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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쿤속에 머무르는 청춘을 위한 처방전

절망의 시대를 건너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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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치다 다츠루는 사회환경의 변화를 원인으로 꼽는다. 과거에는 공동체에 소속해 있지 않으면 생존 자체가 어려웠다.



격주 월요일, 하지현 건국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추천하는 심리책 이야기, ‘하지현의 마음을 읽는 서가’가 연재됩니다.

 



 

 

“내가 알아서 할께요. 가만히 둬 주세요. 다 귀찮아요”
“완벽하게 준비가 된 다음에 사회로 나가고 싶어요”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아니니 괜찮은 거 아닌가요”

 

우리사회 젊은이들이 하는 말들이다. 교육은 충분히 받았다. 그렇지만 사회로 진출을 하는 것은 주저한다. 물론 사회에 1인분의 인간으로 진입을 하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런 어려움을 십분 감안해도, 더 많은 이들이 사회진출을 주저하며, 그 자리에 머물러 있다. 공부를 더 해야한다고 여기거나, 그나마 스펙쌓기와 취업준비생의 삶을 살아가던 것도 멈춘채 자기 방안에 머물러 있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그러면서 어떤 선택이나 결정도 유예한 상태가 오래 지속된다. 어느새 그런 삶이 오래 입어 낡아 헤어졌지만 내 살과 같이 착 달라붙는 속옷과 같은 상태가 된다. 누구에게도 폐를 끼치지 않고 남이 나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삶을 산다. 독립적이기는 하나 이들의 내면은 절망과 고립감, 외로움, 실존적 불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런 존재론적 불안을 노력을 통해 극복하라고 20세기 후반의 자기계발 이데올로기는 가르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어떻게 하면 이 코쿤안에서 나올 수 있을까. 그렇게 오래 준비만 하다가는 실제로 무엇을 해볼 엄두를 내지 못하기 쉽다. 차미 20년동안 고치속에 있다가 딱 1주일만 울고 죽어버리는 매미같은 삶을 사는 것은 너무 억울하고 분한 일이 아닐까. 그런데도 불구하고 많은 젊은이들은 더 많은 준비를 하면, 완벽한 준비를 하면 어느 날 변신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아니, 믿고 싶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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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이 이런 망설임과 고립감, 또 코쿤속의 익숙한 안위에서 벗어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우치다 다츠루와 오카다 도시오가 나눈 대담을 엮은 ‘절망의 시대를 건너는 법’(메멘토)이 최적의 처방전이라는 생각을 하며 서가에서 책을 꺼내들었다.

 

우치다 다츠루는 프랑스 현대사상, 무도론, 영화론, 공부론등에 대한 글을 쓰며 일본사회를 거시적이고 냉정하게 분석해온 고베여학원대학의 명예교수다. 그는 무도와 철학을 함께 하는 개풍관이라는 합기도장을 열어 제자들과 일종의 공동체적 생활을 하고 있기도 하다. 다른 한 명의 저자 오카다 도시오는 대학을 중퇴한후 오타쿠 계열의 사업을 하며 일본사회를 비평하는 여러 권을 책을 낸 바 있다. 두 사람이 현재의 일본사회의 젊은이들의 특징을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그 해법을 제시한 책이 ‘절망의 시대를 건너는 법’이다.

 

우치다 다츠루는 사회환경의 변화를 원인으로 꼽는다. 과거에는 공동체에 소속해 있지 않으면 생존 자체가 어려웠다. 친척끼리 상부상조하고, 공유하고 배분하면서 살았다. 왜냐하면 모든 것이 항상 모자랐기 때문이다. 그런데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지게 되니 더 이상 공동체 안에서 머무를 필요가 없어졌다. 필요한 것은 돈을 주고 구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그런데 돈을 많이 갖기 위해서는 개인의 경쟁력을 높일 필요가 강해졌고, 이를 위해서 공동체를 위해 희생하던 귀찮은 일들을 차근차근 생략하게 된다. 그게 효율성인 삶의 방식이 되었다. 효율성은 올라갔지만 상호부조와 공동체에 대한 의지를 배우지 못한 채 어른이 되어버리는 세대가 나오게 되었다. 개인주의와 효율성의 세계관은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신화를 믿고, 열심히 노력하면 그만큼의 보상이 올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만들었다.

