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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들의 머릿속

‘나’밖에 모르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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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의 사이코패스’는 지금도 우리 주변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호시탐탐 희생자를 노립니다. ‘약자’를 조종하는 것만큼 그들에게 즐거운(자극적인) 일은 없거든요.

1화 마지막 부분에서 『괴물의 심연』의 저자 제임스 팰런의 일화를 하나 소개해 드렸죠? 소녀의 시체를 보고 “드레스가 참 예쁘네요”라고 말했던 일 말입니다. 제임스 팰런의 기이한 행동은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교통사고가 나서 끔찍하게 죽어가는 사람을 목격하고도, 그날 밤 실컷 먹고 마시며 그 일을 송두리째 잊어버렸던 사건이나, 자신의 팔에 실수로 유리 조각이 박혀 손목부터 팔꿈치까지 피부가 벌어졌고 심지어 힘줄까지 보였지만, ‘해부학자’가 된 듯이 태연하게 감상했던 적도 있었지요.


더 나아가 (에볼라 바이러스의 사촌 정도 되는) 마르부르크 바이러스의 진원지(아프리카의 동굴)을 탐험하고 싶은 마음에 친동생을 데리고(속이고) 신나게 둘러보고 온 적 적도 있었지요(바이러스에 걸릴 위험성이 다분했음에도 말입니다). 나중에 이 사실을 알게 된 동생이 ‘어떻게 나에게 그럴 수 있냐’며 항의 편지를 보냈지만, 제임스 팰런은 어깨를 으쓱했을 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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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코패스의 뇌에서 기능 장애가 보이는 영역
(출처: 『괴물의 심연』)

 

제임스 팰런과 같은 사이코패스의 특징은, 공감 능력이 없고 충동성이 강하며 윤리 의식(죄책감)이 없다는 것입니다. 위의 그림 중, 짙게 색칠된 부분이 바로 우리 뇌에서 행동의 억제, 사회적 행동, 윤리, 도덕성을 담당하는 부분입니다. 이 부분이 어떤 이유에서든 손상된 사람들은 ‘나’ 이외의 그 어떤 것도 판단의 근거로 삼지 못합니다. 제임스 팰런은 ‘결혼’을 했고, ‘아이’를 낳았지요. 아주 평범한 삶 같아 보입니다. 하지만 그는 아내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일종의 동지로만 여길 뿐, 사실 언제나 ‘외계인’으로 느끼고 있다고 고백합니다(물론 우리도 가끔 부부싸움을 하면 상대방을 가끔 그렇게 느낄 때도 있지만요^^). 제임스 팰런은 자신의 아이들도 함께하면 즐거운 ‘인형’ 같은 존재라고 정의하고, 일을 할 때는 쉽사리 잊게 된다고 말합니다.


물론 이런 냉담함과 무관심이 그가 ‘일’에 몰두할 때에는 엄청난 장점이 됩니다. 며칠, 몇 달이고 완전히 다른 일을 잊기 때문이죠. 제임스 팰런도 자신이 과학자로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로 이런 자신의 냉정함을 꼽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이코패스는 주기적으로 ‘극단적인 자극’을 필요로 합니다. 평범한 사람들이 그렇듯이 사이코패스에게도 ‘즐거움’이나 ‘행복’은 삶을 위해 필요합니다. 하지만 남들과 같은 방법으로는 이를 얻지 못합니다. 그래서 사이코패스는 앞에서 언급했듯이 ‘위험한 모험’을 즐긴다든지, 음주와 도박에 빠진다든지, 혹은 살인과 강간을 하며 느끼는 스릴을 통해 이를 느끼는 것이지요(우리가 알고 있는 상당수의 연쇄살인마가 이 유형에 속합니다). 이것은 평범한 일로는 자극을 받지 못하는 자신의 뇌에 주는 확실한 ‘보상’이며, 한 번 맛을 들이면 쉽게 고칠 수 없는 행동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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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괴물의 심연』)

 

1화에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2%의 사이코패스’는 지금도 우리 주변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호시탐탐 희생자를 노립니다. ‘약자’를 조종하는 것만큼 그들에게 즐거운(자극적인) 일은 없거든요. 비록 살인마나 범죄자가 아니라고 해도, 많은 사이코패스는 이성을 유혹해서 돈과 몸을 빼앗고, 어수룩한 사람에게 사기를 치고, 자신에게 주어진 권력으로 다른 사람들을 괴롭히는 일에서 쾌감을 느낍니다.


그렇다고 그들에게 반격을 가하면 어떻게 될까요? 무서운 일입니다만, 이런 사람들에게 함부로 반기를 들었다가는 언젠가 무시무시한 복수를 당하게 됩니다. 제임스 팰런의 친구이자 정신과 의사인 레너드는 ‘복수를 전략적으로 지연시킬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명백한 사이코패스의 특징이라고 말합니다(그래서 제임스 팰런에게 ‘너는 사이코패스야!’라고 말하지요). 사이코패스는 결코 감정에 따라 즉각적으로 복수하지 않습니다. 조용히 마음에 담아 두고 있다가 때가 되면 치밀하고 잔인하게 복수를 하지요.

 

다음 편에서는 <괴물의 행동 습성: 사이코패스는 상대를 어떻게 이용하고, 또 보복하는가?>라는 제목으로 그들이 사람들을 어떻게 이용하고, 또 보복하는지. 덧붙여 왜 사이코패스의 연인이나 가족들은 그들을 계속 감싸는지를 다루겠습니다(혹시 전설적인 살인마 찰리 맨슨의 추종자들을 떠올리신다면? 맞습니다. 바로 그런 자들입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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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의 심연제임스 팰런 저/김미선 역 | 더퀘스트(길벗)
전형적인 사이코패스인 제임스 팰런은 어떻게 범죄자가 되지 않았을까? 부모의 양육이 그의 사이코패스 기질을 어떻게 누그러뜨렸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변 사람들은 왜 모두 그가 사이코패스란 사실을 곧 알아차릴 수 있었을까? 인구의 2%를 차지하는 ‘사이코패스’의 사회적 역할은 무엇이며, 왜 대자연은 계속해서 이런 사람들이 태어나도록 내버려두는가? 《괴물의 심연》은 사이코패스 뇌과학자의 자기 탐구기이며 동시에 인간에 대한 철학적, 과학적 질문과 성찰이 담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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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박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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