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스토리텔링 요리사가 되어야 하나?

지독한 음식 재료와 황홀한 요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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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요리사가 있다. 이 요리사는 다른 요리사와는 조금 다르다. 이 요리사는 새로운 걸 좋아한다. 새롭지 않으면 내가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요리사라면 대부분 ‘요리는 이렇게 하는 거야!’라는 고정관념이 있다. 고정관념이 나쁜 것은 아니다. 위험이나 실수에 빠지는 걸 미리 방지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요리사는 이렇게 말한다. ‘실수나 실패를 두려워한다면, 새로운 것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여기 음식 재료가 있다. 보기에는 상큼해 보일지 몰라도, 지독하게 맛이 없다. 아주 쓴 맛이 나고, 너무 질겨서 씹어도 잘 삼켜지지 않을 뿐 아니라, 소화가 잘 되지도 않는다. 그래서 이 음식 재료를 즐기는 것은 꿈도 꾸기 힘들다.

그런데 이 음식 재료는 누구나 먹어야 하고, 반드시 먹어야 한다. 많이 먹으면 많이 먹을수록 좋다. 이 음식 재료가 좋은 것은 아기부터 노인까지 누구나 안다. 이걸 먹으면 눈이 밝아지고, 지혜로워지며, 미래가 보장되고, 앞으로 살아갈 길이 탄탄대로 트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 음식 재료를 먹기란 여간 어렵고, 힘든 게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먹겠다고 달려들지만, 중간에 포기하고 만다. 부모들은 자기 자식에게 이 음식 재료를 먹이기 위해 온갖 수단과 방법을 다 쓴다. 노후에 안정되게 살려고 저축해둔 돈마저 이 음식 재료를 먹이기 위해 사용할 정도다. 그러나 투자한 만큼 효과를 보지 못한다는 게 문제다.

부자들은 어마어마하게 많은 돈을 들여 특별한 방법을 사용한다. 가난한 사람들은 엄두도 내지 못할 정도의 돈이다. 그러므로 부자와 가난한 자의 차이는 점점 벌어진다.


물론 0.00001% 정도의 사람은 이 음식을 즐기기도 한다. 그 사람들은 이 음식 재료는 그다지 먹기 힘든 게 아니라면서, 먹고 즐기는 방법을 소개하기도 한다. 하지만 어림없는 소리처럼 들린다. 보통 사람들이 사용하기에는 그 방법조차 어렵기 때문이다.

해마다 이 음식 먹기 대회가 전국적으로 열기도 한다. 물론 더 많은 국민들이 이 음식을 먹게 하기 위한 국가 정책에서 비롯된 행사다. 누구나 먹기 대회에 한 번씩은 나가야 한다. 그래야 국가에서 매기는 등급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먹기 대회에 나가 이기면 등급을 높게 받고, 아주 능력 있는 사람으로 인정받는다. 한마디로, 인생이 확 열린다. 반대로, 대회에 나가 패배하면 형편없는 인간으로 취급 받는다. 한마디로, 인생 실패자로 낙인찍힌다.

불행하게도, 해마다 겨울이 되면, 이 먹기 대회에 나가 실패한 사람들의 자살이 줄을 잇는다. 얼마나 많이 죽는지 언론에서는 공식 발표를 하기가 두려울 정도다. 혼자 죽기 두려워서, 여러 사람이 함께 손을 잡고 뛰어내리기도 한다. 그렇거나 말거나, 이 먹기 대회를 중단할 것 같지는 않다. 먹기 대회를 중단할 결정권자들은, 이미 먹기 대회에서 승리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며, 그들의 자녀들 역시 먹기 대회에 승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불행의 씨앗의 계속 뿌려지고, 불행의 뿌리는 계속 자란다. 요즘은 이제 막 세상에 눈을 뜨는 초등학생 어린아이들마저 먹기 대회로 인해 고통과 괴로움에 시달린다. ‘자살’이 뭔지도 모르는 아홉 살 어린아이가 ‘죽고 싶은데, 엄마가 슬플까봐 죽을 수가 없어요.’라고 말한 적도 있다.

이 음식 재료는 결코 나쁜 것이 아니다. 앞에서도 썼지만, 이 음식 재료는 누구나 꼭 먹어야 하고, 먹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서 모든 사람들이 먹으려고 노력한다. 문제는, 먹기가 어렵고, 괴롭고, 힘들다는 데 있다. 또한 먹는 것에 대한 평가 방법이 잘못됐기에, 많은 사람들을 고통에 빠지게 만든다.


이미 인생이 결정된 사람들은, 아, 젊었을 때 이 음식 재료를 열심히 먹어둘 걸, 하고 후회한다. ‘다시 태어난다면 정말 잘 먹을 자신이 있는데!’하고 괴로워하기도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먹어도 효과가 없어진다.

