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 놀이터

<맨 오브 스틸> 빨간 팬티 순정남에서 팬티 벗은 강철남까지

<맨 오브 스틸>과 함께 본 슈퍼맨 연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크리스토퍼 놀란의 지휘 아래 잭 스나이더 감독은 헐렁해 보이던 슈퍼맨의 이미지를 뚜렷하게 만드는데 초점을 맞춘다. 슈퍼 영웅의 어둠과 고뇌를 그려내는데 재능을 가진 크리스토퍼 놀란은 시나리오를 통해 슈퍼맨 스스로 자신이 인간인지, 외계에서 온 괴력을 지닌 외계인인지를 고뇌하게 하고 잭 스나이더는 경쾌하고 박력 있는 연출력을 발휘해 ‘슈퍼맨’을 초강력 슈퍼 히어로, ‘강철 인간’으로 리부트 시키면서 트릴로지가 기대되는 시리즈의 포문을 그럴 듯하게 잘 열었다.


<맨 오브 스틸>이 이전의 슈퍼맨 시리즈와 무엇이 다를까요, 라는 질문에 슈퍼맨이 ‘빨간 팬티’를 벗었어요, 라고 대답했었다. 얼핏 우스갯소리처럼 들리겠지만 이건 <맨 오브 스틸>이 새롭게 정의하는 슈퍼맨의 정체성에 대한 진지한 답변이기도 하다. 이미 제목에서부터 ‘슈퍼맨’을 지우 것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안경을 벗고 쫄쫄이 바지 위에 빨간 팬티 하나만 걸치면 누구도 몰라보는 슈퍼맨의 정체 혹은 정체성을 새롭게 쓰겠다는 욕심이 <맨 오브 스틸>에는 가득하다. 경쟁사 마블이 <어벤져스>와 <아이언맨> 시리즈로 승승장구하는 동안 DC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트릴로지로 맞서왔다. 크리스토퍼 놀란은 그 동안 팀 버튼으로 대표되던 <배트맨> 시리즈를 지우고 새로운 역사를 썼던 경험을 되살려 이번엔 제작자로 나서 배트맨과 함께 DC의 가장 강력한 영웅 슈퍼맨의 역사를 새롭게 쓰려고 한다. 게다가 DC는 2015년 개봉을 목표로 <어벤져스>에 필적하는 DC 영웅들의 총집합 <저스티스 리그>를 준비하고 있기에 <맨 오브 스틸>에 차기작의 성패까지 걸린 셈이다.


크리스토퍼 리브의 <슈퍼맨> 시리즈부터 브랜든 루스의 <슈퍼맨 리턴즈>는 물론 90년대 딘 케인 주연의 TV 시리즈, 청소년기의 슈퍼맨을 그린 스핀 오프 격의 <스몰빌>, 애니메이션까지 우리는 너무 많이, 슈퍼맨을 만나왔다. 안경 쓴 어리숙한 기자에서 슈퍼 영웅으로 변신하는 과정(공중전화 박스 혹은 회전문을 통과하면서 쓔웅 하늘로 날아오르는)과 동료기자 로이스 레인을 향한 순정적인 짝사랑, 크리스토프 리브와 한 줄의 곱슬머리, 빨간 팬티, 가슴팍의 S 마크 등 슈퍼맨의 상징들에 너무 많이 노출되어 있다. 그만큼 슈퍼맨은 인기가 있지만 어떤 면에서 식상한 부분도 있는 셈이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지휘 아래 잭 스나이더 감독은 헐렁해 보이던 슈퍼맨의 이미지를 뚜렷하게 만드는데 초점을 맞춘다. 슈퍼 영웅의 어둠과 고뇌를 그려내는데 재능을 가진 크리스토퍼 놀란은 시나리오를 통해 슈퍼맨 스스로 자신이 인간인지, 외계에서 온 괴력을 지닌 외계인인지를 고뇌하게 하고 잭 스나이더는 경쾌하고 박력 있는 연출력을 발휘해 ‘슈퍼맨’을 초강력 슈퍼 히어로, ‘강철 인간’으로 리부트 시키면서 트릴로지가 기대되는 시리즈의 포문을 그럴 듯하게 잘 열었다.


