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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짱이의 삶을 고민해야 한다 (강신주 2편)

‘최효종의 추파’ ⑤ 강신주 정신 차려라, 네 일이 아니다 최적생계비를 정해서 삶을 향유해라 악플 많아서 고민?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따르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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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이 철학자를 만나면 어떤 질문을 쏟아낼까? 오는 10월, 군 입대 예정인 개그맨 최효종이 철학자 강신주를 만났다. 최근 『강신주의 다상담』을 펴낸 강신주는 심플한 철학 이론, 인문학자로서의 성찰을 단박에 풀어냈다.

역시 오늘도 반팔 티셔츠에 반바지, 쪼리를 신고 등장한 철학자 강신주. 물론 강신주 제2의 거처, 문사철 사무실에서 인터뷰가 진행됐기 때문이지만 타인의 시선을 좀체 의식하지 않는 대범함이 ‘다상담’의 주인공다웠다. 최근 출간된 『강신주의 다상담』은 2년 전 라디오 프로그램 <김어준의 색다른 상담소>에서 출발한 벙커1 강연 ‘강신주의 다상담’을 묶은 책. ‘이 죽일 놈의 사랑’을 주제로 펼쳐진 강신주의 돌직구 상담은 팟캐스트로도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강신주는 “괜찮아. 네 탓 아니잖아”라는 위로대신, “네가 쓰러졌으니 네가 일어나야 한다”고 직구를 날린다. 토닥토닥 위로를 원하는 독자라면 『강신주의 다상담』은 접어두는 것이 좋다. 다만, 타인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이 진짜 원하는 삶을 쫓고 싶으면, 당장 책을 펴보길 권한다. 지금까지 27권의 저서를 집필한 철학자 강신주에게 『강신주의 다상담』은 무척 특별한 책이다. 대한민국 현재의 텍스트를 읽고 있기 때문이다. 강신주는 “다상담을 하면서 사람을 사랑하는 진짜 철학자가 됐다”고 말한다. 애매한 것을 정해주던 개그맨 최효종에게 ‘아직도 애매한 문제’는 무엇이었을까. 군 입대를 앞둔 최효종이 슬리퍼를 즐겨 신는 철학자 강신주에게 도움을 청했다. 8월, 최효종의 추파는 여느 때와 다른 색깔이었다.

오해를 받을 것 같다는 생각이 잘못됐다

최효종 : ‘예쁜 사람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야 된다’고 말씀하셨고, 거절도 잘해야 된다고 말씀하셨는데요. 누구나 가지고 있는 콤플렉스입니다. 저도 그렇고요. 특히 연예계에 있는 분들은 착해야 된다, 잘해야 된다는 부담감이 있는데요. 어떻게 벗어나야 될까요? 오해를 사기도 쉽잖아요.

강신주 : ‘오해 사기 쉽잖아요’ 그게 문제예요(웃음). 오해 사면 돼요. 제가 어제 대학생 모임에 갔을 때 ‘자유를 되찾고 싶은 사람 있냐’고 물어봤어요. 여자 아이 한 명이 손을 들더라고요. 제가 ‘한 방에 자유를 되찾을 수 있고, 네 인생은 완전히 변한다’고 얘기하면서 앞으로 나오라고 했어요. 그리고 옷을 다 벗으라고 했어요.

최효종 : 옷을요?

