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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사 최현우와 두뇌싸움

“알려줄 테니 걸리지 마. 그래도 걸릴 걸? 그래서 마술이 대단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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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에 심리학이 굉장히 많이 쓰입니다. 그래서 관련 분야 전문가들을 만나기도 하고 책도 많이 있고, 10여 년 정도 심리학을 공부했어요.

여러분 일단 2부터 9까지 숫자 가운데 하나를 골라 보시겠어요? 고른 숫자에 9를 곱하고, 일의 자리와 십의 자리 숫자를 더해 보세요. 다시 그 숫자에서 5를 빼세요. 여기까지 따라오셨나요? 자, 이제 1은 A, 2는 B, 3은 C, 4는 D, 5는 E, 6은 F식으로 마지막 나온 숫자에 맞는 알파벳을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알파벳으로 시작하는 나라 이름을 생각하는 거예요. 생각하셨나요? 덴마크죠?!

 

 최현우4.jpg

 

 

마술을 관람하기보다 관찰하는 편에 가까운 기자는 카페에 도착하자마자 마술사 최현우 씨에게 독자 여러분처럼 당했습니다! 이게 어찌된 일일까요? 최현우 씨는 이것이 바로 그가 준비하고 있는 ‘멘탈 매직(mental magic)’이라고 했습니다. 

 

“마술에 심리학이 굉장히 많이 쓰입니다. 그래서 관련 분야 전문가들을 만나기도 하고 책도 많이 있고, 10여 년 정도 심리학을 공부했어요. 한 예로 저희가 공연 중에 관객을 뽑을 때 정말 조심해야 하거든요. 천여 명 중에 한 명 뽑는데, 대답을 잘 못하거나 이상한 대답을 하면 공연이 망하니까요. 그래서 일단 음악에 맞춰 박수를 치게 합니다. 가슴 위쪽에서 박수를 치는 관객은 무대에 올라왔을 때 굉장히 적극적이고 잘합니다. 반면에 가슴 아래에서 치는 분들은 소극적이죠.”

 

그나저나 덴마크는 어떻게 아셨나요?


“알려드릴게요. 2부터 9중 어떤 숫자를 골라도 9를 곱한 뒤에 일의 자리와 십의 자리 숫자를 더하면 9가 나옵니다. 9에서 5를 빼면 4, 그러니까 알파벳은 무조건 D인 거죠.”

 

어머나! 그런데 심리학과는 어떤 관련이 있나요?


“네, 여기까지는 숫자 마술입니다. 그런데 D가 나왔을 때 통계 심리학적인 접근이 이뤄지죠. 98%의 착한 사람들은 덴마크를 얘기하는데, 도미니카공화국을 말하는 이상한 2%가 있거든요(웃음). 기존 마술쇼하면 그냥 보는 것에 가까웠죠. 미녀가 잘린다거나 공중에서 난다거나. 그런데 이럴 때면 많이 봤다거나, 어떤 장치가 있을 거라는 생각들을 합니다. 미디어의 발달로 이제 마술은 더 이상 마법이 아니니까요. 그래서 저는 요즘 마술에 멘탈리즘을 강화하고 있어요. 관객들의 고정관념을 이용해서 마술에 많이 쓰이는 심리학을 적용하는 거죠. 중요한 건 방법을 미리 알려줍니다. 알려줄 테니 걸리지 마. 어차피 의심할 거 의심해. 그래도 너희는 걸릴 거야. 그래서 마술이 대단한 거야!”
 
최현우 씨가 이길 수밖에 없는 두뇌싸움이 되겠군요. <최현우의 매직 콘서트 'The Brain’>은 11월 8일부터 내년 1월 4일까지 이화여대 삼성홀에서 마련됩니다. 기존 공연과 어떤 점이 다를까요?  


“일단 제가 창작해 낸 것이 대부분이라서 전에 보지 않았던 마술을 만날 수 있고요. 기존 공연에 뮤지컬처럼 무대 세트가 들어왔다면 이번에는 미디어파사드라고 영상기법을 많이 써요. 멘탈 매직은 말이 많다보니까 가족들이 함께 올 경우 아이들이 지루해 하거든요. 극장에 헬리캠도 동원되고요.”

