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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고기, 먹을수록 해로운 이유

내가 먹은 고기가 만든 인간 광우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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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거리의 안전은 우리 사회의 초미의 관심사이고, O157이나 광우병은 먹을거리에서 오는 대표적인 질병이다. 고기 자체에서 생긴 질병이라기보다 공장식 농장에서 비롯된 질병이지만, 역시 인간이 고기를 탐해온 탓에 생긴 것이다. 고기를 상당 수준 포기하지 않는 이상 인간은 스스로 만든 이런 질병들에 계속 노출될 수밖에 없다.

윤리적 채식주의를 설명하는 데 있어 건강을 위해 채식을 하는 경우는 관심사가 아니다. 그러나 건강 역시 윤리적 관심 대상이 되는 경우가 있다. 담배를 피우는 것 자체는 비윤리적이라고 할 수 없지만, 담배 연기가 주변 사람에게 피해를 주면 윤리적으로 문제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건강에 나쁘기 때문에 육식을 하지 말라는 말은 윤리적인 주장이 될 수 없지만, 동물을 사육하고 도살하는 과정에서 고기가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위협하는 전염성 질병의 원인이 된다면 육식은 건강의 측면에서도 윤리적인 문제를 일으킨다. 특히나 그런 질병은 공장식 사육 방식에서 비롯되는데, 이 경우 공장식 축산은 동물에게만 고통을 주는 것이 아니라 인간에게도 고통을 주는 원인이 된다. 그래서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의 정책국장을 맡고 있는 수의사 박상표 씨가 쓴 책 제목은 『가축이 행복해야 인간이 건강하다』이다.

공장식 축산으로 기르는 동물들은 좁고 빽빽한 환경에서 자라다 보니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각종 전염병에 걸리기가 쉬워 항생제 범벅이 된 먹이를 예방 차원에서 먹인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고기를 먹으면 우리 몸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까 생각하는 사람도 많은데, 이것은 과학적 근거를 가진 생각이라기보다 기분의 문제일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기분 문제를 떠나 그런 고기가 우리 몸에 좋지 않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추측 가능하다. 공장식 농장에서 폐쇄되어 자란 가축은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이나 면역력이 떨어져 질병에 쉽게 노출될 수밖에 없다. 특히나 그런 가축들은 고기나 우유 같은 특정 목적을 위해 개량된 종들이어서 매우 비대하다. 이것을 ‘개량’이라 해야 하는지 의문스러운 것이, 관절이 약해지거나 젖에 염증이 생기는 등의 병에 자주 걸리기 때문이다. 대량 생산을 위해 특정 품종으로 유전적 다양성을 없애버린 점도 한 번 병에 걸리면 쉽게 전염이 되는 이유이다. 사육자들은 이런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항생제를 쓰는데, 각종 항생제와 호르몬으로 길러진 가축 몸속의 유해물질들이 그 고기와 부산물(우유, 달걀)을 먹는 사람의 몸속으로 고스란히 옮겨진다는 것은 기분 문제가 아니라 과학적 사실이다. 공장식 농장은 결국 화학 공장이나 다름없는 곳이다. 먼저 가축의 먹이로 쓰는 풀과 곡물에도 살충제, 제초제가 뿌려지며, 그것들로 만든 사료에는 항생제가, 가축 자신에게는 호르몬제, 성장촉진제, 식욕촉진제, 구충제가 주입된다. 자연 상태에서라면 가축들이 절대 먹었을 리 없는 화학물질들이다.


공장식으로 운영되는 축산업

물론 자연 상태에서도 동물은 인간에게 여러 질병을 옮겨왔다. 그러나 대부분의 인간 전염병은 가축을 사육하면서 탄생했다는 것이 유력한 가설이다. 몇 가지 예를 들면, 홍역은 양과 염소에서, 천연두는 낙타에서, 백일해는 돼지에서, 감기는 소에서 온 것으로 추정된다(『고기, 먹을수록 죽는다』, 9장 “동물에서 비롯되는 병”). 이런 이야기를 처음 들은 사람이라 해도 에이즈가 원숭이에서, 사스가 사향고양이에서, 조류독감이 닭에서 비롯되었다는 얘기는 들어보았을 것이다. (원숭이는 가축이 아니지만 사냥으로 잡은 원숭이에서 에이즈가 전염되었다고 한다.) 이와 달리 식물의 병은 인간에게 전염되지 않는다. 벼의 잎마름병이 사람에게 전염된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물론 잘 씻지 않은 채소를 먹고 병에 걸리기는 하지만 그것은 식물 자체가 가지고 있는 병 때문이 아니라 식물에 묻어있는 성분 때문이다. 병을 떠나서 식물과 동물이 썩어가는 냄새를 서로 비교해 보라. 채소는 싱크대 수채에 버려진 채 며칠씩 있어도 냄새가 나지 않는데, 먹다 남은 고기는 한 나절만 지나도 고약한 냄새를 풍긴다.

