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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종기, 모든 경계를 감싸 안는 시인

2015년 제23회 대산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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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종기 시인은 따뜻한 서정과 맑은 지성, 담박하고 쉽지만 세련된 언어로 오랫동안 시작 활동을 이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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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언어로 삶의 생채기를 어루만지고 세상의 모든 경계를 감싸 안는 시인이다. 1939년 일본 도쿄에서 동화작가 마해송과 무용가 박외선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 바닷가에 앉아 혼자 동시를 쓰기 시작했던 소년은 중학생 시절부터 일약 ‘학원’ 문단의 스타가 되어 친구들의 연애편지 대필을 도맡는 등 타고난 시인의 재능을 맘껏 선보인다.

 

자연스럽게 문인의 길로 접어드는 듯 했으나 어려운 고국의 현실을 외면하지 말라는 주위의 권유로 연세대학교 의대에 진학했다. 1959년 본과 일학년 때 박두진 시인의 추천으로 <현대문학>에 등단하면서 ‘의사시인’의 길을 걷게 된다. 1966년 미국으로 건너간 후, 오하이오 주립대학 병원에서 수련의 시절을 거쳐 미국 진단방사선과 전문의가 되었고, 오하이오 의과대학 방사선과 및 소아과 교수 시절에는 그해 최고 교수에게 수여하는 ‘황금사과상’을 수상했다. 이후 톨레도 아동병원 방사선과 과장, 부원장까지 역임했고 2002년 의사생활을 은퇴할 때까지 ‘실력이 뛰어나고 인간미 넘치는 의사’로서 명성을 쌓았다.

 

고국을 떠나 이국에서 보내야 했던 그리움과 고독의 시간을 자신만의 시어로 조탁하여 『조용한 개선』을 시작으로 『안 보이는 사랑의 나라』, 『그 나라 하늘빛』, 『이슬의 눈』, 『우리는 서로를 부르는 것일까』 등 수많은 시집을 펴냈다. 2009년에는 시 「파타고니아의 양」으로 ‘현대문학상’을 수상했다. 2002년부터 6년 동안 연세대학교의 초빙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쳤다. 머지않아 ‘고국의 하늘에서 내리는 눈’을 맞게 되기를 소망한다.

 

이 밖에도 시집 『두 번째 겨울』, 『변경의 꽃』, 『모여서 사는 것이 어디 갈대들뿐이랴』, 『새들의 꿈에서는 나무 냄새가 난다』, 『보이는 것을 바라는 것은 희망이 아니므로』, 『하늘의 맨살』, 『마흔두 개의 초록』 등을 펴냈으며, 산문집 『별, 아직 끝나지 않은 기쁨』, 『아주 사적인, 긴 만남』, 『당신을 부르며 살았다』 등을 선보였다. 1997년 ‘이산문학상’과 ‘편운문학상’을, 2003년 ‘제16회 동서문학상’을 수상했다. 2015년에는 『마흔두 개의 초록』이 ‘제23회 대산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마종기 작가의 대표작


마흔두 개의 초록
마종기 저 | 문학과지성사

반세기 가까운 시간 동안 타국에서 의사의 삶을 살며 뼛속 깊이 새긴 외로움과 서러움, 그리고 조국과 모국어에 대한 그리움을 맑고 투명한 시들에 담아온 마종기 시인이 시력(詩歷) 55년을 맞아 새롭게 출간한 시집이다. 『하늘의 맨살』 이후 5년 만에 선보이는 이번 시집은 특히 어머니와 지인들을 떠나 보내는 상실의 아픔을 시인 특유의 간절하고 지순한 목소리로 전하는 한편, 수십 년 만에 이룬 국적회복의 감격과 기쁨을 솔직하고 희망찬 시어들에 담고 있다. 더불어 시인은 "괴롭고 외로웠던 지난날부터 이 나이에까지, 여일하게 내 동반자가 되어주고 힘이 되어준, 볼품없지만 정이 든 내 시들에게" 각별한 고마움의 인사도 잊지 않는다. 예고 없는 죽음이 잇닿는 인생의 황혼녘에서 다시금 싱싱한 초록의 희망을 길어 올리는 51편의 시들은 "아무리 이 시대가 속절없이 떠나도/숨 가쁜 아픔 느끼지 않고는/사랑할 수 없다"(「잡담 길들이기 11」)는, "서로 따뜻하게 비벼대야 한다./그래야 우리의 눈이 떠지고 피가 다시 돈다"(「봄날의 심장」)는 깊은 성찰과 사랑 가득한 시적 에너지를 아낌없이 증명한다.

