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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94> 고아라, 나라면 진작 사귀었지

나정이가 네 여자친구라면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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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당초 여배우에게는 관심이 없다. 예쁜 여자를 좋아하는 여자들이 이해가 가지 않을 따름. 내가 갖지 못한 걸, 갖고 있는 여자. 왜 좋아하나? 질투만 하면 되지! 내가 90년생 배우 고아라 이야기를 쓰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 | EJ

유행하는 드라마를 볼 때면 주변 사람들에게 꼭 묻는 질문이 하나 있다. “여주인공 OOO 같은 스타일 어때?” 요즘, 내가 유일하게 챙겨보는 드라마 <응답하라 1994> 덕분에 질문은 “나정이 같은 스타일 어때?”로 바뀌었다. 나는 쓰레기(정우), 칠봉이(유연석), 해태(손호준)도 아닌 나정이(고아라)에게 반해버렸다. 나보다 한참 어린, 딱 띠동갑 연하인 90년생 여배우가 왜 이렇게 사랑스럽게 느껴질까? 덩달아 배우 고아라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출처_ tvN


비현실적인 외모의 여고생, 왜 다작 하지 않았니?

내가 기억하는 고아라는 2008년 스위스대사관저에서다. 스위스 홍보대사로 임명되어 기자간담회를 가진 고아라. 현실감 없는 몸매와 외모는 딴 나라 사람 같았다. 숱한 여배우들의 미모를 봐왔기에, 웬만하면 감탄하지 않는 나임에도 불구하고 고아라의 인형 같은 외모에 눈길을 뻬앗겼다. 카우벨 연주를 선보이는 고아라를 두고 사진기자들은 플래시를 아낌없이 터뜨렸다. 나는 버릇대로, 고아라를 향한 남자들의 시선을 구경했다. 지금으로부터 5년 전이니 고아라가 19살이었을 때인데, 삼촌뻘 되는 남자들은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표정으로 고아라 앞을 서성거렸다. 고아라는 질의응답, 기자응대도 꽤 능숙했던 걸로 기억한다. 기자간담회를 마친 뒤, 고아라는 스위스에서 직접 사온 카우벨 기념품을 추첨을 통해 기자들에게 선물했다. 태도에 정성과 진심이 엿보여 야무진 배우로 기억됐다.

이후, 지인들이 “실제로 본 연예인 중에 누가 가장 예뻤어?”를 물어볼 때면, 간혹 고아라에 대한 인상을 떠올리며 “내가 본 연예인 중에 가장 마른 여배우.”라고 말했다. (또 한 명은 중년배우 박준금. 이 분도 정말 말랐다) 그러나 현실적인 드라마, 현실적인 영화만 좋아하는 내 취향 때문일까? 도무지 비현실적인 외모를 가진 배우에게는 호감이 가지 않았다. ‘고아라’ 라는 이름 또한 어떤가? 고운 외모에 너무 딱 떨어지는 이름 아닌가? 오히려 매력이 반감됐다. 고아라는 2007년 해외 진출을 위해 발음이 쉬운 ‘아라’로 이름을 바꿨다가 2012년 영화 <페이스 메이커>를 찍으며 다시 본명 ‘고아라’로 돌아왔다.

고아라는 2003년 제5회 SM 청소년 베스트 선발대회에서 8000:1 경쟁률을 뚫고 대상을 수상하며 SM엔터테인먼트 소속으로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다. 데뷔작은 성장 드라마 <반올림>. 올해로 데뷔 10년차를 넘어섰는데 웬일인지 필모그래피는 많지 않다. <응답하라 1994>를 포함해 드라마 6편, 영화 4편이 끝이다. SM엔터테인먼트라는 노른자 소속사에서 고아라는 왜 다작을 하지 않았을까. 아마, 똘똘한 욕심쟁이라서가 아닐까.


나 같으면 너랑 진작 사귀었지

tvN <응답하라 1994>의 여주인공 ‘성나정’ 역에 고아라가 캐스팅됐을 때. 나는 다소 놀랐다. 웬 고아라? 곱디 고운 사랑스럽기만 한 가녀린 몸매의 고아라가 웬 사투리 연기? 고아라의 캐스팅을 두고, <응답하라 1994> 신원호 PD도 내심 걱정했다고 한다. 하지만 막상 촬영에 들어가보니 “다른 배우들이 잡아내지 못하는 섬세한 연기를 해내고 있다.”며 고아라의 연기를 극찬했다. 고아라는 그동안의 이미지를 깨는 망가지고, 엽기적인 역할에 도전하고자 하는 의지가 무척 강했다고 한다. ‘나정이’ 캐릭터에 일찌감치 응답한 고아라는 찰랑거리던 생머리를 뽀글뽀글 단발머리로, 동그란 눈망울을 흐리멍덩한 초점 잃은 눈빛으로 변신시키며 <응답하라 1997> 정은지 못지않은 실감나는 사투리 연기로 연일 호평을 받고 있다. (고아라는 실제 경상남도 진주 출신이다)

