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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학개론> 제주도 서연의 집 버스로 가기

첫사랑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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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서연의 집은 버스 여행과 참 잘 어울리는 장소다. 조금은 불편하고 번거롭지만, 버스여행은 느리기 때문에 즐겁고, 힘들기 때문에 더욱 깊은 추억이 된다. 조금 서툴고 헤매기도 하지만, 두고두고 생각나는 첫사랑처럼 곱씹을수록 이야기할만한 여행. 서연의 집을 품은 건축학개론과 조금 닮아있다.


작년 3월. 버스커버스커의 살랑대는 노랫소리와 볼살에 닿는 서늘한 바람에 기분 좋을 때 즈음, 영화 <건축학개론>이 개봉했다. 첫사랑이라는 주제로 사람들의 향수와 아련한 풋사랑의 옛 기억을 불러일으킨, 봄과 꼭 닮은 영화였다.

보기만 해도 싱그러운 수지(과거 서연)와 조금 어수룩한 순수청년 이제훈(과거 승민)의 첫사랑 이야기. 절로 흐뭇한 엄마미소가 지어질 만큼 예쁜 이 영화엔 특별한 집이 하나 등장한다. 영화 첫 장면에서 한가인(현재 서연)이 둘러보는 조금 낡고 관리가 안 된 서연의 옛 집이 그것인데, 이 집은 세월이 흐른 후 서연과 승민을 만나게 해주는 매개체 작용을 한다.

음대생인 서연과 건축학과인 승민은 건축학개론 수업을 함께 들으며, 승민이 서연에게 훗날 집을 지어주겠노라, 약속을 한다. 그리고 현재의 둘은 제주의 집을 리모델링하기 위해 재회한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 즈음 집은 비로소 완공되고, 둘은 서로가 첫사랑이었던 걸 확인하지만 각자 서로의 갈 길을 가며 끝이 난다.


영화가 개봉한 후 실제 서연의 집이 있던 위미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주인이 떠난 빈 집은 텅 비어있었고, 곳곳이 낡고 허술한 모습이었지만, 사람들은 저마다 영화 속 모습을 찾고 잠시 머물다 떠나곤 했다.

사실 영화사에서는 이곳을 시나리오 작업실로 바꿔서 쓸 예정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영화 속 감동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자 카페로 재탄생, 개봉한지 꼭 1년 만에 지금의 <카페 서연의 집>이 되었다.

카페 서연의 집은 버스 여행과 참 잘 어울리는 장소다. 조금은 불편하고 번거롭지만, 버스여행은 느리기 때문에 즐겁고, 힘들기 때문에 더욱 깊은 추억이 된다. 조금 서툴고 헤매기도 하지만, 두고두고 생각나는 첫사랑처럼 곱씹을수록 이야기할만한 여행. 서연의 집을 품은 건축학개론과 조금 닮아있다.


공항에서 카페 서연의 집을 찾을 때는 우선 시내버스 100번을 타고 제주시외버스터미널로 간다. 그곳에서 남조로 버스를 타고 약 1시간 정도 후 위미1리사무소(위미초등학교) 정류장에 내리면 된다. 버스에 내린 후 바닷가로 500미터정도 가면 카페 서연의 집이 나온다. 찾기 어려울 때는 올레리본을 이정표 삼아 걸으면 된다.




소박한 위미의 바닷가를 품은 카페 서연의 집. 이곳에서 영화 속 흔적들을 찾는 건 색다른 즐거움이다. 어린 서연의 발자국이 찍힌 마당 한구석의 수돗가와 점점 자라는 키를 재어 표시한 벽돌의 흔적들. 위미 바다의 모습을 한눈에 담은 폴딩 도어와 옥상의 푸른 잔디밭까지. 실제 영화에 나왔던 서연의 CD플레이어와 승민의 건축모형도 볼 수 있다. 화장실엔 납뜩이가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지켜보고 있으니 살짝 긴장하길. 잠시 영화를 생각하고, 또 이루지 못했던 첫사랑의 애잔한 기억을 떠올리기에 참 좋은 장소다.

덧붙이자면, 실은 버스로 서연의 집을 찾는 가장 좋은 방법은 올레5코스를 걷는 것이다. 남원에서 시작되는 올레5코스는 서연의 집까지 이어지는데(10km정도), 걷다가 조금 지쳤을 때 만나는 카페는 더욱 특별할 것이다. 5코스는 쇠소깍까지 이어진다.

서귀포 시내나 월드컵경기장에서 올 때는 시외버스인 동일주와 남조로, 시내버스인 100번, 110번, 120번 버스를 타도된다.


* 사진은 제주민박 ‘인디안썸머’에서 제공해 주셨습니다.
(//blog.naver.com/buza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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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버스 여행 윤성화,박순애 공저 | 나무수
이 책은 제주도의 주요한 시외버스 노선에 따라 파트를 나누었다. 서일주 노선(Part 1), 동일주 노선(Part 2), 516-중문고속 노선(Part 3), 남조로 노선(Part 4), 번영로 노선(Part 5) 등을 타고 가볼 수 있는 곳들을 각각 소개한다. 저자가 그저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장소가 아니라 ‘주요 노선’과 ‘정류장’에 따라 가볼 만한 관광지, 음식점, 카페, 숙소 정보를 정리한 것. 따라서 버스 노선만 파악하면 별도의 여행 코스를 짤 필요가 없다. 이 책과 함께 버스에 오르기만 하면 여행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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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윤성화, 박순애

윤성화
인터넷 서점 알라딘과 11번가에서 도서 MD로 근무했다. 제주를 처음 버스로 여행할 때는 정보가 부족해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 그 후 버스 여행의 매력을 점차 알게 되었고, 2년간 제주에 살면서 어느 정도 버스 전문가가 되었다. 터미널 위치나 노선을 몰라 고민하는 여행자들을 보며 관련 정보를 담은 책이 한 권쯤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이 책을 썼다.

박순애
한신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11번가 도서 MD로 근무했다. 지금까지 떠난 여행 중 남편과 처음 함께 찾았던 제주도에서의 버스 여행을 제일로 꼽는다. 오래도록 버스를 기다리던 시간과 어깨의 무거운 짐. 조금 헤매기도 하고, 그러다 불쑥 만나게 되는 제주의 예쁜 모습들. 그때의 느린 여행이 기억에 오래 남아있다. 지은 책으로 느린 삶과 소박한 시간들을 담은 제주살이 이야기 『제주로망주의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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