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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 섬들의 섬 여행 떠나볼까?

일본 오키나와(沖繩)의 야에야마(八重山) 제도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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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선 연신 사진을 찍고 유명 관광지를 바삐 돌아다니는 치열한 여행은 잊어버리자. 푹 쉬면서 맛난 오키나와 토속 음식을 먹고 지친 몸과 마음을 편하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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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가키지마에 있는 선셋비치

 

오키나와

남국의 섬들

 

일본 경제 신문의 한국 특파원을 지낸 일본인 친구는 “푸른 바다와 이국적인 느낌을 찾으려면 꼭 오키나와에 가보라”고 나에게 여러 번 권유했다. 그는 하와이와 비슷한 맑고 푸른 바다와 총총히 박힌 별을 오키나와에서 볼 수 있다고 알려주었다. 일본인도 꼭 가보고 싶은 휴양지로 꼽는 곳. 오키나와로의 여행은 ‘또 다른 일본’을 찾아가는 길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오키나와는 ‘섬’이 아니라 ‘섬들’이다. 가장 큰 섬인 나하(那覇)를 중심으로 160여 개의 섬이 흩어져 있다. 그중 사람이 사는 유인도는 48개. 일본에서 유일하게 아열대기후를 즐길 수 있는 지역이고, 타이완에서 불과 200킬로미터 떨어져 있어 일본 본토보다 타이완이 훨씬 가깝다. 19세기까지만 해도 오키나와 는 타이완의 영향을 받은 중국 문화권에 속했다. 본래 류큐(琉球) 왕국의 지배를 받던 독립국가로 1,000여 년 전부터 중국, 우리나라 등과 교역하며 독특한 문화를 일궈온 것이다. 1879년 일본에 편입됐지만 제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미국의 지배를 받다가 1972년 일본에 복속됐다.


아열대기후라 푸른 바다와 산호가 자랑이지만 단점도 있다. 따뜻한 바다에 사는 생선은 사시미에 적합하지 않다. 즉 일본을 대표하는 요리가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환경. 그 때문에 오키나와 전역의 횟집에서 파는 사시미는 일본 본토나 해외에서 온 생선을 사용한다. 대신 오키나와에서는 돼지고기, 이게 일품이다. 여기에 일본 최고의 명품 쇠고기(이시가키 소)도 별미다.


오키나와 나하국제공항에 도착한 후, 나하 국내선 공항으로 이동해 이시가키지마(石垣島)행 국내선을 탄다. ‘힐링’이라는 테마에 맞춘 이번 여행지는 오키나와 남서쪽 아예야마 제도의 가장 큰 섬인 이시가키지마 주변, 다케토미지마(竹富島)와 이리오모테지마(西表島). 두 섬의 공통점은 자연에 푹 빠져볼 수 있다는 것. 자동차를 타고 관광지를 둘러보는 여정보다 가벼운 산행 차림으로 트레킹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고 유유히 섬 전체를 즐기기에 좋다. 밤에는 로맨틱한 풍광도 만끽할 수 있다. 해가 지고 달이 뜨기 직전, 하늘을 가득 채운 별이 눈 안에 한가득 들어온다. 망망대해에 떠 있는 작은 섬이기 때문에 도심에서 뿜어 나오는 네온사인 같은 광해 (光害, light pollution)가 없어 수많은 별이 보인다. 위도 상 적도에 가까운 오키나와에서는 계절에 상관없이 날씨만 쾌청하면 하늘에 총총히 박힌 대부분의 별자리를 육안으로 관찰할 수 있다. 망원경도 필요 없다. 물론 이런 정적인 순간만 기다리는 것은 아니다. 에메랄드빛 바다에서 즐기는 스노클링이나 카약, 스쿠버다이빙 등 다양한 해양 스포츠는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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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타고 다케도지마의 돌담 길 옆으로 지나가는 여행자

 