 

실제는 성장할수록 벽에 부딪혀 상처를 입게 되고, 중고교, 대학, 취업으로 올라갈수록 절망감은 커지고 무섭고 괴로운 일이 된다. 차라리 어린아이의 마음과 몸으로 남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자, 개인의 승리가 된다고 오카다는 말한다. 어린아이의 마음은 기분 내키는 대로 결정하게 한다. 기분에 따라 행동하는 패턴은 마치 정어리떼처럼 소셜네트워크안에서 무리를 지어 휩쓸려 다니게 만들었다고 저자는 비판을 한다. 두 사람은 현재 일본의 젊은이들이 자신에 대한 신뢰와 자신감이 없다보니 조금 노력을 하고는 바로 댓가를 얻기를 바라고, 등가의 동시교환이 일어나기만을 바라는 조바심을 갖는데, 이는 틀린 생각이라 말한다. 그리고 노동에 대한 성과는 사실은 그 과정의 보람으로 충분할 수 있다고 조언을 한다. 이런 상황속에 개인주의적 측면만 강해지고, 혼자서 모든 것을 책임져야하니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그 상태로 머무는 삶을 살아가게 되는 문제가 현재의 일본 젊은이들의 상태라 진단한다.

 

두 사람은 이를 해결하는 방법을 역설적으로 ‘공동체적 삶을 부활’시키는 것으로 제시하고 있다. 옛날처럼 혼자 일을 해서 몇 십명을 먹여살리는 체제가 되어 약자를 구제해주고 공여하고 나눠주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모두가 함께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사실상 개인의 성공이란 혼자서 이루어낸 것이 아니라 일시적으로 사회로부터 위탁받은 것이라 여기는 것이 옳다. 그렇기에 각자 자신이 갖고 있는 작은 재능들을 나누는 것이 필요하고, 누구에게도 폐를 끼치지 않는 삶에서 집단으로 살아가면서 신세를 지거나 남에게 베푸는 확장형 가족을 만들어 가는 것이 이제는 생존확률과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서 현재 많이 갖고 있는 어른세대가 먼저 무조건적 증여를 하는 것이 필요하며, 이에 대해 즉각적인 보답이 오기를 바라기보다 인내와 경의를 갖고 기다리는 지혜를 가져야한다고 얘기한다. 약간 신세를 지고 있다는 마음을 갖고 살아가는 것은 내가 형편이 나아지고 나면 다시금 다른 약자에게 무조건적 증여를 할 여지를 만들어가는 순환구조를 만들자는 것이다.

 

일본은 현재를 이야기하는 두 사람의 대담을 읽으면서 반복해서 지금의 우리 사회가 연상되었다. 가까운 일본이 실제로는 우리사회보다 약 20년정도 문화적인 부분에서 앞서 나가고 있다고들 말을 한다. 노인문제, 교육문제, 사회적 발달을 신기하게 뒤쫓아가는 부분이 많다. 그런데 젊은 세대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은 거의 동시대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듯하다는 것이 나의 전반적 인상이다. 그래서 우치다 타츠루와 오카다 도시오가 다소 냉정하게 분석을 하면서 상당히 독특한 해법을 얘기하지만, 무척 비슷한 현상에 대한 정확한 해석이기에, 그들의 논지에 상당 부분 동의하게 된다. 그리고, 해결방법에 대해서도 그럴듯하다고 여기기에 이 책을 소개하는 것이다.  ‘절망의 시대를 건너는 법’은 신자유주의적 이데올로기로 ‘개인의 효율적 성취와 독립적 삶’만을 삶의 주요한 지표로 알고 자라난 젊은이들이 결국 이도저도 못한 채 코쿤안에 머무르고 있는 이유를 이해하자고 한다. 그리고, 서로가 서로를 돕는 공동체적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려는 노력이 대책없는 복고적 과거회귀가 아니라, 개인주의적 삶에서 불가피한 존재론적 결핍을 해소할 수 있는 중요한 한 방법이 될 것이라는 판단을 하는데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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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의 시대를 건너는 법우치다 타츠루,오카다 도시오 공저/김경원 역 | 메멘토
현대 일본의 지를 대표하는 사상가 우치다 타츠루와 오타쿠 출신의 사회비평가 오카다 도시오가 시장경제의 몰락과 대안, 그리고 새로운 공동체에 대해 나눈 대담을 엮은 책. 무도가의 박력을 지닌 우치다와 경쾌한 사회감각을 가진 오카다는 이 책에서 세대론, 교육론, 경제론, 연애론에 이르기까지 폭넓고 다양한 사회 이슈를 이야기한다. 결이 다른 두 사람의 대담 분위기는 시종 유쾌하고 자유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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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하지현(정신과 전문의)

어릴 때부터 무엇이든 읽는 것을 좋아했다. 덕분에 지금은 독서가인지 애장가인지 정체성이 모호해져버린 정신과 의사. 건국대 의대에서 치료하고, 가르치고, 글을 쓰며 지내고 있다. 쓴 책으로는 '심야치유식당', '도시심리학', '소통과 공감'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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