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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만한 삶ʼ을 둘러싼 철학의 흥미진진한 사연

철학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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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은 짧고 우발적이기 때문에 무의미에 시달리기 십상인데, 그러한 무의미에서 생을 구하려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가르쳐주지는 않는단 말이지. 이러한 난관에 합리적 사유라는 완전히 인간적인 수단으로 대응하는 것이 바로 철학의 궁극 목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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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라는 건 멀리 있지 않아.
산다는 건 곧 철학한다는 것,
결국, 좀 더 나은 삶을 살고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말이지.

 

 

 

 

 

 

(이 글은 도서 첫머리의 서문을 대화체로 풀어쓴 글입니다.)

 

세계화 고유의 경쟁논리는 맹목적으로 뻗어나가고, 이제 강대국의 국가원수들이나 다국적기업의 총수들도, 아니 그 할애비가 와도 그 흐름을 바꾸지는 못할 것 같아. 위기에 빠진 이 세계 속에서 우리 삶의 의미와 지표들은 사라졌어. 그런데 철학은 뜻밖에 점점 더 많은 관심을 사고 있지. 지난날 우리 삶을 이끌고 승화하게끔 영감을 주었던 전통적 이상들, 그러니까 혁명정신이나 애국심을 자극하는 거창한 이야기들은 이제 현실을 감당할 수 없고 설득력을 잃었기에 삶의 상실감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욕망은 한층 더 거세어지는지도 몰라.

 

이제 마음 줄 옛것들이 없으니 달리 기댈 만한 것을 찾는 수밖에! 무엇이 어차피 죽을 삶을 그래도 살 만한 가치가 있다고 느끼게 할까? 그것에 우리 노력의 요체를 바쳐도 좋다고 생각하게 되는 이유는 뭔가? 이런 맥락에서 철학적 사유에 대한 호기심이 새삼 활발해지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지. ‘인류가 삶에 부여할 수 있는 의미와 가능성을 차차 발견해 가는 흥미진진한 사연’, 그게 바로 철학의 역사야. 그러나 난 철학사를 논하기 전에 몇 가지 질문에 답해 볼까 해.

 

철학이란 무엇인가?
철학에 무엇을 기대할 수 있으며 철학을 무엇에 ‘써먹을’ 수 있나?
아직도 철학이 필요한가?
그렇다면 이 시대에 철학이 어떤 면에서 우리에게 도움이 될까?


이 모든 질문들에 터무니없다고 할 수만은 없는 답이 존재한다는 게 내 생각이야.

 

그 이유는 철학이 우리가 흔히 그것과 동일시하는 ‘비판적 사유의 학파’와 달라서야. 철학이 그저 비판적 사유의 한 학파일 뿐이라면 파스칼 말마따나 “한 시간의 수고”를 들일 가치도 없겠지. 그리고 뭐 꼭 철학자들이 있어야만 과학자, 기술자, 법조인, 상인, 농부들이 비판적인 생각을 할 수 있나? 반면, 과학기술의 중요한 발견, 정치개혁, 예술작품은 그 자체가 아무리 생산적일지언정 우리가 어떤 종류의 진리에 도달할 수 있는지 말해 주지 못하지. 그런 위업들이 도덕가치를 정당화하거나, 필멸자로서의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인가라는 의문을 해소해 주지는 않아. 생은 짧고 우발적이기 때문에 무의미에 시달리기 십상인데, 그러한 무의미에서 생을 구하려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가르쳐주지는 않는단 말이지. 이러한 난관에 합리적 사유라는 완전히 인간적인 수단으로 대응하는 것이 바로 철학의 궁극 목표야.

 

나는 이 ‘아리아드네의 실’을 따라 철학사의 변화무쌍한 행보, 중대한 방향전환을 두루 살펴보고 지금껏 인류의 세계관을 바꿔놓은 발견들에 주목하려고 해. 어떻게 각 시대마다 전에 없던 실존적 관건들이 등장해서 철학자들이 기존에 널리 수용되었던 사상들을 밀어내고 새로운 길을 제시하게 됐는지 보겠다는 얘기지. 때때로 그런 길은 엄청나게 눈부신 빛으로 몇 세기의 간격을 뛰어넘어 오늘날 우리에게까지 와 닿곤 한다고.

 

철학사는 뜻밖의 우회로를 자주 타지만 그 안에는 뭔가 논리를 품고 있어. 논리라는 말이 뭐하다면, 시대의 흐름 속에서 상보적인 두 차원을 따라 전진하는 모습 정도로 봐도 문제 없어.


