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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직장이 아니라 생업을 찾는 노력

『작고 소박한 나만의 생업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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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 사는 것만큼이 아니라 자급자족이 가능한 생활력을 갖추는 것을 일차 목표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생활의 규모를 적정화하고, 조직에 속하기보다 자신이 원하는 일을 감당할 수 있는 규모로 한 가지씩 만들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것이 하나씩 늘어날 때마다 ‘세상이 어떻게 변하든 나는 살아남을 수 있다’는 자기확신감은 무럭무럭 커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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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의 구내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있었다. 앞자리에 앉은 젊은 교수 한 명이 대뜸 내게 말했다.


“선생님, 대치동이나 도곡동을 꼭 가야 해요?”


내가 청소년 상담을 많이 하는 걸 아니까 물어본 것이었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아이가 내년에 초등학교에 들어가는데 아내가 일찍부터 교육 1번지로 이사를 해서 살아야 한다고 재촉을 한다는 것이다. 알아보니 그들이 감당하기에는 전세나 월세 모두 버거운 수준이었단다. 그런데도 왠지 가야 할 것 같은 마음이 없어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병원에서 일하는 의대 교수라면 적은 돈을 버는 사람은 아니다. 그런데도 강남의 교육 1번지에 들어가서 살 생각을 하면 경제적으로 버겁고 감당하기 어렵다. 그런데도 ‘내 주변은 다 한다는데’라는 말은 강한 힘을 갖는다. 


상위권 대학을 졸업해서, 남들이 다 아는 대기업에 들어간다고 인생이 확 풀리는 것은 아니다. 요새 들어 실적이 나빠진 일부 대기업의 명예퇴직 기준이 기존의 40대 이상 간부직에서 30대까지 내려갔다는 뉴스를 본 적 있다. 어릴 때부터 오직 취직만을 목표로 살아왔는데, 얼마 일을 해보지도 못한 상태에 그만 나가라고 한다. 이게 웬 말이란 말인가. 거기다가 그 안에 남아서 자리를 잡고 있는 사람도 마음이 편치 않기는 마찬가지다. 인간은 언제나 남들과 비교하면서 살기 때문에 처음에는 남들보다 나은 연봉에 복리후생에 뿌듯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아, 돈 주는 것만큼 시키는구나’라는 걸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또 같은 조직 안에서는 비슷비슷하니 상대적 만족감도 더 이상 유지되지 않는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중산층의 기준을 보면 “연봉 5천만 원 이상, 30평대 아파트 소유, 1억 이상의 예금잔고, 일년에 한 번 이상 해외 여행, 2,000cc 이상 중형차 소유”이라고 한다. 


이걸 다 갖춘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런데도 어느새 이 정도 갖지 않으면 만족스럽지 않고 중산층도 못 된다고 여기고, 그걸 충족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다가 지쳐간다. 그러니 위의 교수의 고민 같은 일이 벌어진다. 이게 사는 것인가, 나름 열심히 노력했고, 게으름을 피운 적도 없는 것 같은데 삶이 만족스럽지가 않다. 하나도 즐겁지 않다. 마치 ‘인생을 도둑맞아 버린 것 같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지치고 불안하고 괴롭지만 ‘할 줄 아는 게 이것뿐’이라 할 수 없이 오늘 하루를 허덕거린다. 벗어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다. 


그렇다고 어디 취업을 하지 않고 살아갈 만큼 부유한 집안인 것도 아니고, 대단한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이럴 때 어떻게 하면 열심히 살아서 뭘 좀 성취를 해도 곧 바로 내 옆의 사람과 비교를 하면 별게 아닌 게 되어버리는 이런 삶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여기에 대해 소소해 보이지만 꽤 설득력 있는 대안을 제공하는 책을 한 권 만났다. 


이토 히로시의 『작고 소박한 나만의 생업 만들기』다. 이 책의 저자 이토 히로시는 1979년생으로 교토대학을 졸업하고 벤처기업에 참여해서 몇 년을 고생한 후에는 프리랜서 기자로 활동하다가 어느 순간 이렇게 사는 건 아니다 싶은 생각과 ‘일의 본질’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오직 고민만 한 게 아니라 저자는 작고 소박하지만 가능한 수준에서 실천을 하게 되면서 2007년부터 2012년까지 여러 가지 살아갈 수 있는 일들을 개발하고 만들어서 지금은 7가지 소소한 일들을 해나가면서 생계를 꾸미고 있다. 이 경험을 책으로 낸 것이다. 


그는 보통 사람들이 취업을 생각하고 직장에 가서 월급을 받는 생활을 하는 것은 ‘일을 하는 것을 통해 생활을 희생하는 것’, 즉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자신의 시간과 건강을 파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직장에서 원하는 것은 점점 많아지고 일의 강도가 강해지니까 직장에서 우울증을 앓고, 건강을 잃어버리는 사람이 속출하게 된다. 자신도 동경에 살면서 직장을 다니는데 월급을 꽤 받았지만 월세를 내고, 친구들과 술 한 잔 가끔 하고 나면 남는 게 하나도 없고 어떻게 시간이 가는지 모르게 지내는 날들만 지속될 뿐이었다. 한 마디로 심신이 너덜너덜해졌다. 그러던 중에 발상의 전환을 하게 되었다. 창업도 취업도 아닌 생업을 갖는 것이다. 대단한 기업을 일구는 창업을 하는 것도, 멋진 직장에 카드를 목에 걸고 다니는 것도 아닌, 인생을 충실하게 만들고 생존력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는 생업(生業)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가 정의하는 생업은 ‘혼자서도 시작할 수 있고, 돈 때문에 내 시간과 건강을 해치지 않으며, 하면 할수록 머리와 몸이 단련되고 기술이 늘어나는 일’이다. 이 일의 목표는 ‘자기 힘으로 만들고, 무리가 가지 않는 규모로 하며, 동료가 늘어나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 너무 애써서 매출을 늘리지 않는 게 좋다. 한 가지 일이 너무 잘된다고 거기에만 몰입해도 안 된다. 한 가지 일만 해서 생활비를 벌면 그게 잘 안되면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입장이 되기 쉽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 시장조사가 아니라 ‘생활의 규모를 적정하게 줄이기’다. 사회구조와 상황을 통찰하는 것을 진행하면서 불필요한 지출을 최소화하면 자연스럽게 수입은 두 배가 되는 효과가 나고, 꼭 벌어야 할 금액도 줄어든다. 단기간 한 번에 확 삶의 패턴을 바꾸려 하기보다, 장기적으로 천천히 유연하게 하나씩 하나씩 생업의 종류를 늘려가라고 조언한다. 생업이 되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전업이 되기보다 서서히 가능한 것들을 찾고, 자기가 정말로 하고 싶은 것을 만들며, 애써서 매출을 늘리려고 무리하지 않아야 한다.


