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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에 한 번, 반드시 떠나야 할 여행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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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비안은 2년 2개월의 여행을 통해 그가 목표한 대로 전 세계 다섯 대륙을 모두 밟았습니다. 떠날 때는 이제 막 디자인 학교를 졸업한 애송이였으나, 돌아온 뒤에는 그의 영역에서 어느 누구와도 대체될 수 없는 전문가가 되어 있었습니다.

소리 나는 책

 

▶ 만들어진 승리자들

 

오늘 소리 나는 책에서는 2주간 다뤘던만들어진 승리자들』을 읽어 드리겠습니다. 워낙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많아서 흥미진진한 책이었죠.  먼저 읽어드릴 부분은 위인이 위인이 되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우연이 있어야 하는가에 관한 부분인데요, 함께 들어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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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지는 1991년 케네디 형제 중 만내인 에드워드 케네디에 대해서 이렇게 썼다. 만일 그가 1969년 체퍼퀴딕 에서 일어난 한 여성 선거도우미의 죽음에 책임이 없었다면 암살된 형들의 후임을 민주당 대표로 선출되었을 것이고, 1972년에는 대통령 후보가 되었을 것이고, 늦어도 1976년에는 카터 대신 대통령이 되었거나, 아니면 1980년에 로널드 레이건을 누르고 대권을 거머쥐었을 것이다. 그러나 에드워드는 형들이 암살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그 길을 걷는 것이 두려웠고, 그래서 운명을 비켜가려고 일부러 술에 취해서 체퍼퀴딕 스캔들을 일으켰는지도 모른다.

 

나비의 날갯짓이 회오리바람의 진로를 결정할 수 있다는 카오스 이론처럼 모기 한 마리가 세계사의 흐름을 바꿀 수도 있지 않을까? 알렉산드로스 대왕에게 말라리아를 옮겨서 권력의 정점인 서른두 살에 이승을 떠나게 만든 그 모기처럼 말이다. 아니면 그는 폐렴으로 죽었을까? 혹은 지구의 반을 상대로 싸운 10년간의 전쟁으로 인한 무분별한 자기 학대와 음주벽이 병의 치명적인 촉진했던 걸까? 그도 아니라면 그저 지칠 대로 지치고 삶에 염증이 난 것일까?

 

어차피 이는 밝힐 수 없는 문제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알렉산드로스가 아라비아로 가 생각이었든, 로마를 비롯해서 다른 알려진 세계를 정복할 생각이었든, 바빌론에서 군대를 무장시키고 함대를 조직했으며 그가 죽자마자 거대제국의 와해되었고,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없었더라면 로마제국에 무슨일이 있었을지 로마 역사가들이 충분히 예상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 『만들어진 승리자들』 (볼프슈나이더/을유문화사) 中

 

에디터 통신

 

▶『저니맨』

 

생에 한 번, 반드시 떠나야 할 여행이 있다.

 

어두운 들녘에 나가 혼자 서보라. 달과 별이 왜 홀로 빛나는지 생각해보라.

 

안녕하세요? 위즈덤하우스 박지혜입니다. 오늘은 채근담의 한 구절로 책의 소개를 시작했습니다. 소개해드릴 책은 스물 여덟의 한 독일 청년이 떠난 특별한 여행 이야기 저니맨: 생에 한 번 반드시 떠나야 할 여행이 있다』인데요. 이 책을 소개하려니 바로 떠오른 구절이 이 채근담의 한 줄이었습니다. 어두운 들녘에 나가 홀로 서서 달빛과 별빛이 스스로 빛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어떤 생각이 들까요? 우주가 아름다울 수 있는 방식이란 결국, 생의 존재가 가장 자신다운 모습으로 빛나고 있을 때가 아닐까 하는, 그런 생각이 들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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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여덟, 디자인 대학원 졸업을 앞두고 있던 청년 파비안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이제 대학원을 졸업하고 나면 취직을 해야 할 텐데, 어느 한 직장에 발목이 잡히는 순간, 그의 평생의 무대는 좁디좁은 사무실 책상 앞이 되어버릴 것이었습니다. 이런 저런 걱정 없이 어디론가 훌쩍 떠나 적어도 1~2년 인생의 탐험을 해보고픈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그 적지않은 시간이 지난 뒤에 삶의 터전으로 돌아왔을 때 자신을 받아주는 일자리를 구할 수 있을까, 그것이 너무 두려웠습니다.