동물에서 비롯된 질병이 인체에 감염되어 사회적으로 큰 문제를 일으킨 사례는 많다. 몇 가지만 살펴보면, 먼저 O157 대장균을 들 수 있다. 매년 미국에서 수만 명이 햄버거를 먹고 걸린다는 이 병원성 대장균은, 햄버거에 넣는 패티나 미트볼 같은 다진 고기(분쇄육)가 원인이 되어 생긴다. 도축장과 고기가공 공장이 비위생적으로 운영되다 보니 가축의 장에 살고 있던 대장균이나 살모넬라균이 고기를 오염시키는 것이다. 2008년 미국에서는 O157에 오염된 것으로 의심되는 분쇄육이 대량 리콜되는 사태가 벌어졌고, 이후에도 다진 고기의 안전성은 계속 의심받고 있다. O157에 감염되면 복통과 설사를 유발하지만 환자의 5~10퍼센트는 사망하고 많은 환자들이 장애인이 된다. 특히나 햄버거의 패티는 소의 여러 부위에서, 심지어는 서로 다른 도살장에서 나온 고기를 섞어서 만들기 때문에 더 위험하다고 한다. 그래서 햄버거 먹는 것은 목숨을 건 도박이라고 말하는 기사도 있다(「뉴욕타임스」, 2009년 10월 4일자).

에릭 슐로서Eric Schlosser는 『패스트푸드의 제국』에서 엄청난 양의 균일한 고기가 전국(아니 전 세계)의 패스트푸드 체인점을 통해 공급되니 병균을 퍼트리는 데는 더할 나위 없이 효율적인 시스템이라고 지적한다. 『도살장』을 쓴 아이스니츠는 햄버거 패티를 먹고 이 병에 걸려 중환자가 된 아이의 부모를 인터뷰한 후 도살장의 심각성을 취재하기로 다짐했다고 한다.

2009년에는 신종 인플루엔자 A(H1N1, 보통 ‘신종 플루’라고 부른다)가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했다. 과학자들은 공장식 농장의 돼지들이 인간의 독감이나 조류독감에 감염된 후 다시 인간에게 전염시킨 것으로 본다. 현재의 공장식 축산은 수많은 가축들을 밀집사육한 다음에 다시 그 가축들을 전 세계 가공 공장으로 운반하여 처리하는 과정으로 이루어지는데, 이 과정에서 저임금 노동자들을 신종 질병에 감염시키는 구조이기도 하다. 퓰리처상을 수상한 과학저술가 로리 개럿Laurie Garrett은 밀식 사육이 인플루엔자의 온상이며 바이러스의 진화를 촉진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하루빨리 이런 생태계를 되돌리는 데 손을 쓰지 않으면 언젠가 진짜 심각한 플루 대유행을 부를 게 뻔하다.”라고 경고한다(「뉴스위크」, 880호 2009년 5월 13일).

광우병은 몇 년 동안 그리고 지금도 우리나라를 패닉에 빠뜨리고 있는 병이다. 흔히 광우병이라고 말하지만 정확한 명칭은 소해면상뇌증(Bovine Spongiform Encephalopathy, 줄여서 BSE)이다. 소의 뇌세포가 스펀지(해면) 모습(상)처럼 변형되는 질병을 뜻한다. 뇌세포가 스폰지 모습처럼 변하는 질병을 통틀어 전염성 해면상뇌증Transmissible Spongiform Encephalopathies이라고 부르는데, 그런 질병으로는 양이 걸리는 스크래피scrapie가 아주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스크래피는 양이 이 병에 걸리면 몸을 긁는다고 해서 생긴 이름인데, 우리말로는 진전병震顫病이라고 부른다. 보통의 질병은 박테리아나 바이러스 감염으로 생기는데 광우병이나 스크래피 같은 전염성 해면상뇌증은 변형 단백질 프리온prion에 의해 전염된다고 한다. BSE에 걸린 소가 처음으로 발견된 것은 1986년 영국이었는데, 1990년대에는 매년 2~3만 마리의 소가 이 병에 전염되기에 이르렀다. 이 무렵 영국의 젊은이들 중에 일종의 치매인 크로이츠펠트-야콥병에 걸려 죽는 사람들이 생겼는데, 기존의 크로이츠펠트-야콥병과 증세가 달라서 변형 크로이츠펠트-야콥병이라고불렀다. 그러다 과학자들은 이 병이 소의 광우병이 인간에게 전이되어 생긴 게 아니냐는 의심을 품게 되었고, 그래서 이 병을 인간광우병이라 부르게 된 것이다.


소가 주저앉는 것은 광우병의 전형적인 증상이다.

