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가 많아지는 계절이 왔다. 그리고 그보다 더 많은 빗방울을 만날 수 있는 계절이 오기도 했다. 취향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대부분의 여행자들에게 비는 그리 반가운 존재가 아닐 것이다. 통영에서의 하루 혹은 며칠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일 테고. 비를 맞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야 떨어지는 빗줄기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겠지만 말처럼 쉽지 않은 여행자들에게는 추천할 만 한 곳들이 몇 곳 있다.
아주 아주 개인적인 취향이다. 비 오는 날의 카페를 좋아하는 것은. 홍대 근처에 살던 때만큼 다양한 카페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통영에도 그럭저럭 비 오는 날 ‘죽치고’ 있을 카페 몇 곳은 있다.
-강구안 카페베네 : 비록 바다가 가장 가까이 보이는 곳은 흡연구역이지만 그래도 비 내리는 바다를 통영에서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 프랜차이즈 커피집이니 오래 있어도 누구 하나 눈치 주는 사람도 없고 그저 있고 싶은 만큼 있어도 좋다. 다만 사람이 많을 테니 조용히 있길 원한다면 이어폰을 준비하는 것을 추천한다.
-만다그레 : 여행객들은 그저 버스터미널이 있는 동네로만 인식하기 쉬운 죽림에 위치하고 있는 이 카페는 꽤 그럴듯한 파스타와 피자를 내오는 곳이기도 하다. 길 건너편이 바로 바다라서 ‘센티’해지고 싶을 때 찾으면 제격이다.
-카페 울라봉 : 동피랑 입구에 위치하고 있는 통영 대표 카페. 아마 통영에서 가장 유명한 카페가 아닐까 싶다. 원하는 사람에 한 해 걸쭉하게 뽑아주는 ‘욕 라떼’가 바로 이곳 울라봉의 대표 메뉴. 아담한 분위기지만 유명한 곳이다 보니 사람이 많이 몰릴 수도 있다.
2. 각종 기념관
통영에는 이곳에서 태어난 예술인들을 기리기 위한 기념관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는데, 지루하지도 않고 입장료를 받지도 않으니 반드시 비 오는 날에만 가야 할 이유도 없다. 가장 대표적인 곳을 꼽자면 전혁림 미술관(www.jeonhyucklim.org / 055-645-7349 / 월, 화 휴관)과 윤이상 기념관(www.isangyunmemorial.com / 055-644-1210 / 목 휴관) 그리고 박경리 기념관(//pkn.tongyeong.go.kr / 055-650-2541~3 / 월 휴관)이 바로 그곳. 미술과 음악, 문학에 있어 지워지지 않는 족적을 남긴 이들이 모두 한 고장 출신이라는 사실은 쉽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 통영의 면적과 인구를 생각하면 더더욱 그러하다.
3. 숙소에서 뒹굴뒹굴
개인적으로는 여행 중 비가 오는 날을 좋아한다. 물론 하룻밤이 담보되어 있는 날에 한해서지만, 비가 온다는 핑계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숙소에서 그저 될 수 있는 한 게으르게 늘어져 있는 것만큼 보람찬 휴식도 없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여행 앞에 치유니, 힐링이니 하는 단어들을 붙이고 있음에도, 정작 그 일정을 보면 극기훈련 혹은 최소의 경비로 최대의 거래처를 순회해야 하는 출장 못지않다. 여행이 아니라 또 다른 일을 하고 있는 게 아닌지 비가 오는 날이면 한 번쯤 되돌아 볼 일이다. 물론 영업방침에 따라 오후의 뒹굴거림을 허용치 않는 곳도 있겠지만, 그래도 운영자에게 요청은 해보도록 하자. 내가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인 뽈락하우스에서도 땅바닥에 빗방울이 찍히는 게 확인되는 날에 한 해 체크인은 오후 2시부터, 체크아웃은 오후 12시 30분까지로 연장하고 있다. 여행에서의 게으름만큼 존중받아야 할 일은 없으니까.
서울 부부의 남해 밥상정환정 글,사진 | 남해의봄날
한 손으로는 들 수 없는 1미터에 가까운 대구, 정감 있는 이름만큼이나 깊은 육수 맛을 내는 띠뽀리, 겨울 추위를 부드럽게 녹이는 푸딩 같은 식감의 생선 물메기, 따뜻한 남쪽에서만 만날 수 있는 달콤한 여름 과일 비파. 직접 살아보기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깊고도 넓은 남해안의 맛의 세계와 그 매력에 풍덩 빠진 서울 부부의 좌충우돌 통영 정착기를 생생한 입담으로 만날 수 있다. 발로 뛰어 찾아낸 남해안 맛 지도는 이 책이 주는 특별한 보너스이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서울 토박이, 그리고 절반만 이룬 ‘세계일주’가 오랜 꿈인 프리랜서 여행 작가. 대학에 합격하면 배낭여행을 보내주겠다는 부모님의 약속 덕분에 스무 살 여름이 되던 해 여행의 맛에 눈뜨게 됐다. 그 후 잡지사, 여행사, 기업 홍보 에이전시 등에서 일하며 모은 돈을 북유럽과 아프리카 등지에서 몇 달 만에 탕진하기도 했다. 그 경험을 살려 여행서 『나는 아프리카에 탐닉한다』를 쓰고, 여행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중남미 여행을 꿈꾸며 프리랜서 작가로 국내 곳곳을 여행하고 맛보는 일을 하던 중 한 여인을 만나 계획을 수정해 우선 서울 탈출을 모의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3년 후 아내가 된 그 여인과 함께 한반도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다 우연히 통영에서 날아든 기회를 놓치지 않고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여행 좋아하고, 맛있는 음식이 있다면 먼 길도 마다 않는 서울 토박이 부부. 낯선 남해 바닷가 도시 통영에 살며 그동안 알지 못했던 남해의 아름다운 풍경, 정 깊은 사람들, 그리고 신선한 맛에 조금씩 눈뜨고 있다. 서울 살 때는 미처 몰랐던 남해안의 펄떡이는 맛과 멋을 혼자만 알고 있기 아까워 게스트하우스 ‘뽈락하우스’를... 열고, 운영하며 그것들을 여행객들과 나누기 위해 고심 중이다.
서른둘 젊은 호스피스 간호사의 에세이. 환자들의 마지막 여정을 함께하며 겪고 느낀 경험을 전한다. 죽음을 앞둔 이들과 나눈 이야기는 지금 이순간 우리가 간직하고 살아야 할 마음은 무엇일지 되묻게 한다. 기꺼이 놓아주는 것의 의미, 사랑을 통해 생의 마지막을 돕는 진정한 치유의 기록을 담은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