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 놀이터

44만 원으로 즐긴 후쿠오카 여행

Budget Travel in Fukuo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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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4주년을 기념해 <론리플래닛 매거진 코리아>의 에디터와 사진가, 디자이너가 함께 떠났다. 44만 원으로 즐긴 1박 2일 후쿠오카 여행은 과연 론리플래닛의 정신을 살린 의미 있는 모험이었을까, 무모한 도전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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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도심 한가운데에 자리한 스미요시진자의 입구

(오)규슈식 우동을 먹기 위해 찾은 이들로 발 디딜 틈 없는 우동 타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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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이즈미의 조용한 주택가에 형성된 카페 거리

 

여행 계획
후쿠오카는 워낙 항공편이 다양해 얼마든지 저렴하게 여행할 수 있는 곳이다. 출발 10여 일 전에 항공권을 검색하면 빈 좌석이 없다는 게 문제였지만. 그래서 우리는 다시 한 번 배를 타기로 했다. 작년 창간 3주년 ‘33만 원 쓰시마 여행’처럼 KTX 승차권과 코비(KOBBE)호 승선권을 연계한 상품을 이용했다. 비행기로 1시간 15분이면 갈 수 있는 곳을, 서울역에서 부산역까지 기차로, 부산항에서 하카타항까지 배로 5시간을 들여 가는 일정이었다. 하지만 비용은 저렴했다. 후쿠오카 체류 시간은 꼬박 하루. 숙소는 에어비앤비(Airbnb, airbnb.co.kr)를 통해 구했다.

 

 

1st Day


1:00pm 덴진보다는 이마이즈미


“거긴 뭐가 있어?” 후쿠오카에 간다고 하면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렇게 묻는 이가 예상외로 꽤 많다. 규슈에서 가장 큰 도시긴 하지만, 이 지역의 대표 여행지라기보다는 관문 도시의 성격이 강해서일 것이다. 나가사키(長崎) 하면 짬뽕, 유후인(由布院) 하면 온천을 꼽는 것처럼 후쿠오카도 다음 두 단어로 설명할 수 있다. 쇼핑과 미식. 이 도시 최고의 번화가인 덴진(天神)은 당연히 그 중심지다. 다이마루(大丸), 파르코(パルコ), 미쓰코시(三越), 이와타야(岩田屋) 등 대형 백화점과 각종 쇼핑몰, 애플 스토어를 비롯한 유명 브랜드의 플래그십 스토어가 모두 이곳에 모여 있다. 강 건너 하카타(博多)에도 캐널 시티 하카타(Canal City Hakata)와 JR 하카다 시티(JR Hakata City)가 있긴 하지만, 1,000여 개의 상점이 들어선 지하상가까지 거느린 덴진의 규모에는 명함도 못 내민다. 만약 번잡한 대로보다 뒷골목의 고요를 선호하는 이라면? 눈앞에 놓인 수많은 선택지는 걷어차고 나만의 답을 찾아 모험을 떠나고 싶은 이라면? 그래도 일단 덴진으로 가야한다. 단, 고쿠사이도리(國體通り)를 기준으로 북쪽이 아니라 남쪽으로. 딱히 탐험가 기질이 있는 것 같지는 않지만 나 역시 후자에 가깝다. 그래서 이마이즈미(今泉)로 간다. 덴진에 속해 있지만, 전혀 다른 분위기를 지닌 곳.


큰길에서 한 발짝 들어갔을 뿐인데 덩치 큰 빌딩도, 거리의 소음도 순식간에 사라진다. 이마이즈미는 서울로 치면 홍대 앞 번화가 뒤쪽에 자리한 연남동쯤 되겠다. 본래 주택가인 동네에 하나 둘 숍과 카페, 레스토랑이 생기면서 ‘카페 거리’라는 재미 없는 닉네임이 붙었지만, 여전히 이곳은 주택가다. 낮은 건물 사이사이에 작고 오래된 절과 신사가 자리하고, 낡은 목욕탕과 아담한 공원도 하나씩 있다. 그 틈새에 요란스럽지 않게 자기 색깔을 뿜어내는 공간이 조용히 숨어 있다. 무심히 걷다 보면 그냥 지나칠 법한 곳도 꽤 많지만, 지도를 꺼내 들어야 할 정도는 아니다. 조금 헤매더라도 모험심으로 무장하고 우연에 맡기는 편이 이마이즈미를 제대로 알아가는 방법이다. 흥미를 끄는 숍에 들어가 구경하고, 밥을 먹고, 커피와 디저트까지 즐기며 한나절은 너끈히 보낼 수 있는 동네니까.