다케토미지마
류큐 왕국 모습 그대로


이시가키지마에서 쾌속정을 타고 30분 정도 가면 나오는 다케토미지마는 자연 친화적 건축물로 유명하다. 둘레 9.2킬로미터에 350명이 거주하는 작은 섬. 바다 곳곳의 산호초 군락이 보인다. 이 섬의 특징은 ‘중요 전통적 건조물군 보존 지구’다. 약칭 ‘중전건(重傳建)’이라고 부르는데, 문화적 가치가 높은 일본 전통 마을의 풍경을 보존하기 위해 선정한다. 다케토미지마는 거주 지역 전부가 중전건으로 선정됐다. 섬의 역사와 문화, 경관을 제대로 보존하고 있다는 뜻이다. 우리나라로 치자면 안동 하회마을과 비슷하다고 할까. 이곳에서는 전통 그대로의 오키나와, 아니 일본에 속국이 되기 전 독자적 문화를 갖춘 ‘류큐 왕국’의 역사를 들여다 볼 수 있다.

 

일본은 1801년 류큐 왕국을 점령한 이래 줄곧 그들의 역사와 전통을 파괴해왔다. 조선이 일본 식민지가 된 이후 식민 사관을 심었던 일이 떠오른다. 섬을 둘러보는 방법이 독특하다. 오키나와 전통 물소가 끄는 달구지인 ‘물소차’를 타고 마을 한 바퀴를 돈다. 느릿느릿 걷는 물소차를 타고 마을을 돌다 보면 처음엔 물소의 걸음만큼이나 답답하다. 하지만 5분 정도 지나면 빠르게 걸어 다니느라 미처 보지 못한 일상의 지혜가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한다. 자연에 천착한 옛 선인의 지혜와 자연에 순응한 삶의 양식이 그것이다. 우선 독특한 건축양식이 눈에 띈다. 거무튀튀하고 울퉁불퉁한 담벼락이 얼핏 보기에 제주도의 돌담을 생각나게 하는데, 제주도처럼 현무암이 아니라 산호가 융기해 만들어진 돌을 사용했다. 이걸로 담을 쌓으면 돌 사이 틈새로 바람이 통과해 태풍에도 쓰러지지 않는다.

 

콘크리트로 만든 담은 바람과 맞서다 결국 무너진다는 게 현지 가이드의 설명. 자연에 순응하는 삶의 지혜가 절로 느껴진다. 집의 출입구도 독특하다. 별도의 문 없이 돌담이 없는 부분이 출입구다. 그 안쪽에 중문형태로 쌓은 담은 집안을 바로 들여다볼 수 없게 하는 일종의 사생활 보호 장치. 직진밖에 못한다는 귀신을 쫓아내기 위한 용도로 사용했다고도 한다. 이 중문의 왼쪽으로 들어가 오른쪽으로 나오는 게 이곳의 관습이다. 섬에서 제대로 힐링을 하려면 호시노야 오키나와(Hoshinoya Okinawa) 리조트가 안성맞춤이다. 항구에서 버스로 8분 떨어진 리조트는 2012년 6월 개장했다. 약 6.7헥타르의 부지 위에 세운 이 리조트의 건축 콘셉트는 현대식 호화로움이 아니다. 섬 안에 보존된 류큐 전통 주택 양식에 따라 48동의 개별 객실을 지었다. 집 1채와 정원이 딸린 마당을 한 가족이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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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호시노야 오키니와 리조트 내부, 호시노야 오키니와 리조트 전경

 때묻지 않은 다케토미지마의 해변, 호시노야의 오키나와식 프렌치 요리

 

 리조트 같은 분위기를 숨기기 위해 수영장도 낮은 지대에 조성했고 주위에 천연 잔디를 깔아서 잘 보이지 않게 만들었다. 수영장 가장자리에 자리 잡은 데이 베드(day bed)에 누워 책을 읽다가 잠깐 오수(午睡)를 취하면 피곤이 싹 풀린다. 한마디로 조용한 섬의 고택에서 휴식을 즐기는 테마다. 사와다 히로카즈(澤田裕一) 총지배인은 “신혼 부부나 가족 이용객 이외에 조용한 휴가를 즐기려는 기업인이 꽤 많다”고 말한다. 미국 코넬대 대학원 호텔경영학과를 졸업한 그는 “조용한 자연 속에서 책을 읽으며 새로운 구상을 하는 게 요즘 럭셔리 휴가의 추세”라고 덧붙인다.