강신주 : 우리가 방 안에서 혼자서 옷 벗잖아요. 다른 사람이 없으니까요. 바깥에서 옷을 못 벗는 건 다른 사람 눈치를 보기 때문이에요. 한 번만 옷을 벗어보면 별 게 아니에요. 연예인들도 악플을 더 이상 받을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이 받아 보는 게 좋아요. 그걸 한 번 견뎌보면 어려운 게 아니에요. 제가 그 친구에게 옷 벗으라고 했던 이유는 그거예요. 방에서는 스스로 옷을 벗는데 왜 바깥에서는 못 벗겠어요? 다른 사람 눈치를 보는 거예요. 예쁜 사람 콤플렉스라는 게 별 게 아니에요. 오해를 받을 것 같다는 생각이 잘못된 거예요. 다른 사람이 오해를 한다고 해도 무슨 상관이에요? 나는 그렇게 표현했으면 된 거예요. 그러니까 오해를 받는다는 말 속에 효종 씨도 예쁜 사람 콤플렉스가 있는 거죠. 연예인들이 예쁜 사람 콤플렉스가 참 많아요. 참 딜레마예요. 우리나라 연예인들은 여러 가지 면에 있어서 더 당당해져야 돼요. 악플도 많이 받잖아요. 그래도 악플 받는 게 낫죠. 감내해야지 어쩌겠어요. 아니면 은퇴해야죠(웃음). 악플은 좋은 거예요. 아무 댓글도 없어 봐요.

최효종 : 그렇죠. 무관심보다 훨씬 좋죠.

강신주 : 그리고 악플 받기 싫으면 그만두면 돼요. 예를 들어서 제가 책을 썼는데 인터넷서점에서 악플이 달린다면, 제가 책을 썼기 때문에 달린 댓글인 거예요. 그림자예요. 빛이 비치는 밝은 면만 있는 게 아니고 어두운 그림자도 있는 거라고요. 그림자를 없애려면 대상이 없어져야 돼요. 대상이 높아지면 그림자는 더 길어져요. 감당해야죠. 효종 씨도 악플이 많을수록 ‘내가 굉장히 높아졌고 인기가 많아졌나 보다’ 그렇게 생각하시면 돼요.




정신 차려라, 네 일이 아니다

최효종 : 『강신주의 다상담』 2권에서 일 이야기를 하면서 ‘일의 노예가 되면 안 된다’라는 말씀을 강조하셨는데,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야 될까요?

강신주 : 어떤 회사에 취업하잖아요. 그들이 만들려는 제품은 대개 내가 원하는 게 아니에요. 사장이 원하는 거죠(웃음). 철학은 아주 심플한데요. 내가 원하는 일을 하는 사람은 주인이라고 하고요, 타인이 원하는 일을 하는 사람을 노예라고 불러요. 그런데 자본주의는 참 묘해서 ‘자발적 노예’ 비슷해요. 옛날의 노예들은 채찍을 때리고 감시하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돈이 없으면 못 살게 만들어서, 스스로 노예가 되려고 취업을 해요. 그리고 회사 사장이 변해서 ‘내가 너희들을 억압하는 것 같아. 너희들 나가’라고 하면 우리는 자유를 느끼는 게 아니에요. 다른 노예주에게 가죠. 자본주의의 묘미가 근대 사회에 들어오면서 ‘자발적 복종’이랑 헷갈려요. ‘자발’ 때문에 자유로워 보여요. 사실은 복종인데 말이죠. 우리가 회사에 대해서도 복종하는 느낌이 있잖아요. 대학 시절에도 공부하는 것들을 보면, 주인이 원하는 걸 공부한다고요. 대기업이 영어를 원하니까 영어를 공부하잖아요. 내가 원하는 걸 안 해요. 그러니까 어차피 노예 상태잖아요.

최효종 : 현실에서 노예로 살지 않을 수가 있을까요.

