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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세 노인, 스타벅스 화장실 청소를 하다

나이를 지우는 가장 좋은 방법 63세에 스타벅스 화장실 청소를 하게된 사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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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을 붙들고 그냥 마음껏 살아가는 것이다. 누구의 것도 아닌 바로 나 자신의 삶을 당당히 펼쳐나가는 것이다. 흉내만 내는 삶을 경계하고 지금 내게 주어진 마지막 청춘의 시간에 집중하며 오늘 하루를 온전히 살아내는 것이다. 아직 찾아오지 않은 청춘 이후의 시간들을 걱정하고, 심지어 노년의 외로움과 재정 상태까지 염려하며 살지 않고 지금 이 순간을 마음껏 맛보고 즐기며 사는 것. 그게 바로 백번이라도 스무 살처럼 사는 방법이 아닐까?

한 사람의 나이-누군가 내게 가장 슬픈 단어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면 나는 죽음이니 가난이니 다 제쳐두고 나이라고 말하겠다. 그 까닭을 설명할 수는 없다. 그저 어쩐지 스무 살이라는 말도 슬프고 서른 살이라는 말도 그것대로 슬프다. 쉰 살은 쉰 살이어서 여든 살은 여든 살이어서 슬프다.
-김한길, 『눈뜨면 없어라』 중에서

나이라는 이름의 수갑

-마이클 게이츠 길,
『땡큐, 스타벅스』

신이 참 공평하다고 느낄 때가 있다. 나이에 비례하여 시간의 소중함과 삶의 유한성을 느끼도록 인간을 창조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신이 만약 우리를 스무 살에도 죽음을 목전에 둔 노인처럼 행동하게 만들었다면, 그러니까 우리 주변에 모두 ‘철이 든 사람’만 가득하다면 세상이 얼마나 재미없겠는가. 하지만 다행스럽고 공평하게도 젊음에는 육체의 싱그러움 대신 막무가내한 객기와 편협한 자기애 따위를, 늙음에는 삐거덕거리는 관절을 포함한 서른한 가지 고질병 대신 깊은 통찰의 지혜와 진정으로 귀 기울이는 법 따위를 선물하다니, 그 적절한 배분(?)이 놀랍고도 감사하다.

사실 나는 나이 먹기를 염원하는 지구상의 몇 안 되는 희귀종이지만 우리 사회, 특히 대한민국 사회에서 나이란 것이 얼마나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지 역시 매년 절절히 느끼고 있는 중이다. 이 사회에서 “나는 나이 많아요”는 곧 “나는 지리멸렬한 삶을 살고 있는 중이에요”와 어느 정도 동일시된다.

그 말을 풀이하자면 “내게 남은 건 쓸데없이 발달한 눈치와 육감, 그리고 이행해야 할 의무들뿐이죠”라 할 수 있겠다(아, 글을 쓰면서도 눈물이 앞을 가린다). 나이에 대한 강박증은 대부분 서른 살을 기점으로 더욱 심해지는데, 그것은 바로 20대까지만 해도 너그럽게 봐주던 일들이 더 이상 허용되지 않는 나이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나 돈 없어” 하는 말은 곧 “나는 나이도 많은데다가 돈까지 없는 무능력자야. 어때? 이래도 나랑 친구 먹을래?” 정도로 해석해야 한다. “나 요즘 만날 사람도 없어”라는 말은 “나는 스스로가 인맥이 못 되니 당연히 인맥이라는 것도 없어. 어때? 내 옆에서 아무리 입을 벌리고 있어도 콩고물 같은 건 절대 안 떨어질 텐데, 이래도 나 만나줄래?” 정도로 받아들여야 한다. 하,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격의 없는 친구들의 모임에서는 나이에 대한 푸념이 꼭 등장하곤 한다. 이 나이에 애까지 낳고 나니 재취업은 하늘의 별따기라느니, 나이만 먹었지 할 줄 아는 건 쥐뿔도 없이 완전 헛살았다느니 등등. 나이는 술자리의 가장 만만한 안줏거리이다.