 

 한국의 모 그룹 회장 일가도 올해 2월 이곳에서 3박 4일간 휴가를 보냈다고 한다. 오키나와 토속 요리를 가미한 프랑스풍 퓨전 요리도 이곳의 필수 코스. 5,000엔 정도 가격에 아주 훌륭한 ‘힐링’ 음식을 맞볼 수 있다. “역사는 흥미로운 이야기이자 최대의 오락”이라고 주장하는 일본의 유명한 역사소설가 시오노 나나미의 수필집 〈생각의 궤적〉을 꺼내 들었다. 살포시 불어오는 바람 소리가 귓전을 자극하지만 독서 삼매경에는 이만한 환경이 없다. 이 리조트에 시간의 궤적이 쌓이면 시오노 나나미 같은 대가가 작품을 술술 쓸 수 있는 명작의 산실로 꼽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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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이리오모테지마와 유후지마 사이를 오가는 물소 수레

(아래 왼쪽)사자 모양의 오키나와 전통 수호신시사(シ?サ?). 건물 입구나 지붕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아래 오른쪽)유후지마의 식물원에서 마주친 나비.

 

이리오모테지마
원시 밀림 그대로


다케토미지마가 류큐 왕국의 전통을 복원했다면 이리오모테지마는 아열대 정글 모습을 간직한 자연 그대로의 멋이 넘쳐난다. 이시가키지마에서 쾌속선을 타면, 두 섬 간 37킬로미터를 주파하는 데 45분이 걸린다. 섬은 산세가 드세고 숲이 울창하다. 나지막한 산악 지형의 90퍼센트가 아열대 밀림이다. 산중엔 큰 강 2개가 흐르고 하구에는 바닷물을 민물로 바꿔주는 맹그로브 나무가 울창한 숲을 이룬다. 개발을 극도로 제한해 태초 모습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천연 그대로의 숲이 살아 숨 쉬는 것. 인공 시설이라고 해봐야 해안 도로와 밀림의 산책로 정도다. 섬을 직선으로 횡단하는 도로를 뚫기 위해 산을 파헤치다가 이곳의 보호 동물인 야마네코(山猫, 살쾡이)가 차도로 뛰어들어 죽어나가자 공사를 중단했다.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지키기 위해 ‘다소’의 불편함을 희생한 것이다.


섬 한쪽에 자리 잡은 또 다른 섬인 유후지마에 가보면 소소한 재미를 경험할 수 있다. 이리오모테지마와 400미터 떨어진 유후지마까지는 50센티미터 내외의 낮은 바다가 펼쳐져 있어 이곳 사람들은 물소 수레를 타고 건넌다. 섬에는 1년 내내 꽃이 피고 나비가 날아다닌다. 섬 전체를 열대 식물원으로 꾸몄다. 섬 내 유원지에선 어른 손바닥 크기의 오키나와 원숭이와 어울릴 수도 있다. 100엔 정도 하는 먹이를 사서 손바닥에 놓아두면 오키나와 원숭이들이 잽싸게 나무를 타고 내려와 손바닥 위로 기어간다. 이 원숭이들은 생긴 것부터 귀여움 그 자체다. 조그맣고 귀엽지만 원숭이의 본능은 그대로다. 휴대폰이나 작은 가방을 허술하게 들고 있다가는 곧바로 날치기를 당한다.


이리오모테지마에서 아웃도어를 빼놓을 수는 없다. 얕은 바다에서 카약을 타고 노를 저으며 하늘의 별을 세는 ‘나이트 카약’은 이 섬에서 최고로 인기 있는 아웃도어 액티비티. 험준한 산악의 정글을 탐사하는 트레킹과 낙조를 감상하는 선셋 크루즈도 도전해볼 만하다. 방에서 자라나는 사탕수수를 수확하거나 우라우치가와(浦?川) 17.5킬로미터 물길을 거슬러 원시 숲을 탐사하는 맹그로브 크루즈는 색다른 경험.