강신주 : 태업을 하면 돼요. 그게 정상 아닌가요? 주인이 안 볼 때는 돌을 나르지 말아야 돼요(웃음). 그리고 잘리지 않을 정도로만 적당히 일하는 거예요. 노예주가 누구를 제일 좋아하겠어요? 피라미드를 만드는데, 마치 자기 피라미드인 것처럼 근면하고 성실하게 만드는 노예가 너무 예쁘지 않겠어요? 야간에도 근무하잖아요(웃음). 쓸데없이 그러지 말라는 거예요. 잘리지 않을 정도로만 적당히 해야죠. 그리고 일을 빨리 하면 또 다른 일이 주어져요. 그러니까 균형을 잘 잡아야 돼요. 중용이 중요한 거죠. 적당히 일하면 고용도 촉진돼요. 직원을 뽑았는데 일의 효율이 오르지 않으면 사장이 직원을 또 뽑아요(웃음). 얼마나 좋아요. 저는 예술가나 작가나 자기 일을 하는 사람들 몇몇을 빼놓고는, 직장 생활하는 사람들에게는 ‘정신 차려라, 네 일이 아니다’라고 얘기하죠. 그래야지 조금 여유롭죠. 옛날 이집트 시절의 노예보다는 나아야 되잖아요. 이집트 시절의 노예도 파라오가 지나갈 땐 열심히 일해요. 그리고 파라오가 지나가고 나면 천천히 일하죠. 그런데 채찍을 맞을 정도로 태업하면 안 돼요. 적당한 선에서 도망갈 에너지도 남겨놔야죠. 지금도 그런 것들을 해야 돼요. 사실 2000년 전 노예만도 못하잖아요.

최효종 : 전체적으로 모든 사람들이 그런 의식을 가지고 적당히 하면 사회가 좋아질 텐데, 한 두 명이 꼭 열심히 해서 예쁨을 받으니까 사람들이 불안하고 초조해지는 것 같아요. 전체적으로 의식이 변하기는 어렵지 않나요?

강신주 : 그건 상관없어요. 그 두어 명의 말로가 그다지 좋지는 않아요(일동 웃음). 회사 생활이나 조직 생활을 할 때 선배나 사장의 말에 ‘아니에요, 이게 맞는 것 같아요’ 라고 자기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죠. 반대로 무조건 ‘네, 맞아요’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고요. 그 회사의 규모를 줄인다고 했을 때 누구를 자를 것 같아요? 내 의견이랑 똑같은 말을 하는 사람을 남겨놔 봐야 의미가 없어요. 그런데 자기 의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남아요. 우리 생각에는 아부하면 오래 남을 것 같죠? 그런 사람들은 잘라도 돼요. 그리고 잘라도 저항도 안 하죠(웃음). 그런데 ‘아니오’라고 자기 의견을 말했던 사람들은 자르면 큰일 나요. 자기 보호하는 게 별 게 아니에요. 몇몇 아부하는 사람들 보면 순간적으로는 이득을 보는 것 같은데, 위기가 왔을 때 제일 먼저 잘려요. 길게 보시면 어렵지도 않아요.

최효종 : 생각해보니 그런 것 같네요.

강신주 : 우리 사회가 노예 사회보다는 좋아졌거든요. 그러니까 여유를 가지고 ‘이건 회사 사장의 일이고, 나는 받은 만큼만 일한다’고 생각할 필요가 있어요. 회사 사장이 야간 근무를 하자고 할 때도 ‘얼마 주시려고요? 그 정도 금액이면 할게요’ 이렇게 얘기해야죠. 그런데 그것도 못 해요. 우리가 그렇게 하면 사회도 전반적으로 좋아지고, 대기업 재벌들이 직장인들한테 함부로 못해요. 그러니까 민주주의라든가 좋은 사회라는 건, 개개인들이 그만큼의 역량이 되어 있어야 해요. 겉보기에 민주주의라고 해도 제도적으로 허용한다고 해서 실현되나요? 일하실 때도 적당히 하시고 에너지를 많이 아껴놓으셔야 돼요. 퇴근한 후에 공연을 보러 갈 에너지는 남겨놔야 하잖아요. 너무 많이 일해서 공연장에서 자면 문제가 되는 거죠(웃음).

최효종 : 일과 향유의 시간을 구분하라는 말씀이신 거죠?