슈퍼맨 75년의 역사

슈퍼맨은 1938년 <액션 코믹스 1호>에 연재를 시작한 제리 시걸, 죠 슈스터의 공동 창작 코믹 <슈퍼맨>을 통해 처음 대중에게 선보였다. 재미있는 사실은 초기 슈퍼맨에게 ‘비행능력’이 없었다는 점. 망토를 펄럭이며 하늘을 나는 능력은 40년대 중반 장착되었다고 한다. 코믹 <슈퍼맨>은 1940년 라디오 드라마로 제작된 것을 시작으로 1941년 애니메이션 시리즈로 제작되어 더욱 큰 대중적 인기를 얻었다. 이어 1951년 <슈퍼맨과 몰맨>이라는 제목의 극장판은 큰 인기를 끌었고, 그 인기에 힘입어 <슈퍼맨의 모험>이라는 TV 시리즈가 제작되었는데 초기 클라크 켄트 역할은 조지 리브스라는 배우가 맡아 큰 인기를 끌었다. 이어 1966년에는 <그것은 새다, 그것은 비행기다, 그것은 슈퍼맨이다>라는 제목의 뮤지컬로 제작되어 브로드웨이에서 공연되기도 했다.


<슈퍼맨 1>


<슈퍼맨 4 : 최강의 적>

1978년, 모두를 놀라게 한 슈퍼맨 실사 영화는 크리스토퍼 리브 주연, 리처드 도너가 연출한 <슈퍼맨 1>이었다. 지금 봐도 크게 어색하지 않을 만큼 정교한 기술로 슈퍼맨의 초인적 능력을 가시화하면서 정지된 만화를 성공적인 실사로 안착시켰다. 고작 안경하나 썼을 뿐인데 슈퍼맨과 클라크가 동일 인물임을 알아보지 못한다는 설정은 <아내의 유혹>의 ‘점’ 만큼이나 믿어지지 않지만, 기자 클라크는 동료 여기자 로이스를 짝사랑하고, 로이스는 슈퍼맨을 사랑한다는 ‘순정남’ 설정은 많은 여성관객들도 사로잡았다. 크리스토퍼 리브의 슈퍼맨 시리즈는 1987년 <슈퍼맨 4 : 최강의 적>의 혹평과 흥행실패 때문에 더 이상 제작되지 못했다. 사이에 스핀 오프 격인 <수퍼걸> 등이 제작되었지만 큰 인기를 끌지는 못했다. 대신 1993년 한국에서도 방영된 적이 있는 <로이스와 클라크: 슈퍼맨의 새로운 모험>이라는 TV 시리즈가 제작되었는데, 이 시리즈는 영화에서 채 피어오르지 못했던 로이스와 클라크의 연애담에 초점을 맞춘 시리즈였다.


