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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성탈출 : 반격의 서막>부터 <하이힐>까지

<혹성탈출 : 반격의 서막>도 보고 소싯적, 소수적 감성으로 놓친 영화도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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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성탈출 : 반격의 서막>에서 인간과 유인원은 본격적으로 대립 관계에 선다. 누가 선이고, 누가 악인지에 대한 판단은 마구 뒤엉키지만, 영화는 위엄 있게 흘러간다.

블록버스터가 몰려오기 시작하는 여름방학, 신나는 관객들 사이로 ‘소수적’ 감성을 가진 탓에 볼만한 영화가 없다며 아쉬워하는 관객들도 있다. 물론 다양성 영화를 위한 예술전용관들이 옛날에 비해 많다는 것은 위안이 되지만, <커피 한 잔이 섹스에 미치는 영향>은 현재 서울에서 딱 1개의 상영관에서 상영 중이다. 영화를 보기 위해 부지런을 떨어야 하는 게 귀찮은 관객들에겐 다행히 VOD 서비스, DVD, 그리고 절대 권하고 싶지 않지만 토렌트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전 세계의 다양한 영화들이 타는 목마름을 달래주는 오아시스의 기능을 한다.

 


 

<혹성탈출 : 반격의 서막>을 보기 위해 기다리다가 SNS 타임라인에서 얼마 전 위키트리에서 발표한 ‘놓쳐선 안 될 21세기 베스트 영화 33선’을 발견했다. 블록버스터도 있고, <업> 같은 애니메이션과 봉준호의 <살인의 추억>, 박찬욱 감독의 <올드 보이> 등 반가운 한국 영화도 있다. 선정 이유도, 추천 사유도 없이 선정된 리스트의 최상단을 차지한 것은 데이빗 린치 감독의 2001년 작품 <멀홀랜드 드라이브>. 이 영화는 정말 놓쳐서는 안 될 영화였던가 의아해 하면서 집으로 돌아와 <멀홀랜드 드라이브>를 찾아보았다. 물론 토렌트가 아닌, VOD 서비스를 이용했다. VOD 서비스를 이용하다 메인에서 장진 감독의 <하이힐>을 발견했다. <우는 남자>를 놓고 고민하다 놓쳤던 영화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영화감상이 시작되었다. 

 

위엄 있게, 자신 있게, 이어지게 <혹성탈출 : 반격의 서막>

 

루퍼트 와이어트 감독이 2011년 완성한 <혹성탈출 : 진화의 시작>은 유인원 블록버스터의 역사를 새롭게 쓰는 완벽한 프리퀄이었다. 인간에게 모욕당한 분노를 복수로 선택한 유인원들의 이야기는 첨단 CG의 도움을 받아 완벽하게 재현되었다. 팀 버튼의 리메이크 판은 가뿐히 젖히고, 오리지널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이 프리퀄의 승리는 CG 덕분이 아니라, CG로 재현된 유인원들을 통한 체제와 인간에 대한 분노, 그 내밀한 혁명의 심리묘사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2014년 맷 리브스 감독의 <혹성탈출 : 반격의 서막>은 전작의 후광을 전혀 받지 못한 체 만들어져야 했다. 루퍼트 와이트의 하차로 시저를 연기한 앤디 서키스를 제외한 주요 출연진이 모두 교체되었기 때문이다. 맷 리브스는 새롭게 시리즈의 판을 짜야 하는 숙명을 시리즈의 3편(2016년 개봉 예정)에 대한 기대감으로 대체시킨다. <클로버필드><렛 미 인>을 통해 감각적인 스릴감을 선보인 재능은 시리즈의 두 번째 이야기를 무난하게 조율한다.

 

<혹성탈출 : 반격의 서막>에서 인간과 유인원은 본격적으로 대립 관계에 선다. 전편에서 10년 뒤, 유인원 바이러스로 인간 대부분이 사망하고, 유전적으로 진화한 시저는 무리를 이뤄 자신들의 세상을 호령하고 있다. 바이러스를 이기고 살아남은 인간들은 드레퓌스(게리 올드먼)을 주축으로 반격에 나선다. 유인원에 의해 지배되는 황폐화된 도심, 유인원과 인간의 대치관계에서 누가 선이고, 누가 악인지에 대한 판단은 마구 뒤엉키지만, 영화는 위엄 있게 흘러간다. 그리고 본격적 대립으로 폭발할 3편에 대한 기대감을 남긴 체 마무리 된다. 폭발적이진 않지만 무난한, 3편을 더욱 기대하게 만드는 다리 역할은 제대로 한 셈이다.