 

판에 박힌 삶을 살고 싶지는 않았으나 인생의 진도에서 뒤처지기도 싫었던 것입니다. 한참을 고민하던 그는 중세시대 장인들이 떠났던 수련여행이라는 키워드에서 불현듯 영감을 받았습니다. 중세시대에 기술을 배우던 직공들은 배워야할 기술을 어느 정도 학습한 뒤에는 반드시, 홀로 떠나 여행하는 시간을 가져야만 했습니다. 여행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보고 지혜를 쌓아 세계의 문화와 우주의 넓이를 이해한 자만이 제대로 된 장인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던 것입니다. 이는 비단 기술공들의 이야기만이 아니었습니다. 유럽의 특권계층이라 할 수 있는 귀족의 자제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스티브 잡스나 비틀스와 같은 오늘날의 천재들 역시 그들의 삶을 바꾼 중요한 계기로 여행을 꼽는 것을 보면, 분명여행에는 자신을 단련하여 더욱 빛나게 만들어주는 비밀이 숨어 있는 것이 분명했습니다.

 

파비안은 곧 자신의 여행을 디자인 수련여행이라 명명하고, 열 가지 원칙을 세웁니다.

 

하나, 세계의 다섯 대륙에 발자국을 찍는다. 둘, 여행지에서 일을 하고 돈을 번다. 셋, 잠잘 곳과 먹을 것 말고는 바라지 않는다. 넷, 최대한 긍정적인 나그네가 된다. 다섯, 목적지는 길이 정한다. 여섯, 최소한의 도구만을 갖고 떠난다. 일곱, 여행지에서의 모든 일을 빠짐없이 기록한다. 여덟, 한군데에 너무 오래 머물지 않는다. 아홉, 집 근처 300km 이내의 지역은 피한다. 열, 여행 기간은 1년이 넘되 2년을 넘기지 않는다.

 

열 가지 원칙을 세운 파비안은 졸업과 동시에 여행을 떠납니다. 그는 첫 번째 일자리인 상하이의 건축사무소에 기본적인 연락을 해둔 것 외에는 어떠한 준비 없이 길을 나섭니다. 그의 지갑엔 여권과 30만 원 정도의 돈 뿐이었고 통장에도 역시 30만 원 정도의 잔고가 있을 뿐이었습니다. 상하이의 건축사무소에서 시작된 그의 여정은 쿠알라룸푸르, 벵갈루루, 알렉산드리아, 아디스아바바, 브리즈번, 샌프란시스코, 아바나, 산토도밍고, 메데인으로 이어집니다.

 

그저 접시닦이 정도나 하다가 돌아올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던 주변의 우려와는 다르게, 그는 그가 떠난 여행의 가치를 인정해준 각국 최고의 전문가들과 함께 사진작업과 설계작업, 디자인작업을 할 수 있게 되었고, 모델대회의 심사위원을 맡거나 인디뮤직 레이블의 일원이 되어 음악작업을 하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지구 반대편에서 초등학교 시절의 첫사랑을 만나 가슴 설레는 로맨스를 경험한 것 역시 대단한 사건이랄 수 있겠지요. 책에는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인간은 두 번 태어난다. 한 번은 어머니의 자궁에서, 한 번은 여행길 위에서.’ 어머니의 자궁에서 태어난 것이 인간으로서의 빛나는 탄생이었다면, 여행길 위에서 경험하는 탄생은 오직 자신으로서만 홀로 빛날 수 있는 아름다운 별로서의 탄생을 의미하지 않을까요? 빛나고 싶다면, 여행을 떠나십시오. 이것이 바로 이 책이 던지는 단 하나의 메시지입니다.

 

파비안은 2년 2개월의 여행을 통해 그가 목표한 대로 전 세계 다섯 대륙을 모두 밟았습니다. 떠날 때는 이제 막 디자인학교를 졸업한 애송이였으나, 돌아온 뒤에는 그의 영역에서 어느 누구와도 대체될 수 없는 전문가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의 책 『저니맨: 생에 한 번 반드시 떠나야 할 여행이 있다』는 독일에서 발매된 이래 베스트셀러 행진을 이어가고 있고 그는 Ted를 비롯한 각종 강연 자리에 당당히 배낭을 메고 등장해 ‘너도 떠나보면 알게 될 거야’라고 이야기하는 명사가 되었습니다.

 

우리의 젊음도 이래야 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설령 여러분이 마흔이고 쉰이라 할지라도, 여러분의 삶 역시 이래야 하지 않을까요? 가슴 뛰는 삶을 꿈꾸는 모든 분들에게 반드시 읽어보시길 권하는 책입니다. 생에 한 번, 반드시 떠나야 할 여행이, 여기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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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동진

어찌어찌 하다보니 ‘신문사 기자’ 생활을 십 수년간 했고, 또 어찌어찌 하다보니 ‘영화평론가’로 불리게 됐다. 영화를 너무나 좋아했지만 한 번도 꿈꾸진 않았던 ‘영화 전문가’가 됐고, 글쓰기에 대한 절망의 끝에서 ‘글쟁이’가 됐다. 꿈이 없었다기보다는 꿈을 지탱할 만한 의지가 없었다. 그리고 이제, 삶에서 꿈이 그렇게 중요한가라고 되물으며 변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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