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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소매물도 가봤다면 연대도와 욕지도 어때요?

소매물도만 있는 게 아니예요! 연대도와 욕지도, 두 섬만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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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연대도와 욕지도, 두 섬 모두 소매물도와 같은 ‘스펙터클’은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곳을 멀리 해야 할 이유는 없다. 아니, 오히려 소매물도가 갖지 못한 이야기와 여유가 바로 이 섬들에게는 구석구석 많이도 산재해 있다.

통영을 여행지로 삼은 많은 수의 여행자들에게 구체적인 계획 혹은 행선지를 물으면, 대략 절반 이상은 “소매물도!”라 답을 할 게 틀림없다. 워낙에 유명하고 그래서 사람이 많이 몰리고 그래서 더 유명해지고 그로 인해 사람은 더더욱 늘어나는 순환이 이루어지고 있는 곳이니까.

나 역시 그곳을 다녀왔다. 지금처럼 ‘국민관광지’로 손꼽히기 전인 2004년 무렵에 말이다. 물론 좋은 곳이다. 다른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절경을 만날 수 있는 곳이기에 빠르게 나아가는, 그래서 꽤나 흔들리는 쾌속선 안에서의 1시간 40분도 제법 참을 만 하다. 하지만 통영에 살다 보니 조금씩 생각이 달라졌다. 과연 ‘소매물도만 가는 여행’이 온당한 것일까?


이야기가 있어 따뜻한 섬, 연대도


통영의 일몰 포인트로 유명한 달아공원에서 멀지 않은 달아항에서 배를 타고 20분 정도 바다 위를 달리면 연대도에 도착하게 된다. 첫인상부터가 정다운 곳이다. 많은 섬들이 갖고 있는 높은 봉우리도 없고 조금은 황량하기 마련인 넓은 선착장도 없다. 하지만 다른 곳과 다른 점들도 많다. 우선 집집마다 달려 있는 문패가 그러하다. 단순히 사람의 이름만 적혀 있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간단하지만 따뜻한 소개가 적혀 있다.

그리 크지 않은 동네를 한 바퀴 돌아봤다면 이번에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된다. 마을길을 따라 계속 위로 올라가 소나무숲 사이에 숨어 있는 벤치를 찾아 끊임없이 파도가 밀려오는 소리를 들으며 낮잠을 한숨 자던지, 데크가 깔린 길을 따라 에코아일랜드 체험센터까지 천천히 걸어가면 된다.


에코아일랜드 체험센터라는 이름이 이 작은 섬에는 낯설어 보일 수 있을 게다. 하지만 연대도는 그 타이틀부터가 ‘에코 아일랜드’다. 햇볕이 가장 잘 드는 곳에는 태양광발전시설이 들어서 있고 공용 공간들은 패시브 하우스(에너지 낭비를 최소화한 주택) 형태로 지어졌다. 이곳을 찾은 여행객들은 그래서 체험센터에서 자신의 힘으로 전기 에너지를 만드는 경험을 할 수도 있다. 물론 힘들 수도 있지만, 더위에 지칠 것 같으면 앞에 보이는 바다로 뛰어들면 그만이니 걱정할 것도 없다. 수영을 못한다면 어디든 바람이 잘 드는 그늘에서 그저 만발한 꽃만 바라보아도 괜찮다. 섬은 그러기 위해 가는 곳이니까.


달리면 좋은 섬, 욕지도


매년 여름과 늦가을이면 욕지도에 갈 일이 없나싶어 괜히 이런저런 계획들을 떠올리고 뒤적이게 된다. 마땅한 핑계거리를 발견할 수 없게 되면 결국, ‘그냥’ 가게 된다. 욕지도는 그만큼 매력적인 곳이다. 비용이 조금 소요되지만, 차를 배에 싣고 가면 더더욱 그러하다. 아마 한반도의 여러 해안도로 중 그 다섯 손가락 안에 들지 않을까 싶은 풍경들을 제대로 보려면 두 발만으로는 아무래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물론 배 시간에 맞춰 등산로까지 운행하는 버스가 있긴 하지만, 섬 전체를 돌아보는 데에는 아무래도 부족함이 없지 않다. 게다가 욕지도만큼 큰 섬은 가끔 가파른 길을 만나기도 하기에 그저 체력 하나만 믿고 가기에는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고. 그래서 운전대를 잡고 섬을 달리면 그렇게 상쾌할 수가 없다. 모퉁이를 돌 때마다 나타나는 푸른 바다의 빛깔은 말 그대로 시릴 정도고 하늘은 그 바다가 확장된 것처럼 보인다.