 

멀홀랜드드라이브

영화 <멀홀랜드 드라이브> 스틸컷

 

소싯적 악몽의 재현, <멀홀랜드 드라이브>

 

2001년 <멀홀랜드 드라이브>를 봤을 땐, 인간의 뒤틀린 욕망이 빚어낸 악몽을 표현해낸 그의 전작들과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사람들이 눈을 뜨는 순간, 떨쳐버리고 싶어 하는 악몽을 데이빗 린치 감독은 영상으로 재현해 툭 던져놓는다. 꿈처럼 인과관계가 뒤섞이고, 상상력을 극대화시킨다. 21세기가 1/10쯤 지난 후 다시 본 <멀홀랜드 드라이브>는 확실히 다른 감성으로 읽힌다. 13년 전 볼 때는 놓쳤던 많은 상징들이 보이면서, 다시금 매혹되기 시작했다. 물론 이 매혹은 10여 년 동안 데이빗 린치 감독의 영화를 보지 않았기 때문에 다소 무뎌진 낯선 이미지에 대한 기대심리 때문이다. 

 

데이빗 린치 감독의 세상은 늘 꼬이고 비틀렸지만, 결국 순환되는 뫼비우스의 세상이다. 그의 영화에서 익숙한 붉은 커튼이 드리워진 방 속에서 사람들은 기억을 찾아 헤맨다. 사건과 뒤엉킨 인물들 사이에 인과관계는 전혀 없다. 비논리적이고 추상적인 것들에 대한 제언, 생각하면 할수록 어려워지지만 직관으로 받아들이면 즐길 수 있는 이미지의 만찬, 우연으로 가득한 악몽에 푹 빠져볼 자신이 있다면 <멀홀랜드 드라이브>에 도전해 보자.  

 

하이힐

영화 <하이힐> 스틸컷

 

소수적 감성의 발현, <하이힐>

 

VOD 서비스를 시작한 장진 감독의 <하이힐>은 뭔가 색다르다. 10번째 영화 <로맨틱 헤븐>을 거쳐 돌아온 <하이힐>은 하드 고어 느와르 장르 속에 트랜스젠더라는 소수적 감성을 녹여낸다. 소소하지만 맛깔스러운 상황극의 묘미를 살려온 그가 스스로의 정체성을 숨기고 살아온 소수자의 선택이라는 어려운 주제를 장르 속에 녹여냈다. 최근 개봉한 여러 영화들 중에서도 가장 화끈하고 자극적인 액션 장면은 물론, 여자가 되고 싶은 욕망까지 동시에 표현해야 하는 어려운 숙제를 떠안은 차승원은 그 어떤 순간에도 어색하지 않게 극단의 남성성과 오버하지 않는 여성성을 보여준다.

 

단지 강한 주제와 또 강한 장르적 표현 사이에, ‘왜’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 명확하지 않은 점은 아쉽다. SNL 코리아를 통해 익숙한 고경표, 김원해, 정명옥, 김민교의 등장은 극의 긴장감을 완화시켜 주지만, 효과적인 등장이었는지 확실치 않다. 트렌스젠더에 대한 선입견은 영화를 불편하게 만들 수 있다. 변화의 시점에 선 장진 감독의 관점과 차승원의 아름다운 연기는 굳이 찾아보지 않아도 괜찮겠지만, 굳이 선입견을 가지고 배척할 필요 역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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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최재훈

늘 여행이 끝난 후 길이 시작되는 것 같다. 새롭게 시작된 길에서 또 다른 가능성을 보느라, 아주 멀리 돌아왔고 그 여행의 끝에선 또 다른 길을 발견한다. 그래서 영화, 음악, 공연, 문화예술계를 얼쩡거리는 자칭 culture bohemian.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졸업 후 씨네서울 기자, 국립오페라단 공연기획팀장을 거쳐 현재는 서울문화재단에서 활동 중이다.

  • <맷 리브스>,<마이클 스탈-데이빗>,<마이크 보글>,<T.J.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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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독:<피트 닥터>, <밥 피터슨> 더빙:<에드워드 애스너>, <조던 나가이>, <크리스토퍼 플러머>, <이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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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ichael Stahl-David>,<Mike Voge>,<Lizzy Caplan>,<Jessica Lucas>,<Odette Yust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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