애초에 점심 식사 장소로 피시맨(Fish Man)을 점찍은 건 론리플래닛스러운 삐딱한 오기 때문이다. 이미 유명한 곳, 남들 다 가는 곳은 1순위로 탈락. 적당히 알려진 곳 중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식당을 찾았다. 국내 블로거 사이에서 ‘이마이즈미 맛집’으로 통하는 파로마 그릴(Paloma Grill) 맞은편에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물고기 남자’라는 뜻의 상호도 재미있지만, 입구에 서면 픽 웃음부터 나온다. “No Fish, No Life”를 외치며 바람에 펄럭이는 노렌(暖簾, 일본의 가게나 건물 출입구에 걸어놓는 천)이 호기롭다 해야 할지, 귀엽다 해야 할지. 오픈 키친과 목재 가구로 꾸민 내부는 편안하면서도 세련됐다. 메뉴는 두말할 것 없이 해산물. 후쿠오카의 나가하마(長浜) 어시장에서 공수한 신선한 제철 생선과 규슈 전역에서 재배한 채소를 활용해 맛과 가격 모두 만족스러운 음식을 내놓는다. 특히 제철 식자재를 사용해 만드는 이달의 덮밥은 ‘적자를 각오하고’ 내놓은 메뉴라 할 정도로 가격 대비 최고다. 1일 10그릇 한정으로 판매하기에 맛보기 쉽지 않다는 게 단점. 하지만 뜨겁게 달군 팬 위에 올린 뒤 즉석에서 소스를 부어주는 마구로 함바그(まぐろハンバ?グ, 참치로 만든 함박스테이크)처럼 독창적이면서도 놀랍도록 맛있는 메뉴가 있으니, 그 10명 안에 못 들어도 괜찮다. 흡족한 한 끼 식사에 어느 때보다 온화해진 마음으로 다시 길을 나선다. 동네 산책을 이어가거나 이마이즈미 초입을 지키는 카페 산도(Caf? Xando)에서 환상적인 크렘 브륄레를 맛보기. 소화를 도울 방법으로 어느 쪽을 선택하든지 후회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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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피시맨의 대표 메뉴 중 하나인 마구로 함바그 정식.

사랑스러운 디저트와인테리어가 시선을 끄는 한 카페.

(오)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긴 건물은 이마이즈미 산책의 또 다른 볼거리다.

카페 산도에서 맛볼 수 있는 크렘 브륄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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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건물의 1면을 스텝 가든으로 꾸민 아크로스 후쿠오카.
후쿠오카 아시아 미술관 입구와하카타 리버레인 1층에 자리한 부티크.
미술관 한쪽에 있는 아트 숍도 전시 못지않은 볼거리다.

 

