 수 있게 된 세상에서 학생들이 기간제 교사에게 "진짜 선생님 아니잖아요"라고 말한 내용이 저는 충격으로 다가왔어요 세월호 사건에서도 기간제 교사는 교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순직 처리가 되지 않았죠


지혜 : 기간제 교사는 '진짜' 선생님이 아니라고요? 그럼 '계약직', 아르바이트도 '진짜' 직원이 아닌 거겠네요.. 이 아이들을 어른들이 가르쳤으니, 저는 할 말이 없어요. 아이들에게 뭐라 말할 수가 없어요. 저도 이번 『폭력과 존엄 사이』을 읽으면서, 마음이 몹시 무거웠어요. 평소 제가 법정물을 보거나 <그것이 알고 싶다> 같은 프로그램을 볼 때, 가장 억장이 무너지는 게 무죄! 무죄! 인데, 감옥에서 오랜 세월을 산 사람들의 이야기를 목격할 때인데요. 간첩 조작 사건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접할 때마다, 할 말이 정말 없어요.

 

지혜 : 『폭력과 존엄 사이』가 나오고, 저자가 북콘서트를 하고 블로그에 후기 글을 남겼더라고요. "13년 징역 살고 나와 30년 만에 무죄 판결을 받은 김용태 선생님이 재심을 청구할 때, 검찰에서 '기록이 없다'고 나몰라라 했다. 그런데, 무죄를 밝혀냈고 자신의 무죄를 증언한 책도 냈다." 김용태 선생님에게 『폭력과 존엄 사이』는 일종의 사면증 같은 의미예요. 저는 이 책이 많이 안 팔릴 책이라는 걸 잘 알아요. 분명히 베스트셀러는 못 될 거예요. 그래서 오월의봄 출판사가 몹시 고맙고, 은유 작가님도 고맙고 그래요.


의정 : 『나는 세상을 리셋하고 싶습니다』도 많이는 안 팔릴 것 같아요. 하지만 전작 『노오력의 배신』, 『단속사회』, 『공부 중독』 등 꾸준히 한국 사회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저도 엄기호 저자에게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우리 모두는 존엄에 있어 평등하다. 인간 모두가 존엄하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평등이 강조되어야 한다. (중략) 모두가 평등하게 존엄하게 때문에 삶의 전 공간에서 모두를 동료 시민으로 대하는 것, 이것이 새로운 사회를 만든다." - 『나는 세상을 리셋하고 싶습니다』, 211쪽


의정 : 저자는 1987년 민주주의에서 정치적 민주주의에는 성공했지만 '삶의 민주화'는 실패했다고 평가를 내리는데요, 투표소에 표를 찍으러 갈 때만 '동료 시민'인 것이 아니라, 삶의 모든 곳에서 동료 시민임을 자각하자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지혜 : 존엄, 평등, 동료시민, 삶의 민주화. 이 단어들에 밑줄을 치게 되네요. 저희가 금주에 고른 두 책은 모두 '존엄'을 말하고 있네요. 『폭력과 존엄 사이』에는 총 일곱 분의 인터뷰가 실렸어요. 1977년에 강제 연행돼 징역 15년을 살고 2014년에 무죄가 확정된 김흥수 선생님은 이렇게 말해요, "배운 사람들이 그러는 걸 보고 못 배운 걸 한탄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요즘 청문회를 보면서, 같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의정 : 청문회... 정말 화나죠. 모두 책임이 있지만, 특히나 책임 있는 사람들이 왜 책임을 지려 하지 않는 걸까요. 존엄을 지키기가 참 어렵네요.


지혜 : 책임을 짓지 않아도 지금까지 너무 잘 살았으니까, 아무 문제가 없었으니까, 안 지는 것 같아요. 돈이 책임져 줬으니까요. 아, 청문회 이야기가 나오니 숨이 좀 막히네요. 우리 오랜만에 지수 이야기를 해볼까요? 『나는 세상을 리셋하고 싶습니다』의 권유 지수는 얼마인가요?


의정 : 권유는 80인데, 지력은 70입니다. 높은 지력 지수에 겁먹지 마시길. 술술 넘어가니 권유 지수가 더 높다는 것을 믿으시고 독자 분들이 읽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ㅋㅋ 그러고 보니 지혜 님 권유 지수가 100입니다. 이때까지는 나오지 않던 높은 점수인데요.