자, 한 축에는 철학의 원점인 ‘좋은 삶’을 인류보다 상위 또는 바깥(코스모스의 조화, 신)에서 찾다가 점점 인간 경험의 내면에서(이성을 통해서, 나중에는 자유를 통해서, 더 나중에는 인간의 감정이나 직접적인 체험을 통해서) 찾는 모습이 있어. 그리고 또 다른 한 축에서, 철학은 이제까지 잊히고 소외됐거나 억압당했던 실존의 차원들(성, 남성의 여성성, 여성의 남성성, 유년, 인간에게 존재하는 동물성이나 자연스러운 본성, 무의식, 경제적 결정 등)을 통합하면서 나아가지. 이 두 가지 큰 흐름만 기억해 놔도 흐름이 보일 거야.

 

이러한 철학의 흐름은 크게 다섯 시기로 묶을 수 있다. 우리는 가장 위대한 철학자들의 작업이 어떻게 시작되어 어떻게 전개됐는지를 충실히 보여주고,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의 대체 불가능한 역할을 확인하면서 더없이 아름다운 역사 이야기를 들려줄 것이다. 인류가 근본적으로 어떻게 이루어졌는가를 차츰 스스로 인식하고 ‘살 만한 삶’에 대한 생각을 바꿔나가는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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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삶을 위한 철학의 다섯 가지 대답뤽 페리,클로드 카플리에 공저/이세진 역 | 더퀘스트(길벗)
프랑스의 전 교육부장관이자 유럽의 살아 있는 지성, 철학자 뤽 페리는 인류가 어떻게 ‘좋은 삶’을 추구해 왔는지에 따라 서양철학사를 크게 다섯 시대로 나눈다. ‘고대 그리스 시대’에서 시작해 ‘종교의 시대(유대-그리스도교 시대)’를 넘어 ‘이성의 시대(첫 번째 인문주의 시대)’를 맞이한 인류는 이후 ‘해체의 시대’를 거쳐 이제 ‘사랑의 시대(두 번째 인문주의 시대)’를 바라보고 있다. 뤽 페리는 철학 강사이자 작가인 클로드 카플리에와 편안하고 유쾌하게, 때론 힘주어 주고받는 대화 속에서 우리가 ‘더 나은 삶’을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철학의 다섯 가지 흐름을 알기 쉽게 짚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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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뤽 페리

프랑스를 대표하는 현대 철학자. 알랭 르노, 질 리포베츠키 등과 더불어 루이 알튀세르, 장 보드리야르, 미셸 푸코, 피에르 부르디외, 자크 데리다 같은 프랑스 68혁명 세대를 비판적으로 계승하는 소장학자다. 파리4대학과 하이델베르크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랭스대학에서 정치학으로 국가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캉대학, 파리7대학 등에서 교수를 지냈다. 알랭 르노와 함께 쓴 책 『68 사상La pensee '68』(1985)으로 처음 작가로서 유명세를 얻기 시작했으며, 이후 1994년부터 2002년까지 교육부 국가자문위원회 회장을 역임했다. 2002년부터는 장 피에르 라파랭 정부에서 교육부 장관을 지냈다. 철학자로서 뤽 페리는 그간 주로 종교와 분리된 인문주의를 주창해 왔다. 그의 저서는 지금까지 전 세계 30여개 언어로 번역되었다. 『두려움을 극복하다Vaincre les peurs』, 『인간이란 무엇인가?Qu'est-ce que l'homme?』(장 디디에 뱅상과 공저, 한국어판 제목은 『철학적 인간, 생물학적 인간』) 등이 좋은 반응을 얻었으며, 프랑스 인권문학상을 수상한 『인간-신 또는 삶의 의미L'Homme-Dieu ou le sens de la vie』, 메데치상(에세이 부문)과 장 자크 루소 상을 받은 『새로운 생태학적 질서Le Nouvel Ordre ecologique』, 도덕?정치과학 아카데미 에르네스트-토렐 상을 수상한 『현대인의 지혜La sagesse des modernes』(앙드레 콩트-스퐁빌과 공저), 『사랑 혁명La Revolution de l'amour』 등 의미 있는 저작 활동을 활발하게 계속해 오고 있다. 특히 지은이가 외딴 휴가지에서 무료함을 못 견딘 지인들에게 서양철학의 흐름을 이야기로 풀어 들려주는 『철학으로 묻고 삶으로 답하다Apprendre a vivre』는 프랑스는 물론 영어권에서도 베스트셀러로 오랫동안 사랑받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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