<스몰빌>


<슈퍼맨 리턴즈>

2000년에는 새로운 TV 시리즈 <스몰빌>이 만들어졌다. 여기에는 하늘을 나는 장면도 쫄쫄이 바지와 팬티도 없이, 청소년기의 슈퍼맨을 그린 시리즈였다. 슈퍼맨이 너무 낡은 소재라는 젊은 층의 고정관념을 깨고 큰 인기를 얻었던 TV 시리즈의 새로움 덕분에 다시금 영화 슈퍼맨의 부활이 얘기되기 시작했고, 브라이언 싱어는 2006년 열렬한 슈퍼맨의 팬임을 자처하면서 <슈퍼맨> 시리즈의 프리퀄 <슈퍼맨 리턴즈>를 연출했지만 1987년 시리즈의 실패 이후 20년의 세월을 보상할 만큼의 인기를 끌지는 못했다. 2013년 다시 돌아온 <맨 오브 스틸>이 슈퍼맨의 의상과 외모, 초능력에 더욱 큰 힘을 실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맨 오브 스틸>은 이미 두 번이나 실패한 슈퍼맨의 부활이라는 숙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크리스토퍼 놀란은 <배트맨 비긴즈>가 프리퀄이 아니라 리부트(reboot)라고 밝힌 바 있다. ‘리부트’는 시리즈의 이미지는 차용하되 전혀 다른 이야기로 승부를 걸겠다는 최근의 경향인데, 그런 점에서 <맨 오브 스틸> 역시 브라이언 싱어의 슈퍼맨 프리퀄 <슈퍼맨 리턴즈>와 달리 새로운 리부트 작품이라 할만하다. 더불어 잭 스나이더 감독은 <300>을 통해 선보였던 맨몸 액션의 현란한 기술과 함께 블록버스터라면 ‘기물 파손’이 이 정도는 되어야지 할 만큼 도시 곳곳을 순식간에 날려버리면서 현란한 액션 장면을 선보인다. 강철남 슈퍼맨이 된 헨리 카빌은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근육질로 다듬어졌는데, 그가 새로운 슈퍼맨으로 얼마만큼 관객의 호감을 얻는가는 마지막 숙제로 남았다. 개인적으로는 <맨 오브 스틸>을 통해 슈퍼맨이 자신보다 한참 후배인 <아이언맨>에게 구겨진 원조 슈퍼 히어로의 자존심을 회복하고 앞으로 더욱 큰 인기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래본다. 빨간 보자기 하나만 두르면 하늘이라도 날 수 있을 것 같았던 내 맘 속에 슈퍼맨은 나의 첫 초강력 슈퍼 울트라 영웅이니 말이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3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최재훈

늘 여행이 끝난 후 길이 시작되는 것 같다. 새롭게 시작된 길에서 또 다른 가능성을 보느라, 아주 멀리 돌아왔고 그 여행의 끝에선 또 다른 길을 발견한다. 그래서 영화, 음악, 공연, 문화예술계를 얼쩡거리는 자칭 culture bohemian.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졸업 후 씨네서울 기자, 국립오페라단 공연기획팀장을 거쳐 현재는 서울문화재단에서 활동 중이다.

  • 8,800원(0% + 1%)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 8,800원(0% + 1%)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 119,900원(48% + 1%)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 11,000원(0% + 1%)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 17,600원(0% + 1%)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오늘의 책

모두가 기다린 찰리 멍거의 이야기

버크셔 해서웨이의 전설, 찰리 멍거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국내 최초로 공식 출간된 유일한 책이자 마지막 책. 방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철학을 완성하여 투자와 삶에 대한 지혜와 통찰을 선사한다. 세대를 아우르는 찰리 멍거의 생각과 사상을 집대성한 인생의 지침서

대한민국 No.1 일타 강사진의 특급 솔루션!

채널A 〈성적을 부탁해 티처스〉 공식도서로 스타 강사 정승제 x 조정식 멘토의 성적 급상승 전략을 비롯해 공부 습관, 태도 등을 다루며 학부모와 학생 모두에게 꼭 필요한 맞춤 솔루션을 제시한다. 자신만의 공부법을 찾는 학생들에게 좋은 길잡이 역할을 해 줄 책이다.

창비×카카오페이지 영어덜트소설상 대상

정체불명의 바이러스로 어른들이 잠들어버린 세계. 멈추어버린 시간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성장하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깊이 있는 시선으로 담아냈다. 아이와 어른의 경계에서 헤매는 이들에게 단단한 용기와 위로를 건네는 소설.

어린이를 위한 지식 트렌드 리포트 2025

동물, 우주, 인체, 환경, 역사, 문화, 지리 등 올해의 과학 역사 교양 토픽을 한 권에! 초등학생이 꼭 알아야 할 필수 지식과 최신 정보를 두루 모은 최고의 다큐멘터리 매거진. 전 세계 아이들과 함께 보고, 매년 기다려 있는 세계 어린이를 위한 지구 탐험 교양서.


PYCHYESWEB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