지혜 : 95할까, 100할까 고민했는데요. 이 지수를 보고, 다섯 분이라도 이 책을 읽었으면 해서요. 가끔 출판사 편집자 분들이 “우선 프롤로그만 읽어 보세요. 그러면 책에 푹 빠질 거예요”라는 말을 하는데요. 이 책도 그렇더라고요. 출근길에 읽는데 먹먹해지더라고요. 이야기가 무겁고 힘든데 다행히 저자의 문장이 몹시 좋아요. 섬세하고. 수산시장에서 파는 싱싱한 갈치 있잖아요. 되게 단단한 제주산 갈치. 그런데 너무 화려하지 않고 속이 찬 갈치. 그런 갈치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의정 : 오, 갈치. 은유 작가님은 문장이 좋기로 소문나셨죠.


지혜: 갑자기 생각이 나는 문장이 있네요.


"사람을 살게 하는 것은 장소의 여건보다 관계의 질이라는 사실이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아무리 궁궐 같은 집이라도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이 없을 때 인간은 불행을 느낀다. 그러나 자신의 결백함을 알아주는 동료가 있고, 말이 통하는 벗과 책이 있고 내가 가진 것을 남들과 나눌 수 있을 때 그들은 감옥이지만 살 만하다고 느꼈고 인간으로서 존엄을 지켜낼 수 있었다," - 『폭력과 존엄 사이』, 16~17쪽


의정 : 저는 다시 에필로그를 인용해 보고 싶습니다.


"100만에 대한 열광 속에서 봤어야 하는 것은 내 옆에 선 이들의 '얼굴'이다. 민주주의를 만드는 협력은 내가 기꺼이 점이 되는 것에서 시작되고, 존엄은 옆에 선 이를 점이 아닌 동등한 목소리이자 얼굴로 기억하는 데서 시작된다." - 『나는 세상을 리셋하고 싶습니다』, 214쪽


의정 : 서로의 '얼굴'을 보는 연말을 보내고 다시 2017년에도 주변의 사람들을 챙기는 해가 되었으면 하네요. 그런 의미에서 가장 가까이 앉은 지혜 님을 챙기려고 노력해 보겠습니다. ㅎㅎ


지혜 : 의정 님과 1년을 같이 일한 보람이 있군요. ㅎㅎㅎ 기대해보겠습니다. 그나저나, "100만에 대한 열광 속에서 봤어야 하는 것은 내 옆에 선 이들의 '얼굴'이다" 이 문장 정말 좋네요.


의정 : 그쵸? 엄기호 저자는 단거리와 장거리에 모두 능한 선수 같아요. 문장도 좋고, 글 전체도 무리함이 없어요


지혜 : 단거리, 장거리! 오호. 제가 가끔 쓰고 있는 코너 <다시 읽는 인터뷰>에서 엄기호 저자의 말을 인용한 적이 있어요. 2014년 3월, 인터뷰를 하면서 들은 이야기예요.

 

“우리는 말하지 못하는 걸 들을 수 있어야 한다. 말하는 걸 듣는 건 ‘수비’만 하는 거다. 말할 수 없다는 것은 그게 ‘고통’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고통을 느끼면 소리를 지른다던가 침묵한다. 고통은 소리, 침묵을 통해 표현되는 것이지 말로 전달될 수 없는 거다.” (다시 읽는 인터뷰)


의정 : 이모티콘 써도 되나요. -_-b


지혜 : 아, 그 이모티콘의 뜻은 무언가요?


의정 : 엄지 척, 의 뜻입니다. 이렇게 -_-b. 세상에 참 훌륭한 저자님이 많아요. 더 분발해서 소개해야겠네요.


지혜 : 저희의 어깨가 무겁습니다. 아, 더 무겁고 싶은데, 일이 참 많네요. 그리하여 저희의 금주의 키워드는 '존엄'인가요? 아, 12월 30일이 남았군요. (독자 여러분, <왜 너는 이 책을?>은 격주 금요일 연재입니다.)


의정 : 12월 30일에는 정말 마지막 날이니 분위기가 잘 안 살고, '존엄'이 올해 마지막 키워드로는 적합할 것 같습니다. 올해의 키워드, 존엄!


지혜 : 오늘은 우리가 말이 좀 길었으니, 각자 책에 대한 한 줄 평으로 마무리 지어보는 건 어떨까요?


의정 : '우리 삶이 안 바뀔 것 같아서 절망스럽다면, 다시 무엇을 어떻게 하는 것이 필요할지 돌아보는 책'이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지혜 : “'뭣이 중한디'를 여실히 보여주는 책”. 전 이렇게 말하고 싶네요.


의정 : 중요한 건 역시, 사람이죠. 부디 2017년에는 사람이 중요해지는 해가 되었으면 하네요. 독자 여러분도 한 해 마무리 잘 하시고, 내년에도 <채널예스>, 아시죠? (찡긋) 그럼, 다다음주, 12월 30일에 만나요.


지혜 : 독자 여러분! 연말에는 크리스마스 카드를 좀 씁시다. 우리 연필과 펜을 좀 사용해 보도록해요.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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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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