4:00pm 공원 옆 미술관


나오키(Naoki)에게 덴진 공원까지 가는 가장 빠른 방법을 물었더니 고개를 갸우뚱한다. 한국어를 무리 없이 알아듣는 그는 오늘 우리에게 방 1칸을 내준 집주인이다. 나오키와는 에어비앤비를 통해 만났다. 그의 집이 있는 4층짜리 빌라에선 이마이즈미가 코앞이고, 덴진 역과 나카스(中洲) 강변도 걸어갈 수 있다. 덴진 ‘코엔(公園)’이 라고 말해도 전혀 감을 못 잡던 나오키는 아크로스 후쿠오카(アクロス福岡)라는 명칭을 듣고서야 표정이 밝아진다. “아, 주오코엔!” 후쿠오카에선 덴진중앙공원을 줄이면 중앙공원이 된다는 걸 미처 몰랐다. 하지만 이건 알고 있었다. 덴진주오코엔(天神中央公園)이 뉴욕의 센트럴 파크(Central Park) 같은 스케일은 절대 아니라는 걸. 기껏해야 이마이즈미코엔(今泉公園)보다 살짝 큰 정도에, 별다른 볼거리도 없으리란 걸. 그럼에도 규슈에서 가장 복잡하기로 소문난 도심 한복판을 차지한 공원이라 꼭 가보고 싶었다. 그 크기야 어떻든, 팍팍한 도시 생활의 쉼터가 되어주는 녹지 공간에는 애정을 느낄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이 공원의 한쪽은 계단 형태의 옥외 정원을 갖춘 문화 시설 아크로스 후쿠오카가, 또 다른 쪽은 작은 강인 나카가와(那珂川)가 감싸고 있다지 않은가.


겨울의 끝자락에 찾은 공원은 크지 않은 게 오히려 다행인 듯 쓸쓸한 기운이 감돈다. 그래도 얼마 뒤면 부드러운 연둣빛 잔디가 새롭게 돋아날 것이고, 녹음이 무성해질 것이다. 이곳이 도시의 일상에 생동하는 봄의 에너지를 가장 먼저 불어넣어줄 공간임에는 틀림없다. 그런데 공원을 거니는 사람보다 아크로스 후쿠오카의 스텝가든에 오르는 사람이 훨씬 많다. 건물의 1면을 거대한 계단으로 만든 아크로스 후쿠오카는 친환경 건축물의 모범 답안으로 꼽히는 곳. 내부에는 콘서트홀과 전시장, 국제회의장 등이 들어섰고, 외부 계단에선 120종의 식물5만 그루가 자란다. 사람들은 폭이 더 좁고 개수가 많은 계단을 이용해 옥외 정원을 누빈다. 경사면을 활용한 계단식 논을 도심 속 건물에서 끌어들인, 아르헨티나 건축가 에밀리오 암바스(Emilio Ambasz)의 아이디어다. 건물 꼭대기까지는 10분 정도 올라가야 하는데, 몇 분 만에 금세 땀이 나는 걸 보니 사람들이 왜 협소한 공원에서 조깅 대신 계단 오르기를 택하는지 알 것도 같다. 정상이라 해도 주변 건물에 비하면 낮은 편이지만, 주오코엔이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왼쪽으로 강물까지 시야에 들어온다.


아크로스 후쿠오카에서 나카가와 위의 작은 섬 나카스를 가로질러 강 맞은편으로 건너가면 하카타 리버레인(博多リバレイン)이 나온다. 이곳은 대형 몰이 많은 후쿠오카에서도 독특한 색채를 지닌 곳이다. 총 3개 건물에 이니 미니 마니모(eeny meeny miny mo) 쇼핑몰과 호텔 오쿠라(Hotel Okura), 가부키 공연장인 하카타자(博多座) 극장, 후쿠오카 아시아 미술관(福岡アジア美術館) 등 상업?문화 시설이 공존하기 때문이다. 온통 먹고 마시고 사는 데 정신 팔리게 만드는 이 도시의 소비지향적 분위기에서 잠시라도 벗어나고 싶다면, 하카타 리버레인은 적당한 도피처다. 건물 7층과 8층에 자리한 후쿠오카 아시아 미술관에서 가볍게 전시를 관람한 뒤 고급 편집숍이 주를 이룬 쇼핑몰을 1바퀴 돌며 심미안을자극하는 중이라고 자위할 수 있으니 말이다. 사전 정보 없이 찾은 미술관에선 가쓰시카 호쿠사이(葛飾北?)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19세기 일본을 대표하는 우키요에 목판 화가인 그의 그림이 다행히도 낯설지 않다. 규모도 크지 않아 부담 없이 둘러보고 1층에 있는 생활 소품 매장과 식품 전문 매장을 들락거린다. 일본풍 식기와 주방 패브릭을 들었다 놨다, 고급스럽게 포장한 명란젓 1팩을 집었다 놨다 하길 수차례. 결국 마음에 쏙 드는 찻잔 2조를 구입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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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크로스 후쿠오카의 스텝 가든
꼭대기에 서면 덴진주오코엔과 나카가와가 한눈에 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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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저녁 도심 한복판에 들어서는 덴진 야타이.