광우병 소고기의 수입 문제나, 그 병에 걸린 고기를 먹는다고 해서 인간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얼마나 되느냐의 문제는 아직도 논란이 되고 있지만, 광우병이 풀이 아닌 다른 동물의 사체나 뼛가루를 소에게 먹여서 생겼다는 데는 이론이 없는 듯하다. 광우병과 비슷한 쿠루병은 식인 풍습이 있는 인간에서 발견된다. 죽은 사람의 시신을 나누어 먹는 풍습이 있는 부족이 파푸아뉴기니에 사는데, 시신을 먹을 때 힘센 남자들은 살코기를 먹고 여자나 어린이는 뇌, 내장 등의 이른바 ‘부속물’을 주로 먹는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부속물을 먹은 사람 중에 쿠루병이 발병한다는 것이다. 진화생물학자들에 따르면 모든 동물들이 동족을 잡아먹지 않는 이유는 이러한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러나 소의 경우에는 먹이에 단백질 비중을 높여 더 질 좋은 고기를 생산할 목적으로 곡물뿐 아니라 소의 고기와 뼈를 건조, 분쇄한 육골분 사료를 먹인다. 광우병을 일으키는 프리온 단백질은 그 과정에서 소에게 옮겨졌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추측한다.

지금은 그 심각성이 알려져서 소고기로 만든 사료는 금지하고 있지만, 소의 피나 지방은 여전히 들어가고 돼지고기, 닭고기, 물고기, 뼛가루, 심지어 동물 배설물이나 동물 우리의 바닥에 깔았던 짚, 톱밥까지 사료에 들어가곤 한다. 이렇게 소 사료의 원료가 되는 동물들이 광우병에 걸린 소로 만든 사료를 먹고 컸다면 광우병 전염은 여전히 우려할 수밖에 없다. 공장식 축산은 거기서 생산된 고기를 먹는 사람의 건강을 해칠 뿐만 아니라 생산 라인에서 일하는 사람의 건강도 심각하게 해친다. 대규모 축산 농장의 악취는 근처 주민들을 불쾌하게 할 뿐만 아니라 두통 등을 유발한다. 대규모 도살장의 열악한 근무 환경은 1906년의 소설 『정글』에서 이미 폭로되었지만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도살장』『패스트푸드의 제국』은 도살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칼에 찔리고 오염 물질에 중독되는 모습을 더욱 생생하게 고발하고 있다.

먹을거리의 안전은 우리 사회의 초미의 관심사이고, O157이나 광우병은 먹을거리에서 오는 대표적인 질병이다. 고기 자체에서 생긴 질병이라기보다 공장식 농장에서 비롯된 질병이지만, 역시 인간이 고기를 탐해온 탓에 생긴 것이다. 고기를 상당 수준 포기하지 않는 이상 인간은 스스로 만든 이런 질병들에 계속 노출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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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의 식탁에서 고기가 사라진 이유 최훈 저 | 사월의책
『철학자의 식탁에서 고기가 사라진 이유』는 채식주의, 정확하게 말해서 채식의 윤리적 측면을 다루고 있는 책이다. 고기를 먹지 않는 식습관, 즉 ‘채식’이 도대체 왜 윤리적인 문제와 관련이 있을까? 현직 철학교수인 저자는 이 질문을 심각한 철학적 난제로 다루는 대신, 독자로 하여금 웃음을 참을 수 없게 하는 자신의 체험담에서 시작하여 채식의 윤리적 의미를 친절하게 이끌어낸다.

 



채식과 관련된 도서

[ 채식의 유혹 ]
[ 존 로빈스의 음식혁명 ]
[ 육식의 종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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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최훈

강원대학교 교수. 서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은 뒤, 서울대 철학사상연구소 선임연구원, 세종대학교 초빙교수를 거쳐 호주 멜버른대학교, 캐나다 위니펙대학교, 미국 마이애미대학교에서 방문학자로 연구했다. 현재 강원대 인문사회과학대학 교양과정에서 가르치고 있다.
전공분야인 논리학, 과학철학, 윤리학 등 철학의 응용 분야에서 왕성한 연구 활동과 함께, 철학이 얼마나 재미있고 유익한 것인지를 사람들에게 알리는 데 큰 관심을 가지고 대중적 눈높이에 맞는 철학서 집필에 꾸준히 힘쓰고 있다. 그런 결과물로 논리ㆍ논술 분야의 대표적 스테디셀러로 꼽히는 『논리는 나의 힘』(2003)을 비롯하여 『데카르트 & 버클리: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다』 『벤담 & 싱어: 매사에 공평하라』 『라플라스의 악마, 철학을 묻다』 『변호사 논증법』 『좋은 논증을 위한 오류 이론 연구』 등을 펴냈고, 청소년 교양도서로 『생각을 발견하는 토론학교, 철학』 『나는 합리적인 사람』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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