나는 나이 운운하며 핑계 대기에 급급한 허접한 어른은 절대 되지 말자 굳건히 다짐했건만 현실적으로 나이를 완전히 무시하고 전진한다는 것은 미친 횡포거나 아니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사회의 시스템을 무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열정과 실력이 충만함에도 삼십 대 중반에 신입사원으로 취직하는 것은 무진장 힘겨운 일이다. 그걸 희망하는 사람 앞에서 “노력만 하면 분명 할 수 있어요”라는 조언은 위로나 격려라기보다 차라리 희망 고문에 가깝다. 하지만 간과할 수 없는 진실 중 하나는 그게 100퍼센트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가능성이 제로라면 맘이라도 단번에 접겠는데, 이런 경우의 선택이 가장 힘들다. 운도 중요하겠지만 피나는 노력과 희망과 의지로 나이를 극복하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한둘쯤은 꼭 있다.


나이라는 숫자 지우기

언제부턴가 남들이 조금 늦었다고 고개를 갸우뚱하는 나이에 뭔가를 새롭게 시작하고 도전하는 사람들의 스토리에 귀가 쫑긋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어려서부터 죽을힘을 다해 노력해 엘리트 궤도에 진입한 사람들의 스토리보다 중년의 나이에 대학 신입생이 되어 밤새 연필을 굴리는 사람들의 스토리에 더욱 마음이 끌렸다. 여전히 미완성으로 남은 ‘자아 탐구’라는 그들의 숙제를 그들이 얼마나 공들여 완성하는 중인지를 알기 때문이다. 찰스 핸디의 말처럼 사람의 정체성이 완성되는 것은 직접 부딪쳐 많은 가능성을 탐험한 후의 일이다. 따라서 우리가 스스로에게나 타인에게 감춰진 영역이 없는 온전한 정체성을 구현하는 것은 생을 마감할 즈음에나 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앞으로도 나타날 ‘새로운 나’는 끝없이 등장할 것이기에.


『땡큐, 스타벅스』는 우리에게 스무 살이 아니라도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물론 일흔 살에 세계적인 발레리나가 될 수는 없다. 여든 살에 지구를 들썩일 과학자로 재탄생하기도 불가능하다. 하지만 어떤 업적이나 성과를 벗어나 생각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일흔 살에도 여든 살에도 심지어 기이지수(期[ ]之壽)인 백 살에도 새로운 삶을 다시금 시작할 수 있다. 스타벅스라는 지구상에서 가장 흔해빠진 공간에서 예순 살이 넘은 나이에 두 번째 삶을 시작한 마이클이 바로 그런 사람이다. 남들이 은퇴하는 나이에 그는 왜 스타벅스의 점원이 되었을까? 소설 같은 그의 자서전을 설명하려면 먼저 그가 잘나갔던 그때 그 시절부터 시작하는 게 좋겠다.

마이클 게이츠 길. 그는 소위 말하는 엄친아의 대표 주자였다. 그는 <뉴요커>의 유명 칼럼니스트였던 아버지와 선대에 ‘미국의 건국자’가 나온 유서 깊은 가문 출신의 어머니 밑에서 깊은 사랑과 따스한 보살핌을 받으며 성장했다. 부모 세대와 마찬가지로 인텔리의 정해진 코스를 직선으로 걸은 그는 명문 예일대를 졸업하고 글로벌 광고 회사의 이사 자리에 올라 고액 연봉을 받으며 세계를 무대 삼아 일했다. 믿음직한 아내와 똑똑하고 건강한 아이들, 부의 상징인 맨해튼의 브라운스톤 저택까지, 그는 실로 남들이 부러워할 모든 것을 다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최정상의 자리에서 진창으로 미끄러지는 데 걸리는 시간은 겨우 몇 년에 불과했다.

