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잘하고 싶으면 학원부터 다녀라!

정해진 순서는 없다. 일단 부딪쳐라 하겠다고 마음먹었다면 지금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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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를 배우는 데 뭘 먼저 해야 한다고 정해놓은 건 없다. 알고 보면 세상 모든 일이 그렇다. 밥을 먼저 뜨고 국을 먹어야 한다는 법도 없다. 씻고 자든 일어나서 씻고 나오든 그것도 정해져 있지 않다. 샴푸와 린스를 동시에 해도 되는지 안 물어봐도 된다. 본인이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된다.

영어 공부를 시작한 이후로 사람들에게 숱한 질문을 받았다. 내가 어느 영어 선생님보다도 친절히 답해줄 거라 생각하는 이들이 의외로 많아서다. 그것은 많은 사람이 나에게 친숙함을 갖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할 테니 분명 고마운 일이다.

어떻게 학원에 다니고 무엇부터 공부해야 하는지, 실제로 어떤 책을 봐야 하는지 등에 관해 온라인과 SNS상으로 물어오기도 하고 연예인 동료들을 만날 때도 많은 이들이 묻는다. 그렇지만 어떤 것이 좋은 학습법인지는 학자마다 의견이 분분하다. 유아기에는 어떻게 하고 성인이라면 어떻게 하는 것이 더 좋다며 연령으로 구분해 알려주는 학자도 있고, “읽기가 가장 좋은 학습법이다(Reading is the best way to learn English)”라고 주장하는 언어학자도 있다. 영어 공부에서 내가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점은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를 모두 뒷받침할 ‘문 to the 법’이다. 언제나 우리를 옭아매던 문법, 몇 년 아니 몇 십 년이 지나도 친해지지 못할 것만 같은 ‘Grammar’ 말이다. 언어학에서 보통의 언어는 먼저 입으로 말하고, 듣고, 읽고, 쓰는 순서로 익혀진다. 또는 들어야 말을 한다고 해서 듣고, 말하고, 읽고, 나중에 쓴다고도 하는데, 나에게는 아무리 생각해도 네 가지 다 중요하다. 어디 하나 버릴 거라곤 없는데 굳이 하나 빼라면? ‘듣기’ 정도다. 이유는 나만 이야기하고 싶기 때문에? 사실 그건 농담이고, 넷을 다 안 하고 살 수는 없다. 먹고 살려면 말해야 하지, 뭐가 어찌 돌아가는지 들어야지, 또 신문도 읽어야지. 그리고 이메일이나 휴대전화 문자 정도는 보내야 할 것 아닌가.

그 넷의 연결고리는 언제나 문법이다. 영어뿐만 아니라 우리말에서도 문법은 중요하다. 혹시 ‘틀리다’와 ‘다르다’를 구별해본 적 있는가? 난 수없이 틀려서 실제로 PD가 편집할 때 자막으로 입혀주곤 했다. 이를테면 방송 중에 내가 “미국과 한국의 문화는 완전 틀리잖아요”라고 했더니 자막에 아주 예쁘게 ‘미국과 한국은 문화가 판이하게 다름’이라고 살짝 입혀주는 걸 봤다. 실제로 김지은 아나운서가 나에게 여러 차례 지적했는데 잘 안 고쳐졌다. 그렇지만 여러 번 실수하고 지적받으면서 신경을 썼더니 이제는 말끔히 고쳐졌다. 나는 이렇게 구분한다. 정답의 유무에 따라 일반적으로 맞다와 틀리다로 구분하고, 기준점이 정확하지 않은 경우는 같다, 다르다로 구분한다. 그 외에도 우리말에는 까다로운 요소가 굉장히 많다. 조사의 선택이나 높임과 낮춤의 활용 등에서도 그렇다.


나만 그런가. 우리나라 말을 틀리는 것에 대해선 나조차도 관대하다. 하지만 영어는 좀 다른 것 같다. 조금만 틀려도 사람들은 기를 쓰고 덤벼든다. 영어 수업시간에 “Did you see a movie(영화 봤어)?”라고 물으면 “I saw a movie(영화 봤어).”라고 대답하는 것이 옳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 “I see a movie.” 또는 “I am see a movie.”라고 대답하면 옆에서 콧방귀를 뀌거나 비아냥거리는 소리가 끊이지를 않는다.

물론 문법이 중요하긴 하다. 하지만 언제? 좀 더 후에 말이다. 그때 ‘go’의 과거는 ‘went’라 쓰고 일단 Go 가보자. 가야 간 것이 went이고 갈 것이면 will go 할 거 아니냐 말이다. 이 친구 이야기를 하려고 여기까지 왔다.

1박 2일에서 가수보다는 예능인으로 더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가수 김종민 씨 이야기다. 어느 날 그가 내게 심각하게 물어왔다. “형, 영어를 잘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난 누구에게나 일단 학원을 추천한다. 온라인 학습보다는 1:1이 되었든 1:8 또는 1:12가 되었든 우선 오프라인으로 공부하길 권한다. 다시 말해 얼굴을 보며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Face to Face! 그러자 종민이는 자기가 문법, 즉 기초 실력이 너무 안 되어 있어서 이 실력으로는 당장 학원에도 갈 수 없다고 말했다. 어느 정도냐고 물으니 ‘굿모닝, 하와유, 해버 나이스데이’ 정도라고 했다. 그래서 내가 “How have you been(요새 어떻게 지냈어)?”이라고 살짝 물어보니 특유의 눈 깜빡거림과 약간의 버벅거리는 톤으로 “뭐뭐라고요?” 한다. 웃자고 그러는 건지 정말 못 알아들었는지 정확히는 알 수 없었으나 아무튼 문법을 몇 달 공부하고 가겠다고 했다. 난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대체 그 문법은 언제 다 마칠 건데?”