야타이 내부는 우리나라의포장마차와 별반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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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타이야 푠키치에서 만날 수 있는 멘코타이 야키교자와 재일교포 3세인 안병승 씨.
부추와 양배추를 듬뿍 넣은 담백한 모쓰나베는 후쿠오카에서 꼭 맛봐야 할 별미다.

 

 

6:30pm 잠 못 드는 밤, 미식은 끝이 없어라


하카타 라멘(博多ラ?メン), 멘타이코(明太子), 모쓰나베(もつ鍋). 후쿠오카의 3대 미식이다. 돼지 뼈를 진하게 고아 낸 국물이 특징인 하카타식 돈코츠 라멘(豚骨ラ?メン)이야 이미 익숙한 음식이고, 모쓰나베가 생소하다. 고급 보양식으로 통하는 일본식 곱창전골이라. 그렇다면 후쿠오카 일정의 처음이자 마지막 만찬으로 모쓰나베가 좋겠다. 멘타이코는 나중에 다시 얘기하자.


곱창은 다루기 까다로운 식자재인만큼 제대로 요리하는 집을 찾는 것이 관건. 이럴 때 여행객보다 현지인이 즐겨 찾는 곳이라는 수식어는 상당히 신뢰감을 준다. 후쿠오카에만 2개 매장을 둔 모쓰나베 요리점 사치(モツ料理 幸)도 그런 곳 중 하나다. 덴진 다이묘(大名) 지점은 크고 작은 상점이 밀집한 좁은 골목에 위치해 찾아가기가 쉽지 않다. 눈에 띄는 간판도 없이 건물 2층에 자리해 매장 위치를 정확히 아는 사람이 아니면 헤매기 십상. 내비이게이션도, 택시 운전기사도 모두 포기한 채 떠나고, 근처 어딘가에 덜렁 남겨진 그날. “어디 찾으세요?”라며 먼저 말을 걸어온 일본인이 아니었다면 끝내 모쓰나베를 맛보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녀는 재빠르게 매장에 전화해 위치를 파악하고, 예약을 하고, 매장 입구까지 데려다주었다. 그로부터 1시간 뒤 나는 그녀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충분히 못한 듯해 미안한 기분이 들었다.


매장 안으로 들어서니 듣던 대로 외지인은 눈에 띄지 않는다. 맥주 한잔 곁들이며 저녁 식사를 하러 온 현지인 틈에서 모쓰나베부터 주문한다. 한 입 크기로 썬 곱창과 양배추, 부추, 마늘을 수북이 올린 냄비가 끓는 사이, 이 집의 또 다른 인기 메뉴인 쇠고기 다다키(牛たたき, 일본식 육회)를 애피타이저로 삼는다. 겉만 살짝 익히고 속은 육즙을 그대로 머금은 고기 1점에 채 썬 양배추 샐러드를 얻어 입에 넣으면 나마비루(なまビ?ル, 생맥주)를 찾지 않고는 못 배긴다. 모쓰나베로 말할 것 같으면, 느끼할 것이라는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간다. 곱창 육수인 맑은 국물은 깊고 진하면서 담백하다. 고소한 곱창과 부추, 양배추의 궁합이 가히 환상적. 주방과 조리대를 마주한 바 자리에 앉은 탓에 식탐은 가실 줄 모르고, 맛있는 음식은 포만감과 별개로 또 다른 미식을 부른다는 것을 처음 경험한다. 3명이서 쇠고기 다다키 1접시와 모쓰나베 2인분을 먹고, 건더기를 다 건져먹은 나베 국물에 면을 넣어 또 먹고, 그러고도 남은 국물로 죽을 끓여 한 번 더 먹었다. 여기에 다마고마키(たまごまき, 일본식 달걀 말이) 1접시와 나마비루 1잔씩 추가.