여기 요리사가 있다. 이 요리사는 다른 요리사와는 조금 다르다. 이 요리사는 일단 의심이 많다. 남들이 하는 식대로 요리를 하려고 하지 않는다. 이 요리사는 새로운 걸 좋아한다. 새롭지 않으면 내가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요리사라면 대부분 ‘요리는 이렇게 하는 거야!’라는 고정관념이 있다. 고정관념이 나쁜 것은 아니다. 위험이나 실수에 빠지는 걸 미리 방지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요리사는 이렇게 말한다. ‘실수나 실패를 두려워한다면, 새로운 것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이 요리사는 고정관념을 버렸다. 버리고, 또 버리고, 버렸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고정관념이 있었다. 요리사는 고정관념과 싸웠다. 이 요리사는 하루 종일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너무나 맛없고, 먹기 괴로운 이 음식 재료를 어떻게 하면 맛있게 먹도록 할 수 있을까? 입에 넣으면 토할 것처럼 괴로운 이 음식 재료를 어떻게 하면 황홀한 맛을 낼 수 있을까? 맛있어서 감동의 눈물을 흘리게 할 수 있을까? 더 많은 사람들이, 더 즐겁고, 더 쉽고, 더 편하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다른 요리사들이 빈정거렸다. “그 음식 재료로는 절대 맛있는 음식을 만들 수 없어!”라면서 코웃음을 쳤다. 이 요리사는 그런 요리사들이 고정관념에 빠져 있다고 판단했다. 고정관념의 함정에 빠지면 쉽게 포기하고 만다고 이 요리사는 생각했다.

이 요리사는 많은 사람들을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고 싶었다. 말 그대로, 고통의 산물인 이 음식 재료를 즐기게 하고 싶었다. 요리사는 끝없이 노력했다. ‘그릇의 모양을 바꿔 보자.’, ‘음식 속에 달콤한 가루를 갈아 넣어 보자.’, ‘화려한 색을 입혀 보자.’, ‘캐릭터 모양으로 꾸며 보자.’, ‘빨대로 조금씩 빨아먹도록 해보자.’ 별의별 방법을 다 사용했다.

누군가 이 요리사에게 물었다. “왜 그렇게 노력하는 거요?” 그러자 요리사는 대답했다. “이 음식은 부자로 태어난 사람이나 가난하게 태어난 사람이나, 똑똑한 사람이나 부진한 사람이나, 누구나 공평하게 먹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지요.”

그는 다시 물었다. “당신 하는 일이 대체 뭐요?” 그러자 요리사는 대답했다. “나는 스토리텔링 요리사요. 그리고 내가 요리하는 이 음식 재료는, 바로 지식이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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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서지원

스토리텔링은 무조건 재미있어야 하며, 재미없는 글을 쓰는 건 죄악이라 생각한다. 지금까지 250여 종의 스토리텔링 책을 집필을 했으나, 재능이 있어서 쓴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래서 스토리텔링은 특별한 재능이 아니라, 누구나 배우고 익히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서지원 작가의 특징은, 지식과 교양을 유쾌한 입담과 기발한 상상력, 엉뚱한 소재로 스토리텔링 하는 방법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난 바다 소년으로, 한양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1989년 《문학과 비평》에 소설로 등단했다. 신문사에서 기자로 일하며 이상한 사람과 놀라운 사건을 취재했고, 출판사에서 요란한 어린이 책을 만들다가, 지금은 어린 시절 꿈인 작가가 되어 하루도 빠짐없이 글을 쓰며, 예스24와 네이버에 스토리텔링 방법론에 대해, 빅이슈에 인간의 행복과 삶의 양식에 대한 깊은 성찰의 글을 연재한다. 스토리텔링으로 쓴 책은 수학, 과학, 철학, 인문, 역사, 환경, 예술 등 다양한 방면에 걸쳐 있으며, 무려 300종에 가까운 책을 썼다. 중국, 대만 등 외국 여러 나라에 수십 종의 스토리텔링 책이 수출이 됐으며, 외국에서도 인기 작가로 인정받고 있다.
쓴 책으로는 『어느 날 우리 반에 공룡이 전학왔다』, 『몹시도 수상쩍은 과학 교실』, 『국제무대에서 꿈을 펼치고 싶어요』, 『빨간 내복의 초능력자 1, 2』, 『훈민정음 구출 작전』, 『원더랜드 전쟁과 법의 심판』, 『세상 모든 철학자의 철학 이야기』, 『원리를 잡아라! 수학왕이 보인다』, 『다짐 대장』, 『토종 민물고기 이야기』, 『귀신들의 지리공부』, 『무대 위의 별 뮤지컬 배우』 『어린이를 위한 리더십』 등 많은 책이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도서관협회가 뽑은 2012 우수문학도서로 선정되는 등 스토리텔링으로 지식 탐구 능력과 창의적인 문제 해결능력을 담아주는 집필을 계속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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