이후 마이클은 25년간 몸담았던 회사에서 갑작스레 해고당하고 독립하여 세운 컨설팅 회사마저 문을 닫은 뒤 완전히 빈털터리로 파산하기에 이른다. 그는 크리스마스에도 출장을 다닐 만큼 회사에 충성했던 탓에 아이들과 돌이킬 수 없이 냉랭한 상태였다. 엘리트 의식과 상류층의 오만함으로 똘똘 뭉친 탓에 마음을 터놓고 도움받을 친구도 찾기 힘들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만난 여자의 불행을 위로하며 하룻밤을 보냈다가 그녀에게서 청천벽력과도 같은 임신 소식을 전해 듣는다. 이후 모든 재산을 빼앗기며 아내에게 이혼당하는데, 이게 웬일인가. 설상가상으로 ‘천만 명 중 한 명’이 걸린다는 희귀 질병에까지 걸리고 만다. 이제 길바닥에 나앉게 된 마이클에게 필요한 것은 일자리였다. 시급이 얼마든 어떤 일이든 상관없었다. 그는 당장 먹고살 돈을 벌어야 했다. 그렇게 마이클은 예순세 살의 나이에 스타벅스에 들어가 화장실 청소부터 시작한다. 자신과 함께 비즈니스를 논하던 정장 차림의 말쑥한 백인 남성들에게 이제는 자신이 커피를 뽑아주는 일을 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그곳에서 마이클은 삶의 반전을 경험한다. 지금껏 자신이 이 세계와 타인들에게 갖고 있던 ‘오만과 편견’의 벽이 깨지는 놀라운 일을 경험하게 된 것이다. 타인에 대한 이해심이나 희생정신, 특히 블루칼라 노동자들에 대한 일말의 존중조차 없었던 그는 예순세 살의 나이에 다시금 ‘사는 법’에 대해 공부한다. 특히 마이클은 광고 회사 중역 시절에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스물여덟 살의 흑인 여성을 상사로 모시게 되면서 ‘가슴을 다해 사는 법’도 익혀나간다. 예순세 살에 두 번째 인생을 새롭게 시작한 것이다. 지난번처럼 겉은 화려하고 빛나지만 속은 텅 비어버린 회한 덩어리가 아닌 인생. 진짜 소중한 일은 뒤로 밀어두고 헛된 경쟁 때문에 다급한 일들에만 매달리는 과오를 저지르지도 않는 인생. 그는 첫 번째 인생에서는 시위를 떠난 살처럼 속도감에 휩싸여 살았으나, 두 번째 인생에서는 한 걸음 한 걸음이 마지막인 것처럼 느리게, 그러나 꼼꼼히 살아갔다.


백번이라도 스무 살처럼

내 삶이 유한하다는 사실, 그리하여 머지않은 어떤 시간에 어느 누구도 알 수 없는 낯선 곳으로 떠나가 영영 돌아올 수 없다는 사실을(세상에서 가장 명확한 그 진실을) 스무 살의 내가 모두 알고 있었다면 지금 내 인생은 얼마나 크게 달라졌을까? 그리고 정확히 30년 뒤 이제 예순 살이 된 내게 젊은 딸이 찾아와 인생의 길을 묻는다면, 이를테면 “엄마가 다시 서른 살로 돌아간다면 어떻게 살 것 같아?”라고 묻는다면 나는 과연 어떤 대답을 해줄 수 있을까? 아마도 나는 이렇게 대답할 것 같다.

“엄마에게 허락된 모든 일들을 골고루 탐험하며 살 것 같아.”

나는 아마 이런 말도 덧붙일 것 같다.

“엄마는 말이지, 숨 쉬기도 버거운 가슴 벅찬 사랑을 찾아 그의 아이를 잔뜩 낳고 싶어. 그의 출신 대학과 연봉과 직업, 부모 집의 평수 같은 건 전부 제쳐두고 오로지 진짜 사랑을 할 수 있는 심장을 가진 남자인지만 따질 거야. 그런 남자를 만나 세 명 혹은 네 명쯤의 아이를 낳아 기르고 싶어. 그리고 그 아이들을 데리고 몇 년쯤은 길 위의 삶을 살아도 좋을 것 같아. 여행 경비는 어떻게 충당하며 아이들 교육 문제와 노후 자금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따위의 현실적인 문제들을 고민하다 나이를 왕창 먹는 어리석음은 이번 생으로도 족해.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냥 히피처럼 남편과 아이들을 짊어지고 떠나서 좌충우돌의 시간을 살아볼 거야. 그곳이 인도든 동남아든 미국이든 마음에 드는 곳에서는 질릴 때까지 머무르며 아이들에게 아스팔트길이 아닌 흙길에서 걸음마를 가르치고, 길에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관찰하며 살아 있는 진짜 공부를 가르치고 싶어. 삶이 얼마나 눈부시고 가슴 설레는 것인지 말야. 도시의 좋은 사무실에서 살아가는 삶도 보람되지만 오지의 가난한 농가에서 사소한 것들에 감동하고 살아가는 삶도 그 못지않게 보람되다는 것을 가르칠 거야. 엄마는 뜨개질도 배울 거고, 승마도 배울 거야. 바닷속에도 들어가보고 맨발로 땅을 밟으며 흠뻑 비를 맞아볼 거야. 나 자신마저 속이던 비밀스러운 욕망들을 거리낌 없이 터뜨릴 거야.