사례가 하나 더 있다. 너무 실명을 드러내는 것 같아서 조심스럽고, 선배이기도 해서 더욱 그렇긴 하지만 아무튼 그분은 이모 경규라는 분이다. 어느 날 내게 전화가 왔다. 사실 내가 그를 존경하는 이유 중 하나는 늘 깨어 있고 무언가를 배우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다는 것이다. 선배는 일본어를 어느 정도 할 수 있어서 그런지 영어 공부에 늘 관심이 많으셨다.

“영철아, 형이 영어 학원 다닐까 해.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깐 단어를 너무 몰라. 거의 중학교 단어밖에 모르는데 이걸 어쩌지? 단어집 33,000을 사 보고 학원 갈까? 아니면 22,000 정도 보고 가는 게 좋을까?”

시중에 판매되는 단어 어휘집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나는 조심스레 대답했다.

“근데…, 그 둘 중 하나라도 다 볼 자신 있어요?”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선배는 버럭 했다.
“뭐? 이 자식 많이 컸어, 형 말하는데….”

‘내 키가 원래 더 큰데…’ 하는 궁시렁거림은 일단 꾹 접고 선배를 설득하기 했다. 어떻게? 단어책 보고 달달 외우고 그러지 말고 일단 학원부터 다니자고. 누구나 무언가를 하기에 앞서서 이 방법이 좋은지 저 방법이 좋은지 갈림길에 서게 된다. 여러 가지를 시도하는 건 좋다. 하지만 무엇이 됐든 일단 해놓고, 조금이라도 좋아지면 그때 또 따져보자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것 같다. 문법을 얼마간 공부하고 학원에 갈 거라는, 본인도 믿기 힘든 계획은 애당초 세우지 않는 것이 좋다. 문법도, 어휘도, 말하기도 어떤 정해진 기간에 공부해서 끝낼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래서 난 부딪히면서 해야 한다고 믿는다. 일단 회화, 즉 말하기다. 먼저 학원을 끊는다. 학원에 꼬박꼬박 출석하면서 어제 뭐 했는지 묻고 답하다 보면 단어가 모자라서 암기하게 된다. 그 단어를 활용하거나 다른 단어로 대체해서 회화에 써보면 어떤 경우에 적절치 않은지를 배우게 된다. 그런 방식으로 하나하나 경험으로 익히는 것이다. 영어를 배우는 데 뭘 먼저 해야 한다고 정해놓은 건 없다. 알고 보면 세상 모든 일이 그렇다. 밥을 먼저 뜨고 국을 먹어야 한다는 법도 없다. 씻고 자든 일어나서 씻고 나오든 그것도 정해져 있지 않다. 샴푸와 린스를 동시에 해도 되는지 안 물어봐도 된다. 본인이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된다.

그러니 “문법이랑 회화랑 같이 해도 돼요?”라는 질문에는 “알아서 해”라는 게 내 답변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단어 다 외우고 문법 다 본 다음에 학원에 가야 한다는 룰은 없으니 하겠다고 마음먹었다면 지금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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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시작해 김영철 저 | 한국경제신문사(한경비피)
이루고자 하는 꿈과 삶의 목적을 위해 꾸준히 배움의 길을 걸어온 김영철이 20~30대 젊은이들에게 전해주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책이다. 이 책에는 삶의 우여곡절이나 대단한 서사라고 할 만한 게 담기지 않았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가 만났던 좋은 사람들의 혜안과 그가 읽었던 책의 교훈과 그가 끊임없이 고민하고 공부했던 흔적들이 오롯이 담겨 있다. ‘인생의 모든 순간이 배움이고 학습이다’라고 말하는 그는 이 책에서 자신이 배운 것들을 독자들에게 나눠주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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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영철

1974년 울산 출생으로, 동국대 호텔경영학과 경주 캠퍼스를 졸업하고 1999년에 KBS 14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했다. 초등학교 시절, 고향 근처의 고리 원자력 발전소에 출장 온 외국인 근로자들을 상대로 ‘Hello, Mr, OK’ 단 세 단어로 당차게 영어 생활을 시작했지만, 이후 중학교 때부터 대학 시절까지 영어 실력이 초중급 언저리를 왔다갔다 하면서 자신감마저 상실하고 외국인만 만나면 수줍고 침묵하는 성격으로 변했다.
서른이 넘어서야 영어 굴욕 사건과 몬트리올 코미디 페스티벌에서 발견한 꿈을 계기로 영어 공부에 사활을 걸게 되었다. 새벽부터 강남 영어 학원가에서 발품을 팔며 각고의 노력 끝에 입을 뚫고 잃어버린 영어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었다. 2005년에는 영어 채널인 아리랑 라디오 프로그램의 영시 소개 코너에서 게스트로 활동했으며, 2006년 3월부터 계원조형예술대학교에서 교양 과목인 ‘기초 영어 초급’ 강의를 하고 있다. 또한 바쁜 와중에도 여러 대학에서 영어 특강을 하는 등 방송과 영어 교육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특히 2005년부터 MBC 라디오 ‘정오의 희망곡’에서 ‘영철영어’ 코너를 진행하면서 쉽고 재미있게 배우는 생활영어 전도사로 맹활약 했다. 지금은 라디오 ‘김영철의 펀펀 투데이’를 진행하며 사람들에게 즐거운 영어를 알리고 있다. 또한 그간 갈고 닦아온 영어실력을 바탕으로『치즈는 어디에?』라는 책을 번역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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