강신주 : 그렇죠. 우리 직장인들 생활 아시잖아요. 경쟁이 치열하니까 저녁까지 일하고, 주말 되면 피곤하니까 자요. 그리고 원기를 회복해서 월요일부터 또 일해요. 그래서 제가 강의할 때 이런 사람들을 소라고 불렀어요. 열심히 일하다가 외양간에서 쉬는 거죠. 사실은 소만도 못하죠. 일은 왜 해요? 재미있으려고, 나머지 시간에 내가 행복하기 위해서 하는 거잖아요. 그렇게 보면 지금 우리 삶의 질이 그다지 좋아진 것 같지는 않고요. 강연이나 책에서 강조했지만 우리는 일하는 시간과 사랑하는 시간, 향유하는 시간을 나눠야 돼요. 일은 반드시 해야죠. 일을 아예 안 하면 사랑하는 사람과 음식도 나눠먹지 못하고 영화도 못 보잖아요. 대신 그 비중을 최소한으로 줄여서 행복한 시간과 향유하는 시간을 늘리는 거예요. 일하는 시간에 에너지를 다 소비해서 놀지 못하면 소가 돼요. 그러니까 일하는 시간에 에너지를 남기라는 거예요.

최효종 : 대한민국 직장인들이 업무 시간이 정말 길긴 해요.

강신주 : 월급을 받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는 일을 해줘야 되지만, 우리는 너무 많이 한다니까요. 우리가 일하는 이유는 사랑하는 시간, 향유하는 시간 때문이에요. 만약 향유하는 시간 없이 일만 하면 우리는 소가 되는 거예요. 그러면 아무 의미 없어요. 그래서 제가 강연 때도 강조했잖아요. 최적생계비를 계산하라고요. ‘이 정도만 벌면 된다’고 정해놓고 그 이상이면 일을 안 해야 돼요. 그런데 우리는 최적생계비가 없고 다다익선이에요(웃음). 최적생계비를 정해서 나한테 중요한 건, 초과 수당이 아닌 시간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야 해요. 어떤 직장인들은 잘리지 않으려고 열심히 일하잖아요. 열심히 일한 만큼 한 명의 사람이 직장을 얻지 못하는 거예요. 자본가도 탐욕스럽고 직장인도 자기 자리를 지키려고 탐욕스러운 거죠. 약간만 시각을 틀어보면 보다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길들이 보일 거예요.




베짱이처럼 조금 게으르게 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최효종 : 선생님 말씀을 들으면서 가장 뼈저리게 느끼는 것은, 일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변명이 ‘나는 재밌어서 일을 한다. 그래서 쉴 필요가 없다’는 거거든요. 그런데 나이가 들어서 보면 행복한 사람이 많지 않다는 거죠.

강신주 : 네, 없어요. 길게 봐야 되는데 미래에 대해서 걱정하기 때문에 그래요. ‘개미와 베짱이’ 얘기 있잖아요. 우리는 개미가 되라고 가르치는데, 베짱이가 되라는 거예요(웃음). 베짱이가 겨울에 굶어 죽지 않아요. 개미한테 가서 얻어먹고 살아요(웃음). 그리고 개미가 안 주더라도 다 살게 되어있어요(일동 웃음). ‘개미와 베짱이’ 우화도 아이들한테 참 좋지 않아요. 개미처럼 살라는 건 완전 유신 독재적 발상이죠. ‘근면해라, 소처럼 살아라’라는 얘기잖아요. 독재의 상징이 근면이거든요. 좋은 사회, 반(反)독재 사회라면 우리가 좀 더 베짱이적인 삶을 살 수 있어야죠. 사회가 베짱이처럼 조금 게으르게 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일이 끝난 후엔 공연도 보고 연극도 봐야 돼요. 8시간의 노동 시간도 못 지키면 어떡해요. 자기가 지켜야죠. 8시간이라는 노동 시간이20세기 들어와서 인간이 어렵게 얻은 거예요. 옛날에는 스무 시간 넘게 일했어요. 8시간을 지켜야죠, 무슨 일을 해요. 누가 추가로 일을 시키려고 하면, 과감하게 ‘월급을 두 배로 주세요. 그러면 생각해 볼게요’라고 요구해야죠. 지금 우리는 알아서 하려고 하잖아요. 일에 대한 콘셉트를 많이 바꿔야 해요. 그리고 베짱이의 삶에 대해서 굉장히 고민을 많이 해봐야 돼요. 베짱이를 저주하면 개미가 되어버리거든요. 그리고 베짱이를 저주하면 소의 삶이 가치 있다고 생각하게 될 거예요. 배짱이의 삶을 숙고해 보고, 베짱이가 돼서 한 번 보세요.