만약 운 좋게도 욕지도를 찾은 계절이 추석을 지낸 가을의 한복판 혹은 그보다 늦은 때라면 바로 그런 바다와 하늘이 키워낸 고구마를 잊지 말고 구입해야 한다. 호박고구마도, 밤고구마도 아닌 독특한 맛의 욕지고구마는 특히 구워먹을 때 그 진가가 더욱 빛을 발하는데, 통영이 아닌 곳에서는 쉽게 구하기도 힘들뿐더러 섬 여행의 재미를 더해주는 요소이기도 하다.


내가 좋아하는 연대도와 욕지도, 두 섬 모두 소매물도와 같은 ‘스펙터클’은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곳을 멀리 해야 할 이유는 없다. 아니, 오히려 소매물도가 갖지 못한 이야기와 여유가 바로 이 섬들에게는 구석구석 많이도 산재해 있다. 그러니, 부디 통영에 소매물도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여행을 떠나려는 사람들이 잊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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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부부의 남해 밥상 정환정 글,사진 | 남해의봄날
한 손으로는 들 수 없는 1미터에 가까운 대구, 정감 있는 이름만큼이나 깊은 육수 맛을 내는 띠뽀리, 겨울 추위를 부드럽게 녹이는 푸딩 같은 식감의 생선 물메기, 따뜻한 남쪽에서만 만날 수 있는 달콤한 여름 과일 비파. 직접 살아보기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깊고도 넓은 남해안의 맛의 세계와 그 매력에 풍덩 빠진 서울 부부의 좌충우돌 통영 정착기를 생생한 입담으로 만날 수 있다. 발로 뛰어 찾아낸 남해안 맛 지도는 이 책이 주는 특별한 보너스이다.

 



오늘은 이렇게 먹어볼까?

시가 있는 효재밥상
미녀들의 식탁
나를 위한 제철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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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정환정

서울에서 나고 자란 서울 토박이, 그리고 절반만 이룬 ‘세계일주’가 오랜 꿈인 프리랜서 여행 작가. 대학에 합격하면 배낭여행을 보내주겠다는 부모님의 약속 덕분에 스무 살 여름이 되던 해 여행의 맛에 눈뜨게 됐다. 그 후 잡지사, 여행사, 기업 홍보 에이전시 등에서 일하며 모은 돈을 북유럽과 아프리카 등지에서 몇 달 만에 탕진하기도 했다. 그 경험을 살려 여행서 『나는 아프리카에 탐닉한다』를 쓰고, 여행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중남미 여행을 꿈꾸며 프리랜서 작가로 국내 곳곳을 여행하고 맛보는 일을 하던 중 한 여인을 만나 계획을 수정해 우선 서울 탈출을 모의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3년 후 아내가 된 그 여인과 함께 한반도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다 우연히 통영에서 날아든 기회를 놓치지 않고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여행 좋아하고, 맛있는 음식이 있다면 먼 길도 마다 않는 서울 토박이 부부. 낯선 남해 바닷가 도시 통영에 살며 그동안 알지 못했던 남해의 아름다운 풍경, 정 깊은 사람들, 그리고 신선한 맛에 조금씩 눈뜨고 있다. 서울 살 때는 미처 몰랐던 남해안의 펄떡이는 맛과 멋을 혼자만 알고 있기 아까워 게스트하우스 ‘뽈락하우스’를... 열고, 운영하며 그것들을 여행객들과 나누기 위해 고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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