아이들을 모두 재워놓은 새벽녘에는 남들이 비웃을 것을 떠올리며 포기해버린 소설 쓰기도 계속 할 거고, 남편에게는 좀 더 자주 사랑한다고 고백할 거야. 낯간지러운 드라마를 좀 더 자주 챙겨볼 거고, 번듯한 책상을 가진 직업을 갖지 못했다고 자책하지 않을 거야. 그보다는 노동의 가치를 온몸으로 일깨워주는 직업, 이를테면 목수라든지 농부, 유리공예가나 요리사가 되어 매일 구슬땀을 흘리며 살 거야.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삶의 모든 것이 사랑으로 귀결됨을 알기에 언제나 사랑할 거야. 더 많이, 더 뜨겁게 사랑하고, 또 사랑할 거야. 사랑의 통속성과 환상을 비웃고 외면하는 대신 그것에 속고 배신당하며 사랑할 거야. 사랑의 이기심과 한계를 냉소하는 대신 그것에 눈을 질끈 감고 더없이 사랑할 거야.”


미래의 딸에게 해주고픈 이야기들을 지금부터 새로이 시작하면 되지 않을까? 두려움을 붙들고 그냥 마음껏 살아가는 것이다. 누구의 것도 아닌 바로 나 자신의 삶을 당당히 펼쳐나가는 것이다. 흉내만 내는 삶을 경계하고 지금 내게 주어진 마지막 청춘의 시간에 집중하며 오늘 하루를 온전히 살아내는 것이다. 아직 찾아오지 않은 청춘 이후의 시간들을 걱정하고, 심지어 노년의 외로움과 재정 상태까지 염려하며 살지 않고 지금 이 순간을 마음껏 맛보고 즐기며 사는 것. 그게 바로 백번이라도 스무 살처럼 사는 방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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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언제나 내 편이었어 김애리 저 | 퍼플카우
작가 김애리는 ‘책’을 ‘내 편’으로 꼽는 데 주저함이 없다. 무라카미 하루키, 마르케스, 카잔차키스에서 산도르 마라이……. 고전부터 근래의 베스트셀러까지 100여 권의 책들이 작가를 통해 방황의 터널을 먼저 지난 선배로, 나의 미래를 걱정하는 부모로, 혹은 나보다 더 방황하고 있는 친구로 다시 태어난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새로운 친구(책)를 소개받고, 잊고 지낸 친구(책)를 떠올리게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김애리라는 청춘이 길어 올린 찬란한 ‘인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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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애리

천 권의 책에 인생의 길을 물었던 김애리. 그녀는 거창한 결심을 이루기 위해서라기보다, 견디기 위해 책을 읽었다. 우울증에 시달릴 만큼 예민하고, 남부럽지 않은 직장에서 안정된 생활을 쫓던 그녀에게, 도통 익숙해지지 않는 이놈의 ‘삶’을 견디는 일은 다 커서 젓가락질을 다시 배우는 일마냥 멋쩍고 창피했다. 이토록 소심한 여자가 청춘을 견디고, 서른을 견디는 방법으로 택한 것이 독서다. 외로워도 슬퍼도 울며불며 책을 읽었고, 사랑 역시 책으로 배우기를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그렇게 서른이 되기 전에 천 권의 책을 읽었다. 청춘이라는 악몽 같은 시간을 오직 책으로 버텨낸 그녀의 열정은 2009년 겨울 서정문학상에 단편소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밤」이 당선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으며 이후 『책에 미친 청춘』, 『십대, 책에서 길을 묻다』, 『아까운 책 2012』(공저) 등을 펴냈다. 현재 언론진흥재단, 김영사 웹진 등에 칼럼을 연재하며 독서 에세이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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