 

최현우 씨는 1년이면 30여 개 지역을 돌며 2백 회 정도 공연을 펼친다는데, 가수보다 훨씬 많이 공연하는 셈입니다. 생각해 보니 마술을 보여줄 수 있는 최적화된 공간이 무대군요. 


“마술사의 능력은 공연으로 증명되는 거니까요. 그런데 가수들은 히트곡을 부르면 관객들이 좋아하잖아요. 마술은 TV에서 나왔거나 알 법한 건 흥미가 반감되는 면이 있어요. 그러니까 마술사들은 해마다 다른 타이틀, 다른 지향점을 갖고 새로운 걸 추구해야 해서 힘들죠.”

 

그렇다면 그 많은 레퍼토리는 어떻게 만드나요?


“가수가 있으면 작곡가와 작사가가 있잖아요. 마술사도 빌더와 디자이너가 따로 있어요. 창작팀이 있어서 퍼포머가 저작료를 주고 자기 색깔에 맞게 다시 만드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어딘가에서 본 듯한 모습이 있을 수 있고요. 카드 마술 하나도 어떤 것들은 저작권이 있습니다. 지난해까지는 뮤지컬처럼 스토리라인이 있는 공연을 했는데, 기존 공연이 전 세계 베스트 마술을 보여드리는 거였다면 이번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다 제가 만든 것들입니다. 그래서 무서워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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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초반, 최현우 씨가 마술을 시작할 때만 해도 국내에는 이름 있는 마술사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직업으로 마술을 하기에는 주변 반대는 고사하고 스스로 엄청난 신념과 용기가 필요했을 것 같은데요.


“심지어 저희 아버지도 ‘너는 어느 서커스단에서 일을 하려는 것이냐’며 쫒아내셨죠. 4년 정도를 밖에서 생활했는데, 거창하게 신념 같은 건 아니었고, 그냥 마술 자체가 좋아서 시작했고, 운 좋게 계속 이 길을 걷는 것 같아요. 마술이 엄청 재밌거든요. 전 세계 마술사들의 70% 정도는 여자 친구를 만들어보려는 단순한 동기에서 마술을 시작한다고 해요(웃음). 그런데 특히 남자들은 의심이 많고 원리를 파헤치는 걸 좋아해서 한 번 마술에 빠지면 매료되는 면이 있어요. 원리에 빠져들고 퍼즐처럼 맞춰가는 게 재밌거든요.”

 

사실 모든 공연은 환상을 동반한다고 생각하지만, 왠지 마술은 원리가 있고 방법이 있다는 생각에 팔짱을 끼고 앉아서 관찰을 하게 됩니다. 저 같은 관객 많죠(웃음)?


“우리나라 관객들이 그런 면이 많죠. 굉장히 의심이 많고 평가를 합니다(웃음). 물론 외국 사람들도 의심은 하는데, 표현 방법이 다르다고 할까요? 어쨌든 저건 쇼이고, 저렇게까지 준비하느라 힘들었을 거라는 생각에 박수를 치는데, 우리 관객들은 공연 도중에 옆 사람과 회의를 하시죠(웃음). 마음을 좀 더 열고, 다양한 면에서 접해보셨으면 좋겠어요.”

 

그동안 세계 25개국에서 공연하셨는데, 우리나라 마술 수준은 어느 정도 인가요?


“굉장합니다. 정말 대단해요. 지금 후배들이 전 세계 마술대회에서 상을 많이 타니까 견제할 정도거든요, 나오지 말라고. 저나 (이)은결 씨 같은 인터넷 세대를 통해서 마술이 확장되면서 10년 정도에 굉장히 크게 발전한 거죠. 다른 나라에서도 대단하다고 해요.”

 

국내외 마술계를 섭렵하고, 많은 후배들을 이끌고 있다는 점에서 책임감도 클 것 같습니다. 끊임없이 새로운 걸 찾아내고 구현해 내야 할 텐데요.


