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나는 작은 시집’을 품은 독특한 산문집

『그토록 붉은 사랑』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기약해 가을에 매다는 씨앗 봉지처럼, 오늘의 남루에서 실한 글줄을 고른다고 골랐으나 싹수가 어떨지는 내일이 돼봐야 알 수 있겠다.

편집1.jpg

 

기약해 가을에 매다는 씨앗 봉지처럼, 오늘의 남루에서 실한 글줄을 고른다고 골랐으나 싹수가 어떨지는 내일이 돼봐야 알 수 있겠다.


시집 한 권 없이 시인 행세를 하며 살았다. 그나마 나무에게는 다행한 일이다. 나의 빈약한 시업의 실상을 드러내고, 뭇 성실한 시인들을 모독하려고 연애편지에나 쓸 법한 시 몇 편을 골라 여기에 욱여 넣었다. 시는 눈에 넣는 그림이 아니라 심장에 넣어 입으로 토하는 음악이라는 시의 본령에 충실하기 위하여 몇 편의 시를 소리로 들을 수 있도록 꾸몄다. 그래서 ‘소리 나는 작은 시집’을 품은 독특한 산문집이 되었다.

 

세상에 와서 내가 사랑한 일들을 갈무리해 보려고 헛 짓을 했다. 사랑했던 일들과 이별했던 일들, 사랑하지 못했던 일들과 슬퍼하고 아파했던 일들을 붉은 잉크로 눌러 썼다. 돌이켜보니, 내가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에 그대가 있었다. 그대가 나의 화양연화를 이룩했다. 행복을 빈다는 말이 거짓말일지라도, 사랑했으므로 진실로 행복을 빈다. 나에게는 내가 부여 받은 사랑의 사명을 잘 마치고 아름답게 가는 일만 남았다.


이 책은 어머니의 편지로 시작해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로 맺는다. 편지와 편지 사이에 사사로운 나의 독백과 소란스런 고백을 끼워 넣었다. 뒤에 딸린 시편들은 그리운 사람에게 따로 챙겨 보내는 선물 같은 의미이기를 바랐다. 언제나 그렇듯 내 글은 잡석 같아 척박하고, 족보 없어 자유롭다. 처음부터 기대하지 않았으면 그런대로 참아낼 만할 것이다. 나는 나의 지난날들의 붉음보다 앞으로 살아갈 날들이 더 깊게 붉음에 물들 것으로 여기고 있다.

 

림태주

 

 

 

img_book_bot.jpg

그토록 붉은 사랑림태주 저 | 행성B잎새
시인은 계절이 바뀌고 세상이 변하는 동안 지나온 시간, 머물렀던 공간, 스쳐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제목인 《그토록 붉은 사랑》처럼 매우 강렬하면서도 뜨겁게 토해 놓았다. 어떤 하루는 기쁘고 즐거웠고, 어떤 만남은 아프고 힘들었고, 어떤 사람은 여전히 그립고 애틋하고…. 그 많은 날들과 일들, 사람들이 스쳐 지나고 변해갔지만 무엇 하나 버릴 것 없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이었다고 시인은 말한다.

 

[추천 기사]

- 뮤지컬 <드림걸즈> 눈부시게 빛나는 그녀들
- 뮤지컬 <그남자 그여자>, 서로 다른 언어로 사랑을 말하다
- 진짜 나를 찾아가는 여정, 힐링뮤지컬 <바보 빅터>
- 두 남자의 치밀한 심리싸움 - 연극 <데스트랩>
- 모든 것이 예술의 일부가 되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그토록 붉은 사랑

<림태주> 저12,600원(10% + 5%)

베스트셀러 《이 미친 그리움》의 저자 림태주 시인, 이번에는 붉은 사랑으로 돌아오다 시집 한 권 없는 무명 시인, 소신 있는 책바치, 명랑주의자, 열성 팬클럽까지 보유한 페이스북 스타, 림태주 시인. 평범한 일상의 이야기를 남다르게 풀어놓은 입담, 쓸쓸한 영혼을 달래는 따뜻한 감성, 인생의 쓴맛 단맛을 함..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오늘의 책

AI, 전혀 다른 세상의 시작일까

유발 하라리의 신작. 호모 사피엔스를 있게 한 원동력으로 '허구'를 꼽은 저자의 관점이 이번 책에서도 이어진다. 정보란 진실의 문제라기보다 연결과 관련 있다고 보는 그는 생성형 AI로 상징되는 새로운 정보 기술이 초래할 영향을 분석했다.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한국 문학의 지평을 더욱 넓혀 줄 이야기

등단 후 10년 이상 활동한 작가들이 1년간 발표한 단편소설 중 가장 독보적인 작품을 뽑아 선보이는 김승옥문학상. 2024년에는 조경란 작가의 「그들」을 포함한 총 일곱 편의 작품을 실었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이름들과 다채로운 이야기들이 한 권에 모두 담겨 있다.

주목받는 수익형 콘텐츠의 비밀

소셜 마케팅 전문가 게리 바이너척의 최신작. SNS 마케팅이 필수인 시대, 소셜 플랫폼의 진화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콘텐츠 제작을 위한 6단계 마케팅 전략을 소개한다. 광고를 하지 않아도, 팔로워 수가 적어도 당신의 콘텐츠는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다.

삶의 끝자락에서 발견한 생의 의미

서른둘 젊은 호스피스 간호사의 에세이. 환자들의 마지막 여정을 함께하며 겪고 느낀 경험을 전한다. 죽음을 앞둔 이들과 나눈 이야기는 지금 이순간 우리가 간직하고 살아야 할 마음은 무엇일지 되묻게 한다. 기꺼이 놓아주는 것의 의미, 사랑을 통해 생의 마지막을 돕는 진정한 치유의 기록을 담은 책.


PYCHYESWEB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