 

숲 속 한가운데 마련된 노천 온천은 일본 최남단에 자리한 온천으로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근 채 자연과 일체감을 느낄 수 있는 체험장이다. 숲이 내뿜은 건강한 기운을 잔뜩 마시며 도시에 찌든 폐를 정화하는 데 안성맞춤. 3월과 4월에는 우라우치가와 하구 호시다테(반딧불이) 천연보호구역에서 별과 함께 반딧불이를 감상하는 것도 또 다른 추억거리를 선사한다. 이 모든 야외 활동을 즐긴 후, 호시노 리조트 나리카나이 이리오모테지마에서 하루를 마무리해보자. 초승달 모습의 예쁘고 고즈넉한 해변 숲가에 자리 잡고 있으며, 4층 규모의 빌라 스타일 건물에 기념품 숍과 야외 수영장, 레스토랑 등을 갖춰 수수하다. 역시 이곳에서는 화려함보다는 자연스러움이 정답이다.

 

 

가는 방법


-인천국제공항에서 오키나와 나하국제공항까지 아시아나항공이 주 4회 항공편을 운항한다(43만원부터, flyasiana.com). 나하공항에서 이시가키공항까지 일본 트랜스오션 항공(Japan Transocean Air) 등이 매일 항공편을 운항한다(1만5,000엔부터, jal.co.jp). 이시가키지마에서 주변의 섬으로 갈 때는 페리를 이용하자(Yaeyama Island Sightseeing Ferry, 81 0980 825010)

 

머물 곳


-이시가키지마 클럽메드 카비라 비치(Club MedKabira Beach), 1인 32만9,000원부터, clubmed.co.kr
-다케토미지마 호시노야 오키나와, 2인 1객실6만 엔부터, hoshinoresort.com
-이리오모테지마 호시노 리조트 나리카나이이리오모테지마(Hoshino Resort Nirakanai Iriomotejima),1인 2만3,000엔부터, hoshinoresort.com


추가 정보


-아열대기후라 1년의 절반 이상(3월 하순∼10월) 바다에 들어갈 수 있다. 연평균 기온은 22.7도.
-혹여 지진이나 방사능 걱정은 안 해도 된다. 지진이 일어난 후쿠시마와의 거리는 1,760km로 후쿠시마와 서울의 거리 1,240km보다 멀다.
-여행을 끝내고 돌아갈 때는 ‘눈 소금’이라 불리는 이시가키지마의 특산물 유키시오(雪鹽)를 챙기자. 일반소금과 달리 고운 가루 형태라 눈 소금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음식뿐 아니라 양치질에도 잘 맞는다는 게 현지 가이드의 설명이다. 오키나와 전통주인 아와모리도 추천할 만하다. 알코올 도수 30도가 넘는 증류주인데, 숙취 같은 뒤끝이 없다.

 

 

 

 

김태진은 〈포브스코리아〉 전문 기자로,

이번 오키나와 여행이 기억에 오래 남을 만큼 조용하고 편안한 여행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PHOTOGRAPHS : Cho Ji-young, Okinawa Convention & Visitors Bure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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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nely planet 론리플래닛 매거진 코리아 : 4월 안그라픽스 편집부 | 안그라픽스
외국에서 지내다 보면, 일정이나 비행기 탑승 시간 등 때문에 본의 아니게 나 혼자만 현지에 남는 경우가 생긴다. 이미 오랜 외유로 한국에 대한 그리움이 깊어진 터라 귀국한다는 마음으로 들뜬 사람을 혼자 배웅하는 기분은 썩 좋을 리 없다. 혹시 현지인에게 박대라도 받는다면, 너덜너덜해진 마음이 다 찢어질 때까지 목에 핏대를 세우고 싸울 마음이 가득한,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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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론리플래닛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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