최효종 : 그런데 개미와 배짱이의 중간 단계에 있는 분들이 많이 계세요. 특히 연예인은 가장 미래가 불안한 직업 중에 하나잖아요.

강신주 : 지금의 일과 삶을 좋아하시잖아요.

최효종 : 좋죠. 저는 늘 선생님과 같은 생각을 갖고 살거든요.

강신주 : 그러면 돼요. 자본주의와 종교의 자유는 미래에 대한 공포를 가미시켜요. 보험회사와 같아요. 그때 가면 아무 문제 없을 건데 지금 왜 보험을 들어요. 지금 우리가 얘기하면서 제가 내일 걱정을 하고 있으면 효종 씨한테 집중을 못 하겠죠? 그러니까 미래에 대한 걱정들이 없어야 음악도 들을 수 있고, 책도 읽을 수 있고, 여행도 가는 거예요. 미래에 대한 걱정은 자본이 주입시켜요. 보험사나 상조회사, 여기에 국가가 개입하는 연금도 있죠. 여기에 한 단계 더 나아가면 교회에서는 내세에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말하죠(웃음). 그러니까 미래에 대한 공포를 가중시키는 건 반 인문적인 사회들이에요. 『죽은 시인의 사회』에 보면 ‘카르페디엠’ 이라는 말 있잖아요. ‘현재를 잡아라’라는 말이요. 현재를 살아야 돼요. 현재를 정확하게 잡아야 행복해요. 미래에 대한 걱정이 들면 들수록 약한 거예요. 내일을 걱정해서 오늘에 집중하지 못하면 오늘 행복하지 못하죠? 내일 되면 또 반복되겠죠? 하루하루 행복한 게 더 낫지 않나요? 저는 그 쪽을 선택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고요. 그렇게 하다 보면 자기가 좋아서 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그런 사람들이 미친 척 하고 끈질기게 10년만 하면 충분히 먹고 살아요. 10년 버틴 사람들 중에서 굶는 사람 못 봤어요. 자기 삶을 살아갈 때 현재 현재에 즐거워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살면, 처음에는 경제적으로 도움이 안 되지만 시간이 한참 지나보면 그걸로 보험을 든 거죠(웃음). 그걸 기다리는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어요.

최효종 : 그런데 사람 심리가 내가 걷고 있는데 옆에서 뛰면 같이 뛰게 되잖아요.

강신주 : 그러니까 강해야 된다는 거예요. 남 눈치 보면 안 된다는 거예요. 등산도 여럿이 같이 가면 힘들어요. 걸음이 느린 사람 만나면 느려서 힘들고, 빠른 사람을 만나면 숨이 차서 힘들죠. 혼자 가면 편해요. 백 명의 사람들과 가도 혼자 가세요. 옆 사람이 뛴다고 같이 뛰면 어떡해요. 그런 사람은 평생 힘들어요. 다른 사람한테 뒤처지지 말아야 된다는 것도 예쁜 사람 콤플렉스예요. 천 명의 사람과 있어도 나 혼자 있고, 혼자 있어도 나 혼자 있는 거예요. 혼자서도 충분히 살 수 있다는 각오를 가지고 눈치 보지 말아야 돼요. 옛날에 명나라의 사상가 이탁오라는 사람이 그랬잖아요. ‘나이 오십 전까지 나는 개처럼 살았다. 앞의 개가 짖으면 나도 짖었고 앞의 개가 멈추면 나도 멈췄다. 그런데 이제부터는 내가 짖겠다’ 라고요. 개처럼 살면 안 되죠(웃음). 앞의 개가 짖었다고 짖어요? 그러면 아무 의미도 없죠. 성숙해지기 위한 연습을 하면서 강해졌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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