조연급이었던 정우를 캐스팅하는데 주저함이 없었다는 신원호 PD. 고아라에게 ‘성나정’ 역을 주기까지는 꽤나 걱정했단다. 지금까지 연기력으로 인정 받은 적이 한 번도 없기 때문일까? 신원호 PD는 “<반올림>에서 고아라 연기가 나쁘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전작 영화 < 파파>를 보았더라면 고아라에게 신뢰를 가졌을지 모른다. 나는 지난해 개봉한 고아라, 박용우 주연의 영화 <파파>를 한지승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는 이유만으로 극장에서 봤는데, 박용우보다 고아라의 연기에 눈길이 갔다. 까칠하고 팍팍한 성격의 큰 누나 ‘준’으로 분한 고아라를 보면서, ‘너, 이런 연기하고 싶었구나?’라고 물어보고 싶었다. 주조연급으로 출연한 영화 <페이스 메이커>에서 육상선수로 변신한 모습도 퍽 인상적이었다. 김명민의 영화로 기억될 것이 뻔한 이 작품을 위해, 고아라는 무려 체중 5kg를 찌웠다. 나는 영화 속에서 김명민을 쫄래쫄래 따라다니는 고아라 모습이 마냥 사랑스러웠다.

고아라가 선택하는 작품들을 보면서 ‘성공’보다 ‘하고 싶은 작품을 하는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다. ‘숫자에 연연하지 않는구나’, SM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수많은 시나리오가 전해질 텐데 말이다. 지난 11월 22일 방송된 <2013 Mnet Asian Music Awards> 시상식에서 고아라는 유창한 영어 실력을 뽐냈다. 파트너로 무대에 함께 선 정우가 머쓱해질 만큼, 뛰어난 언변이었다. 고아라에게 건강한 자존감이 느껴져서 괜스레 내가 다 뿌듯해졌다. ‘그래. 대세는 쓰레기라고 하지만 마지막엔 성나정일 걸?’

<응답하라 1994> 11화 ‘짝사랑을 끝내는 단 한가지 방법’에서 나정이는 절친 해태에게 물었다.
“내가 그리 별로가, 여자로서 매력이 없나. 니도 그렇나. 닌 어떤데”라고. 해태는 살짝 고민하듯 하다가 나정에게 말했다. “나 같았으면… 너 만났지. 나 같았으면 너랑 진작에 사귀었다고. 이라고 먼저 친해지지만 않았어도 너랑 사귀었지.”

뽀글 단발머리에 일자 앞머리, 헐렁한 티셔츠에 돌돌 말아 접은 청바지를 입어도, 어쩜 저렇게 예쁘게만 보일까. 내가 남자였어도 나정이랑 진작에 사귀었다. 오늘도 주변 미혼남들에게 심심풀이로 묻는다. “나정이 같은 스타일 어때?” “별로”라고 대답하는 남자에게는 왠지 호감이 뚝 떨어지는 건, 뭐지?

고아라와 박신혜는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 동기, 연예계 가장 친한 절친이다. 같은 시기에 데뷔해 일찍이 연기력을 인정 받고 다작을 해온 친구 박신혜를 두고, 고아라는 그간 부러워하진 않았을까? 어쨌든 박신혜는 공중파 드라마, 지금 가장 핫한 드라마 <상속자들> 여주인공이고, 고아라는 두 자릿수 시청률이 꿈인 케이블 드라마의 주인공이다. 그러나 자꾸만 눈길이 가는 건, 가난상속자 여고생 ‘차은상’이 아니라, 농구선수 이상민빠, 75년생 ‘성나정’이다. 배우에게는 변신보다 강한 매력은 없다.

[관련 기사]

-<응답하라 1994>, 나정에게 보내는 편지
-<응답하라 1994>, 세대를 아우르는 아날로그 감성
-<응답하라 1994> 문경은, 농구대잔치 오빠부대의 시발점 람보슈터
-사심 가득한 응답하라 1994 감상, 왜 응사앓이인가
-90년대를 정복했던 야구 천재 이종범 - 응답하라 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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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E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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