자, 이제 멘타이코에 대해 이야기할 차례다. 후쿠오카 명란젓을 맛볼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지만, 저녁 식사를 마친 늦은 저녁 무렵 덴진미나미(天神南) 지하철역 인근으로 갈 것을 추천한다. 이 도시의 명물인 야타이(屋台, 일본식 포장마차)와 멘타이코 요리를 동시에 즐길 수 있다. 해가 지면 이미 영업이 끝난 다이마루 백화점 앞으로 500미터 길이의 덴진 야타이가 들어선다. 야타이의 원조는 나카스 강변이지만 아무래도 전형적인 관광지 같아서 야타이 본연의 분위기를 느끼기엔 덴진 쪽이 낫다. 가장 북적이는 곳은 초입에 자리한 야타이야 푠키치(屋台屋ぴょんきち). 명란으로 속을 채운 이곳 멘타이코 야키교자는 반드시 맛봐야 할 별미다. 옆 사람과 닿을 만큼 다닥다닥 붙어 앉아도 주인장 안병승 씨의 기분 좋은 미소에 경계심이 사그라진다. 재일교포인 그와 한국어로 몇 마디 주고받으며 자몽 사와를 들이켠다. 그 다음은? 어느새 “교자 1접시 더!”를 외치는 나를 발견한다.

 

 

 

여행 경비 결산(1인 기준)
KTX-KOBEE 연계 상품 \220,000
셔틀버스 왕복(부산역↔부산 국제여객터미널) \2,000
유류할증료 세금(부산항→하카타항) \13,200
우동(부산 국제여객터미널 내 진아분식) \4,000
에어비앤비 숙박비 \51,410
대중교통(버스 택시) ¥3,250
마구로 함바그(피시맨) ¥1,000
우산(패밀리마트) ¥540
커피 크렘 브륄레(카페 산도) ¥1,500
후쿠오카 아시아 미술관 입장료 ¥200
찻잔 세트 ¥1,960
모쓰나베 나마비루 쇠고기 다다키 다마고마키 ¥1,200
멘타이코 야키교자 자몽 사와 ¥1,100
크루아상 ¥144
라스이코엔 입장료 ¥100
말차 세트 ¥300
고보우 우동 오니기리 ¥600
유류할증료 세금(하카타항→부산항) ¥2,400
함흥비빔냉면(부산역 내 함경면옥) \8,000
원 합계 \298,610
엔 합계 ¥14,294(약 140,080원)
총 비용 \438,69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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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실에 앉아 정원을 바라보며
고즈넉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라쿠스이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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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슈의 오래된 신사 중 하나인 스미요시 진자를 둘러본 뒤

 바로 옆라쿠스이엔에서 말차를 마신다.

우엉튀김과 다시마를 넣은 오보로 고보우 우동.

 

 