“제가 23살 때 데이비드 카퍼필드 형님을 만나 ‘다시 태어나도 마술을 할 것이냐’고 물었더니 절대 안 한 대요. 전 세계 마술사의 롤 모델이고, 부와 명예를 다 가진, 신이 모든 걸 허락한 사나이라고 불리는 남자가 그렇게 말하는 게 이해가 안 됐는데, 제가 나이가 들고 공연 회 차가 많아지니까 이해가 되더라고요. 매일 새로운 걸 만들어야 하고, 공연을 통해서 능력을 증명해야 하니까요. 무엇보다 마술사는 음악이며 조명, 무대 디자인까지 다 연출해야 하는데 그런 것들을 공부하는 것도 오래 걸리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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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종합 예술인이네요. 하지만 한국 마술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데 일조했다는 자부심도 있을 것 같아요.


“예술은 오래 하는 게 일등이라고 생각해요. 제 삶을 통해서 모범이 될 수 있다면 가장 좋은 케이스라고 생각하거든요. 조용필 선배님과 위대한 탄생 멤버들이 정장을 입고 아침 9시에 연습실에 출근해서 1시까지 연습하고, 점심 드시고, 다시 6시까지 연습하다 퇴근하신다는 거예요. 이걸 30년을 하셨대요. 대단하잖아요. 마술을 비롯한 예술이라는 게 꾸준히 오래 달려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연극이나 뮤지컬, 콘서트가 있는 무대는 보통 위로와 감동을 준다고 합니다. 마술 공연이 관객들에게 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2005년 연말 공연에서 한 남자가 프러포즈를 했어요. 이때 상대 여자가 울기 시작하면 성공인데, 그날도 여자가 미친 듯이 울기에 대박이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여자가 이 남자랑 결혼은 못한다는 거예요. 난감했죠, 상황을 수습은 해야겠고. 그때 남자가 마이크를 뺐더니 여자와 3년을 사귀었는데 말기 암이라는 거예요. 몇 개월 남지 않았는데, 남자친구가 아니라 남편으로 있고 싶다고. 오늘 여자 친구가 프러포즈를 받아주는 것이 인생의 마술이라는 거예요. 거기 있는 사람들이 모두 울었어요. 결국 두 분은 결혼했고, 저도 증인으로 참석했어요. 얼마 뒤에 여자 분이 돌아가셨는데, 그 과정을 보면서 나는 마술이 좋아서 시작했는데, 내가 공연에서 보여주는 이 마술 같은 일들이 신기함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누군가의 삶을 바꿀 수 있구나. 그게 정말 마술이구나 생각했죠. 소프트뱅크 손정의 대표가 멘토로부터 ‘뜻을 세우라’는 조언을 들었다고 해요. 꿈이 개인적인 욕망이라면 뜻은 사회적인 꿈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기적을 꿈꾸지만 기적을 믿지는 않잖아요. 저는 사람들이 ‘세상에 마법 같은 게 있을지 몰라, 기적 같은 일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게 제가 가진 가장 큰 삶의 지향점이 아닐까 합니다.”

 

사기꾼, 뭘 속이려고? 최현우 씨가 마술을 시작할 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라고 합니다. 그랬던 그가 이제 누구나 아는 세계적인 마술사가 돼 있다는 것 또한 마법 같은 일이 아닐까요? 모든 기적 같은 일 뒤에는 순수한 열망이 있듯이 최현우 씨의 마법 같은 인생에도 내성적인 성격을 바꾸기 위해 지하철 안에서 사연을 지여내며 껌을 팔고, 공연을 준비하다 추락해 팔에 철심까지 박는 노력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마법의 원리를 알고 있어서인지 최현우 씨는 인터뷰 내내 밝고 기운찬 모습이네요. 오프더레코드로 30분이나 인터뷰를 더 하느라 기자는 탈진했지만, 웬일인지 이번 최현우 씨 공연 때는 팔짱을 풀고 좀 더 열린 마음으로 나에게도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나길 희망하고 싶어졌습니다. 물론 착한 98% 보다는 이상한 2%에 끼고 싶은 마음도 여전하네요. 여러분은 어떤가요? 





최현우의 매직 콘서트 ′The Brain′ 

장르
콘서트 
일시
2014.11.08~2015.01.04 
장소
이화여자대학교 삼성홀
등급
만 7세 이상 관람가 
문의
클립서비스 1577-3363 
관람시간
100분(인터미션 없음)  
예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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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윤하정

"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

기사와 관련된 공연

    • 부제:
    • 장르: 뮤지컬
    • 장소: 이화여자대학교 삼성홀
    • 등급: 만 7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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