 

 

하늘의 맨살
마종기 저 | 문학과지성사

마종기 시인의 열두 번째 시집으로 "경계인의 촉각"과 "비극적 생의 장엄함"을 강렬한 이미지로 표출했다는 상찬을 받고 있다. 2009년 '제54회 현대문학상'을 수상한 「파타고니아의 양」, 「디아스포라의 황혼」, 「국경은 메마르다」 등을 비롯, 전작 『우리는 서로 부르고 있는 것일까』 이후 발표한 총 51편의 시들로 채워져 있다. 『하늘의 맨살』에 이르러 시인은 고국과 모국어를 향한 들끓는 그리움과 회한, 개인의 외로움과 상처를 극복해가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간명하지만 풍요한 울림, 담백하면서도 간절하고, 쓸쓸하면서도 이내 다정할 수밖에 없는 목소리는 삶이란 이름으로 가로 놓인 지상의 모든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바람의 말'에 해당한다. 그렇게 시인은 내 안의 확산이 이끄는 "바깥으로의 귀향"(문학평론가 조강석)이라는 또 다른 개방적인 감각을 우리에게 열어 보인다. 이는 오래도록 편력한 자만이 품을 수 있는 원숙한 정신의 깊이이자 사랑으로 가득한 에너지이기에 가능한 언어, 시의 힘이다. 이국에서 이국으로, 변방에서 변방으로 떠돌면서도 매 순간 진심을 다해 자신의 근원을 찾아 묻고 답해온 한 시인의 겸손한 고백이 가슴으로 물들 수밖에 없는 이치를 말하고 있다.

 

 

이슬의 눈
마종기 저 | 문학과지성사

넉넉하고 따뜻한 시선이 깊은 감각과 맞물려 있는 뛰어난 시집이다. 흔히 넉넉하다는 것은 완숙한 경지의 특성이기도 하면서 반면에 뚜렷하고 굵은 한 면모 때문에 섬세하고 미묘한 삶의 감각을 놓치고 마는 느슨함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러나 이 시집의 시들은 인생의 작고 큰 일들의 다사다난함을 간추림 없이 담고 있고, 다채로울 수밖에 없는 삶의 상반된 감정들이 살아 있는 듯이 생생한 감각으로 묘사되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그 배면에 그 모든 걸 포용하는 깊은 넉넉함이 가라앉아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 시집은 서로 잘 어울리기 어려운 신선함과 원숙함이 조화를 이루는 특이한 경험을 우리에게 선사한다.

 

 

새들의 꿈에서는 나무 냄새가 난다
마종기 저 | 문학과지성사

『이슬의 눈』이후 5년 만에 펴낸 마종기 시인의 신작 시집으로 '제16회 동서문학상' 수상작이다. 작품이 출간되기 얼마 전 영구 귀국한 시인은, 지난 1966년 암담한 조국의 현실에 상처 입고 절망해 미국으로 건너간 뒤 이방의 의사인 동시에 모국어를 매만지는 시인으로 살아 왔다. 이러한 이력에서 보이듯이 시집 『새들의 꿈에서는 나무 냄새가 난다』는 그리움을 주된 정서로 삼고 있다. 떠나온 조국에 대한 그리움으로 시작하여 사랑에 대한 그리움, 잃어버린 가족에 대한 그리움, 유년 시절에 대한 그리움 등등으로 다양하게 변주되는 그리움들은 애절함보다는 어떤 따뜻함을 담고 있다. '그리움은 인생의 본질적인 요소'라는 깨달음이 시집 전체의 테마이기 때문이다.

 

 

우리 얼마나 함께
마종기 저 | 달

마종기 시인이 의사생활에서 은퇴한 후 십 년간 고국의 여러 매체에 기고했던 글들과 새롭게 적은 몇 편의 글을 엮은 산문집이다. 시인이자 의사로 한평생을 살아온 그는 차가울 것만 같은 의사도, 뜨거울 것만 같은 시인도 아니다. 한국인으로 태어났으나 더 많은 세월을 미국에서 보냈다. 이렇게 경계인으로 살아올 수밖에 없었던 그가 그 동안 참고 있던 숨을 깊게 몰아 쉬며, 가슴속에 맺힌 그리움을 글로 풀어냈다. 『우리 얼마나 함께』는 마종기 시인의 시집이나 다른 산문집에서는 드러나지 않았던 세세한 일상과 생각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그의 시심(詩心)이 되었던 맑고 투명한 마음은 사랑하는 가족과 여러 인연들로부터 기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동화작가 아버지, 현대무용가 어머니를 비롯하여 동생들과 세 아들, 친구들, 문단의 지인들과의 만남이 얼마나 정 깊었는지도 새삼 느낄 수 있다. 오십 년 세월 꾸준히 시를 써온 시인이 눈을 감고 되돌아보는 풍경에는 필연적으로 그리움의 정서가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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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널예스 작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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