2nd Day


8:30am 신사와 정원


이른 아침인데도 여러 사람이 경내를 들락거린다. 양옆으로 커다란 나무가 늘어선 신사 입구는 인근에 캐널 시티 같은 거대한 건물이 들어서 있다는 걸 떠올리기 어려운 분위기다. 바다의 삼신을 모신 스미요시진자(住吉神社)는 섬나라인 일본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전국 각지에 2,000여 개의 스미요시진자가 있는데, 그중 후쿠오카에 있는 신사는 예부터 전국에서 3위 안에 들 만큼 유명했다. 17세기 재건한 본전은 규슈에서도 오래된 신사 건물로 손꼽힌다. 오늘날의 신사는 현대적인 상업 지구로 변모한 하카타 중심부에서 살짝 생뚱맞은 모양새. 하지만 과거 이 일대는 하카타 만으로 흘러 든 나카가와 하구에 자리한 곶 지형이었다. 항해를 앞둔 이들은 바다로 서기 전 이곳 신사에 들러 무사를 기원했을 것이다. 지금 저들은 무엇을 빌기 위해 바다의 신을 찾는 것일까? 종종걸음으로 신사에 들어와서 잠시 머문 뒤 또다시 서둘러 떠나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문득 궁금해진다. 몇 시간 뒤 부산행 페리에 올라야 하는 나야말로 뭐라도 빌어야 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사실 스미요시진자는 핑계고, 이곳을 찾은 진짜 목적은 라쿠스이엔(?水園)이다. 신사와 담벼락을 마주하고 있는 일본식 정원. 100년 전 하카타의 부유한 상인이 지은 개인 다실(茶室)을 1995년 후쿠오카 시에서 정원으로 재정비해 일반인에게 개방한 곳이다. 규모는 앙증맞은데, 그 안에 발을 들이는 순간 외부와 완벽하게 단절된다. 에도 시대에 유행한 지천회유식(池泉回遊式)으로 조성한 정원은 자연석과 연못, 다리, 폭포까지 갖출 건 다 갖췄다. 손바닥만 한 대지라 ‘회유’라 부르기엔 살짝 민망하다는 사실만 빼면. 짧은 산책의 싱거운 여운은 한쪽에 자리한 다실에서 달랠 수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한동안은 료칸으로 사용하기도 한 다실은 본래의 기능을 되찾았다. 부드럽게 거품을 머금은 말차 1잔과 새끼손가락만 한 다과가 나오는 말차 세트가 300엔. 여기에 다실 밖으로 보이는 고즈넉한 풍경까지 포함이니 마다할 이유가 없다.


하카타 항구로 가기 전, 우동 1그릇 먹을 시간이 남았다. 정원에서 5분 거리에 고보우(ごぼう, 우엉튀김) 우동을 맛볼 수 있는 우동 타이라(うどん平)가 있다. 기본 우동인 가케(かけ)에 우엉튀김을 얻은 고보우 우동은 후쿠오카를 포함해 규슈 지방에서 즐겨 먹는 방식이다. 취향에 따라 토핑을 선택할 수 있는데, 다들 자리에 앉자마자 “니쿠(肉, 쇠고기) 고보우!” “에비(えび, 새우튀김) 고보우!” “키츠네(きっね, 유부) 고보우!” 하는 식으로 원하는 우동을 외친다. 사누키 우동처럼 탱탱한 면발을 기대하면 실망할 것이다. 대신 부드럽게 씹히는 식감과 고소한 우엉튀김, 진한 국물 맛이 일품이다. 주방에선 끊임없이 면을 뽑고, 국물 1방울까지 후루룩 마신 이들은 지체 없이 일어난다. 일사불란한 움직임 덕분에 오래 기다리지 않고 우동을 맛본다. 후쿠오카에서의 마지막 식사까지 야무지게 마친 셈. 돌아갈 시간이다. .

 

표영소는 <론리플래닛 매거진 코리아>의 에디터다. 조지영은<론리플래닛 매거진 코리아>의 사진가다. 권계현은 <론리플래닛 매거진 코리아>의 디자이너다.

 

 

 

여행 후기
코비호의 별명은 ‘바다 위를 나는 배’다. ‘제트포일(Jetfoil)’이라 부르는 수중익선으로, 물 위에 떠오른 상태로 움직이기 때문에 파도의 영향을 덜 받는 것이 장점. 그런데 부산으로 돌아오는 동안 여객선은 승객 대부분이 멀미를 호소할 정도로 심하게 흔들렸다. 아무래도 스미요시진자에서 아무것도 빌지 않은 것이 큰 실수였던 듯싶다. 1박 2일의 강행군이었음에도, 우리 셋은 후쿠오카가 마음에 들었고, 다시 방문하고 싶다는 뜻을 공유했다. 단, 조금 더 긴 일정으로 항공편을 이용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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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리플래닛 매거진 코리아 lonely planet (월간) : 3월 [2015]안그라픽스 편집부 | 안그라픽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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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표영소

론리플래닛 매거진 코리아 lonely planet (월간) : 3월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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