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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누나> 사회 초년생에게 공감 선물

‘열심히 하는 것’과 ‘잘 하는 것’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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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누나>가 드디어 지난주 첫 방송을 시작했다. 원래 전작의 흥행은 부담을 주기 마련이지만 첫 방송 시청률이 10%를 넘었단다. 케이블 방송임을 감안할 때 엄청난 성공이다. 과연 무엇이 요즘 같이 다시보기가 판을 치는 세상에 사람들을 텔레비전 앞에 모이게 했을까?

<꽃보다 누나>가 드디어 지난주 첫 방송을 시작했다. 원래 전작의 흥행은 부담을 주기 마련이지만 첫 방송 시청률이 10%를 넘었단다. 케이블 방송임을 감안할 때 엄청난 성공이다. 과연 무엇이 요즘 같이 다시보기가 판을 치는 세상에 사람들을 텔레비전 앞에 모이게 했을까?

예능 프로그램의 8할은 누가 나오느냐에 달려있다. 드라마 같은 인생을 산 관록의 배우 윤여정과 아직도 공주 같은 김자옥, CF 속에서만 보던 김희애, 왕년에 잘 나갔던 이미연에 한 동안 예능 출연이 뜸했던 이승기까지 더해졌다. 이승기를 제외하고는 다들 예능 출연이 거의 처음이어서 단박에 호기심이 간다. 또 여배우들 아닌가? 예능에서 캐릭터를 굳이 부여하지 않아도 그들 스스로 고유한 이미지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실제와 어떻게 다른지도 감상 포인트가 될 것이다.


첫 방송에서 가장 두드러졌던 건 이승기였다. 네 누나와는 다르게 이승기는 이미 예능에 많이 노출된 상태였기에 그는 단순히 여행을 돕는 역할뿐 아니라 극의 흐름을 이끌어가야 하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허나 역시 방송은 시청자들과의 두뇌싸움에서 이겨야 한다. 그가 오히려 짐이 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일단 할배들과는 다르게 여배우들은 좀 더 예민해서 대하기가 쉽지 않다. 남성과 여성의 차이일 것이다. <마마도>에서 이태곤이 좀 더 남성적인 매력으로 중년 여배우들을 리드했다면 이승기는 성별의 차이보다는 사회적인 신분의 차이가 더 두드러졌다.

<꽃보다 할배>에서 이서진은 40대와 70대 이상 네 어른의 불편한 여행이었다. 집 안에서 말 한마디 하지 않던 아버지와의 어색한 여행을 통해 조금씩 가까워져가는 느낌이었다. 반면에 <꽃보다 누나>는 연령대 자체가 낮아지고 다양해졌다. 그래서 마치 계급이 나누어진 느낌이 든다.


크로아티아로 떠나는 경유지인 이스탄불에 도착해서 이승기는 호텔까지 가는 방법을 알아내기 위해 한 시간이 걸렸다. 이승기만 믿고 있었던 누님들은 저마다의 캐릭터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윤여정은 평소 이미지 그대로 까칠하고 정확했다. 완벽한 영어를 구사하며 노련하게 상황을 파악했다. 김자옥은 공주 이미지대로 그 난리법석인 상황 속에서도 우아하게 노트에 일기를 써내려갔다. 김희애는 생각보다 엉뚱한 모습이 많이 보여 졌다. 영리하기보다는 지혜롭게 우왕좌왕하는 이승기에게 힘을 실어 줬다. 이미연은 생각보다 더 다혈질인 모습이 드러났다. 계속 지체되는 이승기에게 진짜 화가 나는 모습이 그대로 드러났다.

마지막으로 이승기, 이번 여행에서 드러나는 그의 모습은 첫 방송을 굳이 보고 싶지 않았다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의외인 것들이 많았다. 그동안의 스마트하고 막내로서 형들을 잘 챙기면서도 메인 진행자를 도와 프로그램을 잘 이끌어가는 그의 모습은 없었다. 마치 외딴섬에 표류한 사람처럼 허둥지둥 뭐 하나 제대로 되지 않는 모습이 안쓰럽기까지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고등학생 때 데뷔해서 지난 9년 동안 연예인으로 살지 않았나. 모든 것이 이미 짜인 상황 속에서 그는 그의 역할에만 충실한 것이 최선이었던 것이다. 인터뷰에서도 드러나듯이 그것이 많은 사람을 힘들게 하지 않는 방법이기도 했다. 이번 여행을 통해서 그런 점들이 고스란히 드러났고 그게 여행을 하는 진짜 이유이기도 한 것이다. 예능 프로그램이라고 해서 시청자들은 작위적인 재미를 좋아하지 않는다. 지난 9년간의 시간은 이승기를 최고의 자리에 올려놓았지만 그만큼 결핍된 부분도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그것을 이번 여행을 통해서 차츰 알아가고 또 발전하는 모습들이 새로운 재미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요즘 일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열심히 하는 것’과 ‘잘 하는 것’은 다르다는 것이다. 어릴 때는 열심히 하는 것이 최고라고 배운다. 그것이 동양적인 관점이기도 하다. 하지만 커서 사회에 나가면 더 이상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는 힘들다는 현실의 벽에 직면하게 된다. 매일 자신이 한 일의 결과가 나오는 상황 속에서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는 더 이상 인정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잘 해야만 한다. 허나 잘 하지 않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청운의 꿈을 품고 세상에 나왔지만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다.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쉽게 포기를 했는지 비로소 이해가 된다. 그 누구도 ‘쉽게’ 포기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런 점에서 항상 열심히 하던 이승기가 여행의 시작부터 실수하고 제대로 되지 않아 누님들께 호되게 꾸지람을 받는 것을 보고 공감한 1년차에서 3년차의 사회 초년생들이 많다고 한다. 이승기를 응원하는 이들은 하루아침에 예전 이미지처럼 다시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리라 기대할 수도 있겠지만 꿈은 빨리 깨는 게 좋다. 여행이 진행되는 동안 더 많이 깨지고 더 많은 결점이 드러날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절대 포기해서는 안 되는 단 하나의 진실은 모두 그렇게 배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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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최창순

이제 막 세상에 발을 내딛은 신입기자. 한 후배는 한 번도 먹어 보지 않은 젤리 같은 사람이라고 평했다. 공연과 영화, 전시회를 보고 누리꾼들과 소통하는 지식소매상. 내가 쓴 글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 대신 그래도 세상은 움직이고 있다는 희망의 증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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