지출을 줄이기 위해 과감히 도시생활을 포기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도시에서 멀어지면 일이 없어질 것이라는 공포가 있을 수 있지만 이를 위기감으로 바꾸고 긴장을 유지하면서 일을 찾아볼 수 있다. 정확히 얼마가 생활을 위해 필요한지 알아본 후 최소한의 삶이 가능한 수준의 돈을 벌 수 있게 되면 생업에 대한 안정감이 생가고 확신을 가질 수 있게 된다. 그러면 어쩔 수 없이 건강을 희생하면서 해야 하는 일인 일종의 ‘라이스 워크’(rice work)의 부담도 줄어들 수 있다. 


그가 해온 생업들이 무척 흥미롭다. 일년에 두 번만 떠나는 ‘몽골 알짜배기 생활체험 투어’도 있고, 목조 학교건물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싶은 커플을 위한 결혼식 기획, 시골에서 장작가마로 굽는 빵가게 열기 강좌, 큰 사무실을 나눠서 함께 사용하는 과정에 인테리어를 직접 해서 만들어낸 쉐어오피스인 스튜디오4, 교토에서 지내는 게 좋아서 덜컥 친구들과 집을 사서 수리를 한 후에 지금은 일종의 독채임대숙소로 이용하고 있는 ‘고칸엔’ 등이 있다. 


이 모든 것이 치밀한 계획 속에 진행된 것이 아니었다. 살다 보니 하나씩 눈에 걸리는 것이 있고 그것들에 대해 찾아보고 연구하고, 실천을 하면서 하나하나 자기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 안에서 일로 만들어낸 것이다. 미래예측을 통해 생업을 구상하고 그 가치를 찾아보고, 이어서 그 근거를 찾은 후에 형태를 만들어간다. 그는 한 달에 30만엔이 필요하다면 한 가지 일로 그만큼을 벌기는 힘들지만 3만엔짜리 일 10개를 만들어서 해내는 것으로는 가능하다고 한다. 


저자는 이를 위해 네트워크를 만들고, 돈과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고, 경제규모를 늘리기보다 생활의 자급력 키우는 것을 목표로 하라고 조언한다. 이를 해낸다면 충분히 그저 밥을 먹기 위해 내 건강과 시간을 맞바꾸는 ‘라이스 워크’가 아닌 생업(生業)을 만들어내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 말한다. 


세칭 ‘남들 사는 것만큼은 살아야지’라는 생각은 이제 유효하지 않다. 나를 밥벌이라는 늪에 빠트리고 인생을 제대로 살아봤다는 마음을 조금도 갖지 못한 채, 너덜너덜해지게 만들 위험이 있다. 남들 사는 것만큼이 아니라 자급자족이 가능한 생활력을 갖추는 것을 일차 목표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생활의 규모를 적정화하고, 조직에 속하기보다 자신이 원하는 일을 감당할 수 있는 규모로 한 가지씩 만들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것이 하나씩 늘어날 때마다 ‘세상이 어떻게 변하든 나는 살아남을 수 있다’는 자기확신감은 무럭무럭 커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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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소박한 나만의 생업 만들기이토 히로시 저/지비원 역 | 메멘토
이 책은 몽골 투어, 제빵업, 웨딩업, 셰어오피스, 숙박업, 농산품 개발과 판매, 동네 목수 등 5년간 7개의 생업을 발굴하고 개발해온 한 청년의 생업 현장 보고서이다. 삶을 좀먹는 ‘전업’이 아니라 인생을 충실하게 만드는 ‘생업’을 권하는 저자는 이 책에서 전투적 경쟁 사회에서 펼치는 평화로운 게릴라 자영업 작전으로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늘고 길게 살아남는 법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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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하지현(정신과 전문의)

어릴 때부터 무엇이든 읽는 것을 좋아했다. 덕분에 지금은 독서가인지 애장가인지 정체성이 모호해져버린 정신과 의사. 건국대 의대에서 치료하고, 가르치고, 글을 쓰며 지내고 있다. 쓴 책으로는 '심야치유식당', '도시심리학', '소통과 공감'등이 있다.

작고 소박한 나만의 생업 만들기

<이토 히로시> 저/<지비원> 역10,800원(10% + 5%)

저자 이토 히로시는 삼십대 중반(1979년생)으로 명문 교토 대학을 나왔지만 취업에 줄줄이 낙방한 경험이 있다. 고생 끝에 들어간 벤처기업에서는 밤낮없이 일한 대가를 받아 월세를 내고 남은 돈은 스트레스 해소용 아이스크림 값으로 탕진, 결국 건강이 바닥을 치고 친구 관계가 파탄 나